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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5-10-29 19:10:10

    수정 : 2025-10-29 19:16:40

“노란봉투법 ‘교섭의제 임의 규율’ 거부” 외친 노동계…현실성은?

2025-10-29 19:10:10



노동계 “교섭창구 단일화 폐지” 주장도
[2025년 11월호 vo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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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공공운수노조)는 전날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사용자성ㆍ창구 단일화ㆍ교섭의제 임의 규율 거부! 온전한 노동조합법 2ㆍ3조 시행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정현 기자 axs@)
     
    노동계가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ㆍ3조 개정안)의 온전한 시행을 요구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원청의 사용자성 확대, 교섭창구 단일화 폐지, 교섭의제 자율화 등 노동계의 핵심 요구가 실제로 법과 제도 속에서 구현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노동계의 이러한 요구가 현실적으로 시행될 수 있을지를 두고 전문가들의 해석은 엇갈렸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공공운수노조)는 전날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사용자성ㆍ교섭창구 단일화ㆍ교섭의제 임의 규율 거부! 온전한 노동조합법 2ㆍ3조 시행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동계는 정부의 노란봉투법 후속조치에 강하게 반발하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와 교섭의제를 임의 규율하겠다는 정부의 지침을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노란봉투법 시행 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사 논의를 거쳐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섭의제 역시 노동위원회 등을 통해 교섭 대상 여부를 판별해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동계는 이러한 노동부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강대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사무처장은 "누가 사용자인지, 어떤 의제로 교섭할지는 현장이 정하는 것"이라며 "노동부가 교섭 전 허가제를 도입하려는 것은 현장 교섭의 자율성을 빼앗는 행정 통제"라고 지적했다.
     
    이류한승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조직부장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사용자들이 어용 노조와 결탁해 민주 노조를 배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교섭창구 단일화는 교섭을 지연시키고 노조 간 갈등을 조장해 왔다. 원청 교섭까지 교섭창구 단일화가 확대되면 교섭 구조는 더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종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공공 부문부터 노란봉투법의 취지를 실천해야 한다"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와 교섭 의제 심사제도 등은 헌법이 보장한 단체교섭권을 침해한다. 교섭 단위와 의제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측은 공공운수노조가 기자회견에서 주장한 전반적인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자세한 입장은 오는 31일 노동부 노란봉투법 태스크포스(TF) 회의 이후에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류제강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은 "교섭창구 단일화 폐지와 교섭의제 자율화 등에 반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현행 법체계 안에서 현실적 대안을 모색해야 해 고민이 크다. 일부 우려도 있다. 자세한 입장은 오는 31일에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 주장 현실화 가능성 엇갈려
     
    노동계가 온전한 노란봉투법의 시행을 촉구하는 가운데, 교섭창구 단일화 폐지, 교섭의제 자율화 등의 쟁점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엇갈린 해석이 나왔다. 일부는 "노동위원회를 통해 교섭의제를 미리 정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다"며 노동계의 요구에 힘을 싣는 반면, 한쪽에서는 "현장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섭창구 단일화 폐지에 대해서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가 창구 단일화를 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과 교섭창구 단일화 없이는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의견이 부딪혔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란봉투법 시행과 관련해 하청 노조와 원청 노조가 창구 단일화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올까 봐 노동계가 염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굳이 하청 노조와 원청 노조가 창구 단일화를 할 필요성은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노란봉투법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해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승길 일자리연대 정책위원장(전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노란봉투법의 핵심 쟁점은 원하청 관계를 어떻게 제도적으로 엮을 것인가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복수노조가 허용되면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도입한 것도 교섭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였는데, 이제는 그 틀을 다시 재설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특히 "노동계가 요구하는 자율 교섭(일본식 모델)은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산업 구조가 복잡한 한국 현실에서는 적용이 쉽지 않다"며 "기업별 노조 중심 체계 속에서 업종ㆍ직종별 교섭으로 전환하려면 정부 가이드라인이 없이는 노사 모두 예측이 어려워지고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섭의제를 노동위원회가 정한다는 방침을 두고도 의견이 엇갈렸다. 교섭의제를 노동위원회가 정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과 노동위원회의 판정례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같이 나왔다.
     
    박 교수는 "아직 노동부에서 공식적으로 초안을 밝힌 것은 없어서 명확하게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노동위원회가 교섭의제를 정한다는 것은 교섭과 맞지 않는 것 같다"며 "교섭이 진행되면서 교섭의제가 바뀌기도 하고 조정될 수도 있는 것인데 매번 노동위원회에 갈 수는 없다. 노동부가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이루어나갈 것인지 발표해야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노란봉투법을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추상성을 피할 수 없었으니, 판례와 사례를 통해 점진적으로 기준을 만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발표대로라면 교섭의제는 사례를 계속해서 축적해 나가야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정현 기자 axs@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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