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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률] 박정택ㆍ전환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대상판결 서울행정법원 2023. 1. 20. 선고 2022구합51697 판결
1. 사실관계
A 법인은 임직원이 각자에게 배정된 복지포인트 한도 내에서 사전에 설계된 다양한 복리후생 항목 중 개인이 원하는 복지 항목 및 수혜 수준을 선택해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제도(선택적 복지제도)를 실시하면서, 임직원들에게 매년 일정한 복지포인트(쟁점복지포인트)를 부여해 왔다. A 법인의 임직원들은 쟁점복지포인트로 A 법인과 제휴관계에 있는 복지몰에서 물품 등을 구매하거나 쟁점복지포인트와 연동된 복지카드 사용금액에 대해 차감 신청하는 방법 등으로 쟁점복지포인트를 사용했다.
A 법인은 쟁점복지포인트가 소득세법상 과세대상인 근로소득에 해당함을 전제로, 쟁점복지포인트가 포함된 금액을 기준으로 2015년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해 신고기한 내에 원천징수 근로소득세를 신고·납부했다.
이후 A 법인은 2021년에 이르러 쟁점복지포인트가 소득세법상 과세대상인 근로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쟁점복지포인트가 포함되지 않은 금액을 기준으로 근로소득세를 다시 계산해 이미 납부한 원천징수세액과의 차액을 환급해달라는 취지의 경정청구를 했다. 그러나 처분청은 A 법인의 경정청구를 거부했다.
2. 쟁점의 정리
A 법인이 경정청구를 제기하게 된 배경에는 대법원 2019. 8. 22. 선고 2016다48785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다. 대법원은 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복지포인트가 근로기준법에 말하는 임금에 해당하지 않고 그 결과 통상임금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했다. 복지포인트가 근로의 제공에 대한 대가가 아니어서 임금성이 부정된 이상 근로소득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A 법인이 경정청구를 통해 제시한 주된 논리다.
결국, 이 사건의 쟁점은 쟁점복지포인트가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임금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3.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쟁점복지포인트가 소득세법 제20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과세대상이 되는 근로소득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판단의 근거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① 소득세법과 근로기준법은 입법 목적이 동일하지 않고,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근로제공과 직접적으로 관련되거나 그것과 밀접하게 관련해 지급된 금품'을 의미하나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은 '근로를 전제로 그와 밀접히 관련돼 근로조건의 내용을 이루고 있는 급여'까지도 포함하고 있어 개념상 차이가 존재하며 이러한 사정을 종합할 때 소득세법의 근로소득은 근로기준법의 임금보다 넓은 개념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② 소득세법 제20조의 위임을 받은 소득세법 시행령 제38조 제1항 각 호는 예시적 규정에 해당하므로, 위 규정들에 명시적으로 예시돼 있는 소득이 아니더라도 '근로를 전제로 그와 밀접히 관련돼 근로조건의 내용을 이루고 있는 급여'라면 소득세법 제20조 제1항 제1호 및 소득세법 시행령 제38조 제1항 각 호의 '이와 유사한 성질의 급여'로서 근로소득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③ 쟁점복지포인트가 원고와 임직원들 사이에 근로관계가 있음을 전제로 근로 강도나 급여 수준 등의 차이를 기준으로 부여됐고, A 법인 스스로 쟁점복지포인트를 근로소득으로 인식했다는 사정 등을 종합하면, 쟁점복지포인트는 '근로를 전제로 그와 밀접히 관련돼 근로조건의 내용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서 근로소득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④ 쟁점복지포인트를 근로소득으로 보지 않는다면 근로소득에 해당하는 임금, 수당보다 복지포인트 지급비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납세의무를 회피하려 할 가능성이 있고, 쟁점복지포인트가 현금과 유사한 구매력을 가진 점을 고려할 때 담세력에 따른 과세가 이루어지지 않아 조세평등주의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4. 평석
소득세법은 개인의 담세력에 상응하는 적정한 과세를 통해 재정수입의 원활한 조달에 이바지하는 것을 입법 목적으로 삼고 있다(소득세법 제1조). 소득세법의 관점에서는 근로와 관련해서 납세자가 소득세를 납부할 만한 소득을 얻었는지 여부가 중요하고, 그 소득이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부차적인 문제다.
소득세법에서는 근로관계에 기인해 고용주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금전으로서 소득세법 제12조 (비과세소득)에서 비과세소득으로 열거돼 있지 않는 항목은 과세소득으로 정함이 원칙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소득세법 제20조 제1항 제1호는 '근로를 제공함으로써 받는 봉급·급료·보수·세비·임금·상여·수당'에 더해 '이와 유사한 성질의 급여'를 근로소득의 하나로 정한다. 그리고 소득세법 시행령 제38조 제1항은 '종업원이 받는 공로금·위로금·개업축하금·학자금·장학금 기타 이와 유사한 성질의 급여'(제2호), '주택을 제공받음으로써 얻는 이익'(제6호), '종업원이 주택의 구입·임차에 소요되는 자금을 저리 또는 무상으로 대여받음으로써 얻는 이익'(제7호) 등 직접적인 근로의 대가로 보기 어려운, 복리후생적 성격의 소득도 모두 근로소득에 포함되는 것으로 정한다.
