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노동대학원이 24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백주년기념관에서 '고려대 120주년, 노동대학원 30주년, 노동문제연구소 60주년 기념 국제 학술대회'를 열었다. (이재헌 기자 jh59@)
 
노동조합법 2ㆍ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사회적 대화가 앞으로는 초기업 교섭과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성공적인 사회적 대화와 초기업 교섭을 위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역할 개편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 노동대학원은 24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백주년기념관에서 '고려대 120주년, 노동대학원 30주년, 노동문제연구소 60주년 기념 국제 학술대회'를 열었다.
 
사회적 대화, '초기업 교섭'과 병행돼야…'지역 대화'도 필요
 
전문가들은 지난 8월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사회적 대화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성국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에는 사회적 대화와 초기업 교섭이 병행될 확률이 높다"며 "사회적 대화와 초기업 교섭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병행하고 공존시킬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대화와 초기업 교섭을 어떻게 병행할지에 대해서는 유럽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유럽은 크게 두 가지 조정 방식을 사용한다. 명시적 조정과 암묵적 조정이다. 벨기에, 핀란드는 중앙 단위의 사회적 대화 후 업종ㆍ기업 수준에서 보충적 교섭을 하는 명시적 조정 방식을 사용한다.
 
반면 독일과 프랑스는 제조업 산별 노사의 교섭 결과를 기본 틀로 해서 다른 산별 노사도 교섭을 하는 암묵적 조정을 한다.
 
박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업종별 노사관계의 특징을 고려해 비정규직ㆍ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많은 산업은 명시적 조정, 정규직 중심인 경우 암묵적 조정을 벤치마킹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앙 단위 사회적 대화와 함께 지역 단위 사회적 대화도 활성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채준호 전북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앙 단위의 사회적 대화는 관심을 받지만 지역 단위 사회적 대화는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는 상태"라며 "지역 차원의 사회적 대화가 활성화돼야 미조직 근로자 보호, 일자리 개선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는 것이 필요하지만 과거 정부들은 이를 성공적으로 해내지 못했다"며 "지역 단위의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할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공부문의 경우 지방 공공기관 노정 협의기구 설치도 제안된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방 공공기관은 노조 조직률이 부족한 편이어서 노조를 통한 당사자 목소리 반영이 약한 편"이라며 "지방 공공기관 노정 협의기구를 구성해 노정교섭을 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종선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우리나라의 기업별 교섭 체계가 산업별 교섭 체계로 개편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며 "공공부문부터 다양한 산별 교섭 지원 방안을 마련해 공공부문에서부터 이루어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사노위만으로는 안 돼…국회와 역할 나눠야
 
전문가들은 사회적 대화가 경사노위만을 통해서 이루어질 필요는 없다고 봤다. 박 연구위원은 "경사노위에 사회적 대화 의제 설정, 공감대 형성, 합의 이행 점검 기능이 모두 있어 기능이 너무 집중된 측면이 있다"며 "경사노위와 국회 사회적 대화 기구의 역할 분담을 통해 경사노위의 과잉 정치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근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도 "경사노위 산하에 업종별 위원회가 있어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으면 업종별 사회적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경사노위만으로 사회적 대화를 이끌어 나가서는 안된다"고 했다.
 
경사노위가 사회적 대화를 독점하는 것이 아닌,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채 교수는 "경사노위가 사회적 대화의 촉진자, 지원자 역할을 수행하고, 중층적 사회적 대화를 지원할 수 있는 허브가 돼야 한다"며 "경사노위가 아니더라도 사회적 대화 지원을 위한 전담 기구 설치를 검토하고 국무총리실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새로운 사회적 대화 기구로 떠오른 국회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경사노위 사회적 대화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지난 15일 국회 사회적 대화 기구에는 참여했다.
 
박한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처장은 "국회 사회적 대화에는 민주노총도 참여하고 있지만 아직 제도가 완비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국회 사회적 대화의 법적 근거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헌 기자 jh59@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