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노사정의 각 주체가 모여 '9.15 합의'를 이뤄낸 후, 임금격차나 부족한 일자리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가 싶더니 곧이어 정부가 양대 지침을 발표하고 이에 반발한 노동계가 노사정위 탈퇴선언을 했다. 그 때문에 노사정위는 많은 파행을 겪었다. 20대 국회가 시작되고 노동4법이 다시 발의된 상황이지만 노동계의 복귀는 요원해 보인다. 국가 경제발전에 대한 사회적 대화와 합의는 중요한 의제다.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노동시장의 문제는 어느 한 주체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국민적 공감대를 위해 노사정의 소통과 합의를 담당하고 있는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약칭 '노사정위')의 신영철 상임위원을 만나 노사정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신 상임위원은 1980년도에 행정고시에 합격해 30여 년간 노동부 행정 관료로 공직생활을 했다. 요직을 두루 거쳤고 특히 2010년부터 3년간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을 지내며 자영업자 고용보험을 확대하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산재보험을 시행했다. 사회보험료 지원 사업으로 사회안전망 확대에도 기여했고, 재활사업 발전계획과 맞춤형 통합서비스를 개선한 것도 이사장 재임시 이뤄낸 업적이다. 그는 산재보험의 패러다임을 요양-보상 중심에서 재활 중심으로 전환한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Q  양대지침 발표에 따른 노동계 반발과 노사정위원장 공석으로 노동개혁을 위한 대화채널이 닫혔다는 인식이 크다.

A  한국노총의 불참으로 노동개혁을 위한 대화채널이 닫혀버린 것처럼 느낄 수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논의가 잠시 중단된 일종의 '냉각기'라고 볼 수 있다. 상황변화에 따라서 언제든 정상화될 수 있다. 직접적인 원인은 '대타협' 체결 후 양대지침 공개 시점에 대한 노정 간 갈등으로 대화가 중단된 것이다. 그 밑바탕엔 신뢰 부족이 깔려있다. 결국, 노사정 대화를 복원하는 해법 또한 서로의 신뢰를 다시 회복해 얼어붙은 노사정 관계를 '해빙'하는 노력부터 시작해야 한다.
특히 이중구조해소, 사회안전망 구축, 노동현안 해결 등 노동 개혁을 통해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 우리 경제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는 공감대 속에서 노사정 대화가 반드시 복원되고 지속돼야 한다. 일각에선 노사정위 기능이 위축됐다는 우려도 있지만, 지난 '9.15 대타협' 합의로 개혁을 위한 큰 틀이 마련된 것이다. 대화채널이 완전히 닫혔다고 보지 않지만, 노사정위의 독자적 노력으로 현재 상황이 쉽게 개선될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이른 시일 내 대화를 복원하기 위해서 노동계 및 다른 주체들과 공식-비공식적으로 만나 대화 복원을 위한 설득에 최선을 다하겠다.


Q  민주노총의 참여는 여전히 불확실한지.

A  대화파트너로서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고 본다. 그간 노사정 대화참여를 꾸준히 요청해왔지만,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에서 탈퇴한 이후 한 번도 자리에 나오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 실무진 사이에서도 상당수가 대화채널에 복귀해 현안을 논의하자는 의견이 많이 있다고 한다. 노사정위에 불참한 지 10년쯤 됐지만, 지도부가 대화를 안 하고 있다고 여러 가지 실무적인 논의마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건 아니다. 공개할 수는 없지만 비공식적 대화도 자주 한다. 노동개혁을 위한 사회적 대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민주노총의 노사정 대화 복귀 결단을 기대하고 있다.

Q  지난해 9월 어렵게 합의한 노사정 대타협이 진전되지 못했다.

A  '9.15 사회적 대타협'은 외환위기 이후 두 번째로 이뤄 낸 사회적 합의로 노사정이 이중구조 해소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대다수 국민의 염원을 대변해 합의했다. 이런 큰 합의가 노정 갈등으로 이행되지 않은 게 안타깝다. 구체적인 후속조치가 논의됐더라면 우리 노동시장이 크게 달라졌을 테고 양극화 문제가 해소되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하루속히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제 궤도에 올라 이중구조 해소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국민적 바람에 부응하는 게 맞다.
그럼에도 합의 당사자가 대타협을 파기하고 이후 국회 입법 논의도 지지부진해지는 등 구조개혁 골든타임을 놓쳤다. 하지만 대타협은 일방의 파기로 깨지는 게 아니라 '국민적 공증'을 받은 대국민 약속이고, 10~20년을 내다보고 추진해야 하는 개혁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지금부터라도 노사정은 물론 국회까지 힘을 모아 구조개혁의 실천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크게 늦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위원회는 이미 대타협 이행점검단을 구성해 분기별로 그 실적을 점검 중이지만 현재 노동계의 불참 등으로 이행실적이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대지침과 성과연봉제 시행을 둘러싼 갈등이 풀리지 않고 있지만, 노사정위와 한국노총과의 관계가 크게 훼손된 건 없다. 노정 간 갈등도 결과적으로는 오해에서 비롯됐다. 오해를 불식시키고 대화채널을 재가동하기 위해 위원회도 노동계와 자주 접촉하고 있다.

