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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2-12-14 14:11:37

    수정 : 2022-12-20 11:41:43

파견법상 고용간주 또는 고용의무 규정에 대한 보호법익의 한계

2022-12-14 14:11:37



파견법상 고용간주 또는 고용의무 규정에 대한 보호법익의 한계
[2022년 12월호 vol.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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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간노동법률] 양주열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1998년 제정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은 과거 파견법 위반에 따른 효력으로서 '고용간주'를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고용간주 규정은 아무런 법률행위도 없이 곧바로 과거로 소급해 개별 당사자 사이의 고용관계를 강제한다는 점에서 판결 시점까지 존재해 왔던 법률관계를 어떻게 해소시켜야 할 것인지, 이처럼 과거 시점으로 소급해 당사자 사이의 계약을 강제할 수 있는지 등 여러 의문점들을 발생시켰다.

    이에 2007년에는 파견법 개정을 통해 이러한 고용간주 규정을 대신해 '고용의무' 규정이 새롭게 적용된다. 즉, 사용사업주에 대해 당해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할 법률상의 의무를 규정한 것이다. 이러한 파견법상의 고용의무의 법적 성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으나, 현재 대법원은 이를 사법상의 효력을 갖는 의무로서 판단하고 있으며 따라서 해당 규정에 해당하는 사용사업주에 대해 파견근로자는 고용의무의 이행(고용의 의사표시)을 요구할 수 있고, 고용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파견법상의 고용간주 규정의 효력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개정된 파견법상의 고용의무 규정에 따라 이뤄지는 '고용의 의사표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하고 파견법상의 고용의무가 인정되는 상황에서 파견근로자가 사용사업주에게 요구할 수 있는 '고용'의 내용과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이는 파견법상 고용간주 또는 고용의무 규정의 효력 범위에 관한 문제이며, 궁극적으로는 파견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근로자의 보호법익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에 관한 문제이다.

    1. 파견법상 고용간주 및 고용의무 규정의 적용범위 변화

    파견법은 과거 1997년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상황에서 IMF의 구제금융의 한 조건으로서 제정됐다. 당시 파견법이 제정된 것은 '직접고용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둠으로써 우리나라 고용시장에 대한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이전까지는 직업안정법에 따라 근로자공급사업이 금지돼 있었고, 따라서 근로자는 직접 사용자가 고용했어야 했다. 그런데 파견근로제도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형태가 아니라 제3자와 고용관계에 있는 근로자를 파견받아 사용하는 것으로서 사용사업주가 근로자에 대해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모두 부담하지 않으며, 따라서 이러한 파견법의 제정을 통한 파견근로제도의 도입을 통해 우리 노동시장을 좀 더 유연화시키고자 하는 목적이 존재했던 것이다. 

    다만, 이러한 파견근로제도가 전면적으로 시행될 경우 고용시장에서 파견근로의 장기화 등과 같이 근로자 보호에 대한 부작용이 우려됐고, 이에 노동계의 거센 반발이 있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파견법은 특정 업종을 대상으로만 근로자파견사업을 할 수 있도록 업종을 제한하고 그 기간도 2년으로 제한했으며, 파견법 위반 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의 고용관계를 사실상 강제하는 고용간주 규정을 두게 됐다. 그리고 이러한 제한 규정은 모두 파견근로의 상용화, 장기화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도입된 규정들이었다. 

