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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3-01-27 10:40:00

    수정 : 2023-02-01 14:33:48

[CJ대한통운 판결 ②] ‘잘 쓴 판결’이지만...노조법 한계는 숙제로

2023-01-27 10:40:00



[CJ대한통운 판결 ②] ‘잘 쓴 판결’이지만...노조법 한계는 숙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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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호 vol.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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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택배박스가 잔뜩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2일 씨제이대한통운(CJ대한통운)이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의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서 교섭 의무를 부담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노무제공계약이 있어야만 교섭 의무가 있는 사용자가 된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와는 배치되는 판결이다.
     
    이는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가 사용자가 된다는 소위 '실질적 지배력설'에 따른 것이다. 실질적 지배력설은 지배ㆍ개입의 부당노동행위 사용자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인정돼 왔지만 이번 판결에서는 단체교섭에서의 사용자로까지 더 폭넓게 인정됐다. 특히 법원은 이 두 가지 개념을 다르게 볼 이유가 없다며 명시적으로 선을 그었다.
     
    이번 판결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노동법률>이 판결문의 세세한 내용부터 법원 판결에 대한 반응, 관련 논의와 그 파장까지 정리했다.

    이번 판결문을 본 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잘 쓴 판결"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여러 가지 논점을 고루 다루면서 고심한 흔적이 느껴진다는 의미다. 그러나 재판부의 고심과는 별개로 실질적 지배력설이 갖는 한계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섭 단위나 교섭 거부의 고의를 인정하는 문제 등 향후 풀어나가야 할 쟁점이 남아있다.

    '노동3권' 보장하는 실질적 지배력설, 왜 주류 못 됐나

    실질적 지배력설은 노동3권을 폭넓게 인정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질적 지배력설이 법원에서 폭넓게 인정되지 않는 이유는 현행 법체계와는 부합하지 않는다는 한계 때문이다.
     
    근로자는 단체교섭을 통해 사용자와 근로조건을 결정한다. 단체교섭 결과 노사는 법적 구속력을 갖는 단체협약을 맺는다. 단체교섭이 결렬되면 노동조합은 쟁의권을 확보해 파업과 같은 단체행동을 할 수 있다. 이 모두는 노동3권이라 불리는 헌법상 권리에 해당한다.
     
    노동조합법은 이러한 근로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기 위해 사용자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담하게 한다.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는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야 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지배ㆍ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교섭에 성실하게 임해야 하고 노조가 정당하게 파업을 할 경우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무력화시킬 수 없다.

    결국 근로조건을 결정하고 단체교섭을 이행하려면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사용자가 단체교섭 의무를 져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지배ㆍ개입의 부당노동행위 사건에서는 실질적 지배력설이 제한적으로 인정돼 왔다. 원청이 실질적으로 지배력을 갖고 있다면 하청노조 활동에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근로조건을 결정해야 하는 단체교섭에서의 사용자와 지배ㆍ개입 부당노동행위에서 사용자를 다르게 본 것이다.

    지배ㆍ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서 실질적 지배력설을 인정한 대표적인 사례가 2010년 현대중공업 대법원 판결이다. 현대중공업이 중노위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대법원은 실질적 지배력설에 따라 원청인 현대중공업을 하청근로자의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인정했다.

    2018년 현대중공업 2심에서도 같은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현대중공업 하청노조가 현대중공업에 단체교섭을 청구한 사건이다. 2심을 심리한 부산고등법원은 지배ㆍ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실질적 지배력설을 인정할 수 있지만 단체교섭에서는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두 가지를 다른 개념이라고 구분한 것이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7월 관련 논문에서 "이와 같은 판단은 실질적 지배력설이 당초 지배ㆍ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있어서 사용자성을 확대하기 위해 고안된 판단기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충분한 논리적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지배ㆍ개입은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없어도 행사할 수 있지만 단체교섭은 근로조건에 관한 부분으로 단체교섭에 대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다면 원청이 하청에 하청근로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라고 해야 한다"며 "근로조건은 근로계약 당사자가 결정하고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단체교섭의 사용자와 지배ㆍ개입의 사용자는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실질적 지배력설을 단체교섭에까지 전면적으로 인정했다. 특히, 지배ㆍ개입의 부당노동행위 사용자와 단체교섭에서 사용자를 다르게 볼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개념의 해석 문제는 단결권과 관련한 지배ㆍ개입 행위에 한정되는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노동3권의 보장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고 노동조합법 입법 목적의 실현과도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다"며 "노동조합법이 부당노동행위의 유형별로 사용자의 개념을 다르게 규정하고 있지 않은 점을 보면 사용자 개념을 해석할 때 단체교섭 거부ㆍ해태 행위와 지배ㆍ개입 행위를 다르게 판단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했다.
     
