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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4-05-16 14:43:48

    수정 : 2024-05-16 14:49:47

파견법상 고용의무 이행 시 동종ㆍ유사업무 근로자 부재에 따른 근로조건의 결정 방식

2024-05-16 14:43:48



근로조건
[2024년 5월호 vo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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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노동법률] 양주열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1. 대상 판결 및 쟁점의 정리

    최근 대법원은 H 공사의 요금수납업무와 관련해 용역계약을 체결한 업체 소속 요금수납원들이 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청구소송에서, H 공사가 요금수납원들을 직접 고용하는 경우 H 공사 내에 그들과 동종·유사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없는 경우라도 H 공사 직원들에게 적용되던 예규를 적용해 근로조건을 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24. 3. 12. 선고 2019다223303, 2019다223310 판결, 제1대상판결). 반면, 같은 날 선고된 H 공사의 상황실 보조업무와 관련해 용역계약을 체결한 업체 소속 근로자 혹은 직접 용역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들이 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서는 해당 예규가 적용될 수 없어 파견법 규정에 따라 기존 근로조건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24. 3. 12. 선고 2019다222829, 2019다222836 판결, 제2대상판결). 

    이러한 대법원 판결들은 도급계약을 체결한 업체에 소속된 근로자와 원청 사이의 실질적인 법률관계가 '근로자파견관계'로 평가될 경우 파견법 규정에 따라 고용간주 혹은 고용의무가 발생하게 되는 상황에서 어떤 기준으로 근로자의 근로조건이 설정돼야 하는지, 특히 '동종 또는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 근로조건을 어떤 방식으로 결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다고 평가된다. 

    파견법 제6조의2 제3항은 고용의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의 근로조건을 '동종 또는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있는 경우'와 '동종 또는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없는 경우'로 구분해 명시하고 있다. 전자는 원청의 동종 또는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을 그대로 적용하도록 하는 것에 반해, 후자는 기존 근로조건 수준보다 낮아져서는 안 된다는 기준만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나아가 현행 파견법이 아닌 1998년 파견법 제정 당시 규정의 경우에는 제6조 제3항 본문에서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해 고용간주규정을 두고 있을 뿐, 그 경우에 구체적인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다만, 이미 과거에서부터 고용관계가 소급해 인정되기 때문에 그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사업장 내에 적용되는 취업규칙 및 단체협약 또한 동일하게 소급해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동종 또는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있다면 동일한 조건에서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이 적용될 것이므로 그 근로조건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동종 또는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없고,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의 근로조건이 여러 직군이나 업무 유형에 따라 다르게 설정될 수 있는 경우에 과연 어떤 근로조건이 고용간주자에 대해 적용돼야 하는지가 불투명해지게 된다. 

    따라서 '동종 또는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있는 경우'에는 기존 파견법 규정만으로도 충분히 그 근로조건을 결정함에 있어 문제가 없어 보인다. 문제는 실제 파견법상 고용간주 혹은 고용의무가 발생한 근로자에 대해 동종 또는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없는 경우에 어떤 방식으로 근로조건을 설정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의 경우 그와 관련된 구체적 기준을 제시한 판결이라는 의미가 있다.

