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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률] 양주열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1. 들어가며

최근 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의 사용자에 대한 정의를 '실질적 지배력' 개념을 기초로 확대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노동조합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2024. 9. 26.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에 따른 재투표 결과에 따라 최종적으로는 부결됐다. 

이와는 별도로 이미 법원에서는 노동조합법상의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는 판결들이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실제 대법원은 2010년 현대중공업 판결(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에서 "근로조건 등을 실질적으로 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는 지배, 개입 부당노동행위의 주체인 노동조합법상 사용자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를 일정 부분 확대하는 판결을 함으로써 이러한 사용자성 확대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 냈다고 평가되며 그에 따라 18대 국회부터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개념을 확장하는 내용의 입법 논의가 시작됐다. 그리고 이후 단체교섭과 관련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성이 문제됐던 CJ대한통운에 대한 서울고등법원 판결(서울고등법원 2024. 1. 24. 선고 2023누34646 판결)이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게 되면서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이러한 노동조합법상의 사용자 개념 확대를 위한 입법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돼 왔다. 최근 22대 국회에서도 야당 주도로 노동조합법을 개정하기 위한 입법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현재 시도되고 있는 노동조합법 개정안들의 경우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개념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경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이와 같이 변경된 개념에 따라 노동조합법 및 기타 노동법상의 개별 제도들이 현실에서 어떻게 운영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 및 설명 부족으로 인해 실제 법률 개정이 이루어지는 경우 현장에서 여러 혼란이 발생할 것이 당연히 예견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향후에 노동조합법상의 사용자 개념이 확장되는 형태로 개정되는 경우를 대비해 노동조합법상의 각 규정에 대한 해석 및 실무 관행의 변화 양상을 미리 예상해 보는 것은 향후 수범자들에 대해 유의미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본 기고에서는 법률이 개정되는 경우 각 규정의 해석 및 실무 관행의 변화 양상을 예상해 보는 차원에서 노동조합법상의 사용자 개념 확대에 따라 (i)노동조합법 제24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시간면제 제도 적용이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 (ⅱ)노동조합법 제29조의2에서 규정하고 있는 단체교섭 시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2. 근로시간면제 제도의 변화

노동조합법이 개정돼 사용자 개념이 확대되면 도급계약 관계에 있어서의 도급인, 즉 원청 또한 수급업체 소속 근로자와의 관계에서 언제든지 사용자로 평가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확대된 사용자 개념에 따르면 노동조합법 제24조가 규정하고 있는 근로시간면제 제도의 경우 기존과 동일하게 해석될 수 있는지가 문제 될 수 있으며, 실제 적용에 있어서도 새로운 난점을 야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조합법은 2010년 기존의 유급 노조 전임자 관행에 대한 대안으로서 근로시간면제 제도를 도입했다. 노동조합에 대한 사용자의 경제적 원조 행위는 원칙적으로 부당노동행위로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과거에서부터 노조 전임자에 대해서 사용자가 관행적으로 유급 처리를 해 주고 있던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 대안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조합원에 대해 일정 시간의 근로를 면제하는 근로시간면제 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이에 따라 근로시간면제자는 단체협약으로 정하거나 사용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 사용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급여를 지급받으면서 소정의 근로를 제공하지 않고 노동조합의 업무에 종사할 수 있고(노동조합법 제24조 제1항), 그에 대해 법이 정한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임금의 손실 없이 사용자와의 협의, 교섭, 고충 처리, 산업안전 활동 등 노동조합의 유지, 관리에 필요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노동조합법 제24조 제2항). 

다만 이러한 제도를 운영할 경우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개념에 도급 관계에서의 '원청'이 포함되게 된다면, 수급업체 소속 근로자로 구성된 노동조합에서 단체협약에 따라 근로시간면제자를 지정할 때 원청의 동의가 필요한지 문제가 될 수 있다. 노동조합법 제24조 제1항은 '사용자의 동의'를 근로시간면제자 지정의 요건으로 정하고 있는데, 이 경우 사용자에 원청이 포함된다면 수급업체의 근로시간면제자 지정을 위해서는 원청과 수급업체의 동의가 모두 필요하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노동조합이 이미 수급업체와 단체협약을 체결한 상황에서 자신들의 근로조건 확대를 위해 추가로 원청에 대해 교섭을 요구하는 경우라면 그 혼란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 경우 수급업체와 소속 근로자 간의 단체협약이나, 수급업체의 동의에 의한 근로시간면제자 지정과 관련해 원청에게도 그 근로시간면제자 지정에 동의하거나 반대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발생하는 것이다. 

다만, 실무상으로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사용자의 지배, 개입이 부당노동행위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근로시간면제 제도 활용에 대해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간섭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바, 원청이 수급업체 소속 근로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의 근로시간면제자 지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이러한 해석의 논란이 발생한다는 사실만으로 각 현장의 혼란은 피할 수 없고, 나아가 노동조합 또한 근로시간면제자 지정에 있어서 이미 수급업체와 단체협약이 체결돼 있음에도 원청과의 교섭에서 그러한 내용을 또다시 요구할 수 있는지, 혹은 각각의 교섭 내용에 이를 개별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지 등을 제대로 판단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게 된다. 

한편, 수급업체 소속 근로자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수급업체와 체결한 단체협약에서 이미 근로시간면제자를 허용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 그러한 근로시간면제자의 근로시간면제 대상 업무에 '원청에 대한 단체교섭 및 협상 업무'가 포함될 수 있는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즉, 노동조합법 제24조 제2항을 "사용자(수급업체)로부터 급여를 지급받는 근로자(근로시간면제자)는 (중략) 임금의 손실 없이 사용자(원청)와 협의, 교섭, 고충 처리, 산업안전 활동 등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업무와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동조합의 유지, 관리 업무를 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되는 것이다. 

