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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3-02-06 13:59:14

    수정 : 2023-02-06 14:00:37

원청의 단체교섭의무로 본 근로3권과 기업의 경영권

2023-02-06 13:59:14



원청의 단체교섭의무로 본 근로3권과 기업의 경영권
[2023년 2월호 vol.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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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J대한통운 택배 터미널에서 택배기사들이 배송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간노동법률] 홍성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1. 들어가며


    최근 하청노조의 원청사업주에 대한 단체교섭권이 있는지의 문제가 이슈다. CJ대한통운에게 대리점과 계약을 체결한 택배기사들이 소속된 전국택배노동조합에 대한 단체교섭의무가 있으므로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부당노동행위가 된다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 이후, 최근 그 사건의 행정법원 판결이 선고돼 동일한 결론이 내려졌다(서울행정법원 2023. 1. 12. 선고 2021구합71748 판결, 이하 'CJ대한통운 판결'). 하급심이지만 원청사업주에게 단체교섭의무를 인정한 법원의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또다시 경영계에 상당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CJ대한통운 판결 사안은 근로3권의 한 축만 살펴 보고는 합리적 결론을 내릴 수 없다. 노동시장의 다면적 구조와 함께 헌법에 보장된 근로3권의 보호와 기업의 경영권이라는 두 가지 권리를 저울에 올려 두고, 반드시 조화로운 해석을 해야만 비로소 합리적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난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은 물론, 이번 CJ대한통운 판결 역시 근로3권이라는 헌법상 권리의 보장을 위한 고민만 보일 뿐 판결문 어디에도 기업의 경영권이라는 중요한 헌법적 권리가 근로3권과 어떻게 조화돼 내려진 결론인지 찾을 수가 없었다.

    2.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산업화의 진행에 따라 자본과 노동의 대립으로 표현되는 단면적 노동시장은 최근 다면화돼 왔다. 대기업은 경영상 필요나 효율성을 위해 사업이나 업무의 일부를 하도급 줘 이로 인해 두 명의 사업주가 생겨났고, 동시에 두 명의 노동집단이 생겨났다. 문제는 원청으로 표현되는 '힘 있는 자본'이 근로계약관계를 전제로 한 원청근로자집단뿐만 아니라 '절박한 노동'으로 대표되는 하청근로자집단을 사실상 고용하거나 경제적 우위를 바탕으로 지배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다 보니, 하청노조 근로3권의 파트너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새로운 이슈가 발생했다. 전통의 논리대로라면 하청노조는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하청사업주에게 근로3권을 행사해야 한다. 원청사업주는 하청근로자들과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어느 법에 근거하더라도 사용자로서의 책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법원칙만 고수할 경우 하청노조의 근로3권은 사실상 형해화될 수 있는 것이다. 중앙노동위원회 판정과 이번 CJ대한통운 판결 역시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하고 있다.

    3. 근로3권 보호의 필요성과 제한의 필요성

    CJ대한통운 판결 곳곳에서는 근로3권의 보장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동의한다. 기업의 기능적 분업과 다층적 계약관계망을 통해 재화, 서비스 등의 생산과 유통이 이뤄지는 사회에서 전통적인 단면적 구조하에서의 틀로만 근로3권을 보장할 수는 없다. 지배력이나 결정권을 갖지 못하는 근로조건에 대해 원사업주에게만 단체교섭의무를 부담시킬 경우 근로조건의 개선, 유지와 근로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근로자의 근로3권은 온전히 보호받지 못하게 된다는 CJ대한통운 판결의 논리적 근거에도 일견 수긍이 간다.

    그런데 절박한 노동으로 대표되는 하청노조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근로3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법을 취하더라도 여기에는 헌법과 노동조합법에 따른 원칙과 한계가 존재한다. 법은 경제논리가 아니다. 원청사업주가 하청근로자의 노무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 결정권을 가진다는 의미는 경제적으로는 모든 칼자루를 원청이 쥐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지만, 법적으로는 계약관계라는 틀 속에서 각 당사자의 권한과 책임이 정해져야 한다. 이는 원청사업주가 아무런 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하청근로자들에 대한 일방적 구속과 종속성에 대한 제동장치이기도 하다. CJ대한통운 판결에서는 마치 원청사업주는 모든 걸 결정할 수 있는 골리앗으로, 하청근로자는 모든 근로조건에 대한 지배 결정을 원청사업주에 따를 수밖에 없는 다윗으로 전제했지만, 이는 경제논리인 것이다. 만일 이러한 경제논리에 따라 노동조합법상의 모든 책임을 원청사업주에게 부과한다면 그에 따른 근로자로서의 책임 역시 하청근로자가 져야 한다. 그러나 아무런 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하청근로자에게 원청사업주에 대한 경제적 종속성을 매개로 근로3권을 제공받는 것에 상응하는 구속과 관리를 용인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한가. CJ대한통운 판결은 이 점을 침묵하고 있다.

