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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4-05-16 14:36:08

    수정 : 2024-05-16 14:36:17

태안화력발전소 사건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시 몇 가지 시사점

2024-05-16 14:36:08



산업안전
[2024년 5월호 vo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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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노동법률] 김영규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기폭제가 된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근로자 사망사건(일명 '김용균 사망사건')이 2023년 12월 7일 대법원이 "원청의 대표이사 등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업무상주의의무 위반,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의 사업주, 고의, 안전조치의무 위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는 이유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해 무죄가 확정됐다. 

    이 판결이야말로 중층적 원·하청 구조에서 원청의 대표이사 등에게 형사책임을 귀속하기 어려운 구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판결이다. 이하에서는 이 사건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시 누가 의무를 지는지, 핵심적 의무위반 내용 등에 대해 살펴보고 그 시사점을 찾기로 한다.

    1. 사건의 경과 및 판결 요지

    가. 사실관계

    한국서부발전(이하 원청)은 한국발전기술(이하 하청)과 사이에 태안화력발전소의 상하탄설비 운전·점검, 낙탄처리 등 설비 운전 업무에 관해 위탁용역계약을 체결했다.

    2018년 12월 10일 22시 41분경 내지 23시경 태안발전본부 석탄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대한 점검 작업을 하던 하청 소속 근로자 김용균 씨가 컨베이어벨트와 아이들러의 물림점에 신체가 협착돼 사망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의 원인은 피고인들이 위 물림점에 대한 아무런 방호조치 없이 점검 작업을 단독으로 하도록 지시·방치한 데 있었다.

    나. 기소 경위

    이 사건 사고 장소가 구 산안법 제29조 제3항의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있는 장소에 해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청에 구 산안법상 도급사업주로서의 책임을 인정하기 어려워, 검찰은 원청의 하청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구체적·직접적인 업무지시'를 근거로 원청과 하청 소속 근로자들 사이에 실질적 고용관계가 있다고 보고 원청을 도급사업주가 아니라 산안법상 사업주로 판단하고 원청의 대표이사도 구체적·직접적인 업무상 주의의무 및 산안법상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으로 기소했다.

    다. 법원 판단

    법원은 "원청이 하청 파트장에 대한 일반적 지시권만 있다고 보아 원청과 하청 소속 근로자들 사이에 실질적 고용관계를 인정하기 어렵고, 원청의 대표이사는 컨베이어 벨트의 구조와 그에 따른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2. 개정 산안법 적용 시

    개정 산안법 제63조는 구 산안법 및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있는 장소라는 제한이 없어져 수급인 소속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도급사업주로서의 산업재해 예방조치 의무를 부과했으므로, 본건에도 적용돼 원청에게 도급사업주로서의 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 

    또한 원청이 하청에 발주한 상·하탄설비 점검, 유지·보수 위탁용역은 원청 사업의 수행에 필수적인 업무고, 예산·인력 및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비용 절감 또는 위험의 회피 등을 이유로 위탁용역한 경우에는 위 설비의 운전업무상 유해·위험 요소에 대한 실질적인 관리 권한이 있는 원청이 '위험의 외주화'에 따른 도급인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원청이 산안법 제63조 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석하더라도, 원청의 대표이사가 관련 직무를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에게 위임하면 행위자 지위에서 벗어나므로 여전히 고의나 인과관계 인정 여부가 문제돼 책임을 피할 가능성이 있다.

    3.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시 

    가. 의무주체 : 구조적인 안전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을 가진 '원청의 대표'만이 제4조의 의무주체

    ⑴ 원청 대표의 단독 의무주체설 vs 원·하청 대표의 양자 의무주체설

    제4조의 "사업 또는 사업장(해당 사업이 수행되는 장소)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운영·관리"라는 구성요건은 하나의 요건으로 보아 합리적 해석론에 따라 유해·위험요인의 통제 필요성과 가능성 여부를 "총체적·종합적으로 (한 번에) 판단"함이 실무적으로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내도급 관계에서 작업장소 등에 대한 도급인의 통제권과 수급인의 통제권이 혼재하는 경우에 누가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주체인가에 대해 '원청 대표의 단독 의무주체설'과 '원·하청 대표의 양자 의무주체설'이 대립하고 있다.

    ⑵ 검토(원청 대표의 단독 의무주체설 타당)

    사내 도급에서는 사업장의 소유자인 원청의 지배력이 일반적으로 작업장소 점유자인 하청의 지배력보다 더 강하기 때문에 사업장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원청의 경영책임자'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4조의 의무주체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그 근거로 ①제4조는 공동의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고, 동일한 의무를 별개의 사업주에게 각각 부과할 수는 없다는 점, ②보호대상에 관계수급인이 포함되므로 법 체계상 제4조의 의무주체는 원칙적으로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최상위 원청'만을 상정한 점, ③'위험작업의 외주화에 따른 안전 책임의 전가 방지'라는 입법취지에 비춰 수직적 원하청 구조에서 하청 근로자에 대한 중대재해 예방의무도 실질적·근본적 책임이 있는 원청의 대표에게 부과함이 타당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결국 "사내도급에서의 제4조 의무주체는 '사업장'에 대한 실질적 지배·운영·관리자인 '원청'의 개인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일 뿐이다"라고 보는 것이 법문언·체계 및 입법 취지·목적에 맞는 합리적 해석이고, 사전적 의무주체 선정에 있어 예측가능성과 의무 이행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중대재해처벌법상 보호대상 및 관리·감독대상인 수급인도 제4조 의무주체로 보는 견해는 법문언·체계 및 입법취지·입법연혁에 반해 합리적 근거 없는 자의적 확장 해석이므로 허용할 수 없다.

