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취업 사기 혐의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지난 21일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지방법원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사진=뉴시스)
 
캄보디아 취업 사기 사건으로 허위 취업 공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문제 해결을 위해 추가적인 제도 마련과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취업 사기 피해 시 근로기준법이 노동위원회에 손해배상을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사실상 사문화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허위 공고' 보고 캄보디아행…노동부, "단속 강화"
 
지난 8월 취업을 위해 캄보디아로 출국한 20대 대학생이 납치, 감금, 가혹행위로 사망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캄보디아 취업 사기 범죄는 주로 '고수익 해외 일자리' 허위 채용 공고를 통해 캄보디아 범죄단지로 오도록 유도한 뒤 일어났다.
 
이에 지난 21일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고용노동부가 허위 취업 공고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은 "노동부가 캄보디아 취업 사기 공고를 제대로 차단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했다"며 "고용정보원의 모니터링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민간 플랫폼과 협조해 허위 취업 공고 차단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며 "채용절차 관리ㆍ감독 체계를 전면 개편할 것"이라고 답했다.
 
노동부는 국정감사 다음날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안전한 채용 환경 조성을 위한 채용 플랫폼 간담회'를 열고 허위 취업 공고 차단을 위한 민관 합동 모니터링 체계 구축에 대해 논의했다.
 
권창준 노동부 차관은 "검증되지 않은 구인 정보는 청년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며 "민관 공동의 허위 채용 공고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대 '징역 7년'…개인정보 노린 공고도 '처벌'
 
허위 채용 공고를 한 경우 채용절차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다만 상시 30인 이상 사업장에만 법이 적용된다.
 
허위 공고자가 근로자 공급 사업자인 경우 처벌 수위가 높아진다. 만일 근로자 공급 사업자가 최근 캄보디아 사건처럼 폭행ㆍ감금 등 지원자의 정신ㆍ신체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방법으로 근로자 모집한 경우 직업안정법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송연창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직업안정법의 처벌 수위가 더 높지만 근로자 공급 사업자인 경우에만 적용된다"며 "일반적인 허위 공고 사건의 경우 채용절차법상 형사 처벌, 과태료를 받는 경우가 다수"라고 했다.
 
채용절차법과 직업안정법 위반 외에 형법상 사기, 강요, 부당이득죄도 적용될 수 있다. 송 변호사는 "허위 취업 과정에서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하거나, 구직자를 속여 재산상 이익을 얻는 경우 형법상 범죄도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허위 구인 광고가 온라인을 통해 이루어지거나 허위 공고를 통해 얻은 개인정보를 유출할 경우 정보통신망법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도 성립한다. 조윤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온라인 허위 공고를 통해 구직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유출하면 정보통신망법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도 해당된다"며 "개인정보를 영리 목적으로 제3자에게 제공 시 10년 이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고 했다.
 
직업안정법이 규정하는 '허위 채용 공고'는 이번 캄보디아 사건처럼 구직자를 범죄에 이용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직업안정법은 공고의 주요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경우 허위 채용 공고로 보고 있다.
 
조 변호사는 "공고상 근로조건이 실제와 현저히 다르고 이것이 공고의 중요 내용에 해당할 경우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최저임금을 보장한다고 공고를 했으나 기본 급여가 없는 순수 영업직인 경우, 대기업 계열사라고 공고를 했지만 실제로는 하청업체인 경우 등 공고의 중요 내용이 다른 것으로 판단돼 처벌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용뿐 아니라 채용 공고 당시부터 채용 의사가 전혀 없음에도 단순히 사람을 유인하거나 개인정보를 취득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고를 한 경우에도 처벌될 수 있다"고 말했다.
 
피해 시 빨리 '노동청ㆍ금융기관' 신고해야…"노동위 역할도 필요"
 
그렇다면 허위 취업 공고에 속아 임금 체불, 사기 등의 피해를 당한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선 관련 기관에 빠르게 신고할 필요가 있다.
 
공고상 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하며 체불하거나 의사에 반하는 근로를 강요하는 경우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용노동청에 신고해야 한다. 송 변호사는 "임금체불과 강제노동은 근로기준법이 금지하고 있는 행위"라며 "고용노동청 소관 사무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유출에 의한 2차 피해가 우려 시 한국신용정보원과 금융기관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조 변호사는 "개인정보를 이용한 추가 범죄가 의심되는 경우 2차 피해를 대비하기 위해 한국신용정보원에서 제공하는 본인 신용 정보 열람 서비스를 통해 신용 변동 사항을 즉각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며 "은행 정보 등을 제공한 경우 즉시 금융기관에 연락해 상황을 설명하고 거래를 중단 또는 취소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일 업무 도구를 강매한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송 변호사는 "강매한 업무 도구가 자사의 상품이었다면 공정거래법상 불공정행위 중 하나인 사원 판매에 해당할 수 있어 공정위 소관 사무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취업 사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동위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근로계약서상 근로조건이 사실과 다른 취업 사기 피해를 입은 경우 근로기준법은 노동위에 손해배상을 신청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 그러나 실무상 이 조항은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다.
 
송 변호사는 "근로계약서상의 내용이 실제와 다를 경우 근로기준법이 노동위에 손해배상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실무적으로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다"며 "법의 취지를 살려서 노동위가 피해 근로자의 손해 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채용절차법 홍보 강화도 피해 근로자 구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송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채용절차법이 취업 사기 문제를 해결하는데 미흡한 법 규정이 아니"라며 "문제는 구직자들이 채용절차법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고, 취업 사기와 관련된 것인지도 모른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채용절차법과 취업 사기 피해 시 신고 절차, 구제 수단에 대한 홍보를 강화한다면 피해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고 절차의 간편화도 필요한 제도로 꼽힌다. 조 변호사는 "청년들이 채용 플랫폼이 아닌 SNS 등을 통해서도 허위 취업 공고를 많이 접한다"며 "허위 취업 공고로 의심되는 게시물에 대해서는 간편한 신고 절차를 마련하는 방법도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해외취업 공고의 안정성을 사전에 점검할 수 있는 정책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조 변호사는 "허위 국내 취업 공고도 문제지만 허위 해외 취업 공고는 이번 캄보디아 사건처럼 인신매매, 불법 감금 등 심각한 범죄와 연관될 우려가 있다"며 "허위가 의심되는 공고에 대해 공고 기업의 정보와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채용 플랫폼을 마련하는 등 해외취업 일자리의 안정성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재헌 기자 jh59@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