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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4-03-07 15:23:18

    수정 : 2024-03-07 15:23:24

건설공사발주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책임이 없는가?

2024-03-07 15:23:18



산업안전
[2024년 3월호 vol.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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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노동법률] 김영규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대상판결 : 울산지방법원 2021. 11. 11. 선고 2021고단1782 판결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제2조 제7호는 "도급인이란 물건의 제조·건설·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도급하는 사업주를 말한다. 다만, 건설공사발주자는 제외한다"라고 해 '도급인 개념'에서 작위적으로 '건설공사발주자'를 분리·제외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조 제10호는 "건설공사발주자란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자로서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해 총괄·관리하지 않는 자를 말한다. 다만, 도급받은 건설공사를 다시 도급하는 자는 제외한다"라고 규정해 '시공 주도' 여부가 건설공사발주자와 도급인을 구별하는 기준이다. 대상판결에서 법원은 그 구체적 기준을 처음 제시하고 "지붕 보수공사 발주자는 산안법상 도급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수급인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안법위반 등의 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하에서는 대상판결의 요지와 의의, 개정 산안법의 한계 등을 살펴보고, 상위조직의 경영책임자에 초점을 맞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하에서는 건설공사발주자가 산안법상 도급인 책임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개별 사안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상 책임이 있다는 점을 논증하고자 한다.

    1. 대상판결의 사안 및 요지
     
    제조업체인 도급인의 공장 지붕보수 공사 중 슬레이트 지붕의 파손으로 인해 수급인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한 사안이다.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작업발판·추락방호망 등을 설치하지 않은 데 있었다. 위 사안에서 법원은 "건설공사발주자에 대해 산안법의 입법취지 등에 비춰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않는 자'는 실제로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아니한 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해야 할 지위에 있지 않은 자'를 의미한다"고 판시했다. 그리고,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해야 할 지위에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에 관해 다음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할 경우에 실질적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첫째, 발주자(도급인) 사업의 본질적이고 필수적인 일부에 해당하는 주요 생산기계의 유지·보수 공사 등을 사내 하도급한 경우(①요건), 둘째, 도급인의 지배 하의 특수한 위험요소가 있어 도급인이 시공을 주도해 총괄·관리해야만 수급인이 안전보건조치를 실질적으로 이행하는 것이 가능한 경우(②요건), 셋째, 도급인과 수급인의 각 전문성, 규모, 도급계약의 내용 등에 비춰 볼 때, 도급인에게는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해 총괄·관리할 능력이 있는 반면에 수급인에게는 안전보건조치를 스스로 이행할 능력이 없음이 도급인의 입장에서 명백한 경우(③요건)다.

    2. 전부개정 산안법에서의 대상판결의 의의 및 한계

    1)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에서 법원은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도급인의 범위를 최대한 넓히고 도급인에서 제외되는 '건설공사발주자'는 그 범위를 최대한 좁히려는 개정 산안법의 취지에 비춰 건설공사발주자 개념을 실제로 시공을 주도해 총괄·관리하지 않은 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해 총괄·관리해야 할 지위에 있지 않은 자'를 의미한다고 규범적으로 정의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그리고 위 세 가지 판단기준에 따라 ①이 사건 지붕 보수공사는 발주자의 약품 등 제조업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공사라고 보기 어렵고, ②지붕에 발주자만이 파악할 수 있는 특수한 위험요소가 없으며, ③전문성을 갖춘 수급인이 안전조치를 스스로 이행할 능력이 없음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보고, 피고인 회사는 산안법상 도급인에 해당함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제조업 등 비(非)건설업체는 건설공사의 시공을 직접 수행할 자격과 전문성이 없어 시공을 주도할 지위에 있지 않고 사실상 시공을 주도할 수도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할 뿐 도급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에 비춰 보더라도, 대상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 특히 ②요건(도급인'만'이 파악할 수 있는 특수한 위험요소가 있는 경우)은 도급인의 형사책임 요건에 대한 엄격한 제한해석이다. 다만, ③요건 판단부분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납득하기 어렵다. 지붕공사는 통상 1~2일간의 소규모 초단기공사로 저비용 구조하에서 수급인은 비용 문제로 추락방지망·작업발판 등을 설치하지 않았는바, 통상적인 도급인의 입장에서 보면 수급인이 안전조치를 스스로 이행할 능력이 없음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도급인이 낮은 금액으로 공사를 발주하면서도 기본적인 안전조치 능력을 갖추지 못한 영세한 수급인과 사이에 도급계약을 체결한 경우이므로 도급인으로서의 책임을 부담할 여지가 있다.

