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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2-12-28 10:52:32

    수정 : 2023-01-02 09:48:08

법원 “공무직-공무원 차별 가능해”…‘사회적 신분’ 전합 주목해야

2022-12-28 10:52:32



법원 “공무직-공무원 차별 가능해”…‘사회적 신분’ 전합 주목해야
[2023년 1월호 vol.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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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2021년 7월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공무직 노동자 차별을 철폐하라는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무직(공공부문 무기계약직)과 공무원은 다른 집단이어서 복리후생적 수당을 차별 지급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공무원과 공무직은 동일한 비교집단이 아니고 무기계약직이라는 고용형태가 차별의 이유가 되는 '사회적 신분'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번 소송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정책 이후 공무직 근로자들이 제기한 소송에 대한 첫 법원 판단이다. 문 정부 정책으로 정규직은 됐지만 정작 각종 수당 등에서는 차별이 여전히 남아있자 공무직들은 집단으로 차별 시정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첫 법원 판단에서 차별을 판가름 짓는 요소가 모두 부정됐다. 이번 소송과 동일한 내용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공무직에게는 악재다.

    한편, 차별을 판단하는 요소 중 하나인 무기계약직이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고용형태를 이유로 한 차별 시정 소송이 이어지고 있지만 사회적 신분에 대한 대법원 판례는 없는 상황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사회적 신분은 근로기준법상 차별금지규정을 적용하기 위한 요건 중 하나일 뿐이어서 전원합의체 판단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고용형태를 사회적 신분으로 인정한다면 차별 시정을 요구하는 소송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정규직 전환된 공무직 "복리후생 수당 차별 말아야"
     
    28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41민사부(재판장 정봉기)는 국립대, 정부 부처, 법원 등 9개 기관 소속 공무직 387명이 정부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지난 15일 "공무직들은 공무원과 동일한 비교집단에 해당하지 않고 정부는 본질적으로 같지 않은 집단을 다르게 취급했을 뿐이어서 차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무기계약직이라는 지위는 근로기준법이 규정하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수당을 차등 지급했다 하더라도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등대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소송을 제기한 이들은 충북대와 충남대, 공주대, 제주대, 광주고법, 광주지법,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용노동부 총 9개 기관 소속 공무직이다. 이들은 공무원과 가족 수당, 자녀학비보조금 등 복리후생적 수당 차별이 부당하다면서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공무직 측 주장은 이렇다. 이들이 차별 시정을 요구한 것은 복리후생적 수당이다. 복리후생적 수당은 업무의 양과 질, 직급에 관계없이 일률적ㆍ보편적으로 지급되는 것으로 재직자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다고 해석된다. 복리후생적 수당에 있어서는 공무원과 공무직 간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공무직 측은 정부가 2017년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을 근거로 들었다. 정부는 추진계획에 무기계약직 처우 개선을 위해 복리후생적 금품은 불합리한 차별 없이 지급하겠다고 기재했다.

    "공무직, 공무원과는 다른 집단...차별 아냐"
     
    근로기준법 6조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하게 규정한다. 이 조항을 적용하려면 차별의 원인이 사회적 신분에 따른 것인지, 비교 대상이 적절한지 따져봐야 한다. 차별적 처우는 같은 것을 다르게,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비교 대상이 다르다면 다르게 취급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비교 대상이 적절하더라도 차별에 합리적 근거가 있다면 차별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재판부는 무기계약직이 사회적 신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공무원은 비교 대상 집단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공무원과 공무직은 같은 집단이 아니어서 다르게 처우할 수 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자신들이 수행한 업무가 실제 공무원이 수행한 업무와 동일했다거나 일부 다른 부분이 있더라도 상당 부분 혼재돼 있었다는 등 본질적으로 동일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아무런 주장ㆍ입증을 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무원에게는 공무원으로서 특유한 성실의무, 복정의무 등이 요구되고 그에 수반하는 책임도 부과되는데 공무직이 이와 같은 의무와 책임을 부담해 왔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복리후생적 수당이라도 직종이나 업무 내용이 서로 다르면 차등 대우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공무원 간이어도 동일하지 않은 집단이라면 차등적 대우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무기계약직은 사회적 신분 아냐" 선 그은 법원
     
    무기계약직이라는 지위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상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고정성과 선택불가성이 있어야 하고 사회적 평가가 수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 것은 성별, 국적, 신앙 등이다. 사용자의 의사나 사업장에서의 고용형태 등과 관계없이 근로자가 비교적 오랜 기간 이를 유지하면서 쉽게 변경할 수 없어야 한다. 근로자가 선택해서 취득할 수도 없다.

