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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3-02-06 13:57:04

    수정 : 2023-02-06 14:00:37

중대재해처벌법은 위헌적 법률인가

2023-02-06 13:57:04



중대재해처벌법은 위헌적 법률인가
[2023년 2월호 vol.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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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월간노동법률] 김영규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1. 들어가며


    이제 첫돌이 지난 아이를 유기(遺棄)할 것인가? 아니면 잘 키워나갈 것인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경영책임자 등' 개념에 대한 논란, 안전·보건 확보의무 내용의 불명확성 및 의무이행 수준의 모호성, 과잉 처벌 등 다양한 견해 속에서 위헌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심지어 제1호로 기소된 두성산업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 공판에서 법원이 피고인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인용하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가 심판될 것이고, 기각 결정을 하면 피고인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은 태안화력발전소 압사사고, 이천 물류창고 건설현장 화재사고 등 산업재해 사망사고와 가습기 살균제 사건, 세월호 사건 등과 같은 시민재해 사망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책임자 등을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의 의무주체로 규정해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종사자와 일반 시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 과거엔 중대재해사고가 발생해도 경영책임자는 산업안전보건법 등으로 거의 처벌되지 않고 공장장·현장소장 등 안전관리책임자만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경영책임자를 의무주체 및 형사책임 귀속주체로 하는 새로운 법이 탄생한 것이다. 이러한 중형 입법의 위하력과 ESG(경제·사회·지배구조) 경영 등 국내외 공급망 여건의 변화로 인해 산업안전이 기업경영의 핵심적 필수 과제로 격상되는 긍정적 효과가 나오고 있다.

    2. 중대재해처벌법은 추상적 개념의 다수 사용으로 '명확성의 원칙' 위배 논란이 있더라도, 법원 판결 등에 의해 구체화될 수 있어 위헌적 법률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가. 추상적 규정의 구체화


    이러한 긍정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이 '경영책임자 등' 자연인과 법인의 처벌을 규정한 형사처벌법(산업안전형법)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 원칙', '평등 원칙' 위배 등 위헌 소지가 많은 법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안전경영의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경영책임자에게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 조치, 안전·보건 관계법령상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 조치 등 관리·감독의무를 부과한 중대재해처벌법은 입법기술상 추상적인 불명확 개념을 다수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추상적 입법 언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첫째, 추상적 개념의 구체화 작업을 향후 사안별로 법원이나 관련 기관의 결정에 위임할 필요가 있고, 둘째, 수범자(법률의 의무주체)에게 적정한 기준을 스스로 설정하게 하고 그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상적 개념의 모호성, 중의성 및 다의성으로 인해 법률 문언에 따른 해석으로 충분히 해결되지 않는 경계선상의 사건 사례에서 그 추상적 개념들은 입법 취지 및 목적, 관련 법령과의 체계 정합성, 죄형법정주의 등 여러 요소들을 종합적·규범적으로 고려해 타당한 해석을 도출하려는 검찰의 처분 및 법원의 재판과정에서 더욱 구체화될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ESG(경제·사회·지배구조) 중 S에 해당하는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기 위한 선도적 입법으로서 중대산업재해와 시민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탑-다운 방식의 최고경영자 중심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을 법제화한 것이다.

    이러한 중대재해처벌법의 모호한 내용에 대해 해석상 다양한 견해가 있더라도, 현재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제1항의 안전보건확보의무가 시행령에 의해 총 15개 항목으로 유형화됐고,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 해설서 등으로 상당히 구체화됐으며, 향후 유관부서의 행정해석, 검찰 처분례, 법원 판례 등의 축적으로 더욱 구체화됨에 따라 명확성의 원칙 위배 소지가 줄어들어 합헌적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법령 개정 등 입법적 보완을 통해 법률적 완결성을 높여 해석상 다툼의 여지를 더 줄여 예측가능하고 일관된 법 집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이행의 적정기준

    중대재해처벌법이 요구하는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보건확보의무 이행 수준은 산업안전보건법 등 안전보건 관계법령의 최저기준을 기본으로 한 적정 수준이라고 하겠다. 그래서 수범자 스스로 경영판단원칙에 따라 기업·산업 특성에 맞는 '적정 수준'의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고 합리적으로 실행 가능한 범위에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므로 수범자의 자율성과 책임감이 가장 중요하다.

    적정 수준의 합리적 기준은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원·하청 종사자의 요구(기대), 동종업계 수준, 사회적 가치기준 등을 고려해 정해질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법원의 현안 보고서에서도 "모든 기업은 사업 또는 사업장의 규모, 특성 등에 따른 각기 다른 유해·위험요인을 가지고 있고 인력 및 재정 사정 등도 다르므로 유해·위험요인을 통제하는 구체적 수단 방법을 일률적으로 정하기 어려우며, 기업 여건에 맞게 자율적인 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기술돼 있다. 예컨대, 시행령 제4조 제3호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고, 해당 업무절차에 따라 유해·위험요인의 확인 및 개선이 이뤄지는지를 반기 1회 이상 점검한 후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건설업·제조업 등 업종별 특성, 고령자·외국인 등 인적 구성, 사업장 규모, 신기술 도입 등에 따라 위험공정은 유동적인데, 법령에서 유해·위험요인 개선에 필요한 조치의 구체적 내용과 정도·수준을 일률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안전 리더십을 발휘해 솔선수범해야 할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가 모호해 이행하기 어렵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심지어 위헌적 법률이므로 준수할 수 없다는 태도를 갖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겠다.

    오히려 경영책임자가 안전리더십을 발휘해 위험성평가의 전 과정에 근로자를 참여하게 하고, 해당 작업·공정을 잘 아는 관리감독자가 숨겨진 위험요인 발굴 등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 자신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의 '핵심 위험요인'을 자율적으로 발굴·개선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위험작업 수행에 따른 사망사고가 다수 발생하는 영세 기업 에 대한 정부 및 대기업의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중대재해를 발생시킨 책임자에 대한 제재와 처벌이 강할수록 경영책임자는 안전에 만전(萬全)을 기해야 한다.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겠다"는 중대재해처벌법 제1조(목적)를 보더라도, 예방과 처벌을 이분법적으로 보는 건 문제다. 엄벌 위하력으로 어느 정도 예방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다만, 그 법정형은 죄형균형의 원칙에 부합해야 할 것이다.

    3. 맺는말 

    국회와 정부는 기업 스스로 적정수준의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노사 및 관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자율과 책임' 사이의 조화를 찾는 방향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정해야 한다. 법률을 개정함에 있어 첫째,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보건확보 의무 자체 미준수 시 벌금형 또는 과태료 규정을 신설해 중대재해 예방법으로서의 성격을 강화하고, 둘째, 사망사고 시 징역 1년 이상을 규정한 법 제6조, 제10조는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위반해 중대재해에 이르게 한 과실범이므로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 원칙'에 부합하도록 개정해야 한다. 징역 1년 이상의 하한형 규정을 폐지하되, 합리적 양형 실무가 정착돼야 할 것이다.

    자율적으로 각자의 기업 여건과 역량, 사업 규모와 특성, 내·외부 환경 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실행 가능한 수준에서(As far as is reasonably practicable)"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을 구축하고 그에 상응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법령과 규칙을 정비해 더 이상 위헌적 법률이라는 논란과 불만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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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규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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