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 보고를 했다. (사진=뉴시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부 노동안전 종합대책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기업 책임 강화와 함께 근로자의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산재 사각지대 '여전'…추가 대책 마련해야
 
국회 환노위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를 열었다. 이날 국정 감사에서는 앞서 노동부가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 사각지대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노동부는 지난달 15일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노동부는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에 대해 영업이익의 최대 5%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공공 입찰 참여를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의 작업 중지 명령 요건도 확대했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소기업에 대한 추가적인 대책 마련을 지적했다. 박정 의원은 "산재가 상시 50인 미만 사업장에 집중되고 있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대책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산업단지 독립 중소기업에 대한 대책이 가장 부족하다고 본다. 하청업체들은 원청의 감독이라도 받지만 독립 중소기업은 대책이 없는 무방비 상태"라며 "노동부가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보호 강화 주장도 나왔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14개 직종만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며 "정부가 산업안전보건법 확대 적용을 말했는데 빠른 시일 내에 제도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연말까지 연구용역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며 "빠른 시일 내 확대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업안전보건법 사각지대에서 방치되는 기계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 인증 대상 기계가 아닌 경우에도 산재가 발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기업 자율 점검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노동부에서 점검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홍배 의원은 근로자를 조기 퇴원시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을 피하기 위한 기업의 꼼수를 막기 위해 중상해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동일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발생 ▲동일 유해 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하는 경우 중대산업재해로 규정해 처벌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지난달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현대중공업 중대재해 은폐 의혹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중대재해로 인정되는 6개월에서 5일 이른 시점에 재해자를 조기퇴원 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홍배 의원은 "중대재해처벌법이 6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부상이라고 규정하고 있어 기업들이 처벌을 피하려고 피해자의 조기 퇴원을 종용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중대산업재해만이 아닌 중상해죄를 도입해 피해자들을 집계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지적에 공감한다"며 "중대재해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중대산업재해로 가기 전부터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왜 사기업만 잡나"…근로자ㆍ공기업 책임 강화 지적도
 
노동안전 종합대책이 지나치게 사기업 처벌에만 집중돼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대책은 지나치게 기업 처벌에만 집중돼 있다"며 "기업에 대한 처벌만으로는 산재 감축 효과가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재를 줄일 수 있는 주요 주체는 근로자"라며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근로자의 의무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이번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수립하면서 노사의 이야기를 모두 들었다"며 "노동자가 안전모를 미착용하는 경우 처벌 대상이 되고 취업규칙을 통해 제재가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우 의원은 취업규칙을 통한 제재를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우 의원은 "노동부의 표준 취업규칙에는 근로자가 안전 조치를 미이행했을 때 제재를 하는 내용이 없다"며 "표준 취업규칙에 이 내용을 넣으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돼 노조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해 하청 근로자의 중대재해에 대해서도 원청 경영책임자가 처벌받는다"며 "원청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은 지우면서 하청 근로자에게 안전 조치 준수를 요구할 수 없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 장관은 "노동자 개인의 부주의와 안전 조치 미준수에 대해 제재가 필요하다면 노사정이 함께 논의해 보겠다"며 "필요하다면 노동부가 나서서 감독해 사법처리 할 것"이라고 했다.
 
사기업뿐만 아니라 공기업에도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은 "산재가 발생한 사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강하게 제재하겠다고 밝혔지만 공기업에 대해서는 제재가 부족하다"며 "산재 피해자는 민간에만 있지 않다. 공공부문에서 일어나는 산재에 대해서도 제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기업 산재 피해자에 대한 위로금 확대부터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 의원은 "최다 산재 발생 기업은 한국전력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로 모두 공기업"이라며 "국가가 공기업 산재 피해자 유가족에 대한 위로금부터 높여서 유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노동안전대책에 산재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지원 대책은 없다"며 "사기업 제재만을 말할 것이 아니라 산재가 많이 발생하는 공기업과 피해자들에 대한 대책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 장관은 "공공부문도 위로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공공부문 산재 감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처벌만이 아닌 예방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 명확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 의원은 "근로감독관을 증원한다고 하는데 증원 인력을 수사에만 투입해서는 안 된다"며 "증원 인력을 예방에 어떻게 투입할 것인지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헌 기자 jh59@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