    그런데 파견법 제정 초기부터 파견법상 고용간주 규정이 불법파견을 포함한 모든 파견관계에 대해 적용됐던 것은 아니다. 실제 파견법 제정 초기 파견법상 고용간주 규정은 각 당사자가 근로자파견관계임을 인식하고 적법한 근로자파견계약을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정해진 기간(2년)을 초과하는 등 파견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 대해서만 적용됐다. 고용노동부 또한 당시에는 고용간주 규정을 '적법한 근로자파견'을 체결했음에도 파견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 대해서만 적용해 왔으며 법원 판결 또한 그러했다. 그리고 고용간주의 효력은 그 자체로 매우 강력했는데, 내용을 보면 "고용간주 효력이 발생한 시점으로 소급해 근로관계가 형성"됨과 동시에 "그렇게 성립된 근로관계의 기간은 기한의 정함이 있는 것으로 볼 만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기한의 정함이 없는 것"으로 봤던 것이다. 이처럼 근로자파견계약을 체결했음을 인지하고서도 2년을 초과해 파견근로를 제공받은 경우에 대해서만 고용간주 규정이 적용됐기 때문에 고용간주라는 강력한 근로자 보호 효과가 존재하더라도 그에 따른 파급효과는 제한적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파견법상 고용간주 규정의 적용 대상은 2008년 예스코 사건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7두22320 전원합의체 판결)로 급격하게 확대된다. 즉, 애초에 양 당사자가 근로자파견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없는 경우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실질적으로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하는 경우,  애초에 근로자파견이 허용되지 않은 업무에 대해 근로자파견계약이 아닌 도급계약을 체결해 업무를 수행했는데 사후적으로 그 실질이 근로자파견관계로 평가돼 2년을 초과한 파견을 함으로써 파견법을 위반한 경우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고용간주 규정이 적용되게 된 것이다. 이처럼 해당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인해 사전에 당사자가 근로자파견계약의 체결을 전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사후적으로 법원에 의해 그 실질이 근로자파견관계라고 평가된 경우에 대해서까지 고용간주 또는 고용의무의 효력이 적용됨으로써 본격적으로 그 효력의 범위가 문제가 된 것이다.

    2. 파견근로자에 따른 보호법익의 한계

    과거 예스코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는 실제 고용간주 규정에 따라 보호돼야 하는 근로자의 대상이 매우 제한적(적법한 근로자파견계약을 체결했음에도 2년을 초과해 파견근로를 한 경우)이었고, 사용사업주 또한 자신이 파견법 적용을 받은 근로자파견계약을 체결하고 그 기한을 알고 있으면서도 악의적으로 해당 기간을 초과해 사용했음이 명확했다. 따라서 그러한 사용사업주에 대한 비난 가능성은 매우 높았고 그에 비례해 강력한 규제를 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특별히 파견법상 고용간주 규정의 보호 효과가 강한 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즉, 파견법상 고용간주 규정이 보호하고자 하는 보호법익의 크기가 매우 큰 경우에 해당하므로 당연히 그 효과 또한 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예스코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파견법상 고용간주 또는 고용의무의 효력이 적용되는 근로자의 대상이 크게 확대됐고, 과연 기존의 고용간주 규정에 따라 발생하는 효력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의문이 발생하게 됐다. 즉, 적법한 근로자파견(양 당사자가 근로자파견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명확한 경우)에 대해서만 고용간주의 효력을 인정하는 경우라면 사용사업주가 법을 위반하고자 할 의사가 명백하게 드러나며 그에 따라 위법성 정도나 비난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근로자 보호 필요성도 비례해 높아질 수 있었고 보호법익도 커질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보호법익의 크기는 그 자체로 고용간주 효과의 필요성을 가져오는 핵심 근거가 됐다. 그러나 '당사자가 상호 근로자파견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고 인식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후적으로 근로자파견관계로 판단돼 파견법을 위반했다고 평가되는 경우'에 대해서까지 과연 사용사업주에 대한 비난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지, 이를 '파견근로계약을 의욕하고 근로자파견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파견법을 위반한 경우'와 동일한 보호법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발생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규제의 효력은 그 보호법익의 범위 및 내용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가 서로 파견법 규정에 따라 근로자파견계약을 체결하고 2년의 범위 안에서만 파견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해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이에 대해 고용간주 혹은 고용의무를 부과하고 그 효과가 '기한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강제하는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납득 가능하다. 이미 2년을 초과해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시점에서 사용사업주의 법익 보호 필요성은 0에 수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애초에 도급계약을 체결한 도급인의 경우는 어떠한가? 이 경우 수급인 소속 근로자와의 관계가 사후적으로 근로자파견관계로 평가됐다고 해 곧바로 도급인에 대한 비난 가능성을 앞선 경우에서의 사용사업주와 동일할 정도로 평가할 수 있는가? 근로자파견계약 체결을 의욕하고 악의로 2년을 초과 사용해 고용간주 효과를 적용한 것과 동일한 수준으로 나머지 모든 파견법 위반 사례에 대해 2007년 파견법 개정에 따른 고용의무 규정 체계하에서도 기존 파견법상 고용간주 규정과 동일한 수준의 근로자 보호를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가? 

