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법학회ㆍ노동법이론실무학회ㆍ서울대노동법연구회ㆍ한국비교노동법학회ㆍ한국사회법학회는 2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제1회 전국노동법학자대회'를 개최했다. (이동희 기자 dhlee@)
 
한국노동법학회, 서울대학교노동법연구회, 한국비교노동법학회, 한국사회법학회, 노동법이론실무학회 등 노동법 주요 학회가 한자리에 모이는 학술잔치가 열렸다.
 
5개 학회는 2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제1회 전국노동법학자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대회는 한국 노동법학 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자리로, 5개 학회가 함께 모여 학술대회를 개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대회에서 임종률 교수는 '격동기 노동법의 발전과 노동법 학자로서의 경험'을 주제로 기조 발제를 맡았다. 이어 임종률 교수를 포함한 김소영 교수, 박종희 교수, 이광택 교수, 이철수 교수, 하경효 교수 등 원로 교수들과 함께하는 원로 대담이 이어졌다. 원로 대담에선 원로 교수들의 회고를 통해 노동법의 발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원로 교수들은 지난 시간 한국 노동법이 크게 발전했다는 점에 크게 공감하면서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체계가 도입되면서 노동법 학자가 줄어든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임종률 교수는 "노동법이 강좌 수도 줄어들고 노동법 교수도 줄어드는 현상이 법학전문대학원이 생기면서 만들어진 현상 같은데,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재기의 기회가 마련됐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이광택 교수도 "로스쿨 때문으로 보이는데, 국제적으로 한국의 위상이 전부 다 올라가고 있는 것에 비해 노동법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것에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경효 교수는 "1987년 정치적 민주화 이후에 노동법 판례가 축적되면서 노동법 연구 인력, 저변 확대돼 노동법이 엄청나게 짧은 기간에 활성화됐는데, 로스쿨 체계가 되면서 노동법이 위축된 것 같다"며 "공통 과제로서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한국 노동법과 노동법학자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제시했다. 김소영 교수는 "노동법은 정치적ㆍ사회적ㆍ경제적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특히 우리 노동법의 경우에는 매번 정권 교체에 따른 일관성 결여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을 한다"며 "노동법은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이 요구되고, 새로운 전환 시대를 맞이해 노동법 학자들의 연대와 협력이 굉장히 중요하다" 강조했다.
 
이어 이날 대회 참석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도 이어졌다. 한 참석자는 내년 3월 10일 시행을 앞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ㆍ3조 개정안)에 대한 원로 교수들의 생각을 물었다.
 
이철수 교수는 "과거 노사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입법을 할 땐 노사정이 입법안을 토의하고 물어보고 재조정하는 절차를 거쳤고,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해 공익위원안이 나오더라도 논의 과정은 꼭 거쳤다"며 "그 이유는 정제된 논의가 입법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과 소명감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노란봉투법 개정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셈이다.
 
또 다른 참석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는 판례가 늘어나면서 법원의 판단기준이 과거보다 첨예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짚으면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현 상황에 대한 원로 교수들의 견해를 물었다.
 
박종희 교수는 "판례 공부를 할 때 이제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은 우리 실정법을 도외시하는 것"이라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정의는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이고, 여기에 판례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지위에서'라는 문언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 판결이 정의 규정엔 없는 종속성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판단기준을 제시하는 것에 대해서 우리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며 "법률에 근거를 가지고 문언적 해석에서 출발해 나간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이면서 판례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