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11 16:24:33 수정 : 2019-01-11 17:42:12

[컨퍼런스] "최저임금 결정 체계 이원화, 실효성 의심"...정부 개편안 두고 전문가 토론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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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호 vol.0]
 



지난 1월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는 정부가 지난 7일 내놓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논의 초안'과 관련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과 교수, 전윤구 경기대 법학과 교수,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최태호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장 등이 참석했다.
 
발제자로 나선 최태호 과장은 "정부가 1월 7일에 발표한 내용은 확정은 아니고 전문가와 노사, 일반 국민들의 의견이 모아지면 그 내용을 토대로 수정이 되고 보완될 초안"이라며 "ILO 기준을 받아들여 합리적이고 수용가능한 결정 기준을 마련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변경안의 큰 초점은 (최저임금 수요자인 근로자 위주만을 벗어나) 공급자인 기업이나 시장의 조건을 반영할 수 있는 결정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근로자의 생활보장에 더해 고용경제상황, 노동생산성, 기업의 지불능력을 결정기준에 포함하겠다는 의미"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기업 지불 능력' 반영, 의미 있는지 논란 불거져

 
토론에 나선 전윤구 교수는 기업의 지불능력을 최저임금 결정의 지표로 고려하는 점에 의문을 표했다.
 
전 교수는 "기업의 지불능력이란 지표는 ILO 기준이 아니라 일본 최저임금법에서 나왔지만 일본은 지역별 최저임금 시스템이라 우리와 다르다"라며 "일본은 지역 최저임금이 기업 지불 능력을 벗어나면 기업이 사업장을 다른 지역으로 옮길 위험이 있어서 그럴 수 있지만 우리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불능력이라는 하위 요소를 굳이 고용수준이라는 상위 요소와 대등한 지표로 설정하는 것은 제고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박귀천 교수 역시 동감을 표시했다. 박 교수는 "이번 개편안이 충격적인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사실 실무적으로 이미 반영되던 요소를 공론화, 공식화된 것"이라며 "새로운 요건으로 알려진 고용경제상황이 그 동안 고려가 안 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 지불능력은 천차만별인데, 이를 일률적 기준으로 법에 넣을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라고 지적했다.

 
■이원화 체계, 그간 TF에서 깊게 논의된 사항은 아냐---중립성 확보 없이는 '이중 고생'

 
이날 참석한 전문가에 따르면 최저임금 결정 체계 '이원화'는 정부 최저임금TF에서도 논의가 깊이 있게 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에서 발의된 안도 마찬가지다.

박귀천 교수는 이런 이원화 결정 과정이 적절한 대안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표했다.
 
박 교수는 "이원화로 소모적 갈등이 줄어들지는 우려스러운 부분이며 자칫 잘못하면 옥상옥이 돼 두 번 갈등을 겪게 된다"라며 "다만 전문가 그룹이 1년 내낸 여유를 가지고 실증적인 자료를 기반으로 논의를 하면서 어느 정도 걸러진 안으로 논의를 하는 장점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윤구 교수는 구간설정위원회의 역할에 대해 지적했다.

전 교수는 "지금 구간설정위원회 개편안에 제시한 2안, 즉 노사정에서 3명씩 추천해 9명으로 구성하는 안과 결정위원회에서 2안으로 내놓은 운영 방식이 결합 된다면 옥상옥이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구간 범위 결정에서 최저임금이 내려갈 리 없으므로 결국 쟁점은 상한을 어느 정도까지 둘 것인지 문제"라며 "이에 대한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구간설정범위 부분을 적어도 국회 통제 안에 둬서 과도하게 설정하지 못하도록 폭 자체를 결정하는 방법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권순원 교수는 최저임금위의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의사결정의 자유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원화한다 해도 최저임금 위원들의 '노사 대리인 논란'이 이중으로 반복되는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권 교수는 "구간설정위에서 구간이 제대로 설정되지 못할 경우 현행 제도 안에서 벌어지는 현상이 재연될 것"이라며 "정부가 구간설정위원회를 구성한 다음 결정된 안을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하게 하면, 논란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나서서 최저임금 상승을 공약하는 것도 잘못됐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최저임금 제도를 독립적으로 운영한다고 하면서도, 정부가 올리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책임만 최저임금위원회에 넘기는 형식 논리라는 지적이다.
 
