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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3-06-26 11:22:19

    수정 : 2023-07-03 16:07:16

중대재해 3호 판결은 집행유예...'연결장치'로 인과관계 묶었다

2023-06-26 11:22:19



여섯 가지 의무 위반에도...형량 가장 낮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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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호 vol.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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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뉴시스

    세 번째 중대재해처벌법 선고가 나왔다. 법원은 시너지건설 대표이사인 박 모 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앞선 중대재해처벌법 판결들과 비교하면 적발된 의무 위반 사항은 가장 많았지만 형량은 가장 가볍게 나왔다. 

    이번 판결을 두고 경영책임자의 의무 위반이 근로자의 사망으로 이어졌다는 '인과관계' 논증이 독특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법원은 인과관계를 직접적으로 연결짓기보다는 경영책임자가 의무를 위반해 관리자가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근로자가 사망하게 됐다는 단계적 논증 방식을 택했다. 이는 앞서 선고된 한국제강 중대재해처벌법 사건에서도 등장한 방식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단독10부 현선혜 판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 씨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현 판사는 지난 23일 "박 씨는 경영책임자로서 재해예방에 필요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ㆍ이행에 관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대산업재해를 발생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원청 현장소장과 하청 대표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원청에는 벌금 5000만 원, 하청에는 벌금 700만 원이 부과됐다.
     
    의무 위반만 여섯 가지..."책임 엄중해"

    지난해 3월 인천시 을왕동 근린생활시설 건설현장에서 40대 중국인 근로자가 사망했다. 건물 1층에서 거푸집을 지탱하는 구조물 높낮이를 조절하던 중 구조물이 쓰러지면서 철제 파이프에 머리를 맞아 숨졌다.
     
    원청 대표이사 박 씨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근로자를 숨지게 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박 씨는 사고 당시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를 대부분 이행하지 않았다. 의무 위반만 여섯 개에 달했다. 안전ㆍ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방침을 설정하고 유해ㆍ위험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업무 절차를 마련하거나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업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평가하거나 안전ㆍ보건에 관한 사항에 대해 종사자의 의견을 듣고 점검하지 않았다.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작업중지, 근로자 대피 등 대응 조치 매뉴얼을 마련하는 등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는 의무도 이행하지 않았다.
     
    현 판사는 "박 씨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ㆍ이행에 관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인 현장소장이 산업재해 예방에 필요한 안전조치 의무를 취하지 않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현 판사는 중대재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면서 징역형을 선고했다. 현 판사는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해 죄책이 무겁다"며 "사업장 종사자들의 안전권을 확보하고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로 반복되는 중대재해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시너지건설과 박 씨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전력이 있는 점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시너지건설은 2017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았고 박 씨도 2014년과 2017년 벌금형을 받았다.
     
    그러나 박 씨가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점,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과는 없는 점이 참작돼 집행은 유예됐다. 특히 박 씨가 유족과 원만히 합의했고 유족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도 고려됐다.
     
    형량 가장 낮은 관대한 판결...인과관계 '연결장치' 주목

    이번 판결은 다른 중대재해처벌법 판결과 비교했을 때'관대한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선 판결보다 의무 위반 사항이 가장 많았지만 형량은 가장 적게 나와서다.

    시너지건설 사건은 세 번째 중대재해처벌법 판결이다. 1호 판결은 온유파트너스, 2호 판결은 한국제강 사건으로 모두 유죄가 나왔다. 1호 판결에서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2호 판결은 징역 1년 실형이 선고됐다. 이번 사건은 적시된 의무 위반 사항이 여섯 가지에 달하지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앞선 판결들보다 형량이 가장 적게 나왔다. 

    홍성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세 가지 사건을 비교해 보면 이번 사건은 의무 위반 사항이 가장 많은 반면 형은 가장 낮게 나왔다"며 "재판부마다 양형은 다를 수밖에 없지만 편차가 눈에 띈다"고 말했다.

    인과관계 논증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형사 사건에서 처벌이 이뤄지려면 의무 위반으로 인해 결과가 발생했다는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 시행령에 규정된 의무 위반이 근로자 사망으로 이어졌다는 점이 설명돼야 한다.

    이번 판결에서 현 판사는 박 씨가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안전보건총괄책임자가 본인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근로자가 사망하게 됐다고 인과관계를 논증했다. 의무 위반과 사망을 직접 연결 짓는 대신 안전보건총괄책임자라는 연결장치를 추가한 것이다.

    연결장치가 등장하자 인과관계 논증도 간략해졌다. 1호 판결인 온유파트너스 사건은 경영책임자가 급박한 위험에 대한 대응 조치 매뉴얼을 마련하지 않아 안전대가 지급되지 않았고 안전대를 연결하는 설비가 설치되지 않았으며 추락 위험을 방지하지 못해 근로자가 사망했다고 인과관계를 설명했다. 1호 판결과 비교하면 이번 판결의 인과관계 설명은 길지 않다. 

    홍성 변호사는 "법원은 한국제강 판결부터 의무 위반과 사망 사이에 연결고리가 등장하는 독특한 구조로 인과관계를 논증하고 있다"며 "의무 위반이 사망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바로 논증하기 어렵다 보니 중간에 매개체를 둔 단계적 구조를 통해 논증 어려움을 풀어나가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논증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세 개 사건 모두 피고인은 혐의를 자백하고 인정했다. 항소심을 진행하더라도 유무죄를 다투는 게 아니라 형량을 조정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지예 기자 jyjy@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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