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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5-10-15 17:58:50

    수정 : 2025-10-15 18:05:33

태안석탄 1호기 근로자 전원 재배치…정의로운 전환에 ‘지역 상생’ 빠졌다

2025-10-15 17:58:50



정부 ‘큰 그림’ 빠진 채 임시방편만…“실질적인 대책 미흡” 지적 나와
[2025년 11월호 vo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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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남 태안군 석탄가스화복합화력발전소 (사진=뉴시스)
     
    올해 12월 문을 닫는 충남 태안군 태안석탄화력발전 1호기(태안석탄 1호기) 근로자 129명이 전원 타 사업장으로 재배치된다. 정부는 이를 '정의로운 전환'의 첫 사례로 내세웠지만, 일각에서는 '임시방편'이라며 고용 안정과 지역 상생이 모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로운 전환은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근로자와 지역, 산업의 권리를 보호하고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개념이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조치가 실제로 그 취지를 충족하는 조치였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태안석탄 1호기 가동 종료…'고용 전환'
     
    지난 10일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에 따르면 정부와 서부발전은 최근 태안석탄 1호기 근로자 129명을 전원 타 사업장에 재배치하는 계획을 확정했다. 태안석탄 1호기는 올해 12월 가동이 종료될 예정이다.
     
    태안석탄 1호기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129명 중 서부발전 본사 소속 65명은 경상북도 구미 천연가스(LNG) 발전소에 배치된다. 또한 한전KPS, 금화PSC, 한전산업개발 등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64명은 태안 내 다른 석탄 발전소로 옮긴다.
     
    정부는 올해 2월 수립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국내 전체 발전량의 약 30%를 차지하는 61기의 석탄발전소 중 37기를 2038년까지 폐지할 계획이고, 태안석탄 1호기는 그 출발점이다. 이재명 정부는 여기에 더해 2040년까지 모든 석탄 발전소를 폐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탈석탄 정책에 따른 2만여 명의 석탄 발전소 근로자의 고용 불안과 지역 경제 침체 문제 해소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양대 노총과 지자체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내년 중으로 전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할 예정이다. 목표는 '정의로운 전환'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충남 태안 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를 찾아 "태안석탄 1호기 폐지는 기후위기에 대응한 녹색 대전환의 신호탄"이라며 "정의로운 전환을 통해 일자리도 반드시 지키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국민께 알리는 첫 걸음이 되도록 하겠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 산업재해를 철저히 예방하겠다"고 말했다.
     
    노동계 "진정한 정의로운 전환은 직접고용"
     
    노동계는 정부가 태안석탄 1호기 폐지에 따른 인력 재배치가 정의로운 전환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내년부터 폐쇄되는 발전소는 인력 재배치 계획이 없을 뿐만 아니라 직접고용 없이는 고용 불안을 해소할 수 없어 정의로운 전환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지난 10일 성명을 통해 "태안은 물론이고 폐쇄될 발전소 대부분이 결원인력과 정년퇴직자 재계약을 통해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며 "석탄 발전소는 폐쇄를 핑계로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폐쇄되는 발전소는 인력 대배치를 위한 대책이 없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책위는 "발전소의 반복되는 사고 원인은 원하청이라는 위계화된 구조와 발전소 폐쇄라는 국면"이라며 "발전 공기업의 직접고용이라는 분명한 해결책이 있다. 다른 길로 돌아가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의 경우 전환 배치 대상에서 제외돼 해고됐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발전비정규직연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석탄 발전소 폐쇄에 따라 601명의 정규직은 전환 배치가 이루어졌지만 협력업체 근로자는 888명 중 73명이 해고됐다.
     
    태안 석탄 발전소에서 협력업체 소속으로 23년간 근무했던 이태성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 지부장은 "모든 석탄 발전소는 폐쇄를 앞두고 최소한의 인력만 유지하고 있다. 거기에 정년퇴직한 근로자를 계약직으로 고용했다가 정규직이 오면 해고하는 등 치킨게임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번 고용 전환 발표도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다시 석탄 발전소에 배치된 만큼 근로자들의 고용 불안이 제대로 해소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본사 소속 근로자들만 LNG 발전소에 배치되고 협력업체들은 다시 석탄 발전소로 가게 됐다"며 "8000여 명의 발전소 비정규직들이 공공재생에너지로 업무를 전환할 수 있도록 공기업과 정부가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로운 전환에 지역 상생 빠졌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정의로운 전환이라고 자신하는 이번 정책에 '지역사회 상생'이 빠진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태안 석탄 발전소는 올해 12월 1호기를 시작으로, 2026년 12월에는 2호기, 2028년 12월에는 4호기 등 차례로 폐지되고 2037년 12월에는 7ㆍ8호기까지 가동이 중지될 예정이다. 이때마다 화력발전소의 근로자를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할 경우 지역사회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현우 탈성장과 대안연구소 소장은 "이번 정부 대책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지역사회 전환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라며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서는 근로자와 지역사회가 동의할 수 있는 대안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안에 대한 대화가 없었으니 근로자들은 불안하고, 지방 의회는 불만이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정의로운 전환을 하는 과정에서 '해상 풍력'이 주요 에너지로 쓰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석탄발전소 폐지 이후의 대체 산업과 고용 구조를 종합적으로 설계할 때 해상 풍력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실제로 새로운 일자리에 안착할 수 있도록 기술훈련과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정부가 태안, 보령에 해상 풍력 단지를 조성하고 고용을 늘리겠다는 식의 큰 그림을 만들고 그에 뒤따르는 디테일이 있어야 한다"며 "단지를 조성하는 동안 직무가 바뀌는 근로자들을 위해 기술 훈련을 시키는 프로그램 등이 구성돼 있어야 한다. 큰 그림과 디테일이 함께 있어야 진정한 정의로운 전환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봤다.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은 "정부는 탈석탄 정책을 시행하면서 LNG 발전소를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석탄 발전소에서 LNG 발전소로 옮기면 고용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재생에너지 가운데 특히 해상풍력은 석탄보다 고용 규모가 크기 때문에, 정부가 장기적 교육훈련을 통해 해상 풍력 전환을 지원해야 한다. 적어도 2년 이상의 교육기간을 전제로 한 단계적 전환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그런 계획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이번 정부 발표가 1차 협력업체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점도 지적됐다. 2차 협력업체의 경우 단기 계약 형태로 고용되고 있어 이번 고용 전환 이전에 태안석탄 1호기 폐쇄에 따라 계약이 만료돼 사실상 해고됐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지금의 정부 대책은 사실상 1차 협력업체만을 상정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 발전소 폐쇄가 끝이 아니라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석탄 발전소는 계속 폐쇄될 방침이다. 정부 정책이 없을 경우 2차 협력업체는 계속 사각지대로 남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정현 기자 axs@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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