Q  구조개선특별위원회가 지난달에 마지막 활동을 마쳤는데 정리된 내용이 뭔가?

A  특위는 통상임금 등 3대 현안문제에서 출발, '노동시장 구조개선'이라는 보다 큰 틀의 이슈로 의제를 확장했다. 제1기 특위(2014.9.19.~2015.9.18.)에서는 '노동시장 구조개선 원칙과 방향'(기본합의) 그리고 '9.15 사회적 대타협 합의'(2015.9.15)를 도출해냈다. 이어 제2기 특위(2015. 9.19.~2016.9.18.)는 대타협의 후속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구성됐는데 국회에 발의돼 있던 비정규직 입법과제(기간제법 및 파견법)에 관한 노사정 논의결과를 국회로 보내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에 기여했다.
또 최저임금 및 근로시간 제도개선방안 마련, 사회안전망 확충 및 산업 현장의 불확실성 해소의 준거를 마련하는 한편 기타 기본합의에만 담기고 미논의된 2가지 의제, 즉 노사정 파트너십 구축, 기타 구조개선 관련사항에 대한 검토를 통해 사회적 대타협 정신을 완수하고자 했다. 특히 미논의 2대 의제에 관한 확대공익위원회의 '공익 검토내용'을 마련-보고하고 전체 활동을 마무리했다. 노동계 불참 등의 사유로 합의에 이르지 못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특위에 남겨졌던 모든 과제와 의제를 성실히 검토했다고 생각한다. 향후 미논의 2대 의제에 대해서는 대화가 복원되면 노사 양측의 의사를 청취해 논의를 재추진하는 것도 검토할 예정이다.

'노사정 모두가 초심으로 돌아가 노동계가 대화에 복귀하고 대타협의 과제가 이행된다면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일자리 창출 문제 등이 해결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
 

Q  당분간 노사정위가 별다른 활동을 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있는데 어떤가?

A  실제 노동계가 불참하고 있어서 위원회가 합의기구 역할을 수행하기는 어렵다. 본래 사회적 대화기구의 기능은 협의기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회적 대화기구가 발전해 있는 유럽도 협의기능 중심이다. 회의체가 2년 제한 '일몰제'의 영향으로 속속 마무리가 되다보니 활동이 미미해질 것이란 일각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위원회는 그동안 '9.15 사회적 대타협'의 후속조치와 이행점검 그리고 기타 의제별협의회 활동 등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지금도 운영하는 청년고용협의회나 직업능력포럼 등 활동처럼 종전 노동계 참여로 의사결정이 이뤄진 부분 외에도 합의는 아니지만 공익위원 중심의 대안 마련에도 힘쓰고 있다. 최근 종료된 산업안전혁신방안에 대한 논의가 대표적이다.
앞으로 일자리 질을 개선하고 노동시장의 공정성을 높이는 측면에서 외주사의 일자리 문제를 분석하거나 특수고용형태 근로자 지위를 보장하는 사회 안정망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해 노동계가 복귀한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공익위원 중심으로 협의활동에 치중하다가 노동계가 복귀하면 합의기구로 전환하는 구조다.


▲ 지난 7월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차 고용차별개선 연구회의를 주재한 신영철(오른쪽에서 네 번째) 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과 관계자들


Q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격차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지배적인데 현 차별시정제도의 운영실태가 궁금하다.

A  그동안 현존하는 차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차별시정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차별시정제도에 대한 주요 개선사항으로는 비교대상 근로자 선정기준(당해 사업장 내 동종 -유사 업무 근로자) 재검토와 임금체계 상이 등에 기인한 임금차별의 판단과 구제에서의 적절성 확보 노력 등 의제가 있다.
특히 구제신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그로 인해 구제도 받지 못하는 구조도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앞으로 차별시정 연구회를 통해 폭넓은 전문가 중심의 해당 의제 논의를 전개할 예정이다. 현행 차별제도를 드러내놓고,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완해 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비정규직의 임금은 시간당 임금 기준으로 정규직의 60% 수준으로 나타나 대략 40% 정도의 임금격차가 존재하고, 격차의 일부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생산성 등에 기인한 차이로 설명된다. 하지만 대기업의 경우 약 47%, 중소기업의 경우 약 17% 정도의 설명되지 않는 격차(연도별로 보면 그 격차가 확대되는 추세)가 존재해 이를 개선하거나 해소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 신영철 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이 지난 7월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차 고용차별개선 연구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Q  위원회 내 고용차별개선연구회가 새로 발족한 것으로 안다.

