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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2-05-26 23:05:00

    수정 : 2022-06-02 11:49:19

[법원] [종합] 임금피크제 분쟁 신호탄 된 대법 판결...줄소송 이어질까

2022-05-26 23:05:00



[종합] 임금피크제 분쟁 신호탄 된 대법 판결...줄소송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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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호 vol.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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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 대법정 홀(사진=대법원)

    대법원이 정년을 유지하는 대신 일정 연령 이상에 해당하는 근로자 임금을 삭감하는 형태의 임금피크제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1, 2, 3심 모두 같은 판단을 내렸다. 이번 판결로 유사 분쟁이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임금피크제를 시행 중인 사업장이라면 대법원 판결을 발판 삼아 임금이나 퇴직금을 청구하는 소송이 증가할 수 있다. 특히 임금피크제를 시행 중인 곳이 많은 공공기관이나 금융권에서 법적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노동계는 임금피크제 무효화와 법적 대응을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경영계는 현장 혼란과 노사 간 분쟁이 심화될 것이라면서 임금피크제를 의무화하는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판결이 특정 사업장에 국한된 사례인 점을 강조하면서 대법원 판단이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학계 일각에서는 대법원이 임금피크제의 취지를 고려하지 않고 무리한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자기술연구원 임금피크제, 1ㆍ2심 모두 "위법"

    대법원은 26일 한국전자기술연구원 근로자 A 씨가 연구원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피고 측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고 밝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이날 "연구원의 임금피크제는 연령을 이유로 임금 분야에서 원고를 차별하는 것으로 그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연구원은 앞서 노조와 합의를 거쳐 정년 61세를 유지하는 대신 55세 이상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경영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취지였다.

    A 씨는 연구원이 도입한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고령자고용법은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임금을 차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연구원 자료를 보면 55세 이상 정규직의 업무 실적이 51~54세 정규직의 업무 실적보다 더 높았다. 그러나 A 씨의 월 급여는 성과 평가 결과에 따라 적게는 93만 원, 많게는 283만 원씩 감액됐다.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55세 이상 근로자의 업무량이 줄거나 업무 내용이 변경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없었다.

    이에 A 씨는 연구원의 임금피크제가 위법해 무효인 만큼 감액된 급여를 지급하라면서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법원은 A 씨 손을 들어줬다. 1, 2, 3심 모두 결론은 같았다. 1심은 앞으로 발생할지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근로자들에게 이미 위험이 발생한 경우에 준하는 정도로 희생을 요구하는 것을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실적인 위험에 대비하는 경우에도 별도의 대상 조치(업무량 감축ㆍ업무내용 변경 등) 없이 기본급 중 일부를 성과급으로 전환하고 최대 성과를 올리더라도 기존 임금보다 적은 액수의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생산성 향상을 추구하는 것은 사실상 임금을 감액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과에 따라 승진ㆍ승급 및 급여에 차등을 두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경우라 해도 자연승진ㆍ승급 및 이에 연동한 급여에 따른 생산성 저하 문제는 연령과 부관하게 발생할 수 있는 것"이라며 "특정 연령 이상의 근로자 집단에만 차등을 두기 위해서는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별도의 사정이 인정돼야 하고 이러한 논리는 일정 연령 이후부터 임금을 감액하는 임금피크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2심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연구원의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에 도달했다는 이유만으로 임금을 삭감해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2심은 "(연구원의 임금피크제는)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의 질이나 양과는 무관하게 오로지 '일정 연령에 도달했는지 여부'에 따라 임금을 삭감하고 있다"며 "달리 근로자의 능력에 따라 임금이 삭감되지 않을 수 있다거나 그 적용 시기를 유예할 수 있다는 등의 아무런 예외를 두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어 "(연구원의 임금피크제는) 획일적으로 일정 연령 이상의 고령자 임금을 삭감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이러한 연령에 따른 차별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의 특성에 비춰 합리성을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 임금피크제 무효 판단기준 최초 제시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무엇보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임금피크제 무효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최초로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

    상고심 쟁점은 세 갈래로 나뉜다.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차별하는 행위를 금지한 고령자고용법 조항(제4조의4 1항)이 강행규정인지, 해당 조항의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연구원의 임금피크제가 이 조항을 위반했는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고령자고용법 조항이 강행규정이라고 봤다. 차별을 당한 사람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낼 수 있고 이에 따라 구제 조치나 시정명령이 내려질 수 있다는 점이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고용의 영역에서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해 평등권을 구현하려는 법 취지를 보더라도 강행규정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설명이다.