    (3) 이 사건 사례에서의 의무주체

    이 사건 사고는 대규모 사업장에서의 '수직적 사내하청 근로자 사망 사건'으로, 아래 사정을 고려해 이 사건 사업장 내 작업장소·시설 등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총체적으로 비교형량하면 '원청의 지배력'이 하청의 지배력보다 강하므로 최상위 원청의 대표가 제4조에 따른 단독의무 주체에 해당한다.

    첫째, 원청은 발전기 설비의 소유자로서 운전·정비 등 권한을 행사해 본건 설비 운영 전반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하는 지위에 있는 반면, 하청은 원청의 지휘에 따라 운전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둘째, 원청은 사업장의 조직, 인력, 예산 등에 대한 결정을 총괄 행사하면서 발전설비, 작업 장소 등의 위험요인을 제어·통제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하청은 본건 설비운전·점검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원청에 설비 개선 또는 2인 1조 실시를 위한 인력 증원을 건의하는 외 사업장의 조직, 인력, 예산 등에 대한 최종 권한을 행사해 위험요인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다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

    나. 의무위반 내용

    재해의 구체적인 내용과 발생 원인, 보고체계, 산안법상 안전보건조치 여부, 설비개선·인력증원 등 근본적인 개선조치 여부, 종전 재해 발생 등에 비춰 의무주체인 원청의 대표는 다음과 같은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이 인정될 수 있다.

    첫째, 법 제4조 제1항 제1호 위반의 점으로 ▲하청 근로자가 위험에 처할 우려가 있는 물림점 노출 등 컨베이어벨트의 위험요인에 대한 확인·개선 절차 마련 및 점검·조치 의무 위반(시행령 제4조 제3호), ▲이러한 위험요인 개선에 필요한 예산 편성 및 집행 의무 위반(시행령 제4조 제4호), ▲하청의 설비개선 요청을 묵살했으므로 종사자 의견청취 절차 마련 및 점검·조치의무 위반(시행령 제4조 제7호), ▲사업장에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경우에 대비해 작업중지, 근로자 대피, 위험요인 제거 등 대응매뉴얼 마련 및 점검의무 위반(시행령 제4조 제8호), ▲위험작업을 위탁용역함에 있어 하청의 '산업재해 예방조치 능력 등에 관한 평가기준·절차' 마련 및 점검의무 위반(시행령 제4조 제9호)을 인정할 수 있다. 둘째, 법 제4조 제1항 제2호 위반의 점으로, 이 사건 사고 발생 1년 전에 태안발전소에서 협착 사망사고 등 유사한 재해가 반복해 발생했으므로, 재발방지대책 수립 및 이행조치 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있다. 셋째, 법 제4조 제1항 제4호 위반의 점으로, 물림점이 노출된 부위에 덮개 설치, 컨베이어벨트 점검 시 운전 정지 장치 설치 등 산안법상 안전조치의무가 이행되지 않았으므로,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총괄관리상 조치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있다. 

    다. 인과관계

    위와 같은 인력 배치·설비개선에 필요한 예산이 편성되거나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등 중대재해처벌법상 핵심적 의무위반 상황에서는, 산안법상 기본적인 안전·보건조치 마저도 이행되지 않거나 부실하게 이행돼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고 할 수 있으므로, 위 안전보건확보 의무위반과 이 사건 결과 사이의 상당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따라서 원청 대표는 제4조 위반에 의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죄가 성립될 수 있다.

    4. 맺음말

    지금까지 태안화력발전소 사건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시 예상되는 쟁점들을 살펴봤는데, 다음과 같은 점을 특히 유의해야 한다.

    첫째, 원청의 경영책임자등은 구 산안법 체계하에서는 현장의 위험성 평가결과 등을 보고받지 않아 의무위반에 대한 고의가 없다거나 위험성의 구체적 인식이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그러나 '최상위 조직의 경영책임자'에 초점을 맞춘 중대재해처벌법 체계하에서는 경영책임자등이 산안법상 의무이행 여부에 대한 점검 결과를 보고받지 않았다는 사정은 기본적인 안전보건관리·점검체계 미구축(법 제1항 제1호 위반), 안전·보건 관계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 조치 위반(법 제4조 제1항 제4호)에 해당될 수 있다.

    둘째, 수직적 원하청 구조에서의 사내하청 사업주는 산안법상 의무이행 여부에 대한 원청의 경영책임자등의 점검대상이자 조치대상이다(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5조 제2항 제1, 2호). 특히 1인 사업자 지위에 있는 수급인은 산안법상 의무이행을 함에 있어 원청의 경영책임자등으로부터 인력 배치, 예산 추가 편성·집행 등 필요한 조치(및 지원)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지, (상시 근로자가 5명 이상이더라도) 독자적인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주체에 해당될 수 없음은 실질적 지배력의 비교 형량 기준에 비춰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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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규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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