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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3-11-07 14:53:16

    수정 : 2023-11-07 14:53:35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권리구제에 충실한가?

2023-11-07 14:53:16



근로조건
[2023년 11월호 vol.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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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법률] 신홍교 노무법인 유앤 공인노무사

    1. 들어가며

    2019년 7월 19일부로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시행 직후 많은 이슈를 불러왔다. 한국의 직장문화는 소위 사회화를 중시하는 문화로서 개인의 업무역량과 더불어 이러한 조직 내 사회화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돼 왔고, 이런 문화는 자연스럽게 위계질서에 수긍하는 자세와 구성원 사이의 사내 이미지 등을 의식하게 함으로써 직장 내 갑질이 있음에도 수용해야 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과도한 갑질에 대해 공식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그 필요성에 대해 많은 공감과 함께 시행됐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 약 4년이 지난 현재,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실무적으로 많은 애로사항을 발생시키고 있다. 법의 일부 내용이 회사의 인사권을 제한할 수 있고 관련 행정절차의 일부분이 회사와 근로자 간의 갈등을 가중시킬 여지가 있으며 괴롭힘 조사의 특성상 개별의사에 의한 주관적인 부분이 상당 부분 작용할 수 있어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 내 괴롭힘의 악용 사례는 법시행과 더불어 종종 문제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이러한 이슈는 법의 사각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절차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최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당초 취지와 달리 피해근로자의 권리구제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앞서 기술한 요인으로 인해 시기적으로 피해근로자가 구제받을 수 있는 시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2.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처리 현황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1차적으로 사건이 발생한 경우 회사의 조사 의무에 따라 괴롭힘 여부가 결정된다. 다만, 특정한 상황에는 관할 노동청에서 근로감독관이 직장 내 괴롭힘 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데, 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신고사건 처리 지침'에 따르면 사업장에서 실시한 조사, 판단 및 조치 사항에 명백히 불합리한 사정이 있는 경우,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가 사업주 또는 사업경영 담당자인 경우, 신고자 및 피해근로자 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에 직접 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피해근로자 또는 신고자가 회사가 이행한 조사 결과에 대해 노동청에 이의를 제기하면 관할 노동청의 근로감독관은 직접조사를 실시해야 하고 사건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 피해근로자의 실질적 구제의 어려움

    2022년 자료에 따르면 국내 근로감독관의 수는 약 2700명으로 종전보다는 많이 증원된 상황이나 근로감독관 1인당 사건처리 건수는 연간 157건으로 단순 계산으로 1인당 사건처리일은 약 1.57일이 된다. 이는 근로감독관의 기본적인 행정업무 및 근로감독 업무는 포함하지 않은 계산인 것을 감안하면 실제 사건처리를 위해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1일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근로감독관의 업무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유형은 임금체불로 약 70%에 해당한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근로감독관이 직접 조사하는 경우 업무에 투입되는 시간은 임금체불의 수배에 해당한다.

    필자의 경우도 다수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수행했으나 실 조사에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10시간 정도이고 조사 결과를 도출하고 서면으로 정리하는 데는 추가적으로 10시간 정도 소요된다. 이외에도 사건수행에 필요한 행정적인 시간은 추가로 더 소요될 것이나 생각해 볼 것은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처리를 위해서 최소 3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특성상 결과 도출에 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의 판단기준이 피해자의 주관적인 인식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사건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는 근로감독관이 괴롭힘 사건을 해결함에 있어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함으로 인해 사건이 보다 장기화 되거나 명확한 결론이 도출되지 않아 실질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자가 적시에 구제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 사건처리의 장기화로 인한 갈등 심화

    정확한 통계는 확인하기 어려우나 필자의 경우 실무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발생한 경우 회사에서 조사 의무를 다하고 결론을 도출했더라도 신고인 또는 피해근로자가 노동청에 추가적인 진정을 하는 경우를 상당 부분 경험했다. 이러한 신고인 또는 피해근로자의 행위는 실제로 괴롭힘이 없었더라도 무분별하게 이의를 제기하는 악의적인 신고 또는 진정이라고 보기보다는 직장 내 괴롭힘의 특성상 근로자 개인의 주관에 따라 다르게 인식되는 것이기 때문에 최종적인 판단을 받고자 하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으리라 본다. 하지만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은 법상 직장 내 괴롭힘의 조사 의무는 원칙적으로 회사에 있고 결론을 도출할 의무도 회사에 있다. 결국 법 취지에 따르면 사건의 착수와 종결은 회사 단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부분과 같이 최근 근로자들은 회사에서 조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노동청 진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결론이 도출된다는 인식이 자리매김하고 있는 분위기다. 근로감독관이 직접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 경우가 일부분으로 국한돼 있다고 하더라도 최근 법령의 개정으로 인해 추가된 사용자의 괴롭힘의 경우를 볼 때 실질적으로 근로감독관이 직접조사를 이행해야 하는 경우는 더 늘어날 여지가 있다. 그 이유는 근로감독관이 직접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 경우는 '사용자 또는 친족(사용자의 배우자 또는 4촌 이내 친인척)'이 괴롭힘의 행위자일 때지만, 여기서 사용자의 개념을 '사업주를 위해 행위하는 자'로 확대해 보기 때문에 지위의 우위성이 주요 요건이 되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특성상 주요 보직자가 행위자가 되는 사례가 대부분이기 때문이어서 근로감독관은 사용자의 괴롭힘을 배제할 수 없어 직접조사에 착수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국 회사의 조사로 인해 사건이 종결됐다고 하더라도 노동청 진정을 통해 조사 결과가 도출되는 기간이 장기화되고, 이러한 기간 동안 당사자 간의 관계는 지속적인 갈등 관계에 놓이게 돼 사건이 종결됐을 때 관계 회복이 더욱 어려워진다. 이에 대해 필자는 노동청 근로감독관의 직접조사 권한과 역할이 오히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장기화 시키고 신고인 또는 피해근로자가 회사 내 관계 회복을 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해 근로자의 정상적인 업무 복귀를 어렵게 하고 결국 퇴사로 이어지게 하는 결과를 야기한다는 의견이다.

