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은 4일 오전 서울 중구 금속노조 4층 회의실에서 '한국지엠 구조조정 중단, 미래 발전 전망 제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박정현 기자 axs@)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ㆍ3조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한국지엠이 사업을 철수할 것이란 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노동계가 '한국지엠 철수설'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노동계는 한국지엠이 정부와의 협상을 목적으로 '철수 카드'를 이용하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는 4일 오전 서울 중구 금속노조 4층 회의실에서 '한국지엠 구조조정 중단, 미래 발전 전망 제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는 노란봉투법 입법으로 한국지엠 철수설이 재점화되자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가 직접 철수설을 반박하기 위해 열렸다.
 
노란봉투법으로 한국지엠 철수설이 재점화된 것은 헥터 비자레알 한국지엠 대표가 지난 8월 21일 "본사로부터 한국 사업장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다"며 "강력한 재고를 요청한다"고 발언하면서부터다. 이날 이 자리는 노란봉투법에 대한 기업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고용노동부가 마련한 자리였다.
 
이에 지부는 한국지엠의 철수설이 정부와의 협상을 위한 카드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오민규 한국지엠지부 정책자문위원은 한국지엠의 최근 3년 누적 영업이익이 3조 원이고, 순이익은 4조 원이라고 말했다. 이미 충분히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회사가 철수를 고려할 리 없다는 것이다. 오 자문위원에 따르면 한국지엠의 최근 3년 영업이익은 ▲2766억 원(2022년) ▲1조3506억 원(2023년) ▲1조3572억 원(2024년), 당기순이익은 ▲2101억 원(2022년) ▲1조4996억 원(2023년) ▲2조2077억 원(2024년)이다.
 
오 정책위원은 "한국지엠이 고의적으로 내수 판매를 줄이고 사업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몸집을 축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지엠이 몸집을 축소해 언론이 철수설을 보도하게 만들고 이를 정부와의 협상 카드로 사용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한국지엠의 2대 주주는 산업은행이다.
 
오 정책위원은 "회사는 정부의 보조금이 목적이다. 언론이 철수설을 부추길수록 회사의 몸값은 높아지고 협상력은 늘어난다"며 "회사는 절대 철수하지 않는다. 사업을 점차 축소할 뿐이다. 그러니 회사에게 할 질문은 '철수할 것이냐'가 아니라 '한국 사업을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노란봉투법 입법 이전부터 지부와 회사는 2025년 임금교섭에서 난항을 겪고 있었다. 지부의 요구안과 회사의 제시안 사이의 격차가 커 교섭이 결렬되자 지난달 파업권을 확보한 지부는 8월 19일부터 하루 4시간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지부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순이익의 15% 성과급 지급 ▲통상임금의 500% 수준의 격려금(1인당 2250만 원 수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지부는 회사가 지난 5월 결정한 직영 정비사업소 폐쇄, 유휴부지 매각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기본급 6만300원 인상, 성과급 1600만 원 지급 등을 제시해 지부의 요구안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규백 한국지엠지부 지부장은 "회사는 지난 5월 발표된 직영 정비사업소 단계적 폐쇄, 부평공장 내 유휴부지 매각 등에 대해 '대미 관세 대응을 위한 자구책'이라고 설명했다"며 "관세는 유동적이지만 정비망 축소와 부지 매각은 불가역적인 조치다. 회사는 지부의 교섭 요구에 응하고 함께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창묵 인천지부 GMTCK지회 지회장은 "부평에 있는 연구 인력 1800명을 청라로 옮기겠다고 회사가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회사의 방침은 현실성이 없고 고용 불안을 키우는 조치다. 청라 사무실은 현재 400명이 근무할 수 있는 규모인데 수용 대책이나 부평 부지 활용 방안도 불투명하다"고 주장했다.
 
김용태 대전충북지부 GM부품물류지회 지회장은 "하청업체의 기본급은 월 130~140만 원 수준이며, 2018년부터는 상여금 또한 일방적으로 폐지됐다"며 "회사는 하청업체 뒤에 숨어 연차휴가조차 보장해 주지 않고 있으며, 폭염 대책은 음료수 지급이 전부다. 지부의 정당한 파업 투쟁에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지엠이 결국 단계적 축소를 통해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오 정책위원은 "문제는 철수 여부가 아니라 한국이 독자적인 완성차 설계 및 생산 역량을 유지할 수 있느냐다"라며 "지금부터 정부와 지부가 함께 수출시장 다변화 협상 등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지부장은 현재 교섭 상황과 앞으로의 투쟁 방향을 묻는 취재진에게 "올해 교섭은 임금과 미래 발전 요구가 핵심이었으나, 회사가 일방적으로 직영 정비사업소 폐쇄와 유휴부지 매각 조치를 발표하면서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답했다.
 
안 지부장은 "13~14차례 교섭에도 진전이 없었고, 회사는 본사 승인 없다는 이유로 교섭 요청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국면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임시대의원대회를 소집할 예정이다. 쟁의행위까지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정현 기자 axs@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