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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19-08-27 20:03:38

    수정 : 2019-08-29 16:49:43

[특별기고] 현대자동차의 탁송업무와 파견근로

2019-08-27 20:03:38



현대자동차의 탁송업무와 파견근로
[2019년 9월호 vol.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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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중앙지법 2019. 8. 22. 선고 2016가합513611 판결
     
    1. 사실
     
    피고 현대자동차 주식회사(이하 '피고', 또는 '피고 회사'라 함) 울산공장에서 원고들은 완성된 수출용 차량을 선적 부두에 운송해서 나라별 구역구분을 해 주차해두는 탁송 및 치장 업무를 수행해왔다. 과거 피고는 이 업무를 현대글로비스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뒤 현대글로비스가 재차 2차 사내협력업체와 재차 도급계약을 체결하고서 그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로 원고들이 근무했다가, 2012.7.1. 이후에는 피고가 그 사내협력업체와 직접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원고들은 1차 사내협력업체 소속이 됐고, 소속 업체는 덕진기업에서 현재는 무진기업으로 그 업무 및 고용이 승계됐다.

    사내협력업체들은 해당 업체 명의로 원고들을 포함한 근로자들을 신규로 채용한 다음 이 사건 도급계약 등에 따라 소속 근로자들을 피고 회사에 투입했는데, 피고와 별개로 취업규칙을 마련해 인사권과 징계권을 행사하고 임금 등을 지급하고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및 납부, 연말정산 업무 등을 처리하고, 국민연금 등 4대 보험에 가입했으며, 사업자등록을 하고서 도급계약 수행에 따른 사업소득세를 납부하고, 소속 근로자들이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 등에서 사용자로 응소하기도 했다. 피고 회사에서 의장공정 등 직접 생산공정의 사내협력업체근로에 관해서는 2010.7. 대법원이 최병승사건에서 파견근로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고, 그 뒤 2015.2. 대법원은 김준규 등의 사건에서 의장 공정 등 메인라인이 아닌 이른바 서브공정인 엔진, 차체 등의 공정까지도 파견근로로 인정하기에 이르자, 자동차 조립 생산 공정의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집단적으로 피고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의 소를 제기했으나, 원고들은 자동차 생산공장에서 직접 생산업무에 종사하고 있지 않은 것 때문에 주저하다가 2016.3. 피고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등의 소를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피고는 신규채용 형식으로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해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면서도, 그 무렵까지 탁송‧치장 업무에 종사하는 원고들은 그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었다.
     
    2. 쟁점
     
    원고들의 업무는 실제 계약이행에서 근무시간 등 근로조건의 설정‧관리 방식이 컨베이어를 이용한 직접생산 공정과 크게 다르지 않고, 피고가 이 사건 시스템으로 원고들의 업무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며 해당 업무의 수행에 필요한 지시가 필요한 경우 형식적으로 이 사건 협력업체의 관리자를 통해서 하는 등 지휘․명령권을 행사하는 등 파견근로라고 주장한 데 대해,
    피고는 자동차 직접생산 공정이 아닌 간접 공정 내지 생산보조업무에 해당하는 야적장 탁송‧치장업무를 특정해 무진기업에 도급하고, 원고들은 사내협력업체의 근로자들로서 현장대리인 등을 통해 이 사건 협력업체의 지휘․감독을 받아 도급받은 업무를 수행했을 뿐 피고가 원고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해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의 지휘‧명령을 한 바 없으며, 도급업무의 구분으로 원고들이 수행한 탁송‧치장 업무는 피고 소속 근로자 중 원고들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는 없었고, 서로의 업무가 목적을 달리하는 별개의 업무로 구분돼 있었으므로 '공동작업을 통한 사업에의 실질적 편입'이 있었다고 볼 수 없고, 협력업체가 직접 근태 관리를 했을 뿐만 아니라 피고는 협력업체의 근로자 채용이나 업무배치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며 파견근로가 아니라고 피고는 주장했다.
     