대법원도 "구 소득세법 제20조 제1항에서 정한 근로소득은 지급 형태나 명칭을 불문하고 성질상 근로의 제공과 대가관계에 있는 일체의 경제적 이익을 포함할 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근로의 대가 외에도 근로를 전제로 그와 밀접히 관련돼 근로조건의 내용을 이루고 있는 급여도 포함된다"고 판단해(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7두56575 판결 등), 소득세법의 근로소득은 근로기준법의 임금과 판단기준이 다르고 그 범위가 상대적으로 넓을 수 있음을 인정한다. 대법원은 회의출석일수와 관련 없이 비상근 임원인 운영위원에게 지급된 수당 내지 거마비(대법원 1983. 12. 13. 선고 80누496 판결), 직급에 따라 매월 지급됐으나 사용목적이나 사용방법 등에 관한 기준이 없고 업무와 관련해 지출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는 기밀비와 업무추진비(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3두4089 판결) 등이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에 해당한다고 봤다.
근로기준법의 임금과 소득세법의 근로소득은 일치하는 개념이 아니라고 봄이 보다 타당하다. 쟁점복지포인트가 노사합의 등 약정에 기초해서 직급, 근속연수, 근로 강도 등을 고려해 규칙적으로 지급되고 있다면 근로조건의 일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쟁점복지포인트가 근로자가 개인적 소비를 위해 사용한 항목의 지출에 대한 보상으로 활용된다면 쟁점복지포인트를 과세해야 담세력에 상응하는 과세가 이루어진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대상 판결이 내린 결론에 수긍할 여지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참고로, 국세청도 유권해석(원천세과-363, 2010. 4. 29. 및 서면1팀-1484, 2005. 12. 2. 등)을 통해 사내근로복지기금법인의 정관에 복지포인트가 근로복지기금법에 따른 '용도사업' 중 하나로 규정되고 동 정관을 고용노동부 장관으로부터 인가받은 후, 정관에 규정된 '용도사업'의 일환으로 기금이 사용되는 경우, 근로소득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표명하고 있는바, 납세자가 쟁점복지포인트를 소득세법상 비과세 처리할 수 있는 퇴로를 열어주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다만, 대상판결의 결론에 개운치 않은 부분이 존재한다. 공무원의 맞춤형 복지제도에 따른 맞춤형 복지점수(공무원 복지점수)의 경우 쟁점복지포인트와 경제적 실질과 담세력이 유사하다. 그러나 과세관청은 공무원 복지점수에 대해 소득세를 과세하고 있지 않다. 쟁점복지포인트와 공무원 복지점수를 세법상 달리 취급하는 것이 적법한지 여부가 문제되고, 이 점은 소송 과정에서도 다투어졌다.
대상판결을 비롯한 여러 하급심은 공무원 복지점수는 직급이나 초과 근무시간 등과 관계 없이 전 직원에게 일률적으로 배정된 후 근속기간 및 가족 수에 따라 추가 점수가 배정되는 점, 국가공무원법 제46조 제5항이 법률에 따른 보수 규정에 따르지 않고는 어떠한 금전이나 유가물도 공무원에게 지급할 수 없다고 규정한 점, 고용주의 의사에 따라 자율적으로 적용범위 등을 설정할 수 있는 쟁점복지포인트와 달리 공무원 복지점수는 공무원 후생복지에 관한 규정 등 관련 법령의 제한을 받는 점, 배정된 공무원 복지 점수 중 일부를 단체보험의 보험료 지급 등에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점, 공무원에 대한 복지비를 근로소득으로 보게 되면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연금부담금의 산정기준이 달라져 국가의 재정지출이 증가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쟁점복지포인트와 공무원 복지점수는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다.
제도의 근거법령이나, 연혁, 도입 경위 등에서 양자 사이에 차이가 존재한다. 국가의 재정 지출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위와 같은 해석이 나오게 된 불가피한 배경을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제도의 도입 경위 및 정책적 고려는 공무원 복지점수의 성격 자체를 좌우하지 않는다. 공무원 복지점수가 근로관계가 있음을 전제로 경제적 가치가 부여됐고, 그 가치를 사적인 용도로 활용할 여지가 있었던 이상,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에 관해 의문이 존재한다. 이 부분에 관해 상급심에서 보다 명쾌한 검토와 판단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