    2) 대상판결 및 개정 산안법의 한계

    시공을 주도하는지 여부는 작업적·인적 요소와 관련돼 있으므로, 비건설업체가 시설물 유지·보수 공사를 발주하는 경우에 일반적으로 수급인(시공업체)이 전문성을 가지고 소속 근로자를 지휘해 해당 작업을 진행하므로 시공을 주도한다. 

    그런데 발주자가 소속직원을 공사현장 담당자로 두고, 수급인 근로자들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화기작업이나 고소작업에 대해 작업허가서를 발부하는 등 현실적으로 시공을 '총괄관리'했더라도, 시공 무자격자여서 시공을 '주도할 지위'에 있지 않으면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해 도급인 책임을 부담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개정 산안법상 건설공사발주자로서의 규제를 적용받게 되나, 산안법시행령 제55조와 제56조에 의하면 총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인 건설공사에만 건설공사발주자 의무규정이 적용되므로, 대상판결 사안과 같이 50억 원 미만 공사는 건설공사발주자 의무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산안법상 도급인 책임도 면책되고 사실상 건설공사발주자 책임도 면책돼 '안전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그래서 수급인 근로자의 법적 보호에 공백이 생겨 '김용균 없는 산안법'이라는 비판에 따라, 최상위 조직 및 실질적 경영책임자에 초점을 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시행됐다.

    3.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시 건설공사발주자의 책임 여부 
     
    산안법상 건설공사발주자와 도급인의 구별 기준인 '시공 주도(지위)' 여부와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요건(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 및 제5조 단서 요건(시설, 장비. 장소 등에 대한 실질적 지배·운영·관리 책임)은 별개 요건이므로, 산안법상 (도급인에서 제외되는) '건설공사발주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또는 제5조상 도급인으로서의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등치시키는 해석은 곤란하다. 그래서 산안법상 건설공사발주자가 중대재해처벌법상 책임이 있는지에 관해 견해가 나뉘고 있다. 

    1) 견해 대립

    ① 부정설은 건설공사발주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중대재해처벌법상 시설·장비·장소 등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다. 구체적으로 "도급인과 수급인의 사업 내용이 전혀 다른 경우에는 수급인의 작업이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진행되더라도 도급인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라고 단정하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점을 논거로 하고 있다. 예컨대 (대상판결에서의) 약품 제조업체인 도급인이 자신의 사업장 내에 있는 공장의 지붕 보수공사를 건설업체에 도급을 준 경우 그 공장 지붕에 도급인만이 파악할 수 있는 특수한 위험요소가 있지 않고, 단지 도급인으로서는 수급인의 안전발판 등 설비 반입 및 안전대 부착설비 설치를 허용하는 등 일반적인 협조를 하면 충분한 경우라면도급인(발주자)이 시설, 장비, 장소 등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대검찰청, 중대재해처벌법 벌칙해설, 2022. 243면).

    ② 긍정설은 산안법상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하더라도 기업이 사업장 내에서 이루어지는 건설공사를 발주한 경우 시공을 주도해 총괄·관리하지 않더라도 그 시설, 장비, 장소 등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상 실질적 지배·운영·관리상 책임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견해다.

    2) 행정해석

    고용노동부는 "산안법상 건설공사발주자는 달리 판단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중대재해처벌법상 시설,장비, 장소 등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도급인에 해당하지 않음. 다만,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한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중대재해처벌법상 해당 시설, 장비, 장소에 대해 실질적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도급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계약의 형식이나 그 명칭이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하더라도 개별 사안에 따라 사실관계 등을 구체적으로 조사해서 도급인으로서 중대재해처벌법상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할 책임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3) 검토 : 발주자 사업장 내 '시설물 보수공사' 발주자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책임이 있음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건설공사는 건물 신축공사와 시설물 설치·유지·보수 공사 등으로 대별되는데, 이하에서는 대상판결 사안과 같은 비건설업체의 시설물 유지·보수공사 직발주 경우를 중심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 먼저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및 제5조 요건에 대한 일반적 해석을 한 후 시설물을 주요 시설물과 일반 시설물로 나눠 시설물 보수공사 발주자의 중대재해처벌법상 책임을 살펴보기로 한다.