    재판부는 "무기계약직이라는 지위는 이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려워 사회적 신분의 범위에 포섭되지 않는다"며 "무기계약직이라는 지위 내지 고용형태는 근로자와 사용자의 자유의사가 합치돼야 성립되기 때문에 근로자가 스스로 선택한 것일 뿐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강요한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당사자의 의사합치에 따라 고용형태를 변경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 있다"며 "무기계약직이라고 하더라도 개별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이 정한 대우에 따라 사회적 지위가 낮을 수도, 높을 수도 있어 근로자의 특정한 인격과 관련된 표지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 측을 대리한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무기계약직이 사회적 신분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공무직과 공무원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 집단이 아니라고 판단한 타당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사건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정책 이후 차별에 관해 제기된 집단소송에 대한 첫 법원 판단이기도 하다. 정부 정책으로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자 노동계에서는 이들의 처우 개선과 차별 철폐를 위한 움직임이 나왔고 이번 소송도 그 일환이다. 이와 동일한 내용의 또 다른 소송은 아직 심리 중에 있다. 소송을 진행 중인 공무직 입장에서 이번 판결은 악재일 수밖에 없다.
     
    "무기계약직이 사회적 신분?"...전합이 판단
     
    한편, 무기계약직이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을 받게 됐다.

    사회적 신분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례가 없다. 근로기준법 6조는 헌법상 평등권을 법조문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법원이 사회적 신분을 판단할 때는 사회적 신분에 대한 1995년 헌법재판소 결정이 주로 인용된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사회적 신분이란 사회에서 장기간 점하는 지위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판시했다.

    이후 무엇이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법리는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어 하급심 판단은 갈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무기계약직이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무기계약직이 사회적 신분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사회적 신분으로 인정된 사건도 있다.

    결국 대법원은 무기계약직이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14명이 모두 심리에 참여하는 것이다.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이나 기존 판례를 변경해야 하는 사건은 전원합의체 판단을 받게 된다. 전원합의체는 지난 22일 첫 심리를 진행했다.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사건은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관리청 소속 공무직인 국도관리원이 유사한 업무를 하는 공무원과의 수당 차별을 문제 삼은 것이다.

    국도관리원은 도로를 순회하면서 훼손된 도로 유지ㆍ보수하거나 과적차량 단속업무를 수행한다. 이들은 2014년 공무원과 유사한 업무를 하고 있음에도 수당 차별을 받고 있다면서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국도관리원들이 비교 대상 근로자로 삼은 건 국토관리청에서 함께 근무하는 운전직ㆍ과적단속직 공무원이다.

    1심과 2심 모두 국도관리원의 손을 들지 않았다. 국도관리원과 운전직ㆍ과적단속직 공무원은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채용 형태와 채용 절차에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업무 범위도 확연히 구분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원은 무기계약직이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봤다. 계약직 근로자의 지위는 사업장 내에서 근로자 자신의 의사나 능력 발휘에 의해 변경될 수 없는 계속적ㆍ고정적 사회적 신분이라고 설명했다.

    국도관리원 측이 상고하면서 사건은 대법원에 올라갔다. 대법원에 올라간 것은 2016년 10월이지만 6년이 지난 지난달에야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전원합의체에서 다뤄질 주요 쟁점은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근로자로서의 지위가 근로기준법상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 ▲운전직ㆍ과속단속직 공무원이 국도관리원의 비교 대상 근로자가 될 수 있는지 ▲국도관리원에게 수당을 지급하지 않을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다.
     
    "전합 판단 주목해야"...소송 증가 가능성도
     
    사회적 신분에 대해서는 아직 대법원 판례가 없는 만큼 향후 나올 전원합의체 판단은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 이후 무기계약직의 차별 시정을 요구하는 소송이 여러 건 제기된 상황이다. 무기계약직을 사회적 신분으로 인정할 경우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고용형태를 이유로 한 차별을 문제 삼는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김동욱 변호사는 "무기계약직을 사회적 신분으로 본다고 반드시 차별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소송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소송에서 차별을 판가름하는 것은 사회적 신분보다는 비교 대상 근로자다. 사회적 신분은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기 위한 초석이다. 차별이 위법이라는 주장은 근로기준법이 아닌 헌법이나 민법상 불법행위를 통해 접근할 수 있다.

    법원이 사회적 신분에 대해 판단하지 않은 사례도 있다. 이달 나온 법무부 공무직 간 차별 소송이다. 법원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 없이 동일한 비교집단인지만 살펴보고 차별을 인정했다.

    국도관리원이 국토교통부 소속 공무직인 하천보수원과의 수당 차별을 주장한 사건에서도 사회적 신분에 대한 판단은 없었다. 이 사건은 법무부 사건과는 달리 동일한 비교집단으로 인정되지 않아 원고 패소했다.

    공무직과 공무원 간 차별 소송을 대리 중인 하태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법률원 변호사는 "향후 나올 전원합의체 판결이 차별 소송에 확실히 영향은 있을 것"이라며 "사건마다 쟁점은 다를 수 있지만 전원합의체에 올라간 사건의 쟁점이 차별 소송에 공통적인 쟁점인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사회적 신분은 차별 소송에서 첫 번째 쟁점이긴 하지만 모든 쟁점은 아니"라며 "비교집단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 것이며 차별의 합리적 이유를 어떻게 봐야 할지 등도 쟁점이다"라고 말했다.

    이지예 기자 jyjy@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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