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률]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들어가며

소위 '노란봉투법'이 장안의 화제다. 입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마디 거드는 형국이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노란봉투법이 겪어온 고난을 알기에, 또한 노란봉투법 입법에 희망을 거는 많은 하청노동자의 취약성을 알기에 필자는 노란봉투법의 입법을 마음으로 응원한다. 다 떠나서, 지난 2022년 11월 17일에 개최된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제한 관련 노동조합법 개정안 입법공청회'에서 노동조합법 개정의 당위성을 진술한 필자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노란봉투법 입법의 반대론자가 될 리는 없지 않겠는가?

솔직히 필자는 지금의 '노란봉투법안'이 눈에 차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경영계의 주장처럼 '과도한 파업을 조장하고 기업 경영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 아니라, 현재의 법안이 노란봉투법의 당초 입법 취지를 실현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에서다. 이러한 맥락에서 향후 후속 입법을 통해 노란봉투법의 미진한 부분을 '더욱' 보완하자는 필자의 주장이 "노란봉투법은 졸속 입법"이라는 기사 제목으로 둔갑한 이유는 필자의 주장이 명확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기사를 작성한 일부 언론의 '악마의 편집'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일부 언론의 '악의(惡意)'는 필자가 어찌할 수 있는 범위를 넘는 관계로, 필자로서는 필자의 주장을 조금 더 명확하게 밝히는 수밖에 없는 듯하다. 이에 2025년 8월 19일 열린 한국노동법학회 주최 정책토론회에서의 필자의 토론 내용을 월간 노동법률의 지면(紙面)을 빌려 정리해 두고자 한다.

2. 노동조합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

가. 사용자 범위 확대 관련(제2조 제2호 후단 신설)

필자는 사용자의 정의와 관련해 "이 경우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라는 식으로 개념을 정의하는 방식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차라리 일본의 경우처럼 사용자의 정의 규정을 완전히 삭제하는 편이 간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는 현행 노동조합법이 사용자의 정의로 '사업주(事業主)'라는 표현을 쓰기 때문에 사용자의 개념을 '하나의 법인격'으로 제한하는 인식(단일한 사용자 개념)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용자(使用者)'란 말은 문언 자체만으로는 누군가를 '사용'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여기서 사용은 고용계약의 '고용(雇傭)'과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고용이 '고용계약'이라는 법률관계를 전제하는 개념인 것에 반해, 사용은 이러한 법률관계와 무관하게 누군가를 사용하는 사실(事實)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사용자의 개념은 '자신의 사업을 위해 타인의 노동력을 사용하는 자' 정도의 높은 추상적 수준에서 정의되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정의해야만 사용자 개념의 외연이 충분히 넓어질 수 있고, 특정 기업이 사용자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해석상 분쟁을 줄일 수 있다. 물론, 이렇게 정의할 경우 사용자의 개념이 '너무' 넓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우려는 특정 기업이 사용자에 해당하는가의 단계가 아니라, 사용자성이 문제되는 개별 조항 적용의 단계에서 해결될 수 있다. 예컨대, 특정 기업이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해 노동조합 측이 요구하는 모든 의제에 대해 무조건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석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 경우 해당 기업이 부담하는 단체교섭 의무의 구체적인 범위는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3호의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의 적용 단계에서 '정당한 이유'라는 문구의 해석을 통해 적절하게 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 노동조합 결격 요건 관련(제2조 제4호 라목 삭제)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라목 삭제의 이유는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 현행 규정을 삭제해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등 다양한 일하는 사람의 단결권을 보장하고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기구의 권고를 따르도록 함'이라고 설명되고 있다. 그러나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등 다양한 일하는 사람의 단결권을 보장하고 ILO 등 국제기구의 권고를 충실히 따르는 근본적인 방법은 현행 노동조합 설립신고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다.

한편,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라목의 삭제는 장기적으로는 현행 설립신고에 관한 행정관청의 심사권의 범위를 '형식적' 심사로 제한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설립신고 자체를 반대하는 필자로서는 노동조합 설립에 대한 심사가 형식적 심사로 제한되는 것 자체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설립신고에 대한 심사의 범위가 형식적 심사로만 제한될 경우, 행정관청의 노동조합 설립신고의 수리(受理)에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의 설립이라는 법률효과를 부여하는 현행 설립신고 제도는 제도적 정당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참에 노동조합 설립신고 제도를 폐지해 노동조합 설립의 자율성을 제도적으로 명확히 하는 편이 ILO 제87조 협약에 부합하는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다. 노동쟁의의 정의 관련(안 제2조 제5호)

