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노동법률] 구정모 목원대 경영학과 교수

기업의 '돈을 버는 공식'이 잘 통하지 않는 순간을 자주 보게 된다. 2026년부터 모든 코스피 상장사의 지배구조보고서 공시가 의무화된다. 주요 수출국으로 시선을 돌려도 매한가지다. 우리 기업에 부담이 될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환경·사회·지배구조) 법제화가 동시다발로 진행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시행하는 그린워싱(Greenwashing) 규제 법안도 한국의 대다수 수출기업에 적용된다. 막상 피할 수 없는 위기 상황에 닥치자 짐짓 외면한 ESG가 선명히 보인다. 

ESG와 기업경영

경기가 하강하면 기업은 후순위 고정비 항목을 줄인다. 주로 직원 교육비 축소나 폐지가 대상이 된다. 한편, 최근 공공기관 직무급 시행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정부 노동분야 공약이었던 '공공기관 직무급 도입'은 여러 상황적 요인으로 전 기관 중 3% 수준에 그칠 정도로 사실상 진행되지 못했다. 반면, 이번에는 사실상 모든 공공기관이 직무급 도입단계인 직무분석부터 직무급 기반 임금체계 전환까지 시행하고 있다. 일부 기관은 고용안정을 최우선적 전제로 효과적 인건비 운영구조를 구축해 실행한다. 공익을 추구하는 공공기관이 임금 유연화를 개시했다면 ESG경영의 첫 허들(Hurdle)을 넘은 것이다.

기업이 본연의 경쟁력을 찾는 방법의 하나는 인사관리 효과성(HR Effectiveness)을 쌓는 것이다. CEO는 총보상(Total Compensation) 시선에서 중요도, 시급도, 난도, 수용도를 반영한 임금체계로 보상을 시행한다. 기업이 위기에 처하면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에 따라 비용절감에 돌입한다. 

임금 유연화 방안Ⅰ : 위험 배분제

임금 유연화는 CEO의 판단에 따라 여러 방식과 형태로 운영된다. 임금 유연화 범주를 조금만 넓히면 그 모습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대표적인 변동급인 인센티브(성과급)가 임금 유연화 속성을 가진 보상제도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인센티브 지급의 전제는 기업의 이익이다. CEO가 인센티브 지급을 결정하면 정해진 재원(Pot)은 조직별 실적과 직원별 평가결과를 반영해 개인에 차등 지급한다. 초과이익에 따라 실행이 가능한 이익배분제(Profit Sharing)다. 요즘은 주주가치를 반영한 초과이익을 뜻하는 EVA(Economic Value Added)를 재원 배분 준거로 함이 타당하다는 점에서 활용 사례가 늘고 있다.

인센티브란 직원이 몰입해 산출한 성과와 실적에 기업이 보내는 메시지라는 점에서 인센티브의 본질을 강조하는 기업 움직임이 있어 관심을 끈다. 직원의 몰입과 참여를 강조하는 위험배분제(Risk Sharing)다. 이를 시행하려면 직원 과반 동의는 물론 개별동의는 필수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업의 경영실적이 전년도와 유사하다면 보상총액은 큰 차이가 없을 것이고, 목표를 초과 달성하면 기존에 비해 탄력적으로 커진다는 점에서 나름 합리적으로 보인다. 문제는 경영실적이 예상과 달리 목표에 미달할 때다. 사전에 동의를 받았더라도 근로조건 저하에 관한 직원의 잠재적 인식은 변하지 않기에 보상에 대한 예측가시성(Line of Sight)을 토대로 한 변화관리는 해결해야 할 숙제다.

임금 유연화 방안Ⅱ : 중기 인센티브제

기업은 자사 경영실적과 임금경쟁력, 국내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고려해 연봉인상률을 결정한다. 일부 기업은 고정급 중심의 단기보상 고착화를 완화하고 직원몰입을 제고하고자 장기 인센티브(Long-term Incentive, LTI)를 도입한다. LTI는 ESG 실천 시선에서 보더라도 주주가치 제고와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가장 정합하는 보상방식이다. 단, LTI 시행을 위한 성과지표는 기업가치를 나타내는 주가와 회계상 경영실적이라는 점에서 시행 난도는 매우 크다. LTI의 로직(Logic)은 기업이 보상제도를 수립하는 오랜 과정과 방향에서 비롯된다는 점만으로도 이를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외부인의 개입은 극히 제한적이며, 설계와 시행을 위한 높은 수준의 자체 전문성이 요구된다. 



LTI가 아닌 중기 인센티브(Mid-term Incentive)를 도입하는 기업도 있다. MTI는 통상 3년을 단위기간으로 설정하고, 1년 차와 2년 차 확정 인센티브 금액 중 일정비율을 3년 차로 이월(Reserve)하고, 최종년도 인센티브는 3년 단위기간 전체 실적으로 산정한다. 따라서 단위기간 최종년도에는 이월 금액을 더해 지급한다. MTI 시행을 위해서는 보상지표(Reward Index) 결정이 중요한데, 이는 어디까지나 CEO가 결정할 몫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경영성과를 내는 기업이 주로 도입하지만, 제도 시행에 따른 효과가 있을지는 주의 깊게 점검해야 한다. 결국, 어떤 임금 유연화든 전사적 시스템 경영을 굳건히 해 노사가 극복할 수준의 고통을 분담하기로 서로 약속하고 실익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맺으며

사회적 풍조에 편승해 기업에 고용을 확대하라고 주장하는 경영학자가 있는데, ESG 관점에서 보면 뜬금없는 주장이다. 기업이 직원 한 명을 추가로 고용하면 고용형태, 교육비, 퇴직충당금, 간접인건비 등 계산해야 할 것이 끝이 없다. 이 불확실성이 경영성과로도 이어지기에 기업은 고용 요구에 난색을 표시한다. 기업에 고용을 요구하려면 ESG 실천 요건인 임금 유연화부터 먼저 공부할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