권 교수는 "실제로는 (정부가) 개입하면서 책임만 회피하는 형식을 벗어나, 최소한 구간설정위원회만이라도 정부가 책임져 정치적 판단을 국민들로부터 구해야 할 것"이라며 "(더 나아가)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한다면 정부가 국가임금위원회를 두고 정부가 공익위원들을 참여시켜 결정된 최저임금에 대해서 정부가 책임을 지는 제도개편 방안 모색하라"라고 꼬집었다.
 
일부전문가들은 현행처럼 노사정 3자로 구성하는 체계를 유지하되, 위원구성에 변화를 주는 것을 통해 현행 제도를 수정-보완하는 편이 낫다는 주장을 펼쳤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선택한 국가의 결정 체계를 네 가지로 볼 수 있으며, 국회결정 방식, 단협방식, 위원회 방식, 정부 단독 방식이다. 이 중 노사정 3자 방식이 가장 보편적이며 그걸 크게 벗어나는 방식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박귀천 교수는 "ILO안도 노사정 3자 방식이라는 합의방식을 고려하면, 현행 제도가 파행을 부른다고 보기 어려우며 실제 일어나는 (협상과정의) 갈등이 과장되게 외부에 비춰졌다"라며 "선진국인 영국도 최저임금 최종 결정 시한 3~4일전에 밤샘 하면서 난상토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우리 갈등 과정만 유독 심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순차 배제안, 중립성 담보 어렵고 최저임금과 어울리지 않아

 
전문가들은 순차배제안이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의문을 표시했다. 위원을 추천하고 상대 진영에서 배제하는 내용의 순차배제안은 노동위원회 구성 방식이다. 하지만 노동위원회의 경우 전문가 풀이 워낙 넓은 점을 고려한다면, 제한된 전문가로 구성할 수밖에 없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그런 방식이 과연 적합하냐는 지적이다.
 
또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위원회 위원들이 결국 사용자나 노동자측의 대리인이 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박 교수는 "소신을 밝힌 분들은 성향이 파악됐다고 여겨져 오히려 배제가 될 가능성이 높고, 이런 문제는 노동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라며 "누구보다 정말 열심히 연구하신 분들이 오히려 배제가 되는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전윤구 교수도 "전문위원들이 (결정에 참여할) 전문가를 뽑도록 하는 게 나을 수 있다"라며 "그렇게 된다면 전문성을 높이고, 추천단체의 대리인화를 전문가 그룹 자체 내에서 걸러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국회 추천권이 강조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박 교수는 국회나 정부에서 결정하는 방식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하며 "의회나 정부가 단독으로 결정하게 되면, 이걸 담보로 다른 제도를 두고 정치권에서 거래를 하거나, 정치이슈화가 될 우려가 있으므로 국회 통제 하에 두는 것이 개편 안에서 강조하는 것은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태호 과장은 토론회를 마무리하며 "1월 안에 공론화 작업을 마치고, 2월 초에 이를 토대로 수정된 정부안 마련한 후, 2월에 입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2020년 적용 최저임금을 최종 고시하는 시점이 8월 이후인데, 입법이 지연되면 그 이후로 연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최 과장은 "만약 입법이 4월, 5월로 연기될 경우, 최저임금 최종 고시를 최종 연기하는 것도 국회에서 검토해 줬으면 한다"라며 "그런 복잡한 혼란을 최소화 하기위해서라도 2월 국회에서 결정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해, 빠른 입법을 촉구했다.
 

곽용희 기자 kyh@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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