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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2-01-03 16:16:20

    수정 : 2022-01-11 15:00:44

업무용 컴퓨터·사내 이메일에 대한 적법한 조사 방법

2022-01-03 16:16:20



업무용 컴퓨터·사내 이메일에 대한 적법한 조사 방법
[2022년 1월호 vol.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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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월간노동법률] 권영환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1. 컴플라이언스·감사 조직에 의한 이메일·컴퓨터 열람의 필요성

    지속 가능 경영을 위한 기업의 3가지 비재무적 요소, '환경·사회·지배구조'를 강조하는 ESG 경영이 화두이다. 여러 기업들이 ESG 경영의 내재화를 위해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내부 컴플라이언스·감사 조직의 역할이다. 임직원들의 법규 내지 사규 준수 여부를 감시·점검하는 조직들이 제 역할을 못 하면, 'ESG 경영'이라는 구호는 겉치레(워싱)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사권 없는 감사담당자들이 충실하게 감사 활동을 하기에는 여러 제약 요인들이 있다. 그중 하나는 감사 대상자의 사내 이메일·업무용 컴퓨터 조사다. 사내 이메일·업무용 컴퓨터는 회사의 자산이고 업무 수행을 위해 지급된 것이기는 하지만, 근로자의 사생활과 관련된 자료들도 보관돼 있기 때문에, 근로자의 개인정보 내지 사생활의 자유 침해의 소지가 있다. 그렇다고 충분한 증거 없이 비위행위에 대한 의심만으로 징계처분을 할 경우, 법원으로부터 '비위행위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거나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아 징계 양정이 과다하다'는 판결을 받고 복직 전까지의 소급임금과 지연손해금까지 지급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감사담당자들이 적법한 범위 내에서 가능한 조사 방법을 모두 동원한 후에 징계 여부나 징계 양정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적법한 사내 이메일·컴퓨터 조사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2. 직원의 동의 없는 이메일·컴퓨터 조사와 형사책임

    이메일·컴퓨터는 대부분 비밀번호가 설정돼 있기 때문에, 제3자가 계정 명의자 또는 사용자의 동의 없이 열람하는 것은 타인의 비밀을 침해하는 행위가 된다. 이러한 행위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8조 제1항, 제49조 또는 형법 제316조 제2항에 위반되는 범죄행위를 구성한다. 

    감사담당자가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로는 대법원 2003. 8. 22 선고 2003도3344 판결이 있다. 그 외에 참고할 만한 사례로, 근로자가 동료 근로자의 메신저 대화 내용을 무단으로 열람·복사해 처벌된 사례(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7도15226 판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타인으로부터 전달받은 제3자들의 이메일 대화를 징계위원회에 제출해 처벌된 사례(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도8644 판결)가 있다. 

    그러나 직원의 동의 없는 이메일·컴퓨터 조사가 항상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형법 제20조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해당할 경우 위법성이 없는 것으로 봐 형사책임을 지지 않는다.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7도6243 판결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회사 컴퓨터를 조사한 감사자의 행위를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성이 있는 정당행위'라고 봐서 무죄를 선고했다.

    3. 적법한 사내 이메일·컴퓨터 조사 방법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감사담당자의 증거 조사가 허용되는 것일까?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7도6243 판결은, (1) 피해자의 범죄 혐의를 구체적이고 합리적으로 의심할 수 있는 상황에서 피고인이 긴급히 확인하고 대처할 필요가 있었고, (2) 그 열람의 범위를 범죄 혐의와 관련된 범위로 제한했으며, (3) 피해자가 입사 시 '회사 소유의 컴퓨터를 무단 사용하지 않고 업무 관련 결과물을 모두 회사에 귀속시키겠다'고 약정했고, (4) 검색 결과 범죄행위를 확인할 수 있는 여러 자료가 발견된 사정 등에 비춰, 피고인의 그러한 행위는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성이 있는 '정당행위'라고 봐 무죄를 선고했다.

