▲왼쪽부터 남희정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본부장, 이상규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지회장, 이김춘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사무장(노동법률)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ㆍ3조 개정안) 입법 이전부터 '실질적 지배력설'을 통해 원청과 교섭할 권리를 인정받은 노조가 있다. 앞서 하급심 법원은 택배업과 제조업 현장에서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놓았다.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와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ㆍ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하청업체와의 교섭만으로는 실질적인 근로조건 개선이 어렵다며 각각 CJ대한통운, 현대제철, 한화오션에 교섭을 요구했다.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서 향후 선고될 대법원 판결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하급심 판결이긴 하지만, 실질적 지배력을 확인받은 상황에서 세 노조는 대법원 판결과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을까. 노동법률은 남희정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본부장과 이상규 금속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지회장, 이김춘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을 차례로 만났다.
 
*인터뷰는 이틀에 걸쳐 각각 따로 진행했지만 한 기사에 담아 정리했다. 인터뷰는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전에 진행했다.
 
▲노동법률이 8월 12일 서울 중구 중앙경제 강의실에서 남희정 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본부 본부장(왼쪽)과 이상규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지회장(오른쪽)을 인터뷰했다. (이동희 기자 dhlee@) 

Q. 세 노조 모두 법원에서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설을 인정한 판결을 이끌어냈다. 판결이 나온 당시의 상황과 소감을 들려 달라.
 
이상규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지회장 : 중앙노동위원회 판정 당시만 해도 제조업 사업장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불리하다고 생각했다. 2025년 7월 25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실질적 지배력설을 인정하는 결과가 나와 기쁘긴 했지만, 그 기쁨은 '법적으로 옳다'는 판단을 받았다는 점에서 온 것이었다. 법원 판결이 나왔다고 해서 현실적으로 현대제철이 바로 교섭에 응할 것이라는 기대는 전혀 없었다. 실제로 판결 직후 회사는 바로 항소했다.
 
남희정 CJ대한통운본부 본부장 : 택배노조는 설립하자마자 법률 투쟁을 시작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서 노동자성을 먼저 인정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노동자성 인정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이후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넣어 보자고 판단했고, 중노위에서 부당노동행위를 인정받았다. 그 뒤로도 1심, 2심 모두 이겼고 현재 대법원 판결만 남았다. 앞서 이 지회장 말처럼 회사가 곧바로 교섭에 나설 거란 기대는 없었지만, 6년 만에 승소 판결을 받아 기쁜 마음이었다.
 
이김춘택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사무장 : CJ대한통운의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한 판결이 이미 있었기 때문에 한화오션도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2025년 7월 25일 서울행정법원 판결을 통해 실질적 지배력설을 확인하기는 했다. 하지만 개별 사업장마다 법적 다툼을 통해 실질적 지배력을 확인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판결이었기 때문에 아쉬움도 컸다.
 
Q. 각자 노동 현장에서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을 체감한 적이 있었는가.
 
이상규 : 제조업 현장은 원청 노동자와 하청 노동자가 혼재돼 작업을 한다. 지시, 관리 감독도 원청이 한다. 2021년 고용노동부가 현대제철에 하청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라고 명령을 내렸는데, 원청이 하청업체를 폐업시키고 하청업체 대표를 자회사 관리자로 이동시킨 일이 있었다. 하청업체 대표가 그동안 사실상 원청의 중간관리자 역할을 했던 거라고 느꼈다.

하청업체와 교섭할 때 교섭장 옆 회의실에서 원청 직원이 대기하고 있는 웃지 못 할 일도 벌어진다. 교섭 중에 수정사항이 생기면 하청업체 대표가 원청 직원한테 확인받으러 가는 거다. 아주 작은 것 하나까지도 원청의 허락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여실히 느꼈다.
 
남희정 : 예전에 현장에서 일할 땐 CJ대한통운 지사장이 대리점 지점장이랑 택배기사들 모아 놓고 아침 조회를 했다. 조회 때 '즐거운 택배, 신속한 택배, 빠르고 즐거운 택배'였나, 이런 구호도 외치게 했다. 아침마다 이런 걸 하니 원청이 사용자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거다. 이후 행정소송 과정에서 아침 조회를 실질적 지배력의 증거 자료로 제출했더니 아침 조회가 사라졌다.
 