A  비교대상 근로자가 없거나 아주 적거나 혹은 동일업무를 맡고 있는 근로자 그룹이 적어서 차별시정제도의 기준을 정하는 게 어려웠다. 고용차별개선연구회는 법학-경제학-경영학 등 분야별 공익위원을 구성해 올해 7월 6일부터 1년간 비정규직 차별시정 제도의 운영실태를 점검하고 노사 및 관계전문가의 다양한 의견수렴을 거치며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할 목적으로 발족했다. 구체적으로는 '차별과 격차'에 관한 각 전공분야별 쟁점과 방향성을 도출하고 이에 근거해 국제 비교 등 자료축적의 논의 단계를 거쳐 쟁점별 제도개선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현재는 법학-경영학-제도론-경제학적 접근을 통합해 전공분야별 간극을 좁혀 제도개선방안을 도출하는 단계며, 비정규 차별 통계를 어떻게 이행하고 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논의하고 있다. 내년 1월까지 외국사례 등의 유의미한 자료를 축적하고 2월부터는 쟁점별로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해 활동 종료시점에 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추가적 연구 필요성이나 대화복원 등에 따라 연장운영이나 노사참여형의 운영형태 전환 등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차별이 발생하는 구조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이를 밝혀내기 위해 힘쓰겠다.

'위원회는 노사정 대화 복원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노동계 복귀전까지 공익위원 중심의 회의체 운영을 통해 '합의'보다는 '협의' 중심의 논의를 지향하고, 국회에서 노동개혁 논의 시 기초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현안사항에 관한 의제를 지속적으로 논의-발굴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Q  추석연휴가 끝난 후부터 양대 노총 산하 노조에서 줄줄이 파업을 벌이며 노사정 관계가 역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A  최근 노사정 관계는 성과연봉제를 중심으로 한 공공-운수-금융노조의 파업과 화물연대의 운송거부 등으로 노정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에 더해 양대 노총도 한국노총의 '노동자 대회(11.19)'와 민주노총의 '민중 총궐기 대회(11월 중)'를 준비하고 대정부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어서 당분간 노정갈등은 진정국면으로 전환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중앙단위의 노사정 대화가 중단되면서 이러한 노정갈등이 격화되는 시발점이 된 것 같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개별기업 노사, 산별 및 업종 노사, 중앙단위 노사정 모두 끝이 보이지 않는 갈등과 대결은 '공멸'의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좋겠다. 결국 모든 문제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갖고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이 국가 경제는 물론 사회를 성숙하게 하는 지름길임을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Q  특위가 종료된 상황인데 후속 논의의 틀은 준비되고 있나?

A  특위가 종료됐지만 위원회가 사회적 대화기구로서 그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자체 운영방향을 마련, 추진 중이다.
우선 노동시장 현안사항에 관한 신규 논의의제를 발굴해 향후 노동계 참여시 기초 논의자료로 활용하고자 지난 7월 고용차별개선위원회를 발족해 운영 중이다. 노동계가 불참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현재 운영 중인 회의체는 공익위원을 중심으로 합의보다는 협의 중심으로 운영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청년고용협의회는 운영기간을 연장하고 현장중심의 제도개선 과제 발굴 등을 추진한다. 임금연구회는 전문가 및 노사 의견수렴을 통해 임금체계 개편 관련 핵심쟁점을 정리하고 중-장기 논의 과제 발굴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직업능력개발활성화포럼은 연구위원회로 전환해 운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회의체 운영과 더불어 노사정위원회 운영의 효과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과 합의사항 이행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다. 이를 위해 논의의제 다양화, 참여주체 확대, 회의체 운영효율화 등 개선방안 검토를 추진 중이다. 대타협 이행점검의 실효성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이행점검 추진 체계 개편도 계획하고 있다.

Q  <노동법률> 독자들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나?

A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와 같은 국난이 닥쳤을 때가 아닌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미래세대와 우리 모두를 위해 각 주체가 조금씩 내려놓고 대타협으로 뜻을 한데 모았다. 몇 가지 지엽적인 이유로 노사정 대화가 파행되고 대타협의 내용이 실천되지 않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사회적 대화기구를 이끄는 조직의 수장으로서 국민께 송구스럽다. 노사정 주체들이 한뜻으로 이뤄낸 대타협의 정신을 되새겨 대화를 복원하고 대타협을 바탕으로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대장정에 조속히 동참해 달라 촉구하고 싶다.
앞으로도 노사정위원회가 고용노동을 비롯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공론의 장이자,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하는 대화기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 <노동법률> 독자 여러분도 앞으로 노사정위원회의 활동을 꾸준히 지켜봐 주시고 격려해주시기 바란다.

이새건 기자 lsg@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