    ① 입법목적 등을 고려하되 법규의 문언해석에 따른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및 제5조의 의미

    위험작업의 외주화를 통해 이익을 향유하는 원청의 책임자에게 총체적인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일원적으로 부과한 입법 취지와 경영책임자등의 처벌 규정 등을 통한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입법 목적에 비춰, 사업 또는 사업장의 위험제거·통제 능력이 있는 최상위자에게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규범적으로 해석함이 합리적이다. 

    고용노동부는 "제4조의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한다는 의미란 하나의 사업 목적하에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조직·인력·예산 등에 대한 결정을 총괄해 행사하는 것으로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의 유해·위험요인을 인지하고 방지할 수 있도록 위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사업은 업태(Business)를 의미하므로 경영적 통제가능성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제4조의 적용대상이 문제되는 경우는 재해가 발생한 개별 사업장을 누가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는지에 있으므로 '장소적·물리적 위험 통제가능성'을 기준으로도 판단함이 타당하다. 다음으로 제5조는 도급인 법인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이 아닌 것(즉 제3자의 독립된 사업장)을 전제로 '제4조에 포섭되지 않는 특별한 경우'에 도급인이 그 시설, 장비, 장소 등에 대해 구체적 위험제어 능력이나 필요성이 요청돼 실질적인 지배·운영·관리 책임이 인정된다면 예외적으로 적용된다.

    ② 발주자 사업장 내 시설물 보수공사 발주자의 중대재해처벌법상 책임 논거

    비건설업체(제조업 등)의 시설물 유지·보수공사 발주 관련해서 첫 번째 유형은 생산 시설 등 주요 시설물 유지·보수공사를 발주한 경우다(1유형).

    발주자(도급인)의 사업과 관련이 있는 필수적인 공사를 상시적으로 발주한 경우에 대상판결의 기준에 의하면 산안법상 도급인 지위에 해당하고, 도급인이 조직·인력·예산 등 권한을 행사해 '자신의 독자적 사업장'의 위험제거·통제 능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의무주체에 해당한다. 

    한편, 인천항만공사 사건 제2심 판결의 기준에 의하면 비건설업체 발주자는 시공자격·인력 및 전문성을 갖추고 있지 않아 시공을 주도하는 지위에 있지 않아 산안법상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한다. 그렇지만, 산안법상 건설공사발주자이더라도 장소적·경영적 지배력(특히 시설물 지배·운영·관리권)을 근거로 발주자가 해당 사업장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발주자의 경영책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의무주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설령 해당 작업장소가 수급인의 독립된 사업장으로 보는 경우에도, 발주자는 사업장 소유자로서 해당 시설·장소를 지배하고 운영하며 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에 해당해 예외적으로 제5조 단서에 따라 수급인의 종사자에 대한 안전보건확보의무를 부담한다.

    두 번째 유형은 일반 시설물(예. 지붕) 유지·보수공사를 발주한 경우다(2유형 : 대상판결 사안). 이 경우에는 발주자가 본연의 사업과 무관한 공사를 발주했고 시공 자격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지 않아 시공을 주도하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한다. 그러나 산안법상 건설공사발주자·도급인 구별 기준과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및 제5조 단서 요건은 별개 요건이므로, 건설공사발주자가 중대재해처벌법상 사업 또는 사업장의 실질적 지배·운영·관리자에 해당하는지가 관건이다.

    ⒜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의무주체

    최상위 발주자(만)가 해당 시설·장소 등을 포함한 사업장 전체의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고 방지하기 위해 조직·인력·예산 등 결정권한을 총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사업 또는 사업장의 실질적 지배·운영·관리자인 '발주자의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의무주체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 예외적으로 법 제5조 단서 책임

    설령 해당 작업 장소가 '수급인의 독립된 사업장'이라고 보더라도, 대상판결의 발주자는 사업장의 소유자로서 건물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가지고 지붕의 위험요인을 파악하고 통제할 능력이 있으므로 예외적·보충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 단서 책임이 있어 해당 시설·장소에서 작업하는 수급인의 종사자에 대해 제4조에 따른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부담한다.

    그러나, '수급인의 독립된 사업장'으로 보는 견해는 다음과 같은 점에 비춰 수급인이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에 따른 형사책임을 부담하는 요건에 대한 자의적 확장해석으로서 엄격해석 원칙상 허용할 수 없다.