이김춘택 : 조선소 현장 노동자라면 모든 작업 과정에서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을 체감한다. 다만 이를 법정에서 이를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을 뿐이다. 이번 한화오션 판결에서도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을 부정한 의제 중 하나가 노동조합 사무실 제공이다. 원청이 허락하지 않는 한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받는 건 불가능하고, 이는 모든 결정권이 원청에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Q. CJ대한통운에 이어 최근 현대제철과 한화오션에서도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제조업에서 이러한 판결이 나온 것이 제조업 현장엔 어떤 의미가 있나.
 
이상규 : 다른 제조업 사업장에도 이러한 투쟁이 정당하다는 명분이 생긴다. 판결이 있으면 조합원 설득과 투쟁 조직이 쉬워진다. 2010년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대법원 판결 이후 비정규직의 불법파견 소송과 노조 조직률이 늘었던 것처럼 이번 판결 또한 그러한 파급력을 기대하고 있다.
 
Q. 법원은 현대제철과 한화오션이 산업안전 의제에 대해 하청 노조와 교섭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청 노조가 산업안전 의제에 대해 원청과 교섭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상규 : 제조업 사업장에선 하청업체가 현장 설비나 시설에 대해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산업안전의 경우 시설에 대한 개선 요구가 대부분인데, 시설에 대한 권한을 전부 원청이 가지고 있다. 휴게시간 조정과 같은 요구도 하청과 교섭해도 원청의 허락 없이는 불가능하다. 작은 설비 교체조차 원청의 결재가 필요하다. 결국 산업안전 문제는 원청과 직접 교섭해야만 해결할 수 있다.
 
이김춘택 : 하청 노동자의 산업안전을 위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부분은 하청 노동자의 제도적 참여 보장이다. 예를 들어 원청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하청노조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 중대재해 발생 시 원인조사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현장의 위험은 하청노동자들이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산업안전 부분에서 하청 노동자의 제도적 참여가 보장돼야 현장이 안전해진다.
 
Q. 최근 택배노조는 택배업계 과로사 방지를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CJ대한통운과 교섭한다면 과로사 방지를 위해 요구하고 싶은 의제는 무엇인가.
 
남희정 : 인수 시간, 즉 배송 시작 시간을 앞당기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는 분류작업이 늦어져 오후 2~3시에 배송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오후 2~3시에 배송을 시작하면 관공서에는 6시까지 배송하기 위해 뛰어다녀야 한다. 폭염 속 장시간 노동을 줄이려면 적어도 오후 12시 이전에는 배송을 시작할 수 있도록 개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노동법률이 8월 20일 서울 중구 전국금속노동조합 회의실에서 이김춘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을 인터뷰했다. (박정현 기자 axs@)
 
Q. 노란봉투법이 통과되고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한다면 원청과의 교섭이 현실화될 텐데, 구체적인 교섭 전략을 구상해 놓은 것이 있나.
 
남희정 : 택배노조 차원에선 롯데택배, 한진택배 등 다른 택배사를 상대로도 원청 사용자성을 확인받는 작업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다른 택배사들과도 교섭할 수 있어야 한다.

핵심 의제는 수수료 문제다. 택배사마다 수수료 지급하는 방식과 산정 방식이 다 다르다. CJ대한통운의 경우 급지 수수료가 있다. 인구 밀도를 기준으로 도심 지역과 시골 지역의 수수료가 다르게 산정된다. 택배 요금 또한 수수료에 연동돼 있다. 그러나 택배 요금은 회사가 어떻게 계약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택배노조는 수수료 체계 전반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합리적인 수수료의 기본 체계는 부피와 무게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표준 수수료 제도가 만들어지는 등 일정한 기준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상규 :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해도 시행까지 6개월을 더 기다려야 하는데, 시행 전부터 원청에 교섭을 요청할 생각이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된다고 해서, 대법원 판결이 나온다고 해서 원청이 바로 교섭 테이블에 나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히 투쟁이 동반될 예정이다. 노조는 쟁의권만 보장된다면 할 수 있는 전략이 다양해진다. 금속노조에 하청 노조의 원청 교섭과 관련해 투쟁본부를 금속노조에 조직해달라는 제안서를 제출했다. 또, 곧 있을 국정감사에서 현대자동차 그룹을 압박하는 내용으로 증인을 서고자 한다. 이러한 압박이 있어야 원청도 교섭에 나설 것이다.
 