다만, 기존 하급심 판결들의 경우 노조 전임자가 상급단체에 파견돼 수행하는 업무에 대해서도 그것이 해당 사업장과 관련된 것이라면 근로시간면제가 가능하다고 인정하고 있고, 고용노동부 또한 상급단체(연합단체 등) 파견 활동에 대해서도 근로시간면제 한도 범위에 포함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처럼 개별 사용자가 노사관계를 직접 맺고 있지 않은 상급단체나 연합단체에서 노조 전임자가 파견돼 수행한 업무라 하더라도 그것이 당해 단체협약에 따른 근로시간면제 대상 업무로 인정될 수 있다고 한다면 수급업체의 근로시간면제자가 수행한 원청과의 협의, 교섭 업무 또한 일응 근로시간면제 대상 업무에 포함된다고 해석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 경우 근로시간면제자가 원청과 협의, 교섭 업무를 수행한 시간에 대해서도 그 급여를 수급업체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한지, 혹은 원청과의 교섭 내용에 그 내용을 포섭해야 타당한지, 그 한도 시간을 양 사용자에게 각각 적용해 줄 수 있는지 아니면 한꺼번에 통합해 적용해 줘야 하는지 등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게 된다. 

이처럼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통과돼 원청이 수급업체 근로자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사용자로 인정되는 상황에서는 근로시간면제 제도의 운영과 관련해 여러 쟁점들이 현실적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근로시간면제와 관련된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경우 원청과 수급업체가 함께 그 절차에 참여해 원청, 수급업체, 수급업체 근로자로 조직된 노동조합 간의 3자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다만, 교섭 당사자가 증가할수록 동일한 이해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에서 이러한 3자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3.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의 변화

다음으로 노동조합법 개정에 따라 사용자 개념의 범위가 확대될 경우 수급업체 소속 근로자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원청과의 단체교섭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교섭을 별도로 요구해야 한다. 이 경우 강행규정인 노동조합법 제29조의2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돼야 하는지에 대해 해석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현행 노동조합법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조직형태에 관계없이 근로자가 설립하거나 가입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에는 노동조합들 사이에서 교섭대표 노동조합을 정해 교섭을 요구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때 교섭대표 노동조합을 결정해야 하는 단위가 '교섭 단위'이고, 이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규정돼 있다. 결국, 현행 노동조합법의 문언은 복수의 사용자가 존재하는 경우에 대해 상정하지 않고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규정하고 있어 법률 개정에 따라 실질적 지배력을 가지는 사용자가 다수가 되는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대한 실무상 혼란이 불가피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원청인 '갑'이 A 업무를 수급업체 '을'에게, B 업무를 수급업체 '병'에게 각각 도급했고, '갑'에는 원청 소속 근로자로 조직된 노동조합①과 노동조합②가, '을'에는 노동조합③과 노동조합④가, '병'에는 노동조합⑤가 존재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면, 이 경우 을 소속 근로자들로 조직된 노동조합③과 노동조합④가 원청인 갑과 단체교섭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③과 노동조합④ 사이에서만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면 충분한가? 아니면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를 고려해 노동조합①부터 노동조합⑤까지 모두 단일화 절차가 진행돼야 하는가? 만약 일부만 단일화 절차를 거쳐도 된다고 한다면 이 경우 교섭은 각각 별도로 진행되더라도 위법하지 않는가? 이처럼 사용자 개념의 확대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서도 다양한 이슈를 발생시킬 수 있다. 

이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는 현대제철 사건(중앙노동위원회 2022. 3. 24. 2021부노268)에서 "하청 사업이라는 교섭 단위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쳤다면 이러한 절차를 거쳐 확정된 교섭대표 노동조합은 하청 사용자뿐만 아니라 원청 사용자에게도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결국 원청과 수급업체 소속 근로자로 구성된 노동조합 사이의 교섭에 대한 실효성 확보를 위해 한 사업자가 동일한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 내에서 여러 교섭을 진행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앞선 예시에서 노동조합③과 노동조합④는 수급업체인 을을 기준으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기만 하면 충분하고, 다른 노동조합과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 그리고 갑은 을이 교섭을 요구할 경우 설사 갑의 정규직 근로자로 구성된 노동조합과의 교섭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추가적인 교섭을 진행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여전히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교섭 단위가 분리되지 않은 경우에 하나의 교섭대표 노동조합을 인정하는 현행 법체계와는 맞지 않는다는 문제가 남아 있다.

이처럼 원청이 사용자로 판단돼 교섭 상대방이 되는 상황에서는 원청과 수급업체, 원청 노동조합과 수급업체 노동조합이 함께 모여 교섭창구 단일화에 따른 교섭 단위에 대한 결정, 교섭 방식에 대한 논의 등을 합의해 도출하는 형태가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것과 같이 여러 당사자가 교섭에 참여하고 이해당사자 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해질수록 교섭의 효율성과 합의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고, 애초에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도입된 취지 등을 고려하면 이러한 방식의 해결이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4. 결론

앞서 검토한 두 가지 문제점은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개념이 확대됐을 경우에 새롭게 발생할 수 있는 이슈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처럼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개념 확대는 우리나라의 집단적 노사관계에 대한 법률 체계를 근본적으로 다르게 바꾸는 내용에 해당하고, 따라서 그러한 개념의 변화에 따른 다양한 문제들을 미리 함께 검토하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새로운 입법 과정에서도 이러한 여러 문제들을 심도 있게 검토해 충분한 대비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