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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1-10-06 10:12:00

    수정 : 2021-10-07 09:37:04

협력업체ㆍ공급망에 대한 노동인권실사 의무화 동향

2021-10-06 10:12:00



협력업체ㆍ공급망에 대한 노동인권실사 의무화 동향
[2021년 10월호 vol.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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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월간노동법률] 권영환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1. 생산의 외주화·국제화와 노동법 

    생산의 분업화, 외주화는 기업 외부의 제3자가 근로조건에 미치는 영향을 증가시켰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노동법도 근로자와 그의 사용자 아닌 제3자의 관계를 규율하기 시작했다. 귀책사유 있는 도급인의 임금 지급 연대책임(1980년, 현행 근로기준법 제44조), 미등록 건설사업자에게 도급을 준 건설사업자의 임금 지급 연대책임(2007년, 같은 법 제44조의2), 도급인의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산업재해 예방 책임 강화(2019년,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 2021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가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생산의 분업화, 외주화는 어느 한 나라 안에 머무르지 않는다. 국제적 분업 체계 내에 편입돼 있는 우리 기업들도, 도급인 입장에서 수급인인 외국기업 소속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며, 수급인 입장에서 도급인인 외국기업에 의해 소속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이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국 내의 노동관계만을 규율 대상으로 하는 각국의 노동법은 국제 노동분업에서 파생되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를 보였다.

    대표적인 사례는 2013년 1000명 이상의 봉제공장 근로자들이 사망한 방글라데시 라나 플라자(Rana Plaza) 건물 붕괴사고다. 방글라데시 의류생산기업이 불법으로 공장을 증축하고 건물붕괴 위험을 인지한 후에도 근로자들에게 계속 작업할 것을 지시해서 발생한 사고인데, 현지 업체와 계약한 유럽, 미국의 브랜드 의류기업들은 방글라데시 근로자들의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을 이용·방치함으로써 사고의 원인을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영국(2015), 프랑스(2017), 네덜란드(2019), 독일(2021), 스위스(2021) 등이 국제 도급관계에서 발생하는 노동문제를 규율하기 위한 법령들을 제정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유럽연합(EU) 주도로 전체 회원국들에게 적용될 관련 입법지침(Directive)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우리 역시나 그 동향을 파악해 대비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소개하고자 한다. 

    2. EU 기업인권실사 입법지침(안)의 등장

    가. 제정 경과

    EU의회는 2021. 3. 10. EU집행위원회에 대해 기업의 인권·환경·거버넌스 실사(Due Diligence) 의무화 입법지침(안) 제시를 요구하는 결의를 높은 찬성률로 채택했다(찬성 504표, 반대 79표, 기권 112표). EU집행위원회의 입법지침(안) 제시는 올해 10월 말로 예상되고 있으며, UN인권고등판무관실도 2021. 7. 2. EU입법지침(안)에 대한 세부 권고사항을 제시하는 등 기업인권실사의무의 도입 자체는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나. 기업들이 부담하는 의무

    기업들에 부여되는 의무의 핵심은 '인권, 환경, 거버넌스에 미치는 잠재적 또는 부정적 영향을 식별, 예방, 해결하기 위한 실사의 이행'이다(입법지침안 제1조 제2항). 기업은 실사전략의 수립 및 이행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보장해야 하는데, 특히 노동조합 내지 근로자대표의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제5조). 기업은 실사전략을 공개해야 하고, 노동조합 등과 그 전략에 대해 협의해야 한다(제6조). 또한 연 1회 이상 실사전략의 적절성을 평가해 필요 시 개정해야 한다(제8조 제1항). 

    실사의 대상은 해당 기업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회사들, 공급계약 내지 도급계약을 체결한 사업관계사들(Business Relationships)까지도 포함된다(제3조 제2, 5호, 제4조 제2항). 기업은 사업관계사를 정확히 밝혀야 하고(제4조 제4항 ii호), 기본계약, 부속서, 행위준칙 채택 등을 통해 공급망, 하도급 기업들이 자신의 인권, 환경 정책에 부합하는 정책을 갖도록 해야 하며(제4조 제8항), 공급자와 하도급자가 인권, 환경, 거버넌스에 관한 계약조건들을 준수하고 있는지를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제4조 제9항). 