이김춘택 : 지금 나온 판례로만 보면 노란봉투법이 입법된 뒤에도 회사는 단체교섭을 회피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들을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가 교섭을 요구해도 교섭을 거부하고 소송으로 끌고 가려고 할 거다. 노조 입장에서는 소송을 잘 대응하는 것과는 별개로 현실의 노동3권을 어떻게 행사할 것이냐도 중요한 문제다. 금속노조에서는 노란봉투법을 앞두고 TF팀을 구성하고 있다. 노란봉투법 이후 교섭 절차, 소송 전략, 쟁의권 행사 등 전체적인 대응을 위한 TF다. 노동계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기까지 남은 6개월 동안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Q.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실무상 문제가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교섭창구 단일화 문제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남희정 : 교섭창구 단일화는 노동조합법의 대표적인 악법이다. 원청과 하청 노조의 교섭에서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준용하면 모든 원청이 어용노조를 만들어 대표권을 빼앗을 것이다. 현재도 CJ대한통운에서 조합원이 있는 대리점이 450여 개 정도 되는데, 복수노조 때문에 40여 개의 대리점이 교섭권을 잃었다. 교섭창구 단일화를 그대로 적용하면 복잡한 문제들이 생길 것이다. 일반적인 노사관계와 똑같이 정해서는 안 된다.
 
이김춘택 : 창구 단일화 제도는 소수노조의 교섭권을 제약하거나 박탈하는 제도다. 소수노조의 단체교섭권을 봉쇄한다는 측면에서는 악법이다. 경영계는 교섭이 난립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교섭창구 단일화 문제를 지적하는데, 경영계 우려처럼 되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한화오션도 100여 개의 하청이 있다. 지금은 노조가 그 중 20개의 하청업체와 개별적으로 교섭하고 있는데, 원청과 교섭하면 오히려 교섭 횟수는 줄어들 것이다.
 
이상규 : 회사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밟지 않으려고 할 것 같다. 과거 현대제철은 하청업체가 60~70개였지만 지금은 15개다. 회사는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하청업체 수를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교섭창구 단일화 문제는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법원에서 판단 중인 교섭 의제 외에도 추가로 교섭하고 싶은 의제가 있나.
 
이상규 : 직접고용이다. 정규직 전환이 최종 목표다. 하청업체와 교섭하는 이유도 그 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지 현장에서 버틸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임금 인상이나 복지 조건도 정규직 전환 전까지 버티기 위한 수단이다.
 
남희정 : 택배노조는 내부에서 직접고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 건당 수수료를 받아야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조합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청의 직접고용이 필요하다고 본다. 하청 대리점 구조를 없애야 한다고 보는데, 현재 CJ대한통운만 해도 2200개의 대리점이 있어 저항이 클 것이다. 최소한 직접계약 수준의 근로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이김춘택 : 노동자들에게 중요한 의제를 임금, 복지, 고용, 노동안전, 노동조합 활동이라고 본다면, 1심 판결에서는 그 중 성과급, 학자금, 노동안전에 대해서만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했다. 법률 투쟁을 시작하면서 요구한 의제들은 상징성을 갖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였다. 교섭이 시작되고 의제를 추가한다면 이전에 제시한 의제들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Q. 원청과 교섭하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어려움은 없나.
 
이상규 : 어떤 교섭이든 상대방이 성실하게 임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형식적으로만 나오는 경우 갈등이 불가피하다. 원청 교섭이 아니더라도 노조 내부의 갈등은 존재한다. 조합원 간에 요구하는 내용이나 원하는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성실한 태도와 솔직한 의사표현이 갈등을 줄이는 핵심이다.
 