노동법은 빈번하게 비법률적(즉,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절차에 의해 공포되고, '비법률적'(즉, 국가 외적) 규범의 형태로 표현되며, '비법률적' 절차(즉, 전통적인 법원에서는 통상적으로 채용되지 않는 절차)를 운영하는 '비법률적'(즉, 보통법적이지 않은) 법정(Forum)에서 집행된다는 점에서 다른 법 분야와 구별된다. 따라서, 다수의 국가에서 노동법은 노사의 대표자를 포함한 비법률 전문가들로 구성된 특수한 공적, 사적 또는 혼성(Hybrid) 기관이나 심판소(Tribunal)에 의해 해석 및 적용되는 경우가 많으며, 나아가 그러한 특수한 기관이나 심판소에서의 절차가 전통적인 법원에서는 통상적으로 채용되지 않는 '비법률적'인 경우도 빈번하다. 따라서, 일반 민법에서의 '자력구제' 금지의 원칙이 집단적 노사관계에 반드시 '그대로'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종래 쟁의행위가 위법하다고 판단돼 손해배상 책임까지 지게 된 사건들의 상당수는 쟁의행위의 목적이 정리해고 반대 등 구조조정에 관한 것이거나 '권리분쟁'에 관한 것이거나 혹은 집단적 노사관계에 대한 것이었다. 판례는 근로자의 권리행사 또는 합법으로 볼 수 있는 행위라도 주장 관철의 목적으로 집단으로 업무의 통상적인 운영을 저해한 행위, 즉 준법투쟁도 쟁의행위로 파악한다. 따라서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노동쟁의의 정의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구조조정 등 경영상 사유에 따른 해고를 둘러싼 분쟁을 쟁의행위의 정의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으며, 노동조합에 대한 편의제공 등 노사관계에 관한 분쟁도 쟁의행위에 포함됨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라. 쟁의행위 민사책임 관련(제3조 개정)

노동법은 독자적인 체계다. 민법 조항은 이러한 노동법의 체계가 아니라 환경에 해당한다. 따라서 민법의 제반 조항이 노동법의 체계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먼저 노동법 규범으로서의 적격성이 검토돼야 하고, 개별 사안에서 노동관계의 성질에 적합하게 '수정'돼 노동법규범으로 계수(繼受)돼야 한다. 

한편, 단체행동권 행사의 법적 효과로서, 조합원의 개별적인 행위들이 하나의 단일한 쟁의행위로 합성(合成)되고, 그 결과 단일한 쟁의행위에 불가역적으로 흡수된 개별 조합원의 행위는 독자성을 상실한다. 이렇게 쟁의행위에 흡수된 조합원의 행위를 '개인'의 행위로 환원해 개별 근로자에게 불법행위책임을 추급하는 것은 단체행동권 보장의 취지에 어긋난다. 

현행 민법은 노동조합의 단일한 행위로서의 '쟁의행위'에 직접 적용할 규정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판례는 "법인은 이사 기타 대표자가 그 직무에 관하여 타인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민법 제35조 제1항 제1문을 유추하는 방식으로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긍정해 왔다. 그러나 법인의 불법행위능력에 관한 민법 제35조 제1항은 본질상 법인 대표자 등의 가해행위에 대한 법인의 대위책임(Vicarious Liability)을 긍정하는 규정이다. 따라서, 법인의 대표자 등의 가해행위에 대해 법인의 대위책임을 긍정하는 규정인 민법 제35조 제1항이 적용을 예정한 사안과 다수의 조합원이 하나의 단일한 목적을 위해 집단적 의사결정을 통해 조직한 노동조합의 '쟁의행위' 사이에는 유추(類推)라는 방식의 법형성의 전제가 되는 사안의 구조적 유사성을 찾기 어렵다. 따라서 개인 책임을 전제로 입법된 민법 제750조 등을 쟁의행위라는 단체의 행동에 '그대로' 적용할 경우 '참을 수 없는 불합리'가 예상된다면, 법원은 민법 규정을 노동관계에 적합하게 수정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추급은 민법 제35조 제1항 제1문을 유추하는 방식이 아니라, 쟁의행위가 노동조합의 행위라는 점을 정면으로 긍정하고, 노동조합에 귀속시킬 수 있는 행위에 대해서만 노동조합의 책임을 긍정하는 법 형성이 필요하다.

한편, 단체행동권 행사의 법적 효과로서 조합원의 개별적인 행위들이 하나의 단일한 쟁의행위로 합성(合成)되고, 그 결과 단일한 쟁의행위에 불가역적으로 흡수된 개별 조합원의 행위는 독자성을 상실한다는 해석을 취할 경우, 개별 조합원의 행위가 쟁의행위에 흡수될 경우 노동조합의 책임은 별론 개별 조합원의 불법행위책임은 성립할 여지가 없게 된다. 반면 개별 조합원의 행위가 쟁의행위에 흡수되지 않는 경우 그러한 개별 조합원의 책임은 별론 노동조합의 불법행위책임은 성립할 여지가 없다. 그 결과, 노동조합과 개별 조합원(간부) 사이의 부진정 연대책임은 성립할 여지가 없다. 다만, 개별 조합원의 행위가 쟁의행위에 흡수되지 않을 경우, 이러한 행위에 가담한 조합원들은 "수인이 공동의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는 연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민법 제760조 제1항에 따라 부진정 연대책임을 부담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이해에 따르면, 노동조합법 개정안의 제3조 및 제3조의2 관련 부분은 그 문언이 지나치게 복잡할 뿐만 아니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 것도 아니다. 차라리 "단체행동권의 행사로 평가되는 쟁의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관해서는, 해당 쟁의행위에 가담한 근로자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조문 정도로 관련 문제를 대부분 정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위 문구에 따르면 쟁의행위의 위법 여부를 묻지 않고 개별 조합원은 물론 쟁의행위에 가담한 비조합원은 쟁의행위 자체에 대한 민사책임을 지지 않는다. 나아가, 사용자뿐만 아니라 사용자 이외의 사용자의 고객 등 제3자도 쟁의행위를 이유로 개별 조합원 등에게 손해배상을 할 수 없다. 쟁의행위라는 집단적 행위에 대한 책임은 노동조합만 부담하면 된다. 

