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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4-07-23 18:22:38

    수정 : 2024-07-31 10:04:02

엇갈린 하급심, 대법서 같은 결말…아사히글라스 불파 민ㆍ형사 판결문 살펴보니

2024-07-23 18:22:38



대법, 불법파견 인정하고 ‘파견법 위반’ 유죄 취지 파기환송
[2024년 8월호 vo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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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헌호 전국금속노동조합 구미지부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이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고 아사히글라스 하청업체 해고자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사히글라스의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 두 개가 한날한시에 대법원에서 나왔다. 해고된 하청업체 근로자를 아사히글라스가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판결과 아사히글라스의 파견법 위반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판결이다. 2015년 소송이 시작되고 9년 만에 맞이한 결론이다.
     
    아사히 비정규직 9년의 결론…민ㆍ형사 모두 "불파 맞다"
     
    AGC화인테크노코리아(아사히글라스)는 일본 유리제조업체인 아사히글라스의 한국 자회사다. 아사히글라스의 하청업체 GTS 소속 근로자들은 아사히글라스 구미공장에서 COLD공정, GUT공정 등 직접생산공정 업무를 수행했다.
     
    근로자 측은 자신들이 아사히글라스의 지휘ㆍ명령을 받아 업무를 수행해 아사히글라스에 직접고용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동시에 불법파견으로 회사를 고소해 당시 아사히글라스, GTS 전ㆍ현직 대표는 파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11일 대법원 제3부(주심 엄상필)는 하청업체 GTS 소속 근로자 A 씨 등 22명이 아사히글라스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에 관한 소송에서 근로자 측 손을 들어주며 상고를 기각했다. 아사히글라스가 A 씨 등을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판단한 원심을 확정한 판결이다.

    같은 날 대법원 제3부(주심 오석준)는 파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재윤 전 GTS 대표 등의 상고심에서 피고인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두 판결 원심에선 불법파견 인정 여부가 엇갈려 혼란이 있었으나, 대법원에 이르러서야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판결이 나왔다.
     
    두 판결 모두 아사히글라스의 불법파견을 인정하며 각각 "GTS 근로자들은 아사히글라스의 글라스 기판 제조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 "GTS 근로자들은 아사히글라스로부터 지휘ㆍ명령을 받으며 아사히글라스를 위한 근로를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원청, 하청 근로자 직접고용해야" 근로자 측 승소
     
    먼저, 아사히글라스와 GTS의 근로자들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하는지가 쟁점이었던 첫 번째 사건(민사사건)은 근로자 측이 최종 승소했다. 앞서 1심과 2심 재판부도 같은 판단을 해 큰 반전은 없었다.
     
    대법원은 "GTS의 현장관리자들의 역할과 권한은 원청 관리자들의 업무상 지시를 근로자들에게 전달하는 정도에 그쳤고, GTS의 근로자들은 원청 관리자들의 업무상 지시에 구속돼 그대로 업무를 수행했다"고 판시했다.
     
    또한, 재판부는 GTS의 근로자들이 원청의 글라스 기판 제조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봤다.
     
    GTS 근로자들이 COLD공정을 수행하려면 원청이 담당하는 HOT공정이 먼저 선행돼야 했다. 두 공정은 컨베이어 벨트로 이어져 있어 COLD공정의 작업량과 작업속도는 선행 공정인 HOT공정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COLD공정에선 원청이 담당하는 업무와 GTS가 담당하는 업무가 전후로 이어져 상호 연동되기도 했다.
     
    GUT공정은 GTS 근로자들만 수행한 업무였다. 설비 자체가 선행 공정인 COLD공정과 단절돼 있었지만 작업량은 COLD공정의 영향을 받았다. 원청은 설비 구동 속도를 설정해 GUT공정의 작업 속도를 통제했다.
     
    대법원은 "GTS 근로자들 중 입사 후 담당 공정이 변경된 근로자도 있었고, 담당 업무가 COLD공정과 GUT공정 중 어느 하나로 고정돼 있지도 않았다"며 "GTS는 아사히글라스가 결정한 인원 배치 계획에 따라 근로자를 채용해 현장에 배치했고, GTS의 근로자들의 작업ㆍ휴게시간과 휴가 등은 아사히글라스의 생산 계획의 영향을 받았다"고 판시했다.
     
