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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3-04-13 09:52:46

    수정 : 2023-05-02 10:23:55

중처법 유죄 1호, 온유파트너스 판결문이 말하는 세 가지

2023-04-13 09:52:46



법원, 인과관계 어떻게 풀어냈나
[2023년 5월호 vol.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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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시내 한 건설현장에서 건설노동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

    지난 6일 중대재해처벌법 1호 선고가 나왔다. 지난해 5월 경기도 고양시 일산 요양병원 증축 현장에서 하청 근로자 A 씨가 인양 작업 중 추락한 사고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4단독 김동원 판사는 원청인 온유파트너스 대표이사 정 모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법인에는 벌금 3000만 원을 선고했다.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유죄 판단이 나온 첫 사례다.

    이번 판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크게 세 가지다. 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과 근로자의 사망 간 인과관계를 어떻게 논증했는지,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간 관계를 어떻게 봤는지, 형량을 결정할 때는 어떤 점을 고려했는지다. 노동법률이 주목해야 할 포인트 세 가지를 짚었다. 

    포인트 1. 중처법 의무 위반- 사망 인과관계, 어떻게 풀었나
     
    중대재해처벌법이 법정에서 적용돼 실제 처벌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형법 체계상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를 위반해 근로자가 사망했다는 것이 입증돼야만 죄가 성립한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경영책임자의 의무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하는 것인데,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은 현장의 직접적인 안전보건 조치와는 차이가 있다.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과 근로자 사망 간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사법정책연구원과 대한변호사협회, 한국노동법학회가 함께 주최한 '중대재해처벌법 재판 실무상 쟁점' 학술대회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왔다. 발제를 맡은 정현희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보건확보의무 위반이 인정되더라도 중대재해와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처벌할 수 없다"며 "중대재해는 그 특성상 사고 원인이 복합적,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다양한 역할로 분업화된 현장 책임자들의 안전보건조치 불이행이나 업무상 과실 등이 결부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인과관계 논증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을 뒤집고 법원은 정 씨의 유죄를 인정했다. 정 씨가 의무를 위반해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정 씨가 위반한 의무는 세 가지다. ▲유해ㆍ위험 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것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이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는지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것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작업중지, 근로자 대피, 위험요인 제거 등 대응 조치에 관한 매뉴얼을 마련하지 않은 것 등이다.

    법원은 정 씨가 의무를 위반한 것이 어떻게 근로자의 사망으로 이어졌는지 인과관계를 다음과 같이 논증했다. 김동원 판사는 "정 씨는 회사 온유파트너스의 경영책임자로서 사업장의 특성에 따른 유해ㆍ위험 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업무 절차와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이 해당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는지 평가하는 기준을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안전보건 관리책임자 등이 공사현장에서 중량물을 인양하는 작업과 관련해서 추락, 낙하 위험을 적절히 평가하고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게 했으며 그에 따라 안전대의 지급과 부착설비가 설치되지 못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장에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 작업중지, 근로자 대피, 위험요인 제거 등 대응 조치에 관한 매뉴얼을 마련하지 않아 공사 현장에서 개구부를 통해 중량물을 인양할 때 안전난간을 해체해 작업이 이루어지는데도 안전대가 지급되지 않았다"며 "뿐만 아니라 안전대를 연결할 수 있는 부착설비가 전혀 설치되지 않아 언제든지 추락에 의한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할 수 있는 급박한 위험이 있음에도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이 작업을 중지하거나 즉시 추락위험을 제거하도록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법원은 안전보건관리체계가 구축되지 않아 사고 위험을 확인하고 개선할 수 없었고 그에 따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사망사고가 발생했다고 봤다.

    홍성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법원은 사건 현장에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음에도 경영책임자가 사전에 위험 제거 조치를 하거나 비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작업 중지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으면서 만약 조치를 했더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논증했다"며 "법원이 인과관계를 어떻게 논증할지 고민한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김영규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도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경영책임자와 근로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것이 가장 큰 쟁점인데 이번 판결은 인과관계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논증 방식은 다른 사건에서도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안전보건 관리자 평가 기준을 마련 의무 위반에 대한 인과관계 논증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나 비상대응 매뉴얼 마련 의무 위반의 경우 자세한 논증이 이루어졌지만 안전보건 관리자 평가 기준 마련 의무 위반이 어떻게 근로자 사망과 연결되는지 대해서는 자세한 논증이 없다는 것이다.
     
    홍성 변호사는 "안전보건 관리자 평가 기준 마련 의무 위반의 경우 왜 사고와 연결되는지 독자적으로 논증하기에는 법원도 고민스러웠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에서는 각 의무 위반 사항별로 논증이 치밀하게 이루어진 것도 있고, 안 된 것도 있지만 법원이 인과관계라는 구성 요건 자체를 최대한 판단해서 결론 내린 흔적이 보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포인트 2. 중처법과 산안법 위반은 "상상적 경합"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동시에 발생한 경우 '상상적 경합'으로 봐야 할까 '실체적 경합'으로 봐야 할까.
     
