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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5-12-22 19:07:17

    수정 : 2025-12-23 11:36:11

“문제 시 회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두루뭉술 사전 동의서, 문제 없을까?

2025-12-22 19:07:17



대법원 판례 無…내용 구체적 명시해야 리스크 줄일 수 있어
[2026년 1월호 vo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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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비위행위에 연루됐을 때에는 감사 부서의 요청에 적극 협조하겠습니다."

    노무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기업들이 근로자에게 각종 '사전 동의서'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외국계 기업의 경우 입사할 때 회사 감사에 대한 사전 동의서, 경업금지 약정, 비밀보호 약정 등 다양한 내용의 포괄적인 사전 동의서를 작성하는 것이 의례로 굳어지고 있다.
     
    기업들, 사전 동의서 관행 확대

    기업들은 분쟁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관리 수단으로 사전 동의서를 활용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입사 시 비밀유지약정이나 경업금지약정 등의 형태로만 활용돼 왔던 사전 동의서가 최근엔 '비위행위 조사 시 디지털 자료 수집 허용'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 입장에선 법적 리스크를 다방면으로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권영환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보통 입사할 때 업무용 컴퓨터에서 비위행위가 발견될 경우 감사 목적으로 열람하는 것에 대해 문제삼지 않겠다는 정도의 동의서를 쓰는 경우가 일반적인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임인영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역시 최근 실무에서 사전 동의서 관련 자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최근에는 비위행위 조사나 정보 유출 조사 과정에서 디지털 자료 수집과 관련한 사전 동의서 검토 요청이 상당히 늘었다"고 말했다.
     
    사인했으니 동의했다?…어디까지 통할까

    실무상 문제는 실제 분쟁 국면에서 사전 동의서가 어느 범위까지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있는지다. 기업이 사전 동의서를 근거로 징계 정당성 등을 주장하는 경우, 그 효력은 사전 동의서에 담긴 내용이 얼마나 구체적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사전 동의서의 범위와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권 변호사는 "업무용 컴퓨터로 한 비위행위에 대해 기업이 제한된 키워드로 열람하는 것을 사전에 양해한 경우 사전 동의서가 유효하게 인정될 것"이라며 "타인의 컴퓨터를 열람하는 것은 비밀침해죄에 해당할 수 있는 행위지만, 구체적적으로 범위를 정해 감사 목적으로 사전에 양해를 구하는 경우엔 정당방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사전 동의서를 통해 구체적인 범위와 내용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임 변호사는 "사전 동의서를 받는 것 자체는 없는 것보다 낫다"면서도 "내용이 포괄적이거나 구체성이 떨어질 경우 근로자가 문제 삼을 여지가 크고, 향후 대법원 판단에 따라 아예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임 변호사는 "동의를 받을 때 형식적으로 서명만 받는 방식은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며 "근로자에게 어떤 권리가 있고, 어떤 부분에 대해 동의하는 것인지 충분히 고지하고 설명하는 절차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전 동의서를 둘러싼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는 '포괄 동의'의 효력이다. 동의 대상과 범위, 근로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광범위한 권리 포기를 약정하는 경우, 분쟁 시 법적 효력이 부정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 변호사는 "동의서를 징구할 때 근로자가 해당 내용을 실제로 인식하고 동의했는지가 중요하다"며 "'비위행위가 있을 경우 전산 자료를 전부 제출한다'는 식으로 지나치게 포괄적인 동의는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이어 임 변호사는 "다만 아직 이에 대한 명확한 대법원 판례가 확립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그만큼 법적 리스크가 잠재돼 있는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권 변호사도 "'감사 부서의 요청에 적극 협조하겠습니다', '절대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습니다' 같은 포괄적인 문구는 리스크가 있다"며 "'비위행위가 의심되는 경우 감사부서가 업무용 컴퓨터 및 메신저에 대해 필요한 검색 조사를 하는 데에 동의합니다'와 같이 작성하는 것이 구체적이고 유효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그렇게 해야 근로자의 예측가능성 또한 높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임 변호사는 "단순히 자료 제출에 동의한다는 문구보다는, 어떤 범위의 자료를 어떤 목적으로 수집하는지 명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동의 과정에서 실질적인 교육과 고지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후 분쟁에서 동의의 효력을 다투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박정현 기자 axs@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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