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윤석열 정부 2년 노동ㆍ사회정책 평가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지난 2년간 추진한 노동시장 유연화, 노사 법치주의 등 노동개혁이 노동시장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노조 활동을 축소시켰다는 노동계 비판이 나왔다. 노동계는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철회하고 취약 계층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윤석열 정부 2년 노동ㆍ사회정책 평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정부 출범 2주년을 기념해 정부가 그간 추진해 온 노동ㆍ사회정책을 평가하기 위해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후 3대 개혁 중 하나로 노동개혁을 추진했다. 노동개혁은 근로시간제도 개편, 직무ㆍ성과 중심 임금체계 도입을 중심으로 하며, 노조 회계 공시 의무화, 임금체불 근절, 원하청 상생 협약,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이 이루어졌다.

노동시장 유연화가 '양극화' 부추길 것
 
이시균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이 근로조건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선임은 근로시간 유연화와 직무ㆍ성과 중심 임금체계 도입이 취약 근로자의 근로조건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선임은 "직무성과급제 도입은 실질임금 감소를 가져오고, 탄력근로제는 장시간 노동을 가져올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노동시장의 주변부 근로자가 확대되고 이들의 근로조건 더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선임은 정부가 추진하려는 파견업종 확대도 시기상조라고 비판했다. 이 선임은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파견업종을 확대하는 것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더 심화하는 정책"이라며 "고용안전망도 취약한데 여기서 파견업종까지 늘리면 노동시장의 불안정성만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 선임은 윤 정부 출범 후 최저임금 인상률이 낮은 것도 임금 양극화의 큰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윤 정부 집권 후 최저임금 인상률은 2023년 5.0%, 2024년 2.5%로 결정돼 지난 10년 평균치인 7.2%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 선임은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2.5%에 그쳐 저소득층의 실질임금 하락이 발생했다"며 "이는 전체 근로자의 임금 불평등 개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동시장 양극화가 저출산 시대 구인난을 부추길 것이라고 봤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2027년을 정점으로 경제활동인구와 취업자 수의 감소가 예상된다.
 
이 선임은 "30년 전과 달리 지금은 일할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파견법, 직무성과급, 탄력근로제로 노동시장을 유연화해 근로조건을 저하시키면 안 그래도 구인난에 빠진 기업들이 사람을 더 구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급격한 구인난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어떻게 구인난을 해소하고 노동의 질을 높일지에 집중해야 한다"며 "그러나 정부는 외국인 고용 허가제 증가 외에는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 배제'된 노사관계…"노동기본권 후퇴 가져와"
 
윤 정부의 노사관계 정책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윤 정부의 노사관계 정책으로 노조가 위축되고 노동기본권이 후퇴했다고 진단했다.
 
박 선임은 윤 정부 노사관계 정책이 '사용자 지향ㆍ노동자 배제' 정책이었다고 비판했다. 박 선임은 "윤 정부는 노동계를 개혁의 대상으로만 봐 노동자를 노사관계의 주체가 아닌 객체로 인식했다"며 "원하청 이중구조 개선,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산업전환 정책 등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 정책에서 노동자는 철저히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박 선임은 윤 정부의 노사 법치주의 정책도 비판했다. 윤 정부는 노사 법치주의 실현을 위해 노조에 회계 공시 의무 부과,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 운영, 타임오프 감독을 실시했다.
 
박 선임은 "노사 법치주의라는 말 자체가 잘못됐다. 노사관계는 법치가 아닌 협력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며 "정부의 노사 법치주의 강조로 인해 노조는 위축됐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은 축소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오히려 노조 조직화를 지원하고 사회적 대화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 박 선임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노사 법치주의를 강조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노조 조직화를 지원하고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다양한 조직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독립성 보장, 권리 확대 등을 통해 사회적 대화의 기틀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종'된 저소득 비정규ㆍ여성ㆍ청년…'중산층 이상'만 혜택봐
 
지난 2년간 윤 정부에서 비정규직ㆍ여성ㆍ청년 노동정책을 사실상 내놓지 않았다는 비판 목소리도 높았다. 비정규직, 여성, 청년 등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 정책도 중산층 이상에만 집중돼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정부의 실질적인 정책은 없다시피하다"며 "정부 2년 동안 비정규직 노동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윤 정부 출범 후 비정규직의 노조 조직률은 0.2% 하락했다. 비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률도 역대 정권 최저 수준이었다. 고용보험 가입률은 2% 증가, 국민연금 가입률도 0.2% 증가에 그쳤다.
 
남 소장은 "고용ㆍ산재보험에서 전속성 조항을 빼 플랫폼 노동자들이 고용ㆍ산재보험에 의무가입 하게 된 것 말고는 비정규직 처우 개선이 없었다"며 "빈약한 비정규직 정책으로는 정부가 말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절대 일어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도 정규직 근로자를 위한 일ㆍ가정 양립지원 정책 외에는 윤 정부의 여성 노동정책이 사실상 없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윤 정부가 육아휴직 기간ㆍ대상 확대, 배우자 출산 휴가 확대 등 정책을 폈지만 이는 대규모ㆍ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근로자들에게만 해당되는 정책"이라며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들의 경력 단절에 대해서는 정책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청년 노동정책도 중산층 이상을 위한 정책만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남재욱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정부는 문재인 정권이 시행하던 국민취업지원제도, 청년 일자리 도약장려금, 청년내일채움공제 등을 대폭 축소하고 청년 주거정책에만 집중했다"며 "취업에 생계가 달린 저소득 청년을 위한 노동 지원 정책은 포기하고 부동산 구매가 가능한 중산층 이상 청년을 위한 정책만 확대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재헌 기자 jh59@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