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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4-02-02 10:21:08

    수정 : 2024-02-02 11:48:56

매일 1명씩 ‘산재 자살’… 불행한 노동을 끝내기 위해선

2024-02-02 10:21:08



매일 1명씩 ‘산재 자살’… 불행한 노동을 끝내기 위해선
[2024년 2월호 vol.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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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이재헌 기자 jh59@)

    2022년 한해에만 404명이 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루에 1명 이상의 근로자가 일이 많아서, 일이 힘들어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괴로워하다 세상을 등졌다. 국내총생산(GDP) 세계 13위의 경제 대국이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의 오명을 가진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시절 "국가 경제와 관련된 거시지표뿐만이 아니라 삶의 질을 포함한 국민의 행복 지표가 매우 중요하다"며 "내가 행복해지는 내일을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도 대한민국은 노동이 행복한 사회는커녕 불행한 노동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매일 일어나는 나라다.
     
    우리는 이 문제를 '산재 자살'이라고 부른다. 자살 산재인지, 산재 자살인지 이를 지칭하는 용어조차 낯설다. 그만큼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고 '직장 생활이 원래 힘들지', '그 사람이 너무 예민해서 그래'라는 말에 가려져 왔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정책으로 자살률이 눈에 띄게 감소한 나라가 있다.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 2003년 자살률 25.5로 우리나라보다 높았지만 꾸준히 감소해 2019년 15.7을 기록했다.
     
    일본이 어떻게 산재 자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처했는지를 알 수 있는 책이 있다. 바로 가와히토 히로시의 '과로 자살'이다. 이 책의 번역자인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은 산재 자살의 현황을 살피고 방지 방안을 마련하는 데 관심이 높다. 노동법률이 지난 1월 13일 김 위원장을 만나 산재 자살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산재 자살의 정의와 이를 일반적인 자살과 구분하는 가장 큰 기준은 무엇인가.
     
    A. 자살 중 업무와 관련성 있는 이유로 인한 자살을 산재 자살이라고 정의한다. 일반적인 산재가 업무 수행성과 기인성을 기준으로 산재를 인정하는데, 자살의 경우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아 산재 인정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예를 들면 업무상 스트레스, 가정 문제, 빚 문제 등 다양한 요인으로 자살에 이른 경우다. 이런 경우 업무상 원인이 조금 더 큰 원인을 차지하면 산재 자살로 분류한다. 업무상 원인에는 과로를 비롯해 업무상 스트레스,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등 직장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를 포함한다.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사진=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
     
    Q. 산재 자살은 용어도 생소하고 사회적으로 많은 논의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자살률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관련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A. 역설적으로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자살의 베이스 라인(기준선)이 너무 높다. 사회생활 시작 전 청년층의 자살률도 높고, 노인 자살률, 빈곤층 자살률도 높다. 상대적 약자라고 여겨지는 이들의 자살률이 높다 보니 경제활동을 하고 상대적 강자인 중장년층의 산재 자살에는 사람들이 공감하지 못한다. 특히 IMF 경제위기 이후에 '일하는 게 원래 힘들지'라는 생각이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것도 원인이다. 또한 '일이 힘들면 그만두면 되지'라는 인식도 많기 때문에 산재 자살을 개인의 약함으로 치부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논의를 막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Q. 우리 사회 전반에 '일이 힘들면 그만두면 되지'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이것이 불가능해 자살에 이르렀는데, 이러한 현상을 정신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나.
     
    A. 의학적으로는 '터널 비전'이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심신 미약 상태에서 자살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스트레스에 과도하게 노출되고 우울증이 심해지면 터널 밖은 생각하지 못하고, 터널 안의 작은 불빛만 보이는 것이다. 근로자들이 직장에서 업무와 대인관계 스트레스에 과하게 노출돼 우울증이 심해지면 현 직장 외에 다른 대안이 많아도 판단이 불가능해진다. 대안이 많은데 왜 선택하지 못하느냐고 할 수 있지만, 터널 비전은 일종의 병으로 뇌가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상태다. 다른 대안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어서 사회적 인식이 바뀔 필요가 있다. 피해자들에게는 너무 가혹한 말이다.
     
    Q.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직장·업무상 사유에 의한 자살은 한 해에 400명대인데, 실제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자살을 신청하는 건수는 100명대에 불과하다. 유가족이 산재 자살 신청에 소극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A. 사회적으로 가족의 자살을 말하는 것이 금기돼 있는 문화의 영향이 가장 크다. 주변에도 가족의 자살을 말하지 못하는데 이를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자살로 청구하는 것은 더 힘들다. 유가족 중에는 가족에게 힘들다고 말하지 않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가족의 자살이 업무상 스트레스 때문이었다는 것을 늦게 아는 경우도 많다. 가족들에게 회사에서의 어려움을 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일어나는 일이다. 사례 연구를 하다 보면 일기장이나 장례식장에서 만난 직장 동료를 통해 뒤늦게 자살이 업무상 이유였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Q. 올해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자살 심사·재심사에 대한 행정소송은 다른 산재 사건 보다 공단의 패소율이 높았다. 이는 공단이 법원보다 산재 자살을 더 보수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인데, 산재 자살 인정 요건을 어떻게 정립해 나가야 한다고 보는가.
     
