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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0-02-28 11:10:03

    수정 : 2020-03-02 09:16:33

[특별기고] 산재자 자녀 특별채용 관련 법적 쟁점의 입체적 분석

2020-02-28 11:10:03



산재자 자녀 특별채용 관련 법적 쟁점의 입체적 분석
[2020년 3월호 vol.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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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간노동법률] 오태환(왼쪽)
    박은정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1. 들어가며

    최근 대법원은 산재자 자녀 등에 대한 특별채용을 규정한 단체협약의 효력을 인정할지 공개변론을 통해 가리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산재자 자녀 등에 대한 특별채용 조항은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속자, 업무상 사망이나 업무상 재해를 입은 조합원의 직계가족에 대해 우선 또는 특별채용하기로 정한 것을 말한다. 2015년 단체협약 실태조사 당시 고용노동부는 조합원 특별채용 조항을 원칙적으로 위법한 것으로 판단하면서, 다만 업무상 재해자의 자녀 등에 대한 우선-특별채용의 경우 달리 판단할 여지를 남겨 놓았다.

    그런데 최근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근로자의 자녀가 조합원 유족특별채용 단체협약에 기해 채용청구를 한 사건에서 1, 2심 모두 이러한 내용의 단체협약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위 사건을 공개변론에 회부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산재자 자녀 등에 대한 특별채용 조항의 효력이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통해 판단 받게 됐는데, 이하에서 이 사건의 경과와 주요 쟁점 등에 대해 살펴본다.

    2. 이 사건의 경과

    가. 사실관계

    망인은 1985년 ○○자동차 회사에 입사해 근무하다 2008년 2월경 ◇◇자동차 회사로 전출돼 근무하던 중 2010년 7월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이후 망인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자로 인정돼 망인의 배우자 등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유족급여 등을 지급받았다. 이후 망인의 배우자와 자녀들은 안전배려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함과 더불어 그 중 자녀 1명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은 단체협약에 근거해 채용계약의 청약에 대한 승낙 의사표시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자동차 단체협약]
    제27조(우선 및 특별채용) ②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과 6급 이상 장해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에 대하여 결격사유가 없는 한 요청일로부터 6개월 내 특별 채용하도록 한다.

    [◇◇자동차 단체협약]
    제97조(우선채용) 회사는 조합원이 업무상 사망하였거나 6급 이상의 장해로 퇴직할 시 직계가족 또는 배우자 1인에 대하여 결격사유가 없는 한 요청일로부터 6개월 이내 특별채용하도록 한다.

    나. 원심의 판단

    (1) 단체협약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

    단체협약의 대상은 원칙적으로 의무적 교섭사항만을 의미하지만, 의무적 교섭사항에 해당하지 않는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노동관계법 등의 강행규정을 위반하거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 한, 사용자가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고 임의로 단체교섭에 응해 합의-결정된 사항은 단체협약의 대상이 될 수 있다.

    (2)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지 여부

    본 단체협약은 장래 불특정 시점에 불특정인과 고용계약을 체결하도록 강제해 사용자의 고용계약의 자유를 심하게 제한하는 점, 헌법 제11조 제1항, 고용정책기본법 제7조는 합리적 이유가 없는 이상 특정 집단에 대해 취업기회와 관련해 우월한 지위를 부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결격사유가 없는 한 유족의 채용을 확정하도록 단체협약을 통해 제도화하는 방식은 사실상 일자리를 물려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사실상 귀족 노동자 계급의 출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우리 사회의 정의 관념에 반하는 점, 본 단체협약은 일률적으로 사용자에게 직계가족 1인에 대한 채용의무를 부과할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능력적 측면에서 어떠한 요건도 요구하지 않아 과도한 혜택을 부여한다는 점, 노동조합 측에서도 본 단체협약 규정과 같은 규정이 실질적으로 사문화된 규정이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점, 2015.3.30.경 해당 사업장에서 근로했다는 이유로 근로자의 가족을 우선-특별채용하는 것을 차별로 보는 내용의 고용정책기본법이 발의됐고, 2015.7.24.경 고용세습조항은 해당 기업에 취직하려는 구직자를 사회적 신분에 따라 차별함으로써 공정한 경쟁을 제한하고 구직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의 권리,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인사에 관한 사항은 단체협약으로 정할 수 없도록 명시하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제안되는 등 최근 기업의 고용세습을 규제하는 법안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본 단체협약은 민법 제103조에 반해 무효다.

    3. 이 사건 쟁점에 대한 평가

    원심에서는 이 사건의 쟁점으로 단체협약의 대상 여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지 여부를 다퉜다. 앞으로 대법원 공개변론에서는 법리적 측면에서 공서양속 위반 여부의 관점으로 산재자 자녀 등에 대한 특별채용규정의 효력 여부와 현실적 측면에서 사회 일반에 대한 영향과 당사자에 대한 영향 등을 함께 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하에서 원심에서의 논의 및 대법원 공개변론에서 주로 심리될 쟁점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가. 단체협약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

    협약자치는 단체협약 당사자가 어떤 내용으로 합의할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지만, 강행법규 또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거나 전체 법질서에서 금지하는 것을 단체협약에 규정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이러한 위법적 교섭사항은 협약 체결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단체협약 중 위법한 내용이 있는 경우에는 노동조합법 제31조 제3항에 따라 시정명령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물론 위법적 교섭사항에 해당하지 않는 한 임의적 교섭사항이 단체협약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은 당연하다. 원심은 본 단체협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것으로 무효라고 판단하면서도 임의적 교섭사항으로 단체협약의 대상은 될 수 있다고 봤다. 본 단체협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된다는 것은 결국 위법적 교섭사항에 해당한다는 의미라고 할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단체협약이 임의적 교섭사항으로 단체협약의 대상이 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의문이다. 본 단체협약이 위법적 교섭사항에 해당하는 것이라면 단체협약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이라고 할 것이다.

