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업무상 질병 산재 처리기간 단축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취임 후 한 달간 노란봉투법, 임금체불, 산업재해, 정년 연장 등 굵직한 노동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다양한 노동 과제에 대한 노동부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장관은 노란봉투법이 노사 상생의 첫걸음이라고 보고, 노란봉투법이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현장지원 태스크포스(TF)를 통해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또한 관련 부처와 협력해 체불범죄의 법정형을 상향하는 등 임금체불 근절에도 속도를 높인다. 산업재해는 경재개발협력기구(OECD) 수준으로 감축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정년 연장은 사회적 대화를 통해 올해 안으로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노란봉투법, 큰 기대도 우려도 없다"

김 장관은 내년 시행을 앞둔 노란봉투법이 '노사 상생의 첫걸음'이란 데에 방점을 찍었다. 노란봉투법은 입법 전부터 노사의 반응이 엇갈렸다. 끝없는 교섭과 파업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경영계의 우려와 원하청 이중구조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노동계의 기대가 공존했다. 이에 김 장관은 노란봉투법에 대해 우려할 것도, 기대할 것도 없다고 봤다.

김 장관은 지난 1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노란봉투법에 대해 크게 기대할 것도 우려할 것도 없다"며 "노사가 대립을 넘어 상생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OECD가 한국의 저성장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한 노동시장 격차가 노란봉투법 하나만으로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노사정이 협력해야만 노란봉투법이 격차 해소의 기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경영계를 만나 노란봉투법으로 인한 불법파업의 우려를 가라앉히고 노동계의 참여를 당부하기도 했다. 3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주최한 주요 기업 인사노무담당 임원(CHO) 간담회에 참석한 김 장관은 "경영계가 우려하는 바와 같이 노란봉투법이 무분별한 교섭, 불법파업에 대한 용인은 절대 아니다"며 "상생의 문화가 기업 성장의 기반이 될 수 있도록 노동계에도 책임 있는 참여를 당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부는 노사와의 대화를 통해 노란봉투법 매뉴얼을 수립해 나갈 예정이다. 김 장관은 7월 29일 노란봉투법 관련 브리핑에서 노란봉투법이 현장에 혼란을 가져올 것이란 우려에 대해 "전문가들의 고견을 구해 어떤 절차들을 규정할 수 있을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준비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후 8월 28일 노동부는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현장지원 TF' 운영 방침을 발표했다. 노동부는 노란봉투법 안착을 위해 ▲노사 면밀한 의견 수렴 ▲원하청 교섭 현장 안착 지원(지방관서별 현장지원단 구성) ▲노사불법행위 신고센터 운영 등의 방침을 세웠다.

김 장관은 "법 시행 이전부터 철저히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답해 법 시행의 예측가능성과 안정성을 높여 노란봉투법 개정 취지가 현장에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며 "이번 노란봉투법 입법을 계기로 원하청 간 대화의 장이 마련된 만큼 참여와 협력의 노사 관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노사 모두 힘써 줄 것"을 당부했다.

임금체불, 법정형 5년으로 상향…"임금체불 사회적 인식 바꿀 것"

김 장관은 임금체불 근절에 대한 입장도 꾸준히 밝혀 왔고 최근 임금체불 범죄에 대한 법정형을 5년으로 상향하는 등 법적인 대책 또한 마련했다.

김 장관은 후보 시절 인사 청문회에서도 "임금체불 양형 기준이 너무 약하다"는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에 "임금체불 범죄의 양형 기준을 강화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임금체불 근절을 위한 TF를 발족해 종합적인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이 취임한 이후 노동부ㆍ기획재정부ㆍ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들이 임금체불 근절을 위한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또한 김 장관은 지난 1일 "구조적으로 체불이 발생할 수 있는 산업구조를 개선하고, 상습적ㆍ악의적 체벌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재발을 방지하고, 체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후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범정부 임금체불 근절 추진 TF'를 개최하고 '임금체불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체불범죄의 법정형을 횡령 등 재산 범죄형량 수준으로 상향(3년 이하→5년 이하 징역)하고 관련 기관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실효적 구형ㆍ양형기준을 설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을 통해 체불임금을 2조 원에서 1조 원으로 감축하고, 체불 청산율을 95%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다.

김 장관은 "임금체불은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는 임금절도이자 심각한 범죄"라며 "노동존중사회로 가는 첫걸음이자 기초노동질서 확립을 위한 초석이 임금체불을 근절하는 일"라고 강조했다.
 
"산재 감축에 직 걸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산업재해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김 장관 또한 산업재해 감축을 여러 번 언급했다. 지난 7월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산업재해 사망사고 등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고, 김 장관은 "직을 걸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지난 1일 "산재 감축에 직을 건다는 이야기는 레토릭이나 즉흥적으로 던진 말이 아니다"며 "대통령이 범정부 대책을 강구하라며 노동안전관계장관대책회의를 만들 정도로 노동부에게 책임 있게 일하라고 지시했는데, 주무장관인 제가 그 뜻을 받들지 못하면 이 자리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국정과제로 제시한 산재사고 사망 만인율(산업재해 사고로 인한 사망자비율)을 OECD 평균인 1만 명당 0.29명으로 줄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산재사고 사망자 비율은 1만 명당 0.39명 수준이다.

김 장관은 산재 감축이 기업의 경쟁력을 살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살려고 나간 일터에서 다치거나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은 국민을 보호해야 할 정부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책무"라며 "산업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이며 노사 공동의 이익이다. 공공 부문부터 산업안전을 중요한 가치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8월 14일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20대 건설사 CEO 간담회에서도 "중대재해 감축은 기업을 옥죄거나 우리 기업을 어렵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이라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고 저의 생각"이라고 했다.

김 장관은 "안전 수칙 위반이나 중대재해 발생 시 다양한 경제적 제재 방식을 정부에서 논의 중"이라며 "이러한 조치들을 단순히 기업 옥죄기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정년 연장 안 하면 사각지대 커져…"사회적 대화할 것"

김 장관은 올해 안으로 정년 연장을 단계적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정년 연장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대화가 수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장관은 "올해 정년연장을 못 하면 1966~1967년생이 정년 연장에서 사각지대에 빠지게 된다"며 "소득 크레바스를 줄여 노인 빈곤을 방지하는 것은 국가적 문제다. 정년 연장이 고령화 문제, 청년고용 문제, 국민연금 개혁과도 직결된 만큼 사회적 대화를 복원해 정년 연장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장관은 "공무원 정년도 당연히 연장해야 한다"고 했다. 공무원 정년은 여전히 60세지만, 공무원 연금 제도는 박근혜 정부 당시 대대적인 개편을 통해 수급 연령이 65세로 늦춰졌다. 정년 연령과 연금 수급 연령 사이 5년의 공백이 '소득 크레바스'다.

정년 연장과 관련한 사회적 대화는 국회에서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1999년 노사정위원회(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탈퇴 이후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3일 중앙위원회를 열고 공식적으로 국회 사회적 대화 참여를 결정했다.

민주노총은 "입법 기구인 국회를 대화의 무대로 삼아 노정 교섭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산별교섭을 제도화하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노동부 장관이 되기 전 인사청문회에서도 정년 연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김 장관은 "정년과 공적연금 지급 시기의 불일치한 문제로 정년연장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장관은 "다만 청년들이 선호하는 대기업, 공공부문 일자리만 정년이 연장되고 실제로 중소기업에선 미스 매칭이 발생하지 않도록 청년들의 요구도 잘 살펴 사회적 대화를 통해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정현 기자 axs@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