    3. 판결
     
    재판부는 위 원고의 주장을 인정해 파견근로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원고들이 청구한 대로 피고의 근로자이거나(고용간주) 근로자로 고용할 의무가 있다고(고용의무) 판결했다. 구체적인 판단의 근거를 살펴보면 첫째, 협력업체의 현장관리인이 원고들에게 구체적인 지휘‧명령권을 행사했더라도 이는 피고가 결정한 사항을 전달한 것에 불과하거나 그러한 지휘‧명령이 피고에 의해 통제된 것에 불과한 것이고,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한 근태를 관리하며 징계권을 행사했던 것은 피고의 노무관리 일부를 대신해 행하는 측면이 크고 이러한 사정만으로 독자적 지휘‧명령권을 행사했다고 볼 수 없는 등으로 피고가 원고들에 대한 상당한 지휘‧명령을 행사했다고 볼 수 있다고 봤다. 둘째, 피고가 피고 소속 근로자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를 함께 편성, 관리했고, 이 사건 탁송‧치장 업무는 피고 PDI 공정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어 원고들은 피고 출고업무 담당 정규직원들과 하나의 작업집단을 이뤘으며, 피고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치장업무 수행방식의 변화를 주도했고 그에 따라 직접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설명하는 등 피고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던 것이라고 봤다. 그리고 셋째, 원고들이 담당한 업무의 특정성, 구별성, 전문성과 기술성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넷째, 업무 수행에 필요한 핵심적인 필요 시설 장비, 작업 도구, 부품 등이 모두 피고 소유이고. 사내협력업체는 고유 기술이나 특별한 자본의 투입이 없고 독립적 기업조직으로서의 설비 등이 미비한 것을 판단의 근거로 적시했다.
     
    4. 평가
     
    대상판결은 사내협력업체 근로에 관한 기존 판례의 파견 판단기준에 따라 충실히 살펴 판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앞서 대법원이 근로자파견 여부에 대해 첫째,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둘째,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셋째,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넷째,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다섯째,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던바(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이러한 대법원 판례의 파견 판단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원고들이 이러한 판례 기준에 따라 주장했기에 이 같은 내용으로 판시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는데, 이는 판결의 법리로 볼 때 새로운 것이라고 볼 수 없다. 하지만, 그 판결의 대상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번 판결은 피고 회사에서 완성된 차량의 운송업무에 해당하는 탁송‧치장 업무를 수행하는 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해 파견근로라고 판단한 최초의 판결이다. 원고들은 피고 회사 생산 공장에서 완성한 차량을 수출하기 위해 부두로 운송해서 나라별 구역을 지정해 주차해두는 업무를 수행했던 것인데, 이는 피고 회사에서 파견근로라고 법원이 판결해왔던 자동차 조립 생산 공정이 아니고, 컨베이어라인의 일부도 아닌, 그야말로 그와 구분된 업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피고는 반복해서 이 점을 강조하며 원고들이 수행한 업무는 파견근로가 아닌 도급계약에 따른 무진기업의 업무를 수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사내협력업체 무진기업 소속의 현장대리인을 통한 지휘‧명령, 근태 관리 및 국민연금 등 4대 보험 처리, 업무의 구분과 그에 따른 협력업체만의 수행 등은 이러한 피고 주장을 뒷받침하는 주요 근거로 사용됐다.

    그러나 이는 의장 공정 등 자동차 직접 생산 공정의 사내협력업체 근로가 파견근로라고 판단한 기존의 판례 기준을 형식적, 기계적으로 이해하고서 하는 주장에 불과했다. 파견근로가 문제 되자 피고 회사를 비롯해 많은 사업장에서 그 계약 체결부터 작업 수행 등에 이르기까지 사내협력업체 근로가 파견근로에 해당하지 않는 외양을 갖추기 위해 시도해왔다. 업체 소속 현장대리인의 배치, 업체의 근태 관리, 정규직 업무와 구분된 업체 근로자의 업무 및 그 수행 등을 통해 파견근로가 아니라 도급계약을 체결한 수급업체인 협력업체의 업무 수행인 것처럼 포장해왔다. 그런데, 이번 판결은 이러한 시도가 원청 사용자로 하여금 파견법상 사용사업주로서의 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하지 못한다는 걸 보여준다.

    우리 파견법은 근로자파견을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한 상태에서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제2조 제1호). 결국 사내협력업체 근로가 파견근로에 해당하는지는 원청의 (실질적인) 지휘‧명령에 따라 원청을 위한 근로에 종사하는 것인가 하는 것으로 판단될 수밖에 없다. 기존의 판례 기준은 어디까지나 이를 판단하기 위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오늘날 파견근로가 문제가 되고 있는 이 나라의 사내협력업체 근로를 살펴보면, 그 사내협력업체는 원청(사업)을 위한 인력 제공을 떠나서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야말로 독자적인 기술과 자본을 가지고 인력 공급 외에 독립된 자기 사업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는 업체는 극히 드물다. 원청의 생산 등 사업 시스템(체계) 아래서 사내협력업체 근로자가 작업을 수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니 아무리 공정을 구분해놓더라도, 현장대리인 등 조직을 갖추더라도, 결근 등 근태 관리를 한다고 하더라도 파견근로로 판단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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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덕

     노동법률원장 /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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