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화우가 7일 오후 서울시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 A에서 주최한 '총선 후 기업의 규제정책 대응 방안, 화우에서 길을 찾다'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지예 기자 jyjy@)

제22대 국회가 개회할 하반기부터는 정부의 노동개혁이 동력을 잃고 친노동 입법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은 노동계 주장을 대다수 반영한 노동 공약을 내세우고 있어 근로시간제 등 노동관계법 전반에 더 강력한 규제 법안이 입법될 가능성도 있다.

법무법인 화우는 7일 오후 서울시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 A에서 '총선 후 기업의 규제정책 대응 방안, 화우에서 길을 찾다' 세미나를 주최했다.

지난달 10일 치러진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결과 여당이 108석을 차지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단독으로 국회 의석 과반인 175석을 차지했다. 여소야대 정국이다. 이번 세미나는 총선 이후 추진될 것으로 전망되는 노동, 공정거래, 조세, 금융 분야 주요 공약들을 분석하고 기업의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진행됐다. 

첫 순서로 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총선 결과를 분석하고 정국을 전망했다. 이어 고용노동부 정책실장을 역임한 권영순 법무법인 화우 고문이 노동 분야를,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을 역임한 한철수 고문이 공정거래 분야를, 부산지방국세청을 역임한 이동신 고문이 조세 분야를 전 금융감독원 국장을 역임한 조국환 고문이 금융 분야 공약을 분석했다.

동력 잃은 노동개혁...노사정 대화 좌초되면 더 큰 '규제' 온다

권영순 고문은 "여소야대 정국으로 정부 주도 노동개혁 동력은 약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취약계층 근로자를 보호하고 고용안정성을 확보하는 등 친노동 입법은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함께 3대 개혁 과제로 노동개혁을 제시했다. 주52시간제 관리 단위를 확대해 근로시간제를 유연하게 하고 임금체계를 직무성과급으로 개편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근로시간제 개편안이 장시간 근로를 야기할 수 있다는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반발로 노동개혁은 한 차례 주춤했다. 결국 정부는 노동개혁을 노사정 대화로 결정하기로 했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승기를 잡았다면 정부는 강력하게 노동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여당의 참패로 끝나면서 사실상 노동개혁은 노사정 대화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

특히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친노동 공약을 여러 개 들고나왔다. 노동계가 총선 과정에서 요구하던 공약들이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에 상당수 반영됐다.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일하는 사람 권리보장법, 노란봉투법 재입법, 정년 연장 법제화, 주4일제 단계적 도입 등이다. 

권영순 고문은 "야당 주도로 근로시간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입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고 정부가 추진하던 주52시간제 유연화가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해져 노사정이 대화를 통해 절충안을 내놓기를 기대하게 됐다"며 "기업은 현재 근로시간제가 공짜노동을 야기하지 점검하고 기업 사정에 맞는 근로시간제를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란봉투법, 올해도 쟁점 되나...원청, 하청 개입 신중해야

정년 연장의 필요성은 여야 모두 공감하고 있어 논의가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다. 다만 그 방법을 두고는 정부ㆍ여당과 야당의 입장이 다르다. 정부는 임금체계 개편 없이는 정년 연장을 추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당은 60세 이상 근로자의 재취업과 계속고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중소기업을 필두로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정년을 연장하겠다는 입장이다.

노란봉투법 입법은 하반기에 여야가 극렬하게 대립할 수 있는 쟁점이다. 지난해 야당의 주도로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입법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야당과 노동계는 노란봉투법 입법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노란봉투법에 다시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노란봉투법은 사법부 판결에 따라 추진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 현재 노란봉투법과 같은 쟁점을 안고 있는 현대중공업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계류 중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노란봉투법에 반하는 판단을 내린다면 입법 동력은 저하될 수 있다.

권영순 고문은 "노동계가 노란봉투법을 통해 원청에게 하청 근로자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이유는 원청이 하청에 과도하게 인사권을 행사하거나 임금,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에 관해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라며 "원청 기업은 하청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되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경영 차원의 지원,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 이행, 원하청 상생 노력도 함께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처법 개정 가능성은 희박...안전관리 심혈 기울여야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여부도 주목해야 한다.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모호한 규정을 명확히 하고 형사처벌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띄웠지만 법 개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지난해에는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하자는 요구도 있었지만 야당 반대로 무산됐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은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정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야당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플랫폼 종사자에게 적용할 안전 기준을 만들고 기업의 안전보건 관련 사항을 공시하도록 하는 등 산업안전 관련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안전보건청 신설도 주장하고 있다. 

22대 국회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개정되거나 산업안전 관련 법제도가 완화될 가능성은 낮다. 다만 헌법재판소 결정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중소기업중앙회를 필두로 중소기업 사업주들이 제기한 중대재해처벌법 헌법소원 신청을 받아들였다. 헌법재판소가 중대재해처벌법이 헌법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린다면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이 추진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권영순 고문은 "헌법재판소 판단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동력이 생길 수 있지만 기업은 이와 별개로 지속적으로 안전관리체제를 구축하는 데 투자해야 한다"며 "최근 법원은 안전문제를 알고도 방치하거나 형식적으로만 안전관리를 한 경우 형사처벌하고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세미나를 기획한 화우 GRC센터는 2022년 정책분석 TF, 법제컨설팅팀, 대선정책 TF, CVC 투자컨설팅팀이 모여 출범했다. 형사, 공정거래, 금융, 환경, 인사노무 등 전통적인 기업규제 대응 분야에서 축적된 전문성과 행정부, 국회, 지자체 등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 인적네트워크를 활용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지예 기자 jyjy@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