남희정 : 원청과의 교섭에서 노노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노노 갈등은 오히려 지금과 같이 하청업체를 대상으로 한 교섭에서 더욱 심각하다. 복수노조와 회사의 개입으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택배업계는 속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규제나 보호 없이 노동 강도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는 개별 기업 교섭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택배노조는 원청 교섭을 산별 교섭으로 가는 디딤돌로 보고 있다. 산별교섭을 통해 업계 전반을 변화시킬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정책적ㆍ조직적 준비가 필요하다. 택배노조는 과로사 문제로 사회적 대화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이를 토대로 주5일제나 수수료 문제까지 합의하는 사회적 대화의 판을 열고자 한다. 이번에는 쿠팡까지 참여시켜 사회적 표준을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노동법률이 8월 12일 서울 중구 중앙경제 강의실에서 이상규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을 인터뷰했다 (이동희 기자 dhlee@)
 
Q. 노란봉투법 입법을 앞두고 '파업 증가', '산업 경쟁력 약화' 등 부정적 전망이 언론에 나온다. 이에 대한 노조의 입장은.
 
이김춘택 : 지금의 파업은 제도적으로 원청과 교섭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인정 투쟁이다. 제도가 마련되면 오히려 투쟁은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노란봉투법이 파업 조장법이라는 경영계의 주장은 과장된 공포 마케팅일 뿐이다. 노동자들의 헌법상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 더 본질적인 문제다.

Q. '파업 조장법'과 같은 야당의 주장으로 여론전에도 영향을 받을 것 같다.
 
남희정 : 택배노조가 비교적 노조 중에서는 여론이 좋은 편이다. 그 이유는 과로사 문제와 같이 공감대를 형성한 의제 덕분이다. 대중에게 이기적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언론 전략에도 신경 쓰고 있다. 산업 전체 문제를 걸고 싸울 때 지지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김춘택 : 여론전에는 여론전으로 맞서야 한다는 생각도 들지만, 결국 경영계에 비하면 힘에 있어 열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노란봉투법 개정에서 큰 힘이 됐던 것은 2022년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이다. 투쟁 자체로 봤을 때는 실패한 싸움일 수도 있지만 여론전으로 얻지 못했던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본다. 여론전도 분명 중요하지만 투쟁을 통해 국민과 사회에게 정당성을 확보해 나가는 과정도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노란봉투법안이 노동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도 있다. 노란봉투법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남희정 : 원청 사용자성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 실질적 지배력 여부를 현장에서 다시 다퉈야 한다. 손해배상 소송은 결과보다 과정이 조합원에게 큰 부담이다. 투쟁 중간에 손해배상 소송이 시작되면 노조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리한 조건이 형성된다.
 
이상규 :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조 할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 또한 원청 사용자성도 좀 더 명쾌하게 정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향후 노동조합법 개정에서 악법 조항과 절차 문제를 개선해야 하고 산별교섭을 법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 향후 파업은 개별 기업이 아닌 산업ㆍ대정부 차원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김춘택 : 가장 중요한 건 노동조합법상 노동자(근로자) 개념 확대라고 본다. 현재 헌법은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하위법령들이 노동3권을 제약하고 있다. 이번에 입법된 노란봉투법을 통해 노동3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건 전통적인 제조업 사업장의 사내하청이다. 플랫폼 노동자 등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Q. 향후 남아 있는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남희정 : 법 개정만으로 현장이 변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개정된 법이 하청 노동자들의 권리를 실제로 보장하도록 하는 것은 노조의 과제다. 실제 현장에서 하청 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이상규 : 원청 교섭 절차에서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제하는 방식은 분명 문제를 만들 것이다. 노란봉투법 입법 이후에도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문제들을 대화와 협상을 통해 풀어 가야 한다.
 
이김춘택 : 노동계가 얘기하고 있는 세 가지 과제가 있다. ▲노동조합법상 노동자(근로자) 개념 확대 ▲사내하청의 실질적 지배력 인정 ▲노동자 개인에게 손해 배상 금지는 노란봉투법 입법 때 이루어졌어야 하는데 과제로 남았다. 부족하지만 바뀐 법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터 잡아 교섭과 투쟁을 통해 권리를 되찾는 게 노조 앞에 놓인 과제라고 생각한다.
 
박정현 기자 axs@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