    택배노조 측을 대리한 조세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법률원 변호사는 "헌법상 노동3권이 법률 규정 없이 법 규정만으로 직접 효력을 발생시키는 구체적 권리라는 사실을 전제로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노동조건을 지배하는 지위에 있으면 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며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헌법상 노동3권을 보장하는 가장 충실하고 합법적인 해석 방식이라고 봤다는 점이 의미 있다"고 말했다.
     
    "잘 쓴 판결"이지만...법체계상 한계는 여전
     
    이번 판결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동일했다. 세부적인 논거에 대해 깊이 고민한 흔적이 담겨있다는 평가다. 과거 중노위 판정들이 논거의 취약성으로 비판을 받았다면 이번 판결은 하청근로자의 노동3권 보장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다양한 논점에 대한 시각을 내놨다. 주로 사측을 대리하는 대형 로펌 변호사도 이 같은 평가를 했다.
     
    그러나 기존 통설로 여겨지던 입장을 정면 반박한 판결인 만큼 우려와 비판도 따른다. 하청근로자의 기본권 보호 필요성에 공감하더라도 실질적 지배력설이 노동조합법 체계에 부합하지 않고 대법원 판례에도 반한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장정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협력본부장은 "이번 판결은 명시적이나 묵시적 근로관계가 있어야 단체교섭 상대방이 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에 반한다는 문제가 가장 크다"며 "기존 판례를 신뢰해 왔던 기업에 경영이나 인사상 예측가능성이 심하게 훼손돼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어 "원하청 교섭을 인정할 경우 현실적으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이 사전에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지배ㆍ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서 사용했던 실질적 지배력설을 가져오면 현장 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홍성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그동안 판례에서 지배ㆍ개입의 부당노동행위와 단체교섭에서의 사용자성을 다르게 본 취지는 결국 단체교섭제도 안에서 개별 근로계약관계가 갖는 의미와 단체교섭제도의 목적과 기능을 고려한 것"이라며 "이러한 사정의 고려 없이 원청의 경제적 우위성이라는 경제 논리로 노동조합법상 법률 관계를 형성시키는 것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판결에서는 노동3권이 제한될 수 없는 논리로서 기본권 제한 사유(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노동3권 보장이 중요한 만큼 사용자의 경영상의 자유, 계약자유의 원칙 역시 헌법상 사용자에게 보장된 기본권으로 기본권 충돌 문제에 대한 쟁점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하청근로자의 보호 필요성에 이견을 달 수는 없지만 그 방법이 원청에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것인지는 의문이 있다"며 "단체교섭 의무가 있는 사용자는 단순히 교섭에 응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다른 법률상 지위와 의무도 함께 부담하고 있어 노동조합법상 다른 제도나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와의 균형도 중요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이 사법적극주의라는 지적도 나왔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모순 때문에 노동3권을 보장하지 않을 수 없다는 취지"라며 "법규정에 따르기보다는 법원 판단에 따라서 규범을 창설할 수 있다는 것인데 법치주의나 사회 안정성 차원에서 보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교섭창구ㆍ고의 인정' 쟁점 풀어야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기준으로 원청의 교섭 의무를 인정한다면 원청은 교섭 의무가 있는지 판단을 받기 전에 교섭 거부만으로 형사처벌 위험에 놓이게 된다.
     
    재판부는 "부당노동행위는 고의범으로 현실적으로 근로조건의 지배 유무에 관한 다툼이 있어 교섭 거부에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사정이 존재한다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원청사업주의 고의가 인정되는 경우는 드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씨제이대한통운이 고의로 교섭을 거부했는지에 대해 자세히 판단하지 않았다. 단지 씨제이대한통운이 교섭을 거부할 합리적 이유가 없었다면서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했다.
     
    김용문 덴톤스 리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법원은 부당노동행위 고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하면서 정작 이 사건에 대해서는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자 부당노동행위 의사도 인정했다"며 "원청은 교섭 의무가 인정되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할 수밖에 없는데도 이를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하는 근거 중 하나로 판단했다"고 했다. 이어 "원청이 교섭 의무가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쟁점인 만큼 향후 이에 대한 다툼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질적 지배력설을 인정해 원하청 교섭을 할 경우 하청노조의 교섭창구 단일화는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법원은 아직 이에 대한 판단을 내놓지 않았다.
     
    롯데글로벌로지스와 현대제철 사건에서 중노위는 원청에 대한 하청노조의 교섭단위에 대해 판단한 바 있다. 하청노조는 원청노조가 아닌 하청노조와만 교섭창구 단일화를 진행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현실적으로 실현이 어렵다는 것이 경영계의 설명이다. 장정우 본부장은 "중노위의 판단은 현실에서 적용하기 어렵다"며 "산업현장의 밸류체인(Value Chain)들을 보면 1차, 2차, 3차 협력업체 등 원청이 다양한 협력업체를 두고 있고 협력업체도 한 개의 원청만 두고 있지 않아 교섭창구를 어떻게 정리할지는 해결되지 못한 문제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이지예 기자 jyjy@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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