    도급계약 관계에서 도급인은 기본적으로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의 근로계약 형태와 유형, 나아가 근로계약 체결 방식 등에 대해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 수급인 또한 사업주로서의 실체가 부정되는 경우가 아닌 이상 자체적으로 인력을 채용하고 고용계약의 형태나 유형 또한 다양할 수밖에 없고 개별 근로자들의 상황이나 근로계약의 종류와 유형에 따른 보호 필요성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실제 이러한 도급계약이 사후적으로 근로자파견관계로 평가되는 경우에도 원청인 도급인이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의 개별 근로계약 체결에 관여한 사례는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대부분은 사실상 업무 수행 과정에서의 지휘명령권 행사 등으로 인해 파견법상의 고용간주 혹은 고용의무 규정이 적용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적어도 파견법상 고용간주 또는 고용의무의 효력은 각 상황에 따라 다르게 그 보호법익을 가져가는 것이 타당하다. 만약 모든 상황에 대해 '근로자파견계약을 체결했음에도 2년을 초과해 파견근로를 한 경우'와 동일하게 고용간주 또는 고용의무 효과를 부여하게 된다면 이는 그 자체로 비례성의 원칙에 위반된다. 

    3. 결론

    지난 2008년 예스코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그리고 파견법 개정에 따른 고용의무 규정 도입으로 인해 파견법상 고용간주 혹은 고용의무 규정이 발생하는 범위가 확대됐고, 따라서 고용간주 혹은 고용의무의 효력을 기존과 같이 "기한의 정함이 있는 것으로 볼 만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기한의 정함이 없는 것"이라고 단순화할 수는 없다.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업무를 수행한 것이 사후적으로 근로자파견관계로 인정됐다고 해,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의 구체적 사정을 전혀 따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적으로 "기한의 정함이 없는 정규직 근로자"로 고용관계를 강제하는 것은 그 자체로 개별 근로자들에 대한 보호법익의 내용과 한계를 벗어난 것이다. 

    쉽게 예를 들어보자. 도급인과 수급인이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수급인이 근로자를 채용해 업무를 수행했다. 그리고 해당 업무를 수행한 근로자에 대해 그 실질이 근로자파견관계로 인정됐다. 그런데 수급인은 해당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정규직 근로자는 소수만 사용하고 대부분의 인원을 기간제 근로자들을 반복적으로 사용했으며, 그 과정에 도급인이 개입하거나 관여하지는 않았다. 다만 도급인은 업무 수행 과정에서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을 지휘명령 및 관리했고 그로 인해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됐다. 이런 상황에서 도급인은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에 대해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되고 파견법상 파견업허용업종이 아니라거나 파견업 허가를 받지 않은 파견이라는 이유만으로 대상 근로자들을 기존 지위와 무관하게 모두 기간의 정함이 없는 정규직 근로자로 고용해야 할 의무를 부담해야 하는가? 만약 수급인이 계약기간이 2년인 기간제 근로자를 반복적으로 사용했을 경우, 도급인은 업무의 범위나 내용과 무관하게 하나의 업무를 기간만 다르게 수행한 수 명의 기간제 근로자를 모두 기간의 정함이 없는 정규직 근로자로 고용해야 하는가? 

    만약 이 모두를 구분 없이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면 이는 그 자체로 비례성을 잃은 규정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고, 도급인의 지위나 법적 안정성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에는 고용의무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각 근로자들이 애초에 파견근로자로서 누리던 지위나 근로조건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해 고용의무의 구체적 내용과 범위의 한계를 설정해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수급인과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대한 고용의무는 그 근로자의 보호법익 범위, 즉 기간제 근로계약이 보호하던 기간 내에서만 존속하는 것으로 인정돼야 한다. 그것이 적어도 파견법상 고용간주 또는 고용의무 규정이 현재 법 체계 내에서 비례성을 지키는 해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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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주열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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