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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6-10-02 15:23:31

    수정 : 2026-10-02 15:26:26

중처법 첫 양형기준 마련…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책 마련 ‘급선무’

2026-10-02 15:23:31



양형위, 실효적 방지 시 ‘감형ㆍ집행유예’ 권고…벌금형 기준 부재는 한계로 지적
[2026년 11월호 vo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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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지난 5월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양형위원회 제145차 전체회의를 열었다. (사진=뉴시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4년 만에 양형기준을 처음으로 마련했다. 양형위는 시정조치 미이행, 중대한 의무 위반 시에는 최대 징역 15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반면 유가족과의 합의, 실효적 재발 방지 조치를 하는 경우 징역 10개월까지 감형할 수 있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실효적 재발 방지 조치가 감형과 집행유예 권고 사유에 포함되면서 기업 차원의 재발 방지 체계 구축이 한층 중요해졌다고 진단했다.
     
    4년 만에 나온 양형기준…최대 '징역 15년'
     
    양형위는 지난달 21일 제148차 전원회의를 열고 중대재해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을 심의해 발표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022년 1월 시행됐지만 지난 4년간 별도의 양형기준 없이 선고가 이루어져 왔다. 이로 인해 재판부마다 선고하는 형량의 편차가 커 양형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특히 지난 4월 아리셀 중대재해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항소심에서는 징역 4년을 선고받으면서 양형기준에 대한 논란이 커졌다.
     
    이에 양형위는 지난 5월 제145차 전체회의에서 과실치사상, 산업안전보건범죄군 양형기준에 '중대재해 범죄'를 추가하는 내용의 양형기준 수정안 심의를 시작해 이번 전원회의에서 양형기준을 발표했다.
     
    양형기준은 재판부가 형량을 정할 때 참고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법적 구속력은 없다. 다만 재판부가 양형위가 제시한 양형기준 범위 밖의 형을 선고하는 경우엔 이유를 별도로 기재해야 한다.
     
    양형위는 근로자가 중대재해로 사망한 경우 '징역 1년 6개월~4년'을 기본 형량으로 권고했다. 여기서 감경사유가 존재할 경우 '징역 10개월~1년 6개월'로 감형하고, 가중사유가 존재할 경우 '징역 3년~10년'으로 가중하도록 했다.
     
    근로자가 중대재해로 부상을 입은 경우에는 '징역 1년~2년 6개월'을 기본 형량 범위로 정했다. 양형위는 감경사유 존재 시 '징역 6개월~1년 6개월', 가중 시 '징역 2년~5년'까지 선고하도록 권고했다.
     
    양형위는 감경사유로 피해자⋅유가족과의 합의에 따른 처벌 불원, 재발 방지를 위한 실효적 조치, 피해자나 공동작업자의 중대한 과실 등을 제시했다.
     
    가중사유로는 행정관청의 반복적 시정 명령 미이행, 안전보건 관련 인력⋅장비⋅예산 축소, 유사 사고 반복 등을 고려하도록 권고했다.
     
    양형위는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확보의무 미이행 정도가 중한 경우나 사고 원인이 된 위험 요인에 대해 사전에 보고를 받고도 개선하지 않는 등 특별가중사유가 존재하는 경우 형량 상한을 1.5배까지 높여 최대 징역 15년까지 선고하도록 했다.
     
    양형위는 형사처벌 전과가 없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실효적 조치를 다한 경우 집행유예를 긍정적으로 참작하도록 했으나, 유사 사고가 반복되고 피해자 수가 많은 경우 실형 선고를 권고했다.
     
