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클립아트코리아

[월간노동법률] 권영환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1. 들어가며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의 도입으로 근로자 간 분쟁이 증가하면서, 피해를 호소하는 근로자들이 인사담당자에게 녹음파일·동영상 자료를 제공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누구나 쉽게 녹음과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하에서는 동의 없는 녹음·촬영을 둘러싼 인사노무관리 이슈들, 특히 징계와 관련된 몇 가지 사항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2. 비밀 녹음·촬영 자료를 징계의 근거자료로 사용할 수 있을까

제보자가 비위행위자 몰래 녹음·촬영한 자료의 증거능력이 문제 될 수 있다. 

가. 비밀 녹음의 경우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4조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같은 법 제4조는 이처럼 불법적으로 녹음된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파일은 통신비밀보호법에 의해 징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대법원이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정한 것은,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그 대화를 하는 타인들 간의 발언을 녹음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라고 해석한다. 그래서 3인 간의 대화에서 그중 한 사람이 그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는 경우에 다른 두 사람의 발언은 그 녹음자 또는 청취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 간의 대화'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 녹음 또는 청취 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니라고 한다(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3도16404 판결).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일반 공중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해 청취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반된다. 여기서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은 반드시 비밀과 동일한 의미는 아니고,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인지는 발언자의 의사와 기대, 대화의 내용과 목적, 상대방의 수, 장소의 성격과 규모, 출입의 통제 정도, 청중의 자격 제한 등 객관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2. 8. 31. 선고 2020도1007 판결)고 한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전화통화의 참여자가 아닌 제3자가 전화통화 당사자 중 일방의 동의만 받고 그 상대방의 동의를 얻지 않은 채 통화내용을 녹음한 경우 증거능력이 없다(대법원 2021. 8. 26. 선고 2021다236999 판결). 회사 관계자 등 제3자가 타인들의 대화를 동의 없이 녹음한 경우에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7두22344 판결, 의정부지방법원 2022. 5. 26. 선고 2020나215682 판결). 9명이 있는 교회 사무실에서 3명이 나눈 대화의 비공개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도 있다(대법원 2022. 8. 31. 선고 2020도1007 판결). 

반대로 소회의실 내부에 있던 사람이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사안에서, 발언자가 회의실 전체 인원이 들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발언했던 것으로 보이고, 녹음자와 직전에 대화도 나눴던 경우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라고 할 수 없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춘천지방법원 2020. 8. 18. 선고 2020구합50520 판결). 개인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의 메모리카드를 무단으로 빼내어 비위행위를 제보한 경우, 대화 당시 녹음하거나 청취한 것이 아니라 메모리카드에 저장된 내용을 사후에 청취했으므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니어서 증거로 쓸 수 있다고 한 판결도 있다(수원고등법원 2020. 6. 10. 선고 2019누13387 판결). 

나. 비밀촬영의 경우 

상대방의 동의 없는 촬영은 초상권 침해의 여지가 있기는 하나, 현행법상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경우'에 한해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 그밖에 동의 없는 촬영행위 자체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거나 증거능력에 관해 명시한 법률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징계와 관련된 사례를 보자면, 제3자가 피징계자 휴대전화에 있는 대화 앱 화면을 촬영해 신고한 경우 형사소송의 위법수집 증거 배제 법칙이 행정소송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들어, '증거 수집 과정에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한 판결이 있다(대구고등법원 2022. 1. 28. 선고 2021누4435 판결). 회사 감사팀이 익명 제보를 받고 3개월간 5회 현장조사를 실시해 촬영하는 방법으로 증거를 수집한 경우 '해고 절차에 위법이 있다거나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판결도 있다(부산고등법원 2018. 10. 17. 선고 2018나51471 판결).

그에 반해 피촬영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몰래 미행하며 촬영한 동영상에 대해 증거능력을 부정한 판결도 있다(의정부지방법원 2022. 5. 26. 선고 2020나215682 판결). 

다. 소결

비밀 녹음·촬영물의 증거능력에 관해, 유사한 사실관계에서 다른 결론이 난 경우도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이 금지하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하는지의 판단도 쉽지만은 않다. 

그렇다면 인사담당자들은, 비밀 녹음·촬영물이 증거로 제출된 경우 그것의 증거능력이 배제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련 비위행위를 뒷받침할 또 다른 증거들을 보강해서 수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3. 위법한 비밀 녹음·촬영 자료가 수집된 경우 비위행위자를 징계할 수 없을까

위법한 비밀 녹음·촬영 자료의 증거능력이 부정된다는 의미는, 그 자료를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의미일 뿐이다. 따라서 위법한 비밀 녹음·촬영 자료 외에 비위행위를 증명할 다른 증거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 비위행위에 대해 징계사유로 삼을 수 있다. 
또한 어느 비위행위에 대한 증거가 위법한 비밀 녹음·촬영 자료뿐이어서 그 비위행위를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게 된다 하더라도, 다른 비위행위들과 일괄해서 징계한 경우, 다른 비위행위들만으로도 징계양정이 적정하다면 그 징계처분은 정당한 징계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7두22344 판결 참조).

4. 피징계자에게 증거자료인 녹음(제보)파일을 전달해야 할까

피징계자가 녹음(제보)파일의 진정성 내지 신빙성 확인을 위해 자신의 발언이 담긴 녹음파일 공개를 요청한 경우, 인사팀이 이를 피징계자에게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는지 문제 된다. 

그러나 취업규칙에 피징계자의 열람권이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고, 인사위원회에서 징계혐의사실로 된 근로자의 발언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시해준 경우라면, 녹취파일을 피징계자에게 제공하지 않았다고 해서 방어권이 침해되거나 징계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서울고등법원 2018. 6. 20. 선고 2017누83999 판결 참조).

5. 비밀 녹음·촬영자를 징계할 수 있을까

불필요하게 비밀 녹음·촬영을 남발하는 행위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고 직원 상호 간에 불신을 야기해 직장 내 화합을 해치는 것으로서 상호인격존중의무 위반의 징계사유가 된다(서울고등법원 2019. 9. 6. 선고 2018나2066136 판결 참조).  
취업규칙의 징계사유에 포섭할 수 있는 명시적 규정이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품위유지의무 위반과 같은 일반조항에 포섭해서 징계사유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대구고등법원 2021. 1. 22. 선고 2020누2562 판결 참조).

다만, 녹음자에게 비밀 녹음을 통해 달성하려는 정당한 목적 또는 이익이 있고 녹음자의 비밀 녹음이 이를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상당한 방법으로 이뤄져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녹음자의 비밀 녹음은 위법성이 조각된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7. 10. 선고 2018나68478 판결 참조). 따라서 피해를 입을 것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비밀 녹음을 했고, 녹음한 대화의 길이가 길지 않으며, 녹음된 내용이 내밀한 사생활을 침해한 것도 아니고, 징계를 요청하는 목적으로만 사용한 경우라면 징계사유로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