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지난 9월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 중앙회에서 열린 한국노동연구원 개원 30주년 기념 세미나 '포용과 활력의 고용시스템을 향하여'에서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월간 노동법률] 임고은 기자 = 한국노동연구원 개원 30주년 기념세미나 '포용과 활력의 고용시스템을 향하여'가 9월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릴리홀에서 열렸다.

30주년 축하 '사람으로 치면 성년의 단계…멀리 내다보고 앞날 개척할 활력 넘치는 시기'
 
이날 세미나에는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원장,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이 자리해 한국노동연구원 30주년을 축하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은 "30년이란 시간은 사람으로 치면 스스로 독립해 본격적으로 자기 뜻을 펼치기 시작할 나이"라며 "연구원도 그동안 많은 발전을 이뤘고, 때로는 성장통도 겪으며 다져온 신뢰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확고한 비전을 갖고 고용노동정책 수립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30년을 돌아보면 어느 한시기도 격변이 없었던 때가 없었다"며 "그 시기 노동연구원이 중요한 역할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성 이사장은 지난 1년을 돌아보며 "문재인 정부 1년 동안 고용-노동분야에 있어서 중대한 진전이 많았다. 과거보다 높은 수준 고용률 유지하고 있고, 상용직-정규직이 증가했다. 최저임금 인상 덕분에 고용상태에 있는 노동자의 임금 수준이 향상되고 있다. 다른 어떤 자료를 가져오더라도 이점은 객관적인 사실이기 때문에 부인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제조업 분야, 음식-숙박-도소매업 분야 고용이 줄어들고 있고, 영세자영업자가 고통받고 있다. 이것도 현실"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해서 고용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고용 기회를 늘리고 생활을 안정시킬 수 있도록 노동연구원에서 더 깊이 연구하고,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을 많이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은 "국민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고 함께 공존하는 포용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을 이제 떼었다"며 "이 자리에서 노동시장의 분절구조, 자영업 문제, 격차 해소를 위한 연대임금과 일터혁신, 노동법에서의 포용성 확대, 보편주의가 작동하는 고용안전망 등을 그 연장선에서 논의한다고 하니 참 의미가 있고, 굉장히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그 어느 때보다도 노동시장의 활력이 절실한 때이다"며 "오늘 이 세미나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화두를 던지고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분들과 함께 그 해답을 찾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국 노동시장 '격차' 공감 …'신자유주의' 특징 있나 열띤 토론

세미나 제1부에서는 한국 노동시장의 분절구조를 분석하고 시사점을 도출하는 한편 이를 극복하는 대안을 제시하는 발제가 이어졌다. ▲정이환 서울과기대 교수가 '한국 노동시장의 분절구조와 대안모색' 발제를 시작으로, ▲전병유 한신대 교수가 '우리나라 노동시장 분절화의 구조와 시사점'을, ▲이승렬 한국노동연구원 사회정책연구본부장이 '자영업 문제를 다시 생각해본다'를 주제로 발표했다. 사회는 이인재 인천대 교수가 맡았다.
 
▲사진=정이환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가 한국노동연구원 개원 3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한국 노동시장의 분절구조와 대안모색'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정 교수는 발제를 통해 한국 노동시장 체제의 성격을 신자유주의적 분절노동시장으로 규정했다. 신자유주의 노동시장론과 분절노동시장론을 절충한 것으로 한국 노동시장이 양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어서 한쪽으로만 성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절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자유주주의 노동시장론은 시장지배적으로 노동시장을 규율하는 제도가 약해 시장원리가 큰 제약 없이 관철된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가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신자유주의 체제로 바뀌었다며 "한국 노동자의 고용이 전반적으로 불안정하고 비정규고용과 저임금 노동자 집단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점에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분절시장론은 한국의 노동시장의 분절적 성격을 강조한다. 정 교수는 한국노동시장을 중심과 주변 또는 1차 노동시장(대기업, 유노조, 정규직 노동자)과 2차 노동시장(중소영세기업, 무노조, 비정규직 노동자)으로 분절돼 있다고 봤다.
 
정 교수는 "한국 노동시장의 분절구조는 기업 규모-고용형태-성별 분절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구조로 각 분절은 서로 긴밀히 연간 돼 있으나 서로 다른 기제에 의해 작동하므로 개선 대안도 복합적이어야 한다"며 "킹핀(Kingpin)은 없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도 "우리나라 노동시장 이중구조이거나 부문(또는 계층) 간 격차와 단절이 매우 크고 강한 분절화된 구조라는 데 대체로 합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노동시장의 지위 변수는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사실상 지배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노동시장 이중화와 분절화는 사회적, 정치적 균열을 일으킬 잠재적 폭발력을 가지기 때문에, 노동계 내부의 상충하는 이해관계의 문제와 연대의 문제를 드러내고 이를 사회 담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발제를 마친 이후 신광영 중앙대 교수와 이철승 서강대 교수가 토론을 이어갔다. 특히 이철승 교수는 정 교수가 주장한 '한국 노동시장의 신자유주의 특성'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이 교수는 "저임금,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의 존재는 전근대 노동시장에서부터 확인되는 사안"이라며 "단체협약으로 보호받는지 여부와 저임금 노동의 광범위한 존재를 (신자유주의의 특성) 기준으로 삼게 되면 서유럽의 극소수 국가의 노동시장을 제하고는 인류 역사상 존재하는 모든 노동시장이 신자유주의에 속하게 되고, 이는 신자유주의 만능론, 신자유주의의 이데올로기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자유주의 기업지배체제의 핵심은 장로교회에서 진화한 이사회 구조로 권력집중과 부패를 막기 위한 견제와 균형의 기제이지만 한국은 전제적 가문지배 구조"라고 반박했다.
 
이 교수는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기준은 국가가 사기업 수준에서 수립된 노동시장 규준에 어느 정도 개입하느냐 여부이고, 개입의 성격도 근로기준법, 최저임금제와 같은 직접개입인지 사회복지세 부과와 같은 간접개입인지에 따라 구별되어야 한다"며 "한국은 정권의 성격에 따라 고무줄이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간접개입 정권으로 따라서 신자유주의적 요소가 존재하지만 현 정권은 최초의 직접개입 정권으로 신자유주의 요소를 찾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제2부에서는 연대임금 등을 통해 임금 격차를 축소하고, 일터혁신을 통해 우리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방안이 제시됐다. 노동의 연대와 활력을 촉진하고 노동법 포용성을 확대하기 위한 법 제도에 대한 발표도 이어졌다.
 
발제는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이 '격차 축소를 위한 연대임금과 일터혁신'을 주제로 ▲강성태 한양대 교수가 '노동법에서 포용선의 확대:노동의 연대와 활력을 촉진하기 위한 법제도'를 주제로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이 '보편주의가 작동하는 고용안전망:소득보장과 능력개발기회'를 주제로 이어갔다.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가 사회를 맡고, 양재진 연세대 교수와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가 토론을 이어나갔다.
 

임고은 기자 goi@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