    한편, 기업은 자신의 구매정책이 인권, 환경, 거버넌스에 부정적 영향을 야기하지 않게 할 의무도 부담한다(제4조 제8항).

    다. 위반 시 제재

    정부는 기업의 인권실사의무 이행 여부를 감독하며, 기업의 위반 사실을 확인하는 경우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제12조, 제13조). 기업이 인권실사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사업체의 매출액에 비례한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고, 감독기관의 시정명령을 위반하는 경우에도 그러하다(제18조, 제13조 제7항).

    입법지침(안)은, 피해자들(협력업체 근로자들 포함)이 도급인 국가에서 도급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한다. 대표적으로 입증책임의 전환을 들 수 있다. 기업은 자신 또는 피지배회사의 작위 또는 부작위가 야기하거나 기여한 인권침해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데, 기업이 그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발생된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입법지침(안)에 따른 모든 주의를 다했음'을 증명하거나 '모든 주의를 다했더라도 그러한 결과가 발생했을 것임'을 증명해야 한다(제19조). 

    라. 실사의무의 핵심 대상인 노동권

    실사의무의 물적 범위는 인권, 환경, 거버넌스인데(제1조 제1항), 여기서 핵심은 인권이고, 그 중에서도 노동권이다. 이는 EU의회가 2021.3.10.자 결의의 서문에서 노동3권을 강조하고(L항), 강제노동, 아동노동, 산업재해의 피해자 통계를 명시하며(M, N항), 과도한 노동시간, 빈곤 수준의 임금, 성별 임금 격차 등을 해결해야 할 기업인권의 과제로 명시하고(O항), 강제 노동이나 아동 노동과 같은 심각한 인권 침해와 관련된 제품의 수입 금지 조치까지도 요구한 것(10항)에서 알 수 있다. 

    또한 EU집행위원회가 2021.7.12. EU의회의 결의 채택 이후 가장 먼저 발간한 인권실사 가이드가 "강제노동 해결 실사 가이드"라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3. 시사점

    가. EU 회원국과 거래관계 있는 기업들에 대한 시사점

    EU 역내 시장에 진출했거나 EU 회원국 기업들과 거래관계를 맺고 있거나 최종생산물이 EU 시장에서 거래되는 우리기업들은, 향후 확정될 EU입법지침을 직접 적용받거나 거래 기업으로부터 EU 수준의 인권실사를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해당 기업들은 미리 EU의 입법동향을 파악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나. EU 회원국과 거래관계가 없는 기업들에 대한 시사점

    수급인 및 납품업체에 대한 도급기업 내지 구매기업의 배려의무 내지 주의의무 확대가 세계적인 흐름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특히 개발도상국에 있는 협력업체들의 노동인권 상황 개선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U 회원국들을 시작으로,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의 도급인 상대 손해배상청구가 인용되기 시작하면 우리 기업들을 상대로 한 소송도 증가될 가능성이 있다. 

    다. 법원, 전문가들에 대한 시사점

    국내법이든 국제법이든 점차 도급·구매기업에 적극적 역할을 요구하는 만큼, 이들이 협력·납품업체의 인사노무에 개입할 필요성이 많아지게 됐다. 그런데 기존에는 도급인의 인사노무 개입이 불법파견의 징표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도급인이 협력업체 근로자의 권리보장이나 안전에 어떤 방식으로 개입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측면이 없지 않다. 법원은, 기업의 협력업체에 대한 관여가 허용되는 것(협력·납품업체 근로자의 권리 보장을 위한 개입)과 허용되지 않는 것(사용사업주로서의 업무지시)으로 구별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하고 그 기준을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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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환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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