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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5-10-24 20:38:00

    수정 : 2025-10-24 20:44:55

“국정과제 ‘일터 권리보장 기본법’ 가시화 단계 진입해”

2025-10-24 20:38:00



산업안전ㆍ정년 연장ㆍ일터 기본법…노동 현안에 구조개편 목소리
[2025년 11월호 vo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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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대 노동대학원은 24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백주년기념관에서 '고려대 120주년, 노동대학원 30주년, 노동문제연구소 60주년 기념 국제 학술대회'를 열었다. (박정현 기자 axs@)
     
    산업재해 예방, 정년 연장, 일터 권리보장 기본법이 한국 사회가 직면한 핵심 노동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행 제도가 급변하는 노동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근본적인 제도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노동대학원은 24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백주년기념관에서 '고려대 120주년, 노동대학원 30주년, 노동문제연구소 60주년 기념 국제 학술대회'를 열었다.
     
    산업재해ㆍ정년 연장ㆍ일터 기본법…노동 현안의 세 축
     
    유성규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역대 정부들이 산재 예방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지만 효과는 미미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구조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 교수는 "한국의 산재 사고 사망 만인율은 영국의 13배, 일본의 3.3배, 독일의 3.5배 수준인데 수년 째 줄지 않고 있다"며 "하청 근로자, 이주 노동자, 고령 근로자 등 취약 계층 근로자에게 피해가 집중되는 양극화 구조"라고 지적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이 고용형태가 다변화된 현 시점에 맞지 않는 법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유 교수는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1981년 제정 당시의 직접 고용 중심의 구조를 전제로 만들어졌다"며 "따라서 오늘날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플랫폼 종사자를 제대로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며 "법령의 틀 자체가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산재 예방을 위한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유 교수는 "산업안전감독관 1명이 연간 3600개 사업장을 관리한다. 현 체계로는 감독 기능이 사실상 작동하기 어렵다"며 "근로감독관 직렬 분리, 별도 인사 체계 구축, 교육 훈련 시스템 정비 등을 통해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유 교수는 "산재에 취약한 노동자들의 특수성을 고려한 정교한 법제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또한 노동자가 산업안전의 객체가 아니라 주체로 서야 한다. 노동자에게 알 권리, 참여할 권리, 피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희 L-ESG 평가연구원 원장은 정년 연장이 단순한 연령 조정을 위한 조치가 아니라 피할 수 없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연금 제도와 고용제도의 불일치를 해소하지 않으면 소득 단절과 불평등이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국민연금 수급 시기와 법정 정년 시기가 불일치해 발생하는 소득 크레바스 문제를 짚었다. 김 원장은 "2033년부터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65세로 늦춰지지만 법정 정년은 60세로 묶여 있다"며 "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정년이 불일치 하는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이 불일치를 해소하지 않으면 소득 공백이 확대되고 불평등이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년 연장이 특정 근로자의 특권으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원장은 "한국에서 정년 제도를 가지고 있는 기업은 30%인데, 50인 이상 사업장은 정년 제도를 80% 이상 가지고 있다"며 "보편적 법제화를 통해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년 연장과 청년 실업이 충돌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동일한 직무가 아니기 때문에 별개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일반적으로 논쟁이 많지만 정년 연장의 대상이 되는 고령자와 청년 실업의 대상이 되는 청년은 동일한 직무가 아니다"라며 "고령자가 가는 직무와 고용의 질을 따졌을 때 대체 관계라고 얘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법 체계가 여전히 전통적 근로자 개념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하며 변화한 일터 현실을 반영한 '일하는 사람' 중심의 '일터 권리보장 기본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박 교수는 "일터 권리보장 기본법은 1990년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 논의부터 이어져 온 20년 넘는 법제 논의의 집약판"이라며 "이재명 정부가 정부 노동 입법 1호로 추진하는 이유도 그만큼 시대적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노동법은 지금까지 종속적 임금근로자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지만, 오늘날 플랫폼 종사자나 프리랜서 등 다양한 고용형태가 늘어나면서 기존의 틀로는 보호가 어렵다"며 "이제는 일하는 사람 전체를 포괄하는 새로운 법적 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교수는 "최근 21대, 22대 국회에서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 또는 '일터 권리보장 기본법'이라는 이름으로 다수의 법안이 발의됐다"며 "기본법은 국가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추진하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새 정부, 일터 권리보장 기본법 가시권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이 노동 의제를 의식하고 있다며 경제 정책과 지지율이 뒷받침된다면 노동 정책 또한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 대통령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노동안전 의제와 일터 권리보장 기본법은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대통령이 첫 국무회의에서 산업안전에 대해 범부처 종합 대책을 직접 주문했고, 매 회의마다 노동 안전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며 "경제 정책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고 지지율이 40% 정도를 유지한다면 노동 정책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일터 안전을 지키기 위해 내세운 공약들이 포괄임금제 금지, 연차 휴가 개선 등이다"며 "다만 어느 하나 쉬운 게 없고 입법이 동반돼야 하는 문제다. 어느 하나 만만한 게 없다. 정년 연장,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ㆍ3조 개정안), 주4.5일제 등에 가려졌지만 2028년 총선 전에 부각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일터 권리보장 기본법은 이듬해 5월 1일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노동계와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고, 사회적 대화에도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정 교수는 "정년 연장은 2040년에 한다는 전망이 나와 노동계에서 충격이 있었다"며 "임금에 대해서는 협의가 되지만 저성과자 문제가 협의되지 않고 있다. 이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노조가 없는 사업장의 경우 근로자 대표와 협의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은 사업장이 많다. 근로기준법 개정도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봤다.

    박정현 기자 axs@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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