    사건별 '형량 편차' 줄어들 전망…'법 무력화' 우려도
     
    전문가들은 이번 양형기준 발표로 그간 지적돼 왔던 중대재해 판결의 형량 편차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양형위가 기준을 마련함에 따라 재판부가 명시적인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재판을 하게 됐다"며 "그간 지나치게 들쭉날쭉했던 형량 편차가 일정 부분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대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도 "그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은 양형위의 권고 형량 범위 자체가 없어 형량이 재판부의 재량에 전적으로 맡겨져 있었다"며 "양형위가 권고 형량 범위, 양형인자, 집행유예 기준을 체계적으로 제시해 극단적인 형량 편차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형량의 예측 가능성이 충분히 높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정 교수는 "재판부별로 극단적인 형량 편차는 일부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자체가 가진 모호성 문제가 여전해 형량의 예측 가능성이 충분히 높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감경, 가중 사유도 제시했지만 표현이 모호한 부분이 많아 여전히 예측 가능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도 "예측 가능성이 충분히 높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근로자 사망 시 양형의 기본 구간이 1년 6개월에서 4년으로 비교적 폭이 넓은 데다, 양형인자, 집행유예 판단까지 고려해야 해 여전히 변수가 많다"고 말했다.
     
    이번 양형기준이 법의 무력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지난달 22일 성명을 통해 양형기준이 법을 무력화하는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양형기준이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하는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것 같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며 "피해자와의 합의를 명시적인 감경 사유로 규정하면 기업들이 돈으로 처벌을 회피할 수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합의와 처벌 불원은 감경 사유에서 제외돼야 한다"며 "전체적인 양형 범위도 낮아 중대재해처벌법의 목적을 제대로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벌금형'은 기준 없어…"기준 마련해야" 목소리
     
    이번 양형기준에서 벌금형에 대한 내용은 제외돼 추가적인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지난달 22일 성명을 통해 "양형위가 중대재해에 대해 구체적인 양형기준을 마련해 앞으로 합당한 처벌이 내려지기를 기대한다"면서도 "벌금형에 대한 양형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가 기업의 책임 비용을 무겁게 해 안전에 대한 사전 투자를 강화하도록 하는 것임을 고려하면 벌금형에 대해서도 별도의 양형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벌금형에 대한 양형기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징역형뿐 아니라 벌금형의 처벌 수위도 높다"며 "벌금형의 처벌 수위가 낮지 않은 상황에서 벌금형도 양형기준을 만드는 것이 일관성 측면에서 타당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도 "중대재해처벌법상 벌금형은 기업이 산업안전보건 관련 규제 준수의 유인으로 작동해 벌금형에 대한 양형기준 마련도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김 변호사는 벌금형에 대한 양형기준 마련은 신중해야 한다고 봤다. 김 변호사는 "벌금형은 징역형보다 양형기준 마련에 있어 고려할 사항이 많다"며 "벌금형에 대한 양형기준 마련을 위해서는 약식명령 실무 운영, 책임주의와의 조화 등도 고려해야 해 판례가 더 축적된 뒤 제반 사정을 반영해 구체적 타당성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순 예산 증액 아닌 '현장 맞춤' 방지 대책 필요
     
    양형위가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조치를 감경 사유와 집행유예 사유에 포함하면서 기업들의 실질적인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정 교수는 "모호하긴 하지만 양형위가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을 감경 사유로 고려한다고 명시했기 때문에 앞으로 기업들의 재발 방지 다짐, 안전 매뉴얼 정비 등 형식적인 재발 방지 대책은 감형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사고와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위험 요인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중대재해가 이미 발생했다면 기업은 재발 방지를 위한 실효적 조치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단순한 규정이나 매뉴얼 문언 정비만으로는 실효적 조치에 해당하지 않고 대규모 예산만 투입하는 것도 부작용만 발생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 변호사는 중대재해 발생 시 안전보건관리체계 전반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면 빠르게 조사를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파악된 위험 요인별로 개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때 개선 대책이 중대재해 발생 원인과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실효적⋅실질적 개선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실효적 조치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실제 작업 현장에서 재해 발생 원인을 지속적⋅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사업의 규모와 종류, 특성도 고려해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법원에서 실효적 조치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헌 기자 jh59@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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