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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6-10-30 09:00:00

    수정 : 2026-10-30 09:03:38

ESG 공시, 직원 성장 이끄는 장치가 돼야

2026-10-30 09:00:00



ESG 공시, 직원 성장 이끄는 장치가 돼야
[2026년 11월호 vo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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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노동법률] 구정모 목원대 경영학부 교수

    정부는 지난 7월 8일 '지속가능성(ESG, 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공시 제도화 방안'을 발표했다. 2028년부터 연결자산총액 10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의 2027 회계연도 정보를 바탕으로 한 기후공시를 시작하고, 법정공시를 위해 자본시장법 개정도 추진한다고 한다. 다만 이번 방안은 기후공시를 먼저 의무화하고, 사회(S) 분야를 비롯한 다른 주제는 기업이 선택해 공시하도록 했다.
     
    공시할 정보를 만들고 공시한 목표를 실행하는 주체이자 그 실행에 필요한 역량 개발과 전환 지원의 대상은 공시 담당자 몇 명이 아닌 조직 구성원 전체다. 인적자본(Human Capital)이란 구성원이 학습과 일을 통해 쌓은 지식ㆍ경험ㆍ숙련, 즉 조직이 가진 사람의 역량이다. 인력의 유입, 활용, 육성, 유출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그 축적과 활용을 좌우한다. 그렇다면 기업이 공시한 목표 실행에 필요한 역량을 어떻게 개발했고 구성원의 학습과 전환을 어떻게 지원했는지를 공시에 담는 것이 타당하다.
     
    공시, 사람을 담기 시작하다
     
    우리 사업보고서의 임직원 현황은 주로 사업부문별ㆍ성별 직원의 수(정규직ㆍ기간제), 평균근속연수, 연간급여총액, 1인 평균 급여액, 임원 보수총액 등의 정량 정보 중심이다.
     
    글로벌 공급망에서는 노동ㆍ인권 관리를 중심으로 한 인적자본 관리가 이미 거래의 조건이다. 특히 노동ㆍ인권 관리 수준은 시장 접근과 직결된다. 유럽연합(EU)은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과 공급망 실사지침(CSDDD)을 통해 적용 요건에 해당하는 역내 기업은 물론 일정 규모 이상의 역외 기업에도 노동ㆍ인권 관리 수준의 공시와 실사를 각각 요구한다. 다만 적용 대상과 시행 시점은 지침별로 다르며, CSDDD에 따른 기업의 실사 의무는 2029년 7월 26일부터 적용된다. 지난해 4월 국내 최대 염전기업 제품이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으로부터 강제노동 의심을 이유로 수입 보류 조치를 받은 것도 우연이 아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 운용기관인 NBIM은 안전과 보건, 보상, 개발과 훈련, 노동관계, 조직문화를 비롯한 여러 요소를 인적자본 관리 영역으로 명시하고, 평생학습과 재교육 기회의 제공도 기업에 주문한다. 여기에 더해 우리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3월 ESG 공시에 인권 지표를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한 것도 지나칠 수 없는 대목이다. 이러한 흐름을 구성원의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는 인권 존중과 국제 노동기준 준수라는 기본 위에서, 학습과 전환 지원을 노사가 함께 설계해야 함을 의미한다.

    공시는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
     
    인적자원개발(Human Resource Development)은 기업과 기관에서 성인학습과 평생학습을 바탕으로 구성원의 역량을 키우고 조직성과를 높이는 과정이다. 교육과정에 더해 목표와 업무량, 학습시간을 함께 조정해야 배운 것이 업무에 활용되고 인적자본으로 남게 된다.
     
    기업이 구성원에게 기대성과를 제시했다면 그에 맞는 권한, 자원, 학습기회, 전환 지원을 제공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평가에서는 구성원의 역량과 노력, 관리자의 지원, 조직이 제공한 일할 여건을 구분해 판단해야 한다. 확인된 기여는 보상으로, 역량개발의 필요는 육성으로, 일할 여건의 부족은 조직의 지원 개선으로 이어진다.
     
    교육시간과 교육비는 투입요소다. 구성원이 과업을 수행하며 실제 배울 수 있었는지, 배운 것을 업무에 활용했는지까지도 점검해야 한다. 그러므로 공시에는 인적자본을 어떻게 쌓고 활용했는지, 계획과 실행, 개선 정도를 설명할 최소한의 기준이 담겨야 한다. 일본은 이미 2023년 3월 결산기부터 상장기업 유가증권보고서에 인재육성 방침과 사내환경정비 방침, 관련 지표와 목표를 실적과 함께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AI 기반 기술혁신도 고려해야
     
    기업에 인공지능(AI) 도입이 확대될수록 교섭 대상에 관한 노사 간의 긴장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해외에서는 AI 활용에 관한 노사 협의와 도입 계획의 사전 공개, 공동 위험평가, 퇴직자의 재고용 권리까지 협약에 담는 사례가 어렵지 않게 관찰된다.
     
    AI 에이전트의 업무 수행이 확대되면, AI 에이전트와 사람 사이에서 검증과 중단 등 업무상 역할ㆍ책임을 어떻게 나눌지도 노사의 새로운 과제다. 고용노동부 지침은 올해 3월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과 관련해, 신기술 도입 결정 자체는 의무적 교섭 대상에서 제외하되, 근로조건의 변동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 배치전환과 고용안정 대책 등이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지침은 행정규칙이라는 점에서 최종 판단은 법원의 몫이다.
     
    AI 도입에 따른 재교육과 인력 재배치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인적자원개발 기본법 제2조는 인적자원개발을 국가ㆍ지방자치단체ㆍ교육기관ㆍ연구기관ㆍ기업 등이 인적자원을 '양성, 배분, 활용'하는 활동 등으로 정의한다. 이는 ESG 공시에 구성원 역량개발과 학습ㆍ전환ㆍ고용안정 지원이 포함돼야 한다는 정책적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AI가 구성원의 시행착오 기회를 줄일수록, 실패를 학습 자산으로 전환하는 체계와 역량개발 지원 수준이 공시의 일부가 되는 것이 타당하다.

    공시, 기회를 경쟁력으로 잇는 첫 단추
     
    사회적 책임을 비롯한 지속가능경영 지향 시대의 노동시장은 기업이 사람의 성장을 어떻게 돕는지 묻고 있다. 이러한 성장 지원은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이 신뢰를 얻는 기반이기도 하다.
     
    우리 기업 앞에 놓인 기회는 기업의 노력이 이끈 결과다. 동시에 속도와 방향을 쉽게 예상하기 어려웠던 글로벌 공급망 주도권 경쟁과 재편이 열어 준 기회이기도 하다. 재편된 공급망은 기술과 가격만으로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노동 기준과 인적자본 관리의 일부 요소가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 시장과 공급망에서 이미 시장 접근의 조건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 대한 투자를 공시로 입증하는 기업이 기회를 신뢰로 바꾸고, 그 신뢰를 지속가능한 경쟁력으로 이어갈 수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다시 올 것 같지 않은 이 기회를 실기(失期)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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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정모

     목원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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