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법률

  • 등록 : 2021-12-08 10:32:00

    수정 : 2022-02-28 14:59:58

[정책] “캠페인성 짙고 활용도 낮아”...외국인 노동자용 산업안전자료, 한계는?

2021-12-08 10:32:00



“캠페인성 짙고 활용도 낮아”...외국인 노동자용 산업안전자료, 한계는?
[2022년 1월호 vol.368]
  • 장바구니에 담기
  • 프린트
  • 작은글씨
  • 큰글씨
  •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지난 2012년 개발한 다국어 회화 서비스(자료=안전보건공단)
     
    사업장 안전을 위해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용 애플리케이션(앱) 등 디지털 콘텐츠가 제공되고 있지만 정작 실무현장에서는 외면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업계에서는 현장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8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안전보건공단이 최근 제작한 외국인 노동자용 산재 예방 안전보건자료 등 디지털 콘텐츠의 실효성을 놓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건설현장이나 제조업 특성상 활용도가 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공단은 외국인 노동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6개 국어로 된 외국인 노동자용 산재 예방 안전보건자료를 제작했다. 여기에는 산업현장에서 수시로 안전수칙을 방송으로 안내할 수 있는 음원 5종을 비롯해 안내자료(OPS), 포스터, 표지 등도 포함됐다. ​외국인 노동자용 안전보건자료는 현재까지 16개 언어로 1732종이 제작됐다. 
     
    공단은 외국인 산재사고 사망자 중 80% 이상이 건설업과 제조업에서 발생하자 이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보건자료를 마련했다. 자료에는 해당 업종에서 지켜야 할 추락ㆍ끼임 예방수칙이나 보호구 지급ㆍ착용 등에 관한 내용이 소개돼 있다.

    공단이 개발한 프로그램도 있다. 공단은 지난 2012년 다국어회화 서비스를 내놨다. 이용자들은 '위기탈출 안전보건'이라는 공단 앱을 활용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한국ㆍ중국ㆍ태국ㆍ베트남 ㆍ필리핀ㆍ인도네시아 6개 국어로 번역돼 있고 기본적인 언어 표현과 안전보건, 고용 등에 관한 다양한 표현이 소개돼 있다.

    스마트폰 앱을 내려 받은 후 한국말로 된 대화 내용과 외국인 근로자의 국적을 선택하면 해당 국가별 언어로 내용을 들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작업관리자가 "사용한 물건을 원위치에 가져다 놓으세요"라고 전해야 할 때 해당 국가를 선택하면 해당 국가의 언어로 음성을 전할 수 있다. 반대로 외국어를 한국어로 번역해 전하는 것도 가능하다.

    활용도 떨어지는 디지털 콘텐츠..."관심은 고맙지만 글쎄"

    하지만 현장 반응은 싸늘하다. 보통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번역은 세 가지 방식으로 운영된다. 통역 업체를 고용하거나 외국인 노동자 센터를 이용하고 하청이 아닌 원청에서 직접 통역업체나 통역사를 고용하기도 한다.
     
    한 건설현장 일용직으로 일하는 A 씨는 "아직까지 그런 앱이 활용되고 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건설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은 보통 중국인들이 많은데, 회사에서 고용한 담당 통역사가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 B 씨는 "이게 세금을 쓰면서까지 굳이 있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며 "이 정도의 내용은 네이버 파파고나 구글 번역기 등으로 대체가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건설현장에서는 오히려 짧게라도 전화 통역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콘텐츠보다는 전화 통역을 강화하는 것이 현장에 더 적합한 방안일 수도 있다. 디지털 자료의 현장성이 떨어져 오프라인 교육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통역업체 직원 C 씨는 "안전보건공단의 경우 일상 생활언어는 번역이 잘 돼있지만, 슬라브나 폼 같이 건설현장에서 쓰이는 실제로 쓰이는 언어를 앱으로 번역할 수는 없었다"면서 "안전 교육비 등을 추가적으로 지급해 안전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현장 내 통번역 서비스 활용에 좀 더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노동자들의 연령대를 고려하면 디지털 자료의 활용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다. 

    전재희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 교선실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소식은 반가운 일이지만 건설노동자들의 경우 보통 연령대가 50대인 경우가 많아 앱 활용도가 높지는 않을 것 같다"며 "건설현장에 인쇄물을 다량으로 뿌리는 것이 활용도가 더 높을 것같다"고 했다. 

    업계 평가도 다르지 않다.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노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디지털 콘텐츠의 편리성을 확보해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앱이라는 것을 이용해 안전을 도모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안전에 도움이 되긴 할 것"이라며 "다만 편리성이나 활용성에 있어서는 계속해서 이를 보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필요한 정보 제때 찾기 어려워...캠페인성 짙어 활용도도 '의문'

    공단 자료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료는 꾸준히 제작되지만 필요한 정보를 제때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결국 누구나 알고 있는 캠페인성 문구보다 현장에서 필요한 언어를 중심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 방점이 찍힌다. 실제 현장에서 써먹을 수 있는 가치있는 정보들이 디지털 콘텐츠에 활용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 B 씨는 "공단 통번역 자료들은 PDF 책자로 통째로 나오는데, 실제 현장 담당자들이 원하는 내용만을 추려서 보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자료를 보려면 PDF를 내려받아 하나씩 골라 읽어야 하는 탓에 자료를 찾는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진다는 지적이다. 

    B 씨는 "자료가 가진 성격이 실무적인 성향보다는 캠페인성이 짙어 실제 현장에서 안전교육에 이용할만한 자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전재희 교선실장도 "안전고리를 걸라고 홍보를 해도 현장에서 안전고리를 걸 곳이 없으면 무용지물 아닌가"라며 "하나마나한 안전 관련 권고는 어떤 형태로 올려도 인식이 잘 안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단 관계자는 "관련 자료가 (홈페이지에) 많이 있는데 캠페인성 자료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료가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필요한 자료를 제때 찾아보기 힘들다는 현장 반응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박소망 기자 hope@elabor.co.kr

    •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하시면 노동법률이 제공하는 더 많은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로그인

    박소망

     기자

    목록보기 버튼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LIST

    제보 및 기사문의

    - 이동희 기자
    • 광고, 제보
    • (02)2231-2463, 이메일:dhlee@elabor.co.kr
    • 구독
    • (02)2231-7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