    4. 기업의 경영권과의 조화로운 해석

    그래서 조화가 필요한 것이다. 근로자에게 '근로3권'이 있다면 사업주에게는 '경영권'이 있다. 우리 헌법은 경영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나, 이미 대법원은 2003년 한국가스공사 사건(대법원 2003. 7. 22. 선고 2002도7225 판결)에서 경영권에 대한 구체적인 헌법상의 근거를 제시하는 판결을 했다. 그 내용에 따르면 경영권은 "기업이 그가 선택한 사업 또는 영업을 자유롭게 경영하고 이를 위한 의사결정의 자유를 가지고, 사업 또는 영업을 변경(확장, 축소, 전환)하거나 처분(폐지, 양도)할 수 있는 자유"로 정의되며, 그 헌법적 근거로서 헌법 제15조 직업선택의 자유, 제23조 재산권, 제119조 경제 질서 조항 등을 제시했다. 이는 결국 노사관계에 있어서 양 당사자의 균형을 고려할 때 근로자의 근로3권이 보장되는 것처럼 기업(사용자)의 경영권도 보호돼야 함을 의미하며, 대법원 또한 그러한 헌법상 권리의 균형이 존재하는 경우에야 비로소 노사 간에 동등한 지위에서의 대립과 협력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CJ대한통운 판결로 돌아와 기업의 경영권과의 조화로운 해석은 무엇일까? 이미 대법원에서는 노동조합법의 사용자 해석을 이원화해 판단한 바 있다. 먼저 부당노동행위(지배개입유형)에서의 사용자는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등으로 법 제81조 제4호 소정의 행위를 하였다면, 그 시정을 명하는 구제명령을 이행하여야 할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봤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 반면, 노동조합법 제81조 제3호의 사용자라 함은 "근로자와의 사이에 사용종속관계가 있는 자, 즉 근로자와의 사이에 그를 지휘·감독하면서 그로부터 근로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자를 말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다40935 판결). 이러한 판결에 따라 하급심 판결에서도 사용자가 노동조합에 대해 지배·개입 행위를 할 수 있다는 사정(실질적 지배력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단체교섭 당사자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으며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됐다고 평가할 정도에 이르러야 단체교섭 당사자가 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울산지법 2018. 4. 12. 선고 2017가합20070 판결).  이러한 판결들의 취지에 비춰 보면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와 단체교섭제도 관련 사용자의 개념은 달리 해석함이 상당하다. 단체교섭은 단체협약을 통해 근로계약의 내용을 집단적으로 형성·변경할 수 있는 기능과 가능성을 본질로 하므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개별근로계약관계의 존재 여부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을 존중해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사정을 달리 판단하는 것은 근로3권을 보호하면서도 기업의 경영권과 조화점을 찾기 위한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다.

    5. 맺으며

    최근 노동계에서는 아쉽게도 이러한 경영권을 근로3권과 대응한 권리로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의 내용이다.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금지하고, 조합원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과 가압류도 금지하자는 내용이 법치주의 국가에서 발의된 개정안이다. 믿기 어렵지만 몇 개의 유사한 내용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노동조합의 불법행위로 손해가 발생했음에도 손해배상청구권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의 재산권 침해이자 평등원칙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서 위헌 소지가 있고, 민법상의 손해배상 책임에 위배(법치주의, 자본주의, 시장질서 훼손)된다. 전형적으로 이 개정안은 근로3권의 맹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근로3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헌법상 어느 권리라도 양보할 수밖에 없고, 근로3권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사업주는 참아야 하는 것이다. 헌법에서 보장된 경영권, 재산권, 재판청구권 중 어느 것도 행사할 수 없다. 과연 이러한 내용을 법제화하는 것이 타당한 것일까.

    CJ대한통운 판결은 불법적인 쟁의행위에 대한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에까지 나아가지는 않았지만, 근로3권의 보호라는 결론을 내림에 있어 다른 당사자들의 헌법상 권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우 아쉬운 판결이다. 최소한 어떠한 근거에 의해 원청사업주의 경영권이 제한돼야 한다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논증이 담겨 있어야 했다. CJ대한통운 판결에서는 단지 헌법 제37조 제2항의 기본권 제한법리에 따른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의 제한사유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원청사업주에 대한 단체교섭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으나, 본 사건은 헌법상 보장된 중요한 두 권리가 충돌하는 상황이지, 한 개의 헌법상 권리를 법률로서 제한할 수 있는지의 관점에서만 편면적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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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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