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8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노동조합법 2ㆍ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란봉투법이 내년 3월 10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노란봉투법이 가진 모호성으로 인해 현장 혼란이 가중될 거란 비판의 목소리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지금이라도 보완 입법에 나서 혼란을 해소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자리연대는 1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목련실에서 '노란봉투법,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통과 시행을 앞둔 노란봉투법의 파급력을 진단하고, 산업 현장과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현 일자리연대 명예대표)이 좌장을 맡고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발제에 나섰다.
 
먼저 김 교수는 '노동법학자가 본 노란봉투법 평가와 과제'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김 교수는 "개정 노동조합법에 사용자의 정의로 해석되는 '실질적 지배력'은 어떠한 객관적 판단 지표로서의 개념적 내용도 갖추지 못해 추가적인 해석과 개념보충이 필요하고 판단하는 사람에 따라 해석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법률 요건으로 사용되기에는 치명적 결함이 있다"며 "사용자 정의규정은 현행과 같이 개방된 내용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개정 노동조합법에는 실질적 재배력과 관련해 시행령 등에 구체화할 수 있는 수권(授權) 조항이 없어 사용자성 등에 대한 판단기준을 지침 또는 매뉴얼로 예시한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실질적 지배력과 관련해 일일이 법원에서 다투어질 수밖에 없는 법적 불안정성이 더욱 심화될 것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개시와 교섭단위 결정과 관련해 개정 노동조합법에 명확한 규정이 없어 이를 둘러싼 원청과 하청 간 갈등도 심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로 조직된 노동조합은 원청회사 소속 노동조합과 함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지, 사내하청업체가 운영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을 기준으로 하는지에 대해서 해석론상 불명확하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노동쟁의 대상 확대와 관련해서는 "개정 노동조합법은 사법적 판단에 관한 사항을 노동쟁의에 포함하면서도 사법적 판단이 병행됐을 때 우선순위나 효력에 대한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않고 있어 노사 갈등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있다"며 "후속 입법을 통해 노동쟁의의 개념을 더욱 명확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노동쟁의 범위를 확대할 경우 사용자에 대한 대등성 확보, 대항 수단 인정 방안을 마련해 노사 대등성 원칙과 협약자치 질서가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해배상청구 제한과 관련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 교수는 "쟁의행위는 집단적인 형태로 실행되는 특징이 있어 불법행위에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가담한 조합원이나 노동조합 간부의 책임을 귀책사유나 기여도 등에 따라 개별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위법한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부진정연대책임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사용자의 재산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 될 수 있어 위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노동조합법 개정안의 책임 개별화 규정은 우리나라 쟁의행위의 실태에 부합하지 않아 공동불법행위 체계에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어 박 교수가 '노동경제학자가 본 노란봉투법 평가와 과제' 주제발표에 나섰다.
 
박 교수는 "노란봉투법은 추상적 법원의 재량을 확대함으로써 법이 지향해야하는 규범력을 약화시켜 사회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사용자 인정범위 확대, 노동쟁의 대상 확대, 손해배상책임 제한 등 노동조합법에 대한 추상성과 불명확성으로 인해 기업의 경영악화와 투자위축, 외국인 투자 축소, 노조의 단체행동 등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법이 당사자 간 분쟁을 사전적으로 조정하기보다 불필요한 노사 분쟁을 촉발하고 노사관계를 극도로 정치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기업 활동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토론자로는 제정남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정책2본부 국장, 김홍성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관계법제팀장, 이명호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 이승길 이승길 전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일자리연대 정책위원장)가 참석했다.
 
이 전 교수는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개념 확대,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제한 등은 '노동조합법 체계상의 미비'로 인해 노사 간 법적 분쟁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며 "사용자의 범위와 노동쟁의 개념, 대체근로허용,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완화, 사업장 점거금지, 교섭창구단일화 등에 대한 보완입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개정 법규에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가 누구인지, 노동쟁의 대상이 되는 사업경영상 결정이 어디까지 해당하는지, 교섭창구 단일화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든 것이 불분명하다"며 "정부의 지침이나 매뉴얼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법 개정을 통해 사용자 범위, 노동쟁의 개념, 교섭절차 등을 구체화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본부장은 "사용자 범위 확대로 인해 하청 노조가 원청기업을 상대로 단체교섭, 쟁의행위가 가능해져 노조가 있는 중소기업은 원청의 거래단절에 따른 폐업 여부를 걱정해야 할 판"이라며 "개정 노동조합법은 기업 현장 및 근로자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만큼 보완 입법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제 국장은 "개정 노동조합법은 다단계 하청구조를 만들어온 기업들의 경영방식으로 발생한 불법파견 논란, 그리고 특수고용ㆍ플랫폼노동 등 새로운 도급형태의 노동이 늘어난 데에 따른 필연적 결과로 볼 수 있다"며 "실질적 사용자 개념 도입은 권한 없는 상대와의 무의미한 교섭이 아닌, 실제 결정권자를 상대로 한 교섭을 가능하게 해 이들의 단체교섭권을 실질적으로 복원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제 국장은 "개정 노동조합법은 노동시장의 불평등 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기초공사에 해당하고 노사관계의 낡은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역사적 기회이기도 하다"며 "이 법의 성공 여부는 법조문의 힘이 아니라 이를 운영해 나갈 노사, 정부, 전문가 모두의 지혜와 책임 있는 실천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