    특히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해 무효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제시된 점이 눈에 띈다.

    대법원은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의 불이익 정도 ▲임금 삭감에 따른 대상 조치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확보한 재원이 제도 도입 목적에 맞게 사용됐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러한 법리에 비춰 보면 결국 연구원의 임금피크제는 위법하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연구원의 임금피크제는 인건비 부담 완화 등 경영성과 제고를 목적으로 도입된 것"이라며 "이러한 목적을 55세 이상 직원들만을 대상으로 한 임금 삭감 조치를 정당화할 만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임금 삭감에 따른 대상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봤다. 대법원은 "A 씨는 임금피크제로 임금이 일시에 대폭 하락하는 불이익을 입었고 그 불이익에 대한 대상 조치가 강구되지 않았다"며 "연구원이 대상 조치라고 주장하는 명예퇴직제도는 근로자의 조기 퇴직을 장려하는 것으로 근로를 계속하는 근로자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보전하는 대상 조치로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노동계, 법적 대응 준비...소송 확대 불가피

    이번 판결로 법적 분쟁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연구원과 유사한 형태로 임금피크제를 시행 중인 사업장이라면 임금이나 퇴직금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번 판결이 임금피크제 자체를 무효로 본 것이 아니라 일정 기준에 따라 무효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인 만큼 실제 현장에 미칠 파장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당장 노동계를 중심으로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민주노총ㆍ금속노조ㆍ공공운수노조ㆍ서비스연맹 법률원은 이날 해설자료를 내고 "(이번 판결은) 임금피크제의 유효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의미"라며 "무효로 판단된 경우 소송을 통한 청구 등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 교섭 중인 사업장이 있다면 이번 판결 취지를 충분히 고려한 재검토를 권한다"며 "이미 시행 중인 사업장에서는 폐기 등을 위한 특별교섭 요구안 준비 등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법률원은 설명회를 열고 소송 대상자를 취합하는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임금피크제 시행 사업장이 많은 공공기관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법적 분쟁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공공기관들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어서 영향이 클 것 같다"고 우려했다.

    민주노총 산하 사무금융노조는 법적 분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사무금융노조는 이날 성명에서 "이달 31일 '임금피크제 대법원 판결과 관련한 대응방안 설명회'를 열고 해당하는 사업장의 경우 법률 소송 및 특별교섭요구 등 그동안 빼앗겼던 노동자의 권리를 원상회복하기 위한 만반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계는 이번 판결이 특정 사업장에 국한된 점을 강조하면서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분위기다. 한 경영계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자체가 무효라는 판단이 아니라 임금피크제를 목적에 맞게 제대로 활용하라는 취지여서 현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 같다"며 "특히 이번 사건은 정년 60세 의무화, 임금체계 개편 의무화와 같은 제도가 시행되기 이전에 발생한 독특한 사건이기 때문에 이 판결을 일반화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법조계에서는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분쟁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성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를 거쳐 내부적으로 동의를 받았다 해도 임금피크제 자체를 운영한 게 고령자고용법상 강행규정 위반이라는 판결이어서 소송이 굉장히 많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고 굉장히 영향이 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홍 변호사는 "결국 고령자고용법상 합리적 이유가 있는 차별인지를 따지는 것이 앞으로 소송 과정에서 쟁점이 될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대법원 판례가 제시한 조치들을 마련한 상태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학계 일각에서는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 기준이 임금피크제 취지와 맞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대법원의 판단 기준은 취업규칙 변경 과정에서 언급되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따지는 기준과 유사하다. 대법원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을 경우에만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수 있다고 본다.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근로자의 불이익 정도 ▲취업규칙 변경 필요성의 내용과 정도 ▲대상 조치 등을 포함한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 상황 등이 제시된 바 있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판단 기준을 보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상의 사회통념상 합리성과 비슷하다"며 "대상 조치가 있었는지, 불이익 정도는 어떤지와 같은 기준이 임금피크제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임금피크제는 노사 합의를 거쳐 고령자 고용을 유지하면서 임금을 감액하자는 취지의 제도인데 대법원은 임금피크제의 본질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며 "기업 환경과 제도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도외시한 채 판단하면서 판단 기준 자체가 경직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대영 기자 kdy@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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