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노동법혁신연구회와 공감ㆍ공영ㆍ미래를 위한 노동선진화 연구 포럼은 전날 오후 서울 중구 상연재 별관에서 '노란경영, 기업 살릴 방법은? 노란봉투법에 대응한 생존 전략' 토론회를 개최했다. (박정현 기자 axs@)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ㆍ3조 개정안)과 상법 개정이 동시에 시행될 경우, 기업 활동 전반에 '불확실성의 그림자'가 짙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의 투자와 노사 관계, 법적 안정성이 동시에 흔들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노동법혁신연구회와 공감ㆍ공영ㆍ미래를 위한 노동선진화 연구 포럼은 전날 오후 서울 중구 상연재 별관에서 '노란경영, 기업 살릴 방법은? 노란봉투법에 대응한 생존 전략' 토론회를 개최했다.
 
"노동 규제ㆍ경제정책, 따로 움직여선 안 돼"
 
기조발제를 맡은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 하락과 노동시장 경직을 지적하며, 노란봉투법 입법으로 인해 법과 경제의 불균형이 한국 기업의 체력을 더욱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 교수는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부터 짚었다. 조 교수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05년 이후 매년 0.2%포인트씩 하락하고 있다"며 "한국은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더욱 빠른 속도로 잠재 성장률이 추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현재 한국 경제의 상황을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동시에 밟는 경제'로 묘사했다. 기업의 경영권 규제(상법)와 노동 규제(노동조합법)가 한꺼번에 강화되면서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저출생, 주4.5일제 논의, 노란봉투법 제정 등 노동시장 경직 요인이 누적되면서 구조 개혁이 어려워졌다"며 "노동 법제를 사회법으로만 접근하면 경제 회복은 어렵다. 경제와 사회를 분리된 방정식으로 풀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해외 투자 환경에서도 부정적 신호가 감지된다고 봤다. 조 교수는 "주한 유럽상공회의소(ECCK)조차 이번 개정에 대해 '유럽조차 이렇게 강한 원하청 교섭 의무를 두지 않는다'고 봤다. CSDDD(공급망 실사법)를 운영하는 유럽조차 노란봉투법을 '지나치다'고 말한다"며 "법을 넘어서 제도 자체가 투자 리스크로 인식되는 단계에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노란봉투법 시행 후 '노사 카오스'를 전망했다. 조 교수는 "노사 모두 법원만 바라보고 있으니 향후 5년간 현장은 조용할 것"이라며 "하지만 5~10년 사이에 법리가 정리되고 나면 카오스 상태가 고정화돼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 규정 하나 바꿨지만…노동법 전반 '흔들'
 
주제 발제를 맡은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란봉투법이 법률 체계 전반에 불안정성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번 노동조합법 개정은 단순히 조문 몇 개를 바꾼 게 아니라, 법의 뼈대를 흔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특히 '실질적 지배력' 개념의 모호성을 문제 삼았다. 노란봉투법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자'라는 문구가 법률 요건으로는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지금으로서는 노동위원회 일부 판정과 하급심 판결만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것이 확립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침과 매뉴얼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김 교수는 해당 정책의 실효성이 낮아 법원 분쟁이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침과 매뉴얼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노사 어느 쪽도 따를 이유가 없기 때문에 결국 모든 분쟁이 법원으로 갈 것"이라고 봤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도 혼란의 핵심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어떻게 거쳐야 하는지 현행 노동조합법과 시행령에서는 답을 찾을 수 없다. 노동계에서는 개별 자율 교섭하자고 얘기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수백 개의 단체교섭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며 "해석론적으로 원청과 하청 모두 원청 회사 소속 노조이기 때문에 교섭창구 단일화를 거쳐야 한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또한 노동쟁의의 범위를 확대한 조항에 우려를 나타냈다. 김 교수는 "사법적 판단이 필요한 권리 분쟁까지 교섭 대상이 되면 쟁의행위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며 "법률의 불명확성이 노사 모두에게 부담"이라고 봤다.
 
김 교수는 두 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사실 노란봉투법 입법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다른 해법을 제시하자면 실질적 지배력의 판단기준을 시행령 수준에서라도 명문화하고, 노동쟁의의 범위를 넓히더라도 교섭ㆍ쟁의 대상은 종전의 '이익분쟁'으로 한정해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6개월의 시간을 활용해 정밀한 보완입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현 기자 axs@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