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14 09:49:34 수정 : 2019-05-31 14:23:08

강한 멘탈과 너구리 장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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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호 vol.337]
1. 프로야구 '맨탈 갑'이었던 투수
 
'강한 멘탈'의 상징으로 떠올릴 만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 1983년 한국 프로야구 무대에 나타나 전설의 30승 기록을 세운 삼미슈퍼스타즈 투수 장명부는 어떨까?

장명부는 마지막 한 구까지 타자와 수싸움을 벌였고, 위기에 몰리거나 타자의 몸에 맞는 공을 던지고도 실실 웃었다. 야구팬들은 그를 밉살스럽게 봤고 '너구리'란 별명을 붙였다. 그러나 선수들은 그런 장명부의 배짱에 혀를 내둘렀다. 요즘 말로 하면 그야말로 '멘탈 갑'이었다. 


▲마운드에서 타자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장명부 선수

그러나 그도 사람이었다. 1985년 최악의 성적을 거둔 후 이런저런 이유로 방출됐다가 빙그레 이글스에 입단하면서 장명부는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1986년에는 인터뷰 도중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1986년 KBS와의 인터뷰에서 눈물을 보이고 마는 장명부

이처럼 '강한 멘탈'이란 것은 상황적이며 과정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끝까지 강철 같은 멘탈을 유지하는 인물은 만화 속에만 존재한다.
 
그러나 평범한 우리들은 생각한다. '상황적이라도 좋으니 과정이라도 좋으니 한 번이라도 멘탈이 강해져 봤으면' 하고 말이다. '멘탈이 강한 사람의 00가지 특징', '나도 멘탈 갑이 될 수 있다' 같은 콘텐츠들이 항상 큰 관심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강한 멘탈'이란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긍정 심리학'과 '긍정적 자아개념'에 관한 연구에 답이 있다.
 
2. '긍정 심리학'이 보는 멘탈 갑
 
'긍정 심리학' 연구자들은 소위 '강한 멘탈의 소유자'들을 실제로 만나 그들을 분석했다. 결론이 매우 흥미롭다. "강한 멘탈을 가진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또한 우선순위 선정에 객관적 기준이 없었다."
조금 과장하자면, '멘탈 갑 = 무개념'이란 얘기다. 논문은 "강한 멘탈을 가진 사람들 중 상당수는 상황의 긍정적인 측면을 주관적으로 확대해석하는 습관이 있었다"고 정리한다. 또한 업무를 추진할 때 "논리적 우선순위를 따르기 보다는 개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문제를 분석하고 결론을 내리는 경향도 강하다"고 했다.
 
위와 같은 스타일의 멘탈 갑 대표로는 스티브 잡스가 있다. 상황을 주관적으로 확대해석하고 사업을 밀어붙이는 그의 성향은 양날의 검이었다. 잘 나갈 때는 모두 칭송했지만, 기업이 위기에 처하자 사직 권고의 빌미가 됐다.
 
3. '긍정적 자아개념'과 강한 멘탈
 
'자아개념'은 개인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평가하느냐는 것이다. 쉽게 요약하자면 '나는 훌륭한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긍정적 자아개념'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어', '앞으로 나아질 거야'하는 생각도 같은 선상에 있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긍정적 자아개념'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모-자녀 관계다. 부모에게 사랑받고 수용되는 경험이 긍정적인 자아개념 발달에 주요한 역할을 한다. 이것이 활동성, 친구 관계, 가치관에 두루 영향을 미친다. 또한 뚜렷한 자아개념은 스트레스의 영향으로부터 개인을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즉,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강한 멘탈'이란 것은 '뚜렷한 긍정적 자아개념'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연구 결과대로라면 '부정적 자아개념'을 일단 형성한 성인이 뒤늦게 '뚜렷한 긍정적 자아개념'을 갖는 것은 매우 어렵다. 적어도 부모의 사랑과 훈육에 해당하는 시간과 노력만큼을 스스로 기울여야 한다. 안 그래도 멘탈 약한 사람이 그런 것을 감당해야 한다니 도무지 가능할 것 같지 않다.

이런 연구 결과를 보면 '긍정적 자아개념'을 갖고 있느냐 아니냐 하는 건, 다 큰 성인에게 별 의미가 없지 않은가. 그냥 금수저, 흙수저 담론의 연장선상에 있을 뿐이다.
 
4. 뚜렷하고 긍정적인 마음 자세
 
약한 멘탈의 소유자가 강한 멘탈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가능하다하더라도 비효율적으로 보인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말 한마디에 쩍쩍 금가는 유리 멘탈로 평생 살라는 건가? 아니다. 일정하게 멘탈을 유지하거나 약간의 강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기술이 여기에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리뷰나 포브스지에 실린 글의 공통점을 추리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금 하고 있는 작은 일부터 가능한 한 최대한의 성과를 거둔다. 긍정 심리학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마틴 셀리그먼(Martin Seligman)은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만족하고 희망을 가지게 되는 '긍정 상태'에 머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둘째, 자신의 대표 강점(Signature strength)을 찾아서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잘 하는 일, 자신 있는 무언가를 자주 하는 것이다. 복지 정보 전달, 맛집 예약, 손글씨 등 무엇이라도 좋다. 당장 실행해보라.

셋째는 긍정, 멘탈, 행복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인식을 다시 하는 것이다.

사실 위 세 가지는 개인이 뭔가 조치를 한다고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사업계획 보고를 어렵게 마쳤는데 예산 허가가 안 떨어질 수 있다. 금요일 저녁 친구들과 즐겁게 한 잔 하는데 상급자 전화가 걸려오면 오만상이 찌푸려진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행복을 개인적 영역에서 찾지 말고, 공적 영역에서 찾아보라고 권유한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나보다 어려운 사람에 대한 배려와 봉사활동을 실천하는 사람, 지역 사회와 국가에 대한 헌신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고 한다.
 
 
남보람 군사편찬연구소 연구원 elyzcamp@naver.com 
 
남보람  정치학박사 / 군사편찬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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