    원심 '무죄'에 파기환송 답한 대법…두 번 뒤집힌 판결
     
    이어진 파견법 위반 사건(형사사건)에서 대법원은 무죄라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1심은 하라노타케시 전 아사히글라스 대표에게 징역 6개월에 2년 집행유예, 정재윤 GTS 전 대표에게 징역 4개월에 2년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법인에겐 각각 1500만 원, 300만 원의 벌금이 선고됐다.
     
    1심은 GTS 근로자의 근로시간이 아사히글라스의 생산계획과 공장 가동사정, 작업지시 등에 좌우된 점, GTS 근로자들이 원청 관리자의 지시를 받아 일한 점, GTS 근로자가 원청 직원의 일을 수행한 점 등을 불법파견의 징표로 인정했다.

    1심은 "파견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에 불법파견을 한 것은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판단했다. 특히, 파견근로자가 178명에 이르고 파견기간도 6년으로 길어 파견법 위반 정도가 가볍지 않다며 징역형을 선고했다.
     
    1심 선고 후 하라노타케시 전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은 항소했다.
     
    2심은 불법파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아사히글라스가 GTS 근로자에 대해 상당한 지휘ㆍ명령을 했거나 GTS 근로자가 아사히글라스 사업에 편입돼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2심은 "민법상 도급계약에서 도급인은 수급인이나 그 근로자에 대해 업무 이행에 대한 지시가 가능하고 작업 결과에 대한 검수권을 갖는다"며 "아사히글라스가 생산해야 하는 품종, 매수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한 생산지시서를 GTS에 교부한 것을 파견사용사업주로서의 지휘·명령을 판단하는 징표로 삼기 어렵다"고 했다.
     
    또, 2심은 GTS 근로자 관리가 GTS 현장관리자를 통해 이루어졌다고 봤다. 이들은 사무실에 상주하면서 원청으로부터 생산지시서류를 받고 협의한 후 GTS 근로자에게 전달했다.
     
    COLD공정은 혼재가 발생하긴 했지만 원청과 하청 근로자의 작업 내용과 장소가 구분된다고 봤다. 원청 근로자는 설비 앞쪽에서, 하청 근로자는 설비 뒤쪽과 창고에서 작업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GUT공정의 경우 하청 근로자들이 전체 생산 작업을 독자적으로 수행했다고 봤다. 원청 근로자는 별도 사무실에서 설비 관리와 정비 업무를 담당해 혼재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 원하청 협업이 필요한 업무도 있었지만 사전에 양측 관리자가 담당 업무를 협의해 각각 업무를 진행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판단은 다시 한번 뒤집어졌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한다"며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불법파견 역시 인정했다. 특히, 불법파견 판단은 앞선 민사사건과 판단을 같이했다.
     
    아사히글라스는 GTS의 리더에게 직접 업무상 연락을 하거나 작업지시서 등 생산 관련 서류를 전달했다. 서류엔 라인의 정지 및 가동이나 인력 운용 관련 사항 등 업무수행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도 포함돼 있었고 작업은 이대로 이루어졌다.
     
    COLD공정은 원청의 HOT공정으로부터, GUT공정은 COLD공정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업무가 전후로 이어져 상호 연동됐다고 봤다.
     
    양측이 체결한 도급계약서엔 하청업체가 수행할 작업 항목을 '작업 전반에 관한 관리'로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협의 후 변경이 가능하다'고 해 애초 도급 대상이 아니었던 업무도 GTS 근로자가 수행했다. 이에 따라 GTS 근로자의 업무 범위는 원청의 일방적인 결정에 따라 수시로 변경됐다.
     
    대법원은 "GTS 근로자들은 아사히글라스로부터 지휘ㆍ명령을 받으며 아사히글라스를 위한 근로를 제공했으므로 아사히글라스와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시했다.
     
    이번 사건에서 근로자 측을 대리한 탁선호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제조업 생산 공정에서 불법파견을 판단하는 기준이 10년 이상 확립돼 왔는데도 형사사건 대구고등법원(2심)이 너무 예외적이고 엄격한 기준과 방식으로 무죄 판단을 했다"며 "대법원이 잘못된 법리로 판단한 원심을 바로잡은 것으로 보이며, 추후 파기환송심에도 대법원 판단과 같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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