    이는 범죄 행위에 여러 가지 법 위반이 동시에 성립할 때 어떻게 형량을 책정해야 하는 지에 관한 문제로 이어진다. 실체적 경합은 각각 행위가 각각 죄를 구성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 경우 여러 개의 죄가 합쳐져 형량이 가중될 수 있다. 상상적 경합은 한 개의 행위에 의해 여러 개의 죄가 성립한다고 본다. 상상적 경합이 적용되면 여러 개의 죄 중에 가장 무거운 죄만 적용된다.
     
    그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동시에 성립할 경우 둘 중 어느 관점을 택할 지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였다. 대검찰청은 실체적 경합이 적용된다는 입장이다. 대검찰청은 지난해 발행한 '중대재해처벌법 벌칙해설'에서 "원칙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의무는 내용이 상이해 실제적 경합관계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다만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확보의무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의무에 중첩되는 내용이 있다면 상상적 경합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반면 사법정책연구소에서는 상상적 경합이 적용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앞서 언급한 토론회에서 정현희 연구위원은 상상적 경합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두 의무 모두 '근로자의 생명'이라는 동일한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유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온유파트너스 법인에 대해 상상적 경합을 택했다. 경영책임자 정 씨에 대해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안전관리자에 대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가 각각 적용됐지만 온유파트너스 법인에 대해서는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동시에 적용된 상황이었다. 

    법원은 온유파트너스에 상상적 경합을 적용해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중 형량이 더 무거운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했다. 김동원 판사는 "검사는 온유파트너스 각 죄의 관계를 경합범 관계로 보고 공소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각 죄는 근로자의 생명이라는 동일한 법익을 보호하고 있고, 의무 위반행위 각각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발생시킨 일련의 행위라는 점에서 규범적으로 동일하고 단일한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어 상상적 경합 관계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번 판단은 법인에 대한 것으로 경영책임자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상상적 경합이 적용될 지는 단언할 수 없다. 실체적 경합이라고 보는 견해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의 의무 주체와 내용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영책임자가 동시에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의무 주체가 되는 경우에는 다른 판단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영규 변호사는 "검찰은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죄수 관계를 실체적 경합으로 보고 있고 일부 학계에서도 같은 의견이 나왔지만 법원은 최초 판결에서 상상적 경합으로 판단했다"며 "다만 이는 법인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대표이사가 현장 소장 역할도 겸해서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 주체가 되는 경우 죄수 관계에 대한 판단은 어떻게 나올지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포인트 3. 양형 이유 주목해야..."기업 대응 가이드라인 될 것"
     
    마지막으로 주목할 점은 양형 사유다. 법원은 정 씨가 유죄라고 인정했지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법원이 최초로 중대재해처벌법 유죄를 인정했다는 의의가 있지만 일각에서는 처벌 수위가 저조하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응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법원이 처벌 수위를 결정할 때 어떤 요소를 고려했는지 주목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처벌 필요성은 인정했다. 그러나 사고에 대한 모든 책임을 경영책임자에게 돌릴 수 없다고 판단해 형량을 결정했다.

    김동원 판사는 "우리 사회에 빈번하게 발생하는 산업재해에 대해 보다 무거운 사회ㆍ경제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점에 관해 상당한 수준의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고 그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의 의무 위반 행위로 인해 A 씨의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고 업무상 의무 중 일부만 이행했더라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A 씨가 사망하게 된 것은 A 씨를 비롯한 건설 근로자 사이에서 만연했던 안전 난간의 인위적 철거 등 관행도 일부 원인이 될 것으로 보여 책임을 온전히 피고인들에게만 돌리는 것은 다소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봤다.
     
    피고인들이 A 씨 유족에게 사과하고 위로금을 지급한 것도 감형 사유가 됐다. 특히 유가족들은 피고인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고 이후 하청인 아이콘이앤씨는 2억3000만 원 가량을, 온유파트너스는 1억 원을 유가족에 지급했다. 정 씨가 사고 재발 방지를 다짐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정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힌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홍성 변호사는 "선고된 형량이 적정한지 논할 단계는 아니지만 만약 범행을 부인했거나 합의를 하지 않는 등 사고 대처 노력이 없었다면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는 판결로 보인다"며 "보험 가입, 합의, 범죄사실 인정 여부 등이 모두 유리한 감경 요소가 돼 집행유예가 나왔기 때문에 기업은 이 점을 고려해 수사에 대응하고 합의도 적극적으로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사건처럼 범죄사실을 모두 인정하는 것이 유리한 요소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온유파트너스의 경우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은 케이스다. 법 위반을 모두 인정하고 형량을 조절하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었다.
     
    반면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를 일부라도 이행한 기업이라면 법 위반을 무조건 인정하는 것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달 26일 선고를 앞둔 한국제강이 이 케이스에 속한다. 한국제강은 중대재해처벌법의무를 위반했는지 자체를 다투고 있는 사업장이다.

    홍성 변호사는 "이번 선고만으로 양형 가이드라인이 정해졌다고 볼 수는 없지만 법원이 양형 시 고려한 요인과 회사의 중대재해처벌법 준비 상황을 고려해서 대응 방향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지예 기자 jyjy@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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