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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노동법률] 권영환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1. 고용상 성차별·직장 내 성희롱 구제신청제도의 시행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매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을 대상으로 유리천장지수(Glass Ceiling Index)를 발표한다. 고등교육 수준, 임금 수준, 출산·육아휴가에 대한 권리, 관리직·이사회·의회 여성 비율 등의 지표를 통해 산출하는데, 한국은 2020년 기준 24.8점으로 조사대상 29개 나라 가운데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OECD 평균은 59.6점이었다.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도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다. 2021년 기준 31.5%로, 여성의 중위소득이 남성의 중위소득보다 31.5% 적다는 의미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 임금격차 11.6%의 약 2.7배에 해당한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2022년 5월 19일부터 근로자가 노동위원회에 고용상 성차별, 직장 내 성희롱 피해에 대한 구제신청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가 시행된다. ①모집·채용, 임금, 교육·배치 및 승진, 정년·퇴직 및 해고에 관한 남녀 차별 ②근로자에 대한 성희롱 발생 시 적절한 조치 불이행 ③성희롱 신고 등을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 등(이하 차별적 처우등)이 구제신청 대상인데, 법 시행일 이후에 발생한 행위뿐만 아니라 법 시행 전에 발생해 시행일 이후에도 계속되는 차별적 처우등도 적용 대상이다[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 제26조, 2021. 5. 18. 자 개정법률 부칙 제2조].

노동위원회가 차별적 처우등이 있었다고 판정하면 사업주에게 ㉮차별적 처우등의 중지 ㉯임금 등 근로조건의 개선(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의 제도개선 명령을 포함한다) 또는 ㉰적절한 배상 등의 시정조치를 할 수 있는데, 사업주에게 고의가 인정되거나 차별적 처우등이 반복되는 경우에는 손해액의 3배에 이르는, 이른바 징벌적 손해배상을 명할 수도 있다(남녀고용평등법 제29조의2).

이에 따라 근로자들의 구제신청이 늘어나게 되면, 고용상 성차별에 관한 사례들이 축적될 것이고, 간접차별 내지 합리적 이유의 판단 기준도 구체화되는 등 긍정적 기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2. 구제신청제도에 관해 우려되는 점

하지만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동시에 우려되는 점도 없지 않다. 먼저 활용도가 높지 않은 비정규직 차별시정신청제도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2022년 1월 기준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심판사건은 3072건인데 반해, 비정규직 차별시정신청사건은 48건에 불과할 정도로 신청 건수 자체가 적다. 차별시정신청제도는 근로자 개인의 신청이 있어야 사후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문제 제기의 부담을 근로자가 부담하게 되는데, 이의제기 시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에 대한 우려가 상존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물론 남녀고용평등법이 차별적 처우등의 시정신청으로 인한 불리한 처우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사업주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제37조 제2항 제9호, 제29조의7), 유사한 조항을 둔 기간제법상의 차별시정제도도 그다지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충분한 해결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다른 문제는 근로자들이 직장 내 성별 구성, 임금 격차 등에 대한 정보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만약 근로자가 각 성별로 직종·직무·직급·근속연수별 임금 등의 정보를 세세하게 알 수 있다면 성차별의 존재 가능성을 비교적 명확히 인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기업들이 근로자의 문제 제기 전에 자발적으로 그것을 해결하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 근로자가 승소에 대한 어느 정도의 전망을 가지고 구제신청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근로자가 유무형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의심만 가지고 문제 제기를 하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이다. 이를 고려해 남녀고용평등법 제30조는 고용상 성차별 관련 분쟁 해결에서 사업주가 입증책임을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기는 하다. 또한 사법절차에서 문서제출명령 등의 절차를 거치면, 근로자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근로자가 고용 관련 통계 정보에 원활히 접근할 수 없으면 사용자의 주장이나 제시 자료에 대해 적절히 다른 자료를 제시하면서 반론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애초에 구제신청 제기의 필요성조차 인식하기 어렵다. 

이런 사정들을 고려하면 고용상 성차별 구제신청제도의 도입만으로 커다란 상황 변화를 예상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3. 성별 임금 정보 내지 ESG 정보 공시 의무화 동향 및 근로자의 정보 접근 가능성 증대

그런데 근로자들의 정보 접근 제한의 문제는 성별 임금 정보 내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보 공시 의무화 추진 동향에 따라 다른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현 정부는 2017년 7월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성평등 임금공시제(2018년)'를 포함시켰다. 기업별로 직급과 직종, 성별과 정규직·비정규직 등 고용형태에 따른 임금 수준과 격차를 공개해 불합리한 차별에 의한 임금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그 제도는 아직까지 민간기업에 대해서는 도입되지 않고 있고 공공기관에 대해서만 임원의 성별, 임직원의 성별, 임금 현황 등을 공시하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민간기업들의 경우 자발적으로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행하는 기업들에 한해 그 기업들이 선별해서 담은 정보만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성평등 임금공시제 유사의 제도 도입이 요원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여러 후보들도 각각 명칭은 다르지만, 고용 관련 성별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제도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 만큼 차기 정부에서도 관련 논의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고용정책 차원이 아니더라도 금융위원회를 통하거나 국제표준에 의해 관련 정보의 공시 의무화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1년 1월 ESG 책임투자 기반 조성 등을 위한 '기업공시제도 종합 개선방안'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를 의무화하고, 2030년부터 전체 코스피 상장사 대상으로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거래소는 같은 달 'ESG 정보공개 가이던스'를 제정·발표했는데, 사회(S) 부분에 대한 정보공개 권고 대상 지표로서 '임직원의 평등 및 다양성(성별·고용형태별 임직원 현황, 차별 관련 제재 건수 및 조치 내용)', '신규 고용 근로자 및 이직 근로자 현황', '육아휴직 사용 임직원 현황'을 포함시켰다. 나아가 금융위원회는 2021년 11월 지속가능성 공시의 국제 기준이 미국 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의 기준을 기반으로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그 번역문을 공개했는데, 위 기준도 '공정 노동관행(Fair Labor Practices)', '다양성 및 포용성'을 30개 지속가능성 주제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런 흐름을 보면, 관련 정보의 공시가 법령으로 의무화되거나, 적어도 ESG 경영 관행의 일반화에 따라 쉽게 회피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기업들이 성평등 내지 다양성 관련 정보들을 대외적으로 공시해야만 하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으므로, 장래에는 근로자들의 정보 접근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4. 마치며

현실적인 차별이 존재하는 기업들의 경우 정보 공개가 일반화되면 고용상 성차별 구제신청제도의 활용도가 높아지게 될 것이 자명하다. 그런데 기업의 관련 정보 공시가 불가피해지는 환경이 빠르게 조성되고 있다. 

차별적인 임금체계 내지 복리후생 구조는 많은 근로자들과 연관돼 있는 점, 새로 도입되는 고용상 성차별 구제신청제도는 근로자가 입은 손해액의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게 한 점, 성차별 기업으로 판단될 경우 기업이 입게 될 이미지 추락 및 소비자·거래처 이탈 등을 고려하면, 고용상 성차별 문제의 해결을 인사관리정책 과제의 우선순위에서 미뤄둘 일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