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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6-09-29 09:00:00

    수정 : 2026-09-29 09:03:29

사업장의 반격 : 허위신고에 대응한 사업장 사례

2026-09-29 09:00:00



사업장의 반격 : 허위신고에 대응한 사업장 사례
[2026년 10월호 vo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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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노동법률] 서유정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직장 내 괴롭힘 '허위신고(왜곡신고와 과장신고를 포함)'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터부시됐다. '허위신고'라는 단어 앞에서 이성마저 잃는 '전문가'도 있었으며, 이를 두고 다른 전문가는 냉소적으로 '신고인의 신성함'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그동안 허위신고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피신고인도 있었지만, 다른 직장 내 괴롭힘 사건과 달리 사회적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의 죽음은 사회적 공감과 법 개정으로까지 이어지지만, 피신고인에게는 "신고당할 만하니 당했겠지"라는 가혹한 잣대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유족들조차 억울함을 쉽게 호소하지 못했다.
     
    사업장의 대응 역시 문제였다. 허위신고인은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신고와 민원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당수 사업장은 이들을 상대하기보다 피신고인에게 문제 해결의 부담을 떠넘겼다. 신고인 보호를 이유로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는 사업장도 적지 않았다. 결국 그 피해는 다른 구성원의 고통과 조직문화의 훼손으로 이어졌다. 특히 보수적인 조직이나 언론 노출을 두려워하는 조직일수록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러한 소극적 대응은 오히려 허위신고인의 행동을 강화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 100건이 발생할 때 같은 집단에서 42~43명이 허위신고를 당했다고 느끼고, 72~73명이 허위신고를 목격했다고 느낄 정도로 허위신고가 흔해졌다.
     
    허위신고의 대상에도 변화가 생겼다. 필자가 2023년에 조사할 당시에는 20~30대의 힘없는 직원이나 작은 사업장의 사업주가 주된 대상이었다. 허위신고 피해를 호소한 사람 중 여성도 많았고, 일부는 조직으로부터 사실상 가해자로 낙인찍혀 심각한 인권침해를 경험했다. 그러나 불과 한두 해 사이 중간관리자 이상, 40~50대 이상, 남성 피해자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사람을 주로 겨냥했던 허위신고가 이제는 더 높은 직급과 연령대의 사람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허위신고인의 연령대 역시 20~30대 중심에서 50대와 60대 이상으로 넓어지고 있다. 허위신고를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이를 하나의 갈등 해결 수단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사업장들도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올해 7월 개정된 고용노동부 매뉴얼에서도 허위신고에 대한 대응이 언급됐다. 허위신고에 대한 '반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실제로 효과적으로 대응한 사업장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대응 방식을 확인할 수 있다.
     
    무조건 정석 대응으로
     
    첫 번째 사업장은 과거 직장 내 괴롭힘 신고에 형식적으로 대응했다가 고용노동부의 경고를 받은 곳이었다. 이후 새로운 사업주가 부임하면서 "비용이 얼마가 들더라도 절차대로 처리하고, 누구도 트집 잡을 수 없도록 하라"는 원칙을 세웠다.
     
    감사부서는 신고가 접수되는 순간부터 기밀유지에 각별히 신경 썼다. 전문성이 높은 노무사를 선임해 조사를 진행하고, 위원회 역시 공정성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엄격하게 구성했다. 결과도 단순히 '괴롭힘이다' 혹은 '괴롭힘이 아니다'로 끝내지 않고 어떤 사실과 근거에 따라 판단했는지를 상세히 남겼다. 이후 조치 역시 외부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진행했다.
     
    이 사업장에서도 허위신고는 발생했다. 그러나 피신고인이 억울하게 가해자로 몰리는 일은 거의 없었고, 허위신고인이 악성 민원을 반복하는 경우도 드물었다. 아무리 신고를 반복해도 사실과 증거가 없으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학습하게 된 것이다.
     
    자체적인 신고 스크리닝으로

    두 번째 사업장은 법이 사업장에 요구하는 것이 '조사 등의 적절한 조치'라는 점에 주목해 자체적인 스크리닝 기준을 마련했다. 모든 신고를 곧바로 본조사로 넘기는 대신, 조사할 만한 구체성과 근거가 있는 신고와 그렇지 않은 신고를 구분했다. 내용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사실관계를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신고인에게 보완을 요구했다.
     
    신고를 돌려보낼 때에는 반드시 그 이유를 기록했다. 신고인이 "노동청에 신고하겠다"며 압박하더라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했다. 신고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전문가의 검토를 거쳐 마련한 공통 기준에 따라 보완을 요구한다는 원칙을 유지한 것이다.
     
    그 결과 반복적인 악성 민원이 줄었다. 동시에 실제 피해자들도 자신의 피해를 인정받으려면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자료가 이를 뒷받침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게 됐다.
     
    이러한 방식은 벨기에, 호주, 북유럽 국가 등에서 활용되는 접근과도 일부 맥락을 같이한다. 누군가를 가해자로 지목하려면 신고인 역시 일정 수준의 구체성과 근거를 갖춰야 하며, 그렇지 않은 신고에는 보완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이독제독으로
     
    세 번째 사업장은 훨씬 독특했다. 방식의 윤리성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상습적인 허위신고로 다른 직원들의 고통이 심각해지자 노사 양측의 동의하에 선택한 방법이었다.
     
