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노동법률] 김영규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1. 들어가며

가. 문제 제기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에 관한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는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다는 위임 규정이 없다. 그런데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기준규칙, 고용노동부령 제417호) 제1조를 2019. 12. 26. 개정해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를 위임 근거 조문으로 추가하고, 법 제63조에 따른 도급인의 의무는 안전보건기준규칙에서 규정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보건기준규칙에 도급인의 의무를 별도로 특정하고 있지 않아 도급인의 의무는 수급인의 의무와 '동일한' 의무인 것으로 해석되는지 논란이 되고 있다.

나. 견해 대립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의무 범위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견해 차이가 있다.

⑴ 광의설은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의 도급인 의무는 관계수급인 의무와 동일하다고 해석하는 견해다(고용노동부 해석). 
이 견해에 따르면 도급인(원청업체)의 안전보건총괄책임자가 도급인 사업장 내 수급인 근로자의 산재예방을 위해 중량물 취급 작업에 관한 '작업계획서' 작성의무가 있다고 본다.

⑵ 협의설은 도급인은 '사업장 전반의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을 위한 관리·감독의무'에 한하고, 관계수급인이 담당하는 개별 작업에 관한 작업계획을 수립할 의무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견해다. 즉 도급인은 '안전시설 설치 등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의무'와 이에 부수해 수급인에 대한 소속 근로자 대상 안전보건교육 실시 및 (도급인·수급인 동시작업 시) 안전·보건조치 확인, (위법행위 시) 수급인에 대한 시정조치 등 지도 및 관리·감독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견해다.  

2. 관련 판례

가. 광의설 입장 판결

⑴ 인천항만공사 판결(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3도14674 판결)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은 수급 사업주와 동일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중첩적으로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⑵ 한국제강 판결(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23. 4. 26. 선고 2022고합95 판결) 

"도급인인 한국제강의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인 피고인은 이전부터 관계수급인 근로자들이 한국제강의 야외작업장에서 방열판 등 중량물을 취급하여 작업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이러한 경우 피고인에게는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근로자가 중량물 취급 작업을 하는 경우 추락·낙하·전도·협착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대책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판시했다. 그래서 재판부는 도급인의 대표이사 겸 안전보건총괄책임자에게 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개별 작업에 관한 작업계획서 작성 등 의무가 있다고 보고, 도급 사업주는 수급인과 동일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석했다.

나. 협의설 입장 판결 :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23. 1. 11. 선고 2021고단3504 판결

⑴ 사안의 개요

건물 신축공사 중 철근콘크리트 공사를 도급받은 수급인의 근로자가 철근콘크리트 공사에 사용된 중량물인 거푸집을 해체·이동하는 과정에서 거푸집이 다른 거푸집을 충격해 충격된 거푸집이 1.8m 높이에서 떨어져, 이로 인해 피해자가 맞아 사망했다. 검찰은 "도급인 사업주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수급인이 진행하는 거푸집 해체작업의 위험요소를 분석하고 작업순서, 작업방법 및 전도방지 조치에 대한 작업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수급인 작업자들에게 교육하고 관리·감독해야 할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와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공소사실로 기소했다.

⑵ 판결의 주요 내용

법원은 "도급인은 수급인 근로자를 위하여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고, 개별 작업의 안전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까지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하고, 안전보건규칙 제38조에 따른 작업계획서 작성 의무 등을 부담하는 주체는 도급인이 아니라 '작업을 직접 담당한 수급인'이라고 해 무죄판결을 선고했다.

그 주요 논거는 다음과 같다. 산업안전보건법 규정상 안전보건총괄책임자에게 부과된 직무의 성격은 사업장 전반의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을 위한 관리·감독이므로, 관계수급인이 담당하는 개별 작업에 관한 작업계획을 수립할 의무로 해석되지 않는다.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의 규정에서 예시하는 안전조치도 '안전시설의 설치'이고, 보호구 착용 지시 등 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를 제외하고 있는 점에 비춰 볼 때,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할 의무를 부과하는 취지이지, 더 나아가 관계수급인 근로자에게 개별 작업을 지시하거나 관리·감독할 의무를 도급인에게 부과하는 취지로 해석하기 어렵다. 오히려 '작업순서, 작업방법에 관한 작업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교육하는 행위'는 제63조 규정 단서에서 정한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에 포함될 여지가 크다.

3. 검토(협의설 타당)

관련 법률 규정의 가능한 의미 범위 내에서 '위험의 외주화'에 처한 수급인 근로자 안전 및 산업안전보건법의 목적을 고려해, 도급인과 수급인의 합리적 역할 구분에 따라 도급인의 법적 안전조치의무 범위를 설정할 수 있다. 도급인의 시설·설비 등 물적 관리권과 수급인의 소속 근로자에 대한 인적 관리권이 구분되므로, 독립주체인 양자의 '지위와 권한'에 부합하는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를 무시하고 도급인의 의무범위가 관계 수급인 의무와 동일하다고 해석하는 것은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 원칙, 자기책임 원칙에 위반돼 타당하지 않고, 관계수급인에 대한 지도·관리 등 도급인의 '지위와 위상'에 맞는 의무를 부과하는 산재예방선진국의 '안전원리'에도 위배된다. 따라서 도급인이 수급인이 사용하는 시설·설비를 소유하고 있더라도 '소유자'에 부합하는 의무를 부과해야 하지, 도급인의 '지위와 권한'에 맞지 않은 인적 관리 의무까지 부과하는 것은 자기책임 원칙 등에 위배되고 '이행가능성'이 없어 하청근로자 재해 예방의 실효성도 거두기 어렵다.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는 안전시설 설치 '등' 필요한 안전조치라고 규정돼 있는데, 고용부령에 별도 규정이 없어 도급인도 관계수급인 의무와 동일조치를 해야 한다는 견해는 자의적 확장해석으로서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동종제한 해석(엄격해석)' 원칙에도 위배된다. 특히 '도급인이 하도급한 작업에 대해 작업순서를 정하고 작업계획을 수립하는' 등 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 조치는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단서 위반(불법파견) 소지가 있다.

결국 도급인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하는 수급인 근로자에 대해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할 의무'를 부담하나, 수급인 근로자에게 개별작업을 지시하거나 직접적으로 관리·감독할 법적 의무까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안전관리 원리 및 수직적 사내도급관계에서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우월한 지위의 도급인 책임을 강화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취지, 산업안전보건법 제64조, 제66조 등에 비춰, 도급인은 자신의 사업장에서 작업하는 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도급인의 지위와 역할에 부합하는' 관리·감독을 이행할 책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불법파견 소지 없는 한, 도급인에게 선제적으로 '수급인 사업주'를 상대로 '수급인 근로자의 보호구 적정 착용 여부', 원청의 안전작업허가서에 따른 '수급인의 작업계획서 작성 및 작업 위험성평가 실시 여부' 등을 확인·점검, 관리감독할 의무를 부과하되 벌칙이 수반되지 않는 훈시적 의무로 규정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