    위 판결 이후, 두 가지 사건에서 세부적인 조사 방법론이 제시됐다. 하나는, 대법원이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구성한 추가조사위원회의 2018. 1. 22.자 조사보고서에서 나타난 조사 방법이다. 당시 조사 대상자들이 업무용 컴퓨터 조사에 동의하지 않자, 조사위원회는 (1) 조사 예정일 2~3일 전 대상자들에게 조사 일정을 사전 통보하고, (2) 자료 열람 조사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으며, (3) 필요한 검색어를 한정해 그 검색어가 포함된 파일들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조사 대상 범위를 축소하고, (4) 조사 대상 파일의 외부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보안유지 조치(조사 장소의 출입 통제, 조사에 필요한 장비 운용자에 대한 보안서약서 징구, 장비 운용자는 항상 조사위원과 동석, 조사 장소 출입자의 휴대전화 및 USB 휴대 금지 등)를 행해 대상자들의 컴퓨터를 조사했다. 위 기준은 판례에 의한 것은 아니지만, 법원이 법관의 동의 없는 컴퓨터 파일 조사를 위해 세운 기준인 만큼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피징계자 동의 없는 사내 이메일 조사가 징계처분의 절차상 하자를 구성하는지가 쟁점이 된 서울고등법원 2020. 5. 8. 선고 2019나2032512 판결이다. 법원은 "사용자는 근로자의 업무상 비위행위에 관하여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사실관계 확인이나 징계자료 수집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는,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것과 같은 엄격한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제한된 목적과 범위 내에서 해당 근로자의 사내 이메일을 검색·열람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다만, (1-1) 급박한 피해의 발생이나 복구 불가능한 자료의 은닉 또는 삭제가 우려되는 경우가 아닌 한, (1-2) 사전에 근로자의 동의를 구하거나 (1-3) 열람의 범위나 방법에 대한 의견 진술의 기회를 부여하고, (2) 검색·열람의 대상이나 범위 및 방법을 합리적으로 제한함으로써 근로자의 인격권 및 사생활의 비밀이 과도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3-1) 사내 이메일의 검색·열람 과정에 당해 근로자 본인 또는 객관적·중립적 지위에 있는 제3자를 입회하도록 하는 방법은 인격권 및 사생활의 비밀에 대한 과도한 침해를 방지할 가장 유효적절한 방법이나, (3-2) 그와 같은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부적절한 경우에는 그에 준하는 합리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이에 갈음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해당 사건에서는, 사전에 대상자에게 동의를 구하거나 의견 진술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것의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조사 방법이 징계처분을 무효로 할 정도로 중한 절차상 하자를 구성하지는 않는다고 봤다. 

    (1) 합리적인 의혹의 존재와 진실 규명의 필요성이 있었고, 사내 이메일이 비위행위에 이용됐을 상당한 개연성이 있었던 사정, (2) 검색 대상이 업무상 필요에 의해 설치한 사내 인트라넷 이메일이었고, 대상자가 '회사의 영업비밀 보호, 유출 방지 및 보안사고 대응을 위해 필요한 경우 사내 이메일, 정보통신망 통신기록 등에 대한 점검, 검색, 감사 실시에 동의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정보보호 서약서를 제출한 점, (3) 감사담당자 2명은 대상자를 합리적으로 추리고, 검색 키워드를 선정했으며 검색 기간을 제한한 다음 대상자들의 이메일 로그기록 및 출력 로그기록을 먼저 검색해 이메일 제목과 첨부파일 명에 검색키워드가 포함된 경우를 선별함. 그다음으로 연관성이 드러난 이메일 내용에 대해 대상자 아닌 관련자들에게 열람 동의를 구했으나 그들이 동의하지 않자 감사담당자 2명으로부터 정보누설금지 서약을 받은 다음, 문제 된 이메일만 내용 열람, (4) 열람 이후 회사가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거나 비위행위를 문제 삼은 등 표적 징계의 흔적 없음

    4. 결론

    이상의 사례들을 종합해 보면, 적법한 사내 이메일·업무용 컴퓨터 조사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필요하다. (1) 먼저 사내 이메일·컴퓨터 조사가 필요할 정도의 비위행위에 대한 합리적 의혹의 존재와 사실관계 확인의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 (2) 그러한 상황 하에서 자료 열람에 관해 사전에 근로자의 동의를 구하거나 열람의 범위나 방법에 대한 의견 진술의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3) 검색·열람 과정에 당해 근로자 본인 또는 객관적·중립적 지위에 있는 제3자가 입회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하고, (4) 검색어를 활용해 검색·열람의 범위를 비위 혐의와 관련된 것으로 제한해야 한다. (5) 수집된 정보는 사실관계 확인 및 징계를 위해서만 사용해야 하고, 외부로 유출되지 않기 위한 조치들을 마련해야 한다. (6) 사전에 '감사 목적의 이메일·컴퓨터 조사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정보서약서를 받아 두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감사담당자들이 형사처벌의 부담으로 인해 적법한 감사 활동을 주저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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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환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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