    이 사업장에는 상습적인 허위신고인과 함께 심각한 갑질 가해자가 있었다. 갑질 가해자는 이미 한 차례 신고와 징계를 받았지만 행동을 고치지 않았다. 오히려 피해자에게 "신고하려면 또 해 보라"는 식으로 대응했다. 조직 안팎의 인맥도 두터워 사업장으로서는 추가 징계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노사협의를 거쳐 특별 부서를 구성하고, 갑질 가해자와 허위신고인을 그 부서로 배치했다. 놀랍게도 이 제안은 노조에서 먼저 나왔다. 그만큼 노조 역시 허위신고인의 반복적인 민원으로 괴로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사 양측이 처음 기대한 것은 허위신고인의 집요한 신고를 통해 갑질 가해자의 행동이 통제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정반대였다.
     
    갑질 가해자와 허위신고인에게는 권력관계에 매우 민감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갑질 가해자는 자신보다 약하다고 판단한 사람에게는 강하지만, 강한 상대 앞에서는 태도가 정반대가 된다. 허위신고인 역시 만만하다고 판단한 사람은 선임이나 부서장도 거리낌없이 신고했지만, 강한 상대에게는 그러지 못했다. 갑질 가해자는 이를 곧바로 파악했다. 다른 직원들에게 했던 것처럼 거침없이 행동했고, 허위신고인은 반대로 매우 조용해졌다.
     
    물론 이 방식을 다른 사업장에 권할 수는 없다. 문제행동을 하는 사람들만 모아 의도적으로 한 부서에 배치하는 것은 자칫 인사권을 이용한 제재나 또 다른 괴롭힘이 될 수 있으며, 새로운 피해를 만들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문제가 줄어들었다는 것과 그 방법이 적절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오히려 이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조직이 문제를 장기간 방치했을 때 얼마나 비정상적인 해결책까지 고민하게 되는가이다. 상습적인 갑질도 제대로 제재하지 못하고 반복적인 허위ㆍ악성신고에도 기준을 세우지 못하면, 결국 정상적인 제도와 절차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 된다.
     
    정상적으로 문제를 해결한 앞의 두 사례가 보여주듯, 직장 내 괴롭힘과 허위신고,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필요한 것은 독창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가 그 단계까지 악화되기 전에 개입할 수 있는 명확한 원칙과 절차다.
     
    무엇보다 '신고인 보호'와 '허위신고 대응'을 함께 말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제도가 도입될 당시 신고인 보호가 강조된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피해자가 불이익을 두려워해 신고하지 못하거나, 신고 이후 더 큰 피해를 겪는 일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고인 보호는 앞으로도 반드시 지켜져야 할 원칙이다.
     
    그러나 신고인을 보호하는 것과 모든 신고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은 다른 문제다. '신고인'이라는 지위가 그 주장의 진실성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피신고인 역시 인격과 명예, 생계와 경력을 가진 사람이다. 충분한 사실 확인 없이 가해자로 단정하거나 조직적으로 낙인을 찍는다면 그 또한 심각한 인권침해가 될 수 있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신고 내용의 신빙성을 검토하는 것조차 2차 가해처럼 받아들이며 사실과 다른 주장이 반복돼도 방치했다. 그러는 사이 허위신고를 하는 사람에게는 사실상 잃을 것이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신고가 받아들여지면 원하는 것을 얻고, 받아들여지지 않아도 다시 신고하거나 외부기관과 언론으로 민원을 확대할 수 있었다. 조직이 분쟁을 피하려고 피신고인의 양보를 유도하는 경험까지 반복되면서, 신고제도는 갈등 해결이 아니라 사적 이익을 얻는 수단으로 변질되기도 했다.
     
    따라서 사업장은 분명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진짜 피해를 신고한 사람은 철저히 보호하되, 신고제도를 이용해 다른 사람을 공격하거나 사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행위까지 보호해서는 안 된다. 이 두 원칙은 충돌하지 않는다. 오히려 허위신고를 방치할수록 신고 피로감이 쌓이고, 정작 심각한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의 신고까지 의심받게 된다. 허위신고에 대응하는 것은 신고인을 억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신고제도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다.
     
    다만 신고가 인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허위신고로 판단해서도 안 된다. 증거가 부족해 인정되지 않은 신고와 고의로 허위 진술을 만들어내거나 중요한 사실을 왜곡한 신고는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기억이나 관점의 차이로 진술이 일부 달라진 경우까지 허위신고로 취급한다면 실제 피해자들이 신고를 주저하게 될 수 있다.
     
    사업장의 대응은 감정적인 '반격'이 아니라 원칙의 회복이어야 한다. 어떤 신고든 정해진 절차에 따라 처리하고, 신고인의 지위나 피신고인의 직급에 따라 조사 수준을 달리하지 않아야 한다. 조사 단계에서는 신고인은 신고인이고 피신고인은 피신고인일 뿐이며, 사실관계가 확인되기 전에 어느 한쪽을 가해자나 피해자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또한 신고에는 최소한의 구체성과 근거가 필요하다.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했는지조차 특정하기 어렵다면 보완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조사 결과 역시 단순히 인정ㆍ불인정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어떤 사실과 자료를 근거로 판단했는지를 남겨야 한다. 그리고 명백하고 반복적인 허위신고나 신고제도 악용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증거와 일관된 기준에 따른 조직 차원의 대응 원칙이 필요하다.
     
    직장 내 괴롭힘 제도는 신고한 사람에게 승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조직 안의 부당한 행위를 공정하게 바로잡고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에게는 안전하게 말할 권리를, 신고당한 사람에게는 충분히 소명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사업장의 '반격'은 결국 단순하다. 원칙을 세우고, 공정하게 조사하고, 증거대로 판단하는 것이다.
     
    허위신고에 강한 조직은 신고를 막는 조직이 아니다. 진실한 신고는 끝까지 보호하되, 거짓된 신고로는 누구도 이익을 얻을 수 없게 하는 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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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유정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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