    2. 대상 판결의 주요 내용

    두 판결의 경우 H 공사와 도급(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업무를 수행한 근로자들에 대해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됐다는 점은 모두 동일하다. 따라서 H 공사는 파견법에 따라 해당 근로자들과의 사이에서 구 파견법상 고용간주의 효과가 발생하거나, 혹은 개정 파견법에 따른 고용의무가 발생하게 됐다. 그리고 두 사건 모두 원고들은 자신들과 동종 또는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없다는 이유로 기존 H 공사에서 '조무원'들에 대해 적용되던 규정을 바탕으로 근로조건이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두 사건 원고들이 수행한 업무는 '요금수납원 업무'와 '상황실 보조원 업무'로서, H 공사 직원들 가운데 해당 업무를 동일하게 수행하는 근로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두 사건 모두에서 "개정 파견법에 따라 사용사업주에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했는데 사용사업주의 근로자 중 동종·유사 업무 근로자가 없는 경우에는 기존 근로조건을 하회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가 자치적으로 근로조건을 형성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판단하면서도, "사용사업주가 근로자파견관계를 부인하는 등으로 인해 자치적으로 근로조건을 형성하지 못한 경우에는 법원은 개별적인 사안에서 근로의 내용과 가치, 사용사업주의 근로조건 체계(고용형태나 직군에 따른 임금체계 등), 파견법의 입법 목적, 공평의 관념, 사용사업주가 직접 고용한 다른 파견근로자가 있다면 그 근로자에게 적용한 근로조건의 내용 등을 종합해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가 합리적으로 정했을 근로조건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법원이 그 구체적인 근로조건에 대해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그 경우에도 "이와 같이 파견근로자에게 적용될 근로조건을 정하는 것은 본래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가 자치적으로 형성했어야 하는 근로조건을 법원이 정하는 것이므로 한쪽 당사자가 의도하지 아니하는 근로조건을 불합리하게 강요하는 것이 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함으로써 법원이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경우의 한계를 제시했다. 나아가 제2대상판결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을 고려하더라도 파견근로자에게 적용할 적정한 근로조건을 찾을 수 없다면 파견법 제6조의2 제3항 제2호에 따라 기존 근로조건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해 기존 근로조건이 그대로 적용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시했다.

    관련해 실제 각 대법원 판결은 그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다르게 나타났다. 먼저 제1대상판결에서는 요금수납원과 관련해 "①원고들이 피고 소속의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직접고용이 돼야 하는데 이 사건 예규는 피고가 현장에서 상시·지속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정한 취업규칙인 점, ②피고의 현장직군으로서 하위 직종 중 하나인 조무원은 피고 소속의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중 가장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 근로자로서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단순·반복적인 잡무를 처리하는 직종 전부를 지칭하므로 원고들과 같은 통행료 수납원도 이에 포함될 수 있는 점, ③피고는 2014년 이후 현장직 직원에 대해 직종과 관계없이 동일한 기본급표를 적용하는 등 현장직 직원들의 근로가치를 동등하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원고들이 수행한 업무가 현장직 직원의 업무보다 근로가치가 낮다고 볼 수 없는 점, ④외주화 이전에 통행료 수납업무를 담당한 비정규직 직원의 임금이 그 당시 청소원, 경비원 업무를 담당하던 비정규직 직원의 임금보다 다소 높았던 점" 등을 이유로 들며 요금수납원을 직접 고용할 경우 적어도 피고의 조무원에 준하는 근로조건을 적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하면서 조무원의 근로조건이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제2대상판결에서는 '상황실 보조원'과 관련해 동종·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H 공사 직원이 없음을 전제로 "①경비원은 다른 조무원과 임금을 달리 정한다는 의미에서 '연구원, 경비원(당직보조자 포함)은 별도 운영'이라고 규정한 점, ②상황실 보조원들과 동일한 형태로 근무하는 조무원이 존재하는지 확인되지 않고 상황실 보조원과 조무원의 근무형태가 서로 달라 노동강도가 동일하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업무 내용의 차이까지 고려하면 상황실 보조원의 근로 가치가 조무원과 동일하거나 더 높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③이러한 업무 내용, 근로의 가치, 근무형태, 임금구조의 차이에 비추어 보면, 파견법의 입법 목적과 공평의 관념을 고려하더라도, 합리적인 사용자가 원고들을 직접 고용했다면 원고들에게 이 사건 예규 중 조무원의 근로조건을 그대로 적용하는 데 동의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등을 이유로 들며 상황실 보조원의 경우 위와 같은 사정을 구체적으로 심리해 조무원의 근로조건을 원고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판단했어야 하고, 만일 이 근로조건을 적용할 수 없다고 본다면 원고들의 기존 근로조건 수준보다 낮지 않음을 전제로 피고가 상황실 보조원을 직접 고용하면서 합의한 근로조건이나 그 밖에 다른 적합한 근로조건이 있는지, 그 근로조건을 원고들과 피고가 합리적으로 정했을 근로조건으로 볼 수 있는지 등을 심리·판단했어야 하고, 그렇게 해도 적용할 적정한 근로조건을 찾을 수 없다면 파견법 제6조의2 제3항 제2호에 따라 기존 근로조건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3. 대상 판결에 대한 비판적 검토