3. 노란봉투법 제2막을 기다리며

'균열일터'로 상징되는 기업 조직의 수직적 분해와 네트워크화가 고도화된 현재 상황에서 단체교섭의 나아갈 바는, 사용자의 개념을 기능적으로 파악해 특정 노동자와의 관계에서 기능적 관점에서 사용자의 역할을 하는 모든 기업을 상대로 각각의 기업이 실제 담당하는 기능과 관련된 범위에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것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노동조합법 개정안 제2조 제2호 후단도 이러한 목적을 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위 조문의 "(…)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는 문구는 가깝게는 일본의 판례법리, 멀게는 미국의 판례법리를 참조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대한 필자의 소박한 의문은, 과연 현재 일본과 미국의 상황이 노동조합법 개정을 통해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인가다. 노동조합 조직률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고, 법제도적으로도 분권적 교섭체계의 대표국가로서 '만인효'가 기능하지 않는 두 나라의 모델을 전범(典範)으로 삼을 이유가 있는가? 과연, 이들 국가가 균열일터 문제를 모범적으로 해결하고 있는가?

또 다른 의문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전제로 하면서 원하청 교섭을 상상하는 것이 가능한가다. 이와 관련해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딜레마가 있다. 원청 소속 노동자와 하청 소속 노동자를 포괄하는 하나의 교섭단위를 강제할 경우, 현재의 교섭대표노동조합 결정 방식에 의하면 대부분의 하청 노조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기 어려울 것이다. 반면, 각각의 하청기업 단위로 교섭단위를 설정하는 것이 허용될 경우, 원청 노동자와 하청 노동자 간 근로조건의 격차를 완화하겠다는 본래의 아름다운 목표와는 거리가 먼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불완전한 이항(Two Term) 규범인 헌법상 노동3권의 경우 어느 정도의 모호성이 양해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헌법상 노동3권이 실정법 수준에서 구체화될 경우에는 입법을 통해 권리자와 의무자가 사전에 자신의 법적 상황을 알 수 있도록 명확히 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개정안만으로는 원청의 사용자성이 긍정될 경우 이를 교섭창구 단일화의 관계에서 어떻게 취급해야 하는가에 대한 지침이 명확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물론, 입법부가 이러한 규범의 공백을 사법(司法)을 통해 보충할 것을 의도했을 수도 있다(Intentional Legislative Omission). 그러나 원청의 사용자성 긍정과 교섭창구 단일화의 '관계'와 같은 핵심적인 노동정책(Labor Policy)의 결정은 법적 판단이라기보다 정치적 결정(또는 결단)에 가깝다. 따라서, 원청의 사용자성 긍정과 교섭창구 단일화의 '관계'에 관해 아무런 지침도 마련하지 않은 상태로 노동조합법을 개정하는 것은 의회가 자신이 부담해야 할 노동정책에 관한 정치적 결정을 '정치적 결정과는 가장 친해서는 안 되는' 사법부에 미루는 꼴이 될 것이다. 요컨대, 소위 노란봉투법을 통해 간접고용 근로자와의 관계에서 사용기업(원청)의 사용자성이 긍정될 경우, 이는 단순하게 사용자 개념의 외연이 넓어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와의 관계에서 '교섭단위'의 분리를 인정할 것인지, 하청 노조와 원청기업의 단체교섭에 하청기업을 어떻게 인입(引入)할 것인지, 이러한 다면적 교섭 방식을 규율하는 과정에서 (노동위원회가 됐든, 새로운 기관을 조직하든) 관련 행정기관에 어떠한 권한을 부여할 것인지 등에 관한 명확한 입법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노동조합법 개정안에는 이러한 사항에 관한 수권(授權) 조항이 없으므로, 대통령령 등으로 이러한 문제를 처리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노동조합법 개정이라는 칼을 뽑은 것은 정부가 아니라 여당(與黨)이다. 지난 정부의 고용노동부는 노동조합법 개정에 일관되게 반대해 왔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노동조합법에 관한 공무원의 관점까지 자동으로 바뀌리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남겨진 문제의 마무리도 여당의 몫이 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필자는 이번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단막극(單幕劇)이 아니라, 다막극(Multi-act play)의 제1막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제1막에서 제시한 복선(伏線)을 세련되게 풀어 나가는 노란봉투법 제2막이 준비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