    첫째, 발주자 소유 지붕 보수공사는 대부분 1회성 초단기 공사이고, 해당 작업장소에 발주자 소속 직원이 배치됐으므로, 수급인은 발주자의 사업장(작업장)에서 배타적으로 경영적·장소적 통제력을 갖고 있지 않아 수급인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수급인의 독립된 사업장'으로 보기 어려워, 수급인의 경영책임자는 제4조 의무주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된다.

    둘째, 대상판결 사안에서는 발주자만 파악할 수 있는 사업장 내 특수한 위험요소가 있으며, 소유권자인 발주자가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는 이 사건 작업장소·시설의 통상적인 위험요소(지붕 재질 등)가 있었는데,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조직·인력·예산 등에 대한 결정권한을 총괄 행사해 전체 사업장의 위험요소를 제어·통제할 능력은 최상위 발주자에게 있지, 수급인에게 있다고 볼 수 없다. 발주자 사업장 내 타인 소유 시설에서 긴급작업을 수행하는 수급인에게 위 능력 있다고 보고 해당 사업장의 특성 및 규모에 따라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예산 등을 마련하고 투입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비례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또한 '수급인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장'으로 보고 수급인 사업주가 제4조의 의무주체에 해당한다고 볼 경우에는 발주자(도급인)도 제5조 단서에 따라 제4조의 동일한 의무를 이행해야 하므로, 그 의무이행 과정에서 혼선 및 충돌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c) 소결론

    전문 수급인만이 파악할 수 있는 특수한 위험요소가 아니라 통상적 위험요소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 시설·장소 등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 단기간 소규모 공사, 인력관리 능력과 방식 등 여러 사정에 비춰, 우월적 지위에 있는 발주자가 자신의 지배하에 있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도급관계에서 중대산업재해 예방이라는 효과를 실질적으로 거양할 수 있다. 따라서 최상위 발주자(도급인)만이 법 제4조에 따라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등 모든 영역에서의 일원적·배타적 의무주체에 해당한다고 해석함이 문언의 객관적 의미 및 입법취지·목적 등에 부합한다. 

    특히 대상판결 사안처럼 수급인이 비용문제로 추락방지망 등을 설치하지 못하는 저비용구조하에서는 수급인 종사자의 안전 보장을 발주자의 선의에만 기대할 수 없는 현실이므로 발주자에게 추락방지시설 설치를 위한 '안전예산' 편성·집행 등 법적 의무(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 제4호)를 부과해야 한다. 또한 발주자(도급인)는 산업재해 예방 및 조치 능력 평가해 '적격 수급인을 선정하는 의무(시행령 제4조 제9호)'를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고, 적격 수급인 선정 후에도 안전보건 수행 능력이 미흡하다고 판단될 시, 발주자는 현장 점검 및 안전교육을 강화해 수급인의 추락방지망 설치 등 안전조치 이행을 관리감독하고, 지붕작업 안전장비 대여 등 지원을 해야 한다.

    4. 마무리

    앞서 살펴본 것처럼, 발주자 사업장 내 시설물 유지·보수공사를 발주한 발주자는 시공을 주도하는 지위에 있지 않아 산안법상 도급인 책임을 부담하지 않더라도, 해당 시설·장소 등을 포함한 사업장 전체의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고 방지하기 위해 조직·인력·예산 등 결정권한을 총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사업 또는 사업장의 실질적 지배·운영·관리자에 해당해 발주자의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의무주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수급인은 그 전문성·규모, 공사 내용·기간·금액 등에 비춰 독자적인 안전보건조치 능력을 갖추고 해당 사업장(작업장)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한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중대재해처벌법상 포괄적·총괄적인 의무주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된다. 작업장에서 도급 작업을 수행하는 수급인은 소속 근로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산안법 제38조 제3항에 따른 안전조치의무를 잘 이행해야 한다.

    향후 비건설업체 발주자가 사업장 내에서 시설물 유지·보수 공사를 직발주한 경우에 그 공사가 발주자 사업과 본질적·필수적 관련성이 없더라도 산안법상 건설공사발주자 지위에 있는 법인이 시설·장소 등 사업장의 실질적 지배·운영·관리자로서 중대재해처벌법상 책임이 인정돼 그 경영책임자와 함께 중대재해처벌법위반(산업재해치사)으로 기소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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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규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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