    파견법은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경우 근로조건과 관련해 사용사업주 소속 근로자 가운데 파견근로자와 동종 또는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없다면 해당 파견근로자의 기존 근로수준보다 낮아져서는 안 된다는 의무만을 부과하고 있다. 따라서 사용사업주 내에 동종 또는 유사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없다면, 직접 고용하는 파견근로자의 기존 근로조건을 하회하지만 않는다면 사용사업주가 정규직 근로자보다 낮은 근로조건을 설정하는 것도 허용된다. 

    이는 파견법이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을 목적으로 하고(파견법 제1조) 있고, 파견근로자임을 이유로 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고 있다(파견법 제21조)는 점에서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즉, 기본적으로 파견법은 파견근로자의 지위에 있음을 이유로 고용안정성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파견기간의 제한을 두고 있으며, 위법한 근로자파견에 대해서는 사용사업주가 그 근로자의 고용을 책임지도록 한다. 나아가 동종 또는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있다면 그에 대해 동일한 근로조건을 적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반면 사용사업주가 해당 파견근로자에 대한 고용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동종 또는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없는 경우에 어떤 수준까지 사용사업주가 해당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보장해야 하는지는 그동안 명확하지 않았다. 다만, 제정 파견법이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의 직접고용관계를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고용간주된 근로자에 대해서는 사용사업주에 속한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이 그대로 적용될 수밖에 없는 경우와 다르게, 개정 파견법의 고용의무 이행에 있어서는 그 근로조건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를 법률이 새롭게 정했고, 그 내용이 바로 개정 파견법 제6조의2 제3항의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는 제정 파견법에 따른 고용간주 근로자에 대한 근로조건과 관련해 그 근로조건의 내용을 구체적인 사안에서 법원이 합리적으로 정할 수 있다고 판시한 판결(대법원 2015. 2. 26. 자 2011카기535 결정 등)을 제시했다. 개정 파견법 제6조의2 제3항을 제정 파견법의 해석으로도 도출될 수 있는 내용을 명문으로 규정한 것에 불과하고 근로조건의 기준을 새롭게 정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개정 파견법에 따라 직접 고용하는 경우에도 제정 파견법의 경우와 동일한 방법으로 근로조건을 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의 해석은 사실상 개정 파견법 제6조의2 제3항의 내용이 기존 제정 파견법에서의 고용간주의 경우와 다를 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재정 파견법상의 고용간주의 효과는 근로계약의 소급 체결에 있어 사실상 고용간주 시점부터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의 고용을 강제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용사업주의 취업규칙상 근로조건이 무조건 적용되기 때문에 사용사업주 내의 직무 가운데 실제 동일한 직무가 없다면 적어도 그 취업규칙 상의 최저 근로조건이 강제될 수 있어 그 가운데 적정한 근로조건을 법원이 정할 수 있다는 명확한 법리적 근거가 존재한다. 반면, 개정 파견법상의 고용의무에 따른 근로조건 규정의 경우 "기존 파견근로자로서의 근로조건보다 낮아지면 안 된다"는 명확한 기준을 이미 법률이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그 경우 우선 돼야 하는 것은 일방적인 법원의 해석에 따른 결정이 아니라 당사자의 명시적 의사라는 점에서, 동종 또는 유사 업무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특정 직종을 법원이 일방적으로 해석을 통해 '합리적인 근로조건'으로 지정하고 그에 대한 근로조건을 적용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과연 적정한 법 해석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다만, 대법원 판결이 지금과 같이 선고되는 이상 향후 이러한 근로자파견관계와 관련된 분쟁에 있어서는 새로운 쟁점이 추가로 도출된 것과 다름없다. 앞으로 이러한 불법파견과 관련된 분쟁에서 양 당사자는 동종 또는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의 존부뿐만 아니라, 설사 동종 또는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없는 경우에 대해서까지 실제 어떤 근로조건이 적용되는 것이 합리적인 결과인지에 대해서까지 추가적인 쟁점으로서 다툴 필요가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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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주열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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