    3. 보호조치 의무와 산재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내용을 살펴보면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지체 없이 행위자에 대해 징계, 근무 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이 경우 사용자는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 전에 그 조치에 대해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라고 해 신고인 및 피해근로자에 대한 보호조치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로서 보호조치가 필요한 경우의 기간이 모호하다.

    최근 지노위의 결정 사례를 보면 회사의 조사 결과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자로 인정이 된 상황에서 피해근로자가 정신적인 피해에 대한 치료 및 휴식이 필요해 회사는 피해자에게 산재를 신청하고 요양할 것을 권유하고 무급 병가 또는 휴직을 지시했는데, 이에 불복한 피해자는 보호조치의 일환으로 요양기간 동안의 전액 유급휴가를 요청했고 이에 지노위는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다. 지노위는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피해자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는데, 이러한 경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피해에 대해 어디까지 보호조치로서 유급휴가와 치료비 지원 등의 의무를 회사가 부담해야 하고 언제부터 산재 신청을 할 수 있는지가 실무적으로 모호해진다. 

    법체계의 취지를 볼 때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전적 예방을 위한 조치라면 산재법상 업무상 질병으로의 편입은 사후적 치료를 위한 조치로, 직장 내 괴롭힘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사전적·사후적 대비책을 마련한 입법 취지로 볼 수 있다고 생각되는데 실무적으로 명확한 판단기준이나 판례가 없어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근로기준법상 피해자가 보호받을 권리와 산재를 신청한 권리 사이에 상충되는 부분이 있는 것뿐만 아니라 보호조치와 회사의 인사권 사이에도 많은 어려움을 발생시키고 있어 명확한 판례나 법률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이러한 모호한 부분들이 노사 간의 갈등을 심화시킬 여지를 주기 때문이다. 

    4. 피해근로자에 대한 보호조치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상 신고인 또는 피해근로자에 대한 보호조치의무는 상당히 강력하게 요구되고 있다. 한 판결 사례를 볼 때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자가 아니라고 판단된 사안에 대해서도 사건 종결 이후 지속적인 보호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청주지법 2021노438 판결). 이러한 피해근로자에 대한 보호조치 부분이 오히려 실질적인 보호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하고 있다. 사업장의 규모가 큰 대기업의 경우 피해근로자 등을 보호할 수 있는 조치로 유급휴가, 부서 이동, 근무장소 변경, 업무 분리 등 여러 방안을 강구할 수 있으나, 소규모 사업장의 특성상 부서 이동 및 근무장소 변경을 해도 실질적인 분리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여유 인력이 부족한 경우에는 유급휴가 등을 장기간 부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이러한 조치가 가능한 경우라 하더라도 회사는 피해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실무적으로는 더 많은 어려움에 봉착한다. 이러한 경우 많은 전문가들은 피해근로자와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적절한 보호조치를 할 것을 제안하고 있지만 보호조치를 실시함에 있어서 피해근로자의 주관적 의사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고 있는 현재 판례의 태도를 볼 때 업무상 필요성을 이유로 한 인사권을 발휘해 보호조치를 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물론 피해근로자의 실질적인 보호를 위해서는 피해근로자의 주관적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금지하는 것이 타당하나 현재 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한 근로기준법상 벌칙 규정을 볼 때, 지체 없이 조사에 착수하지 않은 경우, 조사 결과 피해사실이 확인됐을 때 피해근로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이행되지 않은 경우, 불이익 처우를 한 경우, 비밀유지의무를 위반한 경우 등 명확한 위법사항이 있는 경우에 한해 적용하고 있는 반면, 조사과정에서 피해근로자에 대한 보호조치와 관련해 의무를 부여함과 동시에 벌칙조항은 마련하지 되지 않았다. 이는 조사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모호한 상황에서 보호조치 의무를 강력히 부여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하지만 조사 결과 실제 피해자로 확인될 것이라는 가정하에 살펴보면, 조사기간 중 피해근로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그 기간 동안 큰 정신적 피해와 2차 가해에 노출되리라는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법 취지에는 맞지 않아 보인다. 법령의 벌칙규정을 살펴보면 불리한 처우는 조사기간 및 조사 결과 도출 이후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기간에 대해 적용된다고 해석되는 반면 보호조치의무는 조사 결과 도출 이후에 적용이 된다. 따라서 회사 입장에서는 실질적 보호를 위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보호조치를 실시했을 경우 불리한 처우로서 처벌을 받을 수 있으나 조사기간 중 보호조치 미이행으로는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사는 피해근로자가 원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인 보호를 위해 조치를 취하려고 해도 이를 방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도 실질적인 피해근로자의 보호를 위해 새롭게 고민돼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5. 결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도입된 이후 지속적인 연구가 되고 있고 실무상 이슈도 도출되고 있다.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 가운데 거론되는 '직장 내 괴롭힘 조사위원회 설치'와 같은 부분도 근로감독관 1인이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한 복잡한 사건을 홀로 처리해야 하는 부담과 앞서 필자가 언급한 권리구제의 적시성 등을 감안할 때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앞서 언급한 여러 실무 처리의 어려움을 별론으로 하더라도 보호조치와 관련한 부분이 실질적으로 피해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도 지속적으로 고민돼야 할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제정 취지는 피해근로자의 보호가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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