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안전보건공단 남부지사에서 열린 '중소기업 중대재해 예방지원 총력 대응 결의대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용노동부가 안전관리자를 두기 어려운 소규모 사업장을 위해 공동안전관리자 지원사업을 실시한다.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적용된 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공동안전관리자 권한에 제한을 둬 사업 시작 전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고용부는 지난 19일 '공동안전관리자 지원사업 모집공고'를 냈다. 다음 달 22일까지 공동안전관리자 600명을 모집하고 4월부터 사업을 시행하는 것이 골자다.

공동안전관리자 지원사업은 인건비 부담 등으로 안전보건전문가 채용이 어려운 소규모 사업장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이다. 지역ㆍ업종별 사용자단체, 산업단지 관리공단 등이 공동안전관리자를 채용하면 정부가 월 250만 원을 최대 8개월까지 지원한다.
 
공동안전관리자는 사용자단체에 소속돼 산업단지 등 영세사업장에 심층적인 안전 컨설팅을 제공한다. 고용부는 공동안전관리자의 역량 향상을 위해 업무수행 매뉴얼 제공, 전문역량 배양 교육, 현장 직무교육(OJT)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참여 사업장에 대해서는 자기 규율 예방체계 구축을 위한 관리자 역할교육, 보조금 신속지원 등 기술ㆍ재정적 지원도 병행한다.
 
고용부는 다양한 업종, 단체의 사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지역별 중소기업 단체, 업종ㆍ지역별 사용자단체, 지자체 등을 대상으로 다음 달 29일까지 권역별 사업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노동계 요구 '직접 안전관리권'은 제외돼
 
공동안전관리자 사업을 발표하며 류정희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공동안전관리자 사업은 노사가 모두 필요성을 강조해 온 사업"이라며 "전문가가 업종별 특이성을 이해하고 있어 실질적인 위험성 평가와 재해예방대책 수립이 가능해 공동안전관리자 사업이 50인 미만 사업장의 자율적인 안전관리체계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실제 노동계도 그간 공동안전관리자 사업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지난 12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문제점과 민주노총 투쟁 계획 기자간담회'에서 "더 이상 적용 유예를 운운하지 말고 제대로 된 준비를 해야 한다"며 "공동안전관리자 제도를 도입해 산업단지 내에서 사용자의 요구가 없이도 공적인 권한을 갖고 직접 안전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공동안전관리자 사업의 도입을 촉구했다.

정현철 안산노동안전센터 센터장은 "노동계에서 지속적으로 공동안전관리자가 고용부처럼 직접 안전관리권을 갖도록 주장해왔지만 고용부가 직접 감독권을 넘겨주는 것을 현실적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노동계의 우려대로 고용부의 이번 공동안전관리자 사업에서 직접 안전관리권 부여는 없었다. 공동안전관리자는 사용자에게 안전 컨설팅만 제공할 뿐 공적인 권한을 갖고 직접 안전관리를 할 수는 없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이번에 발표된 공동안전관리자 사업은 그동안 노동계가 요구했던 사업과는 사실상 다른 사업"이라며 "노동계가 요구했던 공동안전관리자 사업은 공동안전관리자가 공적 권한을 갖고 사업장에 대해 직접 안전보건관리를 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부 정책은 직접 안전보건관리권은 배제되고 컨설팅에만 방점이 찍혀있다"며 "노동계가 요구했던 것과는 다른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정 센터장은 "공동안전관리자에게 직접 안전관리권을 부여하면 사용자가 산재 예방에 긴장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사용자의 긴장감이 산재 예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공단 기계부품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 A 씨는 "영세사업장이 모여있는 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비슷한 산재 위험에 놓여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공동안전관리자가 유사 사업장들에 대해 안전 지도를 할 수는 있겠지만 납기가 바쁜 현장의 사정상 안전 컨설팅만으로 당장 산재가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재헌 기자 jh59@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