    나. 강행규정에 위반하는지 여부

    헌법 제11조의 취지에 따라 고용정책기본법 제7조 제1항은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신앙, 연령, 신체조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학력, 출신학교, 혼인-임신 또는 병력(病歷) 등을 이유로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되며, 균등한 취업기회를 보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며 모집 및 채용에서의 차별금지를 구체화하고 있다. 이는 취업기회의 균등한 보장을 위한 것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이상 특정 집단에 취업기회와 관련해 우월한 지위를 부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취지다. 최근 하급심 법원은 고용정책기본법 제7조 제1항의 입법취지와 헌법상 평등권의 중요성 등을 고려하면, 고용정책기본법 제7조 제1항은 단순히 당사자의 의사로 그 규정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임의규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는데(서울행정법원 2020.1.17. 선고 2018구합90701 판결), 본 단체협약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산재자 자녀 등에 대해 취업기회와 관련한 우월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으로 강행규정인 고용정책기본법 제7조에 위반하는 위법한 조항이라고 할 것이다. 아울러 직업안정법 제2조는 고용관계 결정 시 균등처우 원칙을 천명하고 있는데, 본 단체협약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산재자 자녀 등에 대해 취업기회와 관련한 우월적 지위를 부여하고 있으므로, 직업안정법 제2항에도 위반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채용절차법')은 2019.4.16. 제4조의2 규정을 신설해 누구든지 채용의 공정성을 침해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했다. 이는 공정한 취업기회를 박탈하고 건전한 고용질서와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채용비리 등을 방지하는데 그 입법 취지가 있다. 개정 채용절차법 규정이 채용절차의 공정을 기하기 위한 목적으로 신설된 것이고, 채용의 공정성 침해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모집 및 채용에 있어 직무수행과 무관한 요소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본 단체협약은 채용절차법의 취지에도 위반한다고 할 수 있다.

    다.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지 여부

    (1) 평등원칙 및 공정 가치 위배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노동 및 사회 양극화에 따라 양질의 일자리는 더욱 줄어드는 추세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법무부장관 취임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비롯한 기득권의 고용세습 등이 이슈화되면서 채용절차의 공정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가치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청년세대는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이 확인되기도 했다. 최근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20~30대 청년들의 기회의 불공정성에 대한 좌절감과 분노가 유래 없이 커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취업기회의 평등에 관한 기준은 종전보다 엄격하게 정립돼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본사건 피고들인 자동차 회사들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우량기업으로서, 그곳에의 취업은 많은 청년들이 바라는 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헌법 제32조 제6항은 '국가유공자-상이군경 및 전몰군경의 유가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우선적으로 근로의 기회를 부여받는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사기업에서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자는 여기서 말하는 '국가유공자-상이군경 및 전몰군경의 유가족'에 해당하지 않고, 달리 산재자 가족 등에 대한 특별채용에 관한 헌법 조항은 발견되지 않는다. 산재자 가족 등에 대한 특별채용은 헌법상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협약자치에 기한 노사 간 합의의 산물에 불과한 것인데, 이로 인해 우량기업에 취업하고자 하는 입사지원자들의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현저히 침해해 취업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 단체협약은 헌법 제11조의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2015.3.13.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4년 단체협약 실태조사에 따르면, 업무상 재해자 등의 가족(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특별채용을 규정으로 두고 있는 경우는 전체 조사대상의 2.8%였다. 조합원 규모를 놓고 봤을 때 300명 미만 사업장들에서 특별채용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2건), 300~499명 규모의 사업장의 경우 6건, 500~999명 사업장의 경우 4건, 그리고 1,000명 이상 사업장의 경우 8건이 그러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대체로 소수의 대기업 단체협약에 이러한 관행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인데, 결국 산재자 가족 등에 대한 특별채용은 강성노조가 존재하는 일부 대기업의 특혜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산재자 가족 등에 대한 특별채용을 규정한 단체협약은 강성노조가 존재하는 대기업의 직원이었는지 여부에 따라 차별을 발생시키고, 그 혜택을 받는 자녀는 이른바 부모 찬스를 이용한 특권을 갖게 된다. 결국 본 단체협약은 일부 강성노조가 존재하는 대기업 산재자 자녀 등에게만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불평등과 불공정을 초래하고, 이는 사실상 고착된 계급의 출현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최근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공정의 가치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산재자 가족들에 대해서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 각종 사회보험제도에 의한 보호 내지 보상을 현실화함으로써 동일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용자의 보호의무 위반으로 근로자가 업무상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경우 그 가족들의 생계보장은 금전으로 이뤄지는 것이 채무불이행에 의한 손해배상의 원칙에 부합하고, 이것으로 상당 부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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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태환ㆍ박은정

     법무법인(유) 화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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