    A. 근로복지공단 질병판정위원회는 임상 의사들이 위원으로 많이 참여하기 때문에 상당인과관계를 보수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임상 의학은 병 진료, 치료를 위해 확실한 원인관계 규명이 필요해 높은 연관성을 요구한다. 그래서 임상 의사들이 산재를 임상학적 시선으로 보면 원인적 연관성을 보수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산재의 상당인과관계는 100% 원인적 연관성이 아닌 개연성이 있다면 인정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법원은 법관들이 임상 문제가 아닌 법리적인 판단을 통해 판결을 내려서 상당인과관계를 더 넓게 인정한다. 자살의 경우 어떤 요인이 100% 작용해서 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주된 요인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주된 요인이 업무상 문제였다면 법원처럼 조금 더 폭넓게 산재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Q. 최근 산재 자살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직군이 공무원과 군인이다. 공무원 산재 자살 신청 건수는 5년간 4배 넘게 급증했고, 군인 산재 자살은 민간기업 전체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그리고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이 있다면?
     
    A. 공무원은 온 국민이 소비자다. 그러다 보니 친절과 서비스 정신이 강조되는데, 터무니없는 민원도 많아 정신 건강이 위협받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공무원이 이런 악성 민원에 시달려도 국가기관의 보호는 전무하다. 공무원 사회 특유의 '큰 소리 안 나게 하라'는 분위기가 악성 민원으로 힘들어하는 공무원들의 입을 막는다. 특히 젊은 공무원들이 이런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은데, 평생직장이라는 생각으로 들어와 이런 경험을 하면 터널 비전이 오기 쉽다. 공무원 시험 수험기간이 늘어난 것도 영향이 있다. 힘들게 들어왔는데 나갈 수도 없고, 주변인들의 기대도 커 그만두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군인은 폐쇄적이고 억압적인 조직 문화가 가장 크다. 군인이 정신과 상담을 받으면 약자로 취급받고 진급 누락 등의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있다. 또한 격오지 근무를 하는 군인들이 제때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정신과 문제는 적절한 시기에 처방을 받는 것이 중요한데, 주변에 의료시설이 거의 없어 제때 진단과 처방을 받지 못한다.
     
    해외 사례 중 가장 큰 효과를 거둔 정책은 미 공군의 자살예방 프로그램이다. 이라크 전쟁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 군인들이 많아지면서 도입됐는데, 정신과 상담을 받는다고 진급에서 누락되는 일이 없도록 하고, 고위급이 나서서 용감한 군인이라면 오히려 자신의 문제를 터놓고 말하고 도움을 청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직 분위기를 조성했다. 조직 차원에서 빠르게 개입하고 문화를 바꾸면 자살률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자살을 '직업환경의학'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다. 공장에서 일하다 다치면 원인을 찾아 기계 설비를 바꾸고 작업환경을 개선하듯이 공무원과 군인도 동일한 관점에서 대책을 찾아야 한다. 외상 산재와 정신과적 산재의 해결 방법은 모두 원인이 되는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원인을 찾아 바꾸는 것 없이 정신과적 문제라고 심리 상담을 늘리는 것은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Q. 회사의 징계나 인사 처분이 산재 자살의 원인인 경우도 많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회사에서는 어떤 인사제도,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A. 인사나 징계로 불이익을 받은 사람은 당연히 이에 대한 불만을 갖는다. 하지만 이것이 자살까지 이어지는 데에는 '불공정성'이 큰 영향을 준다. 인사 처분이나 징계에 의한 자살은 '너를 죽일 수 없어서 나를 죽인다'는 복수의 성격을 갖는다. 기업에서 모두를 승진시킬 수 없고, 징계를 안 할 수는 없다. 어떤 제도나 방법에 의하더라도 불만은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제도를 운영하면 불만을 줄일 수 있다. 회사도 근로자가 자살에까지 이르면 치러야 하는 직·간접적인 비용이 많은데, 이를 생각해서라도 공정한 인사제도를 갖춰야 한다. 공정한 인사제도는 산재 자살 예방뿐만 아니라 회사의 이윤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지난해 12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2022년 산재 자살 현황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

    Q. 전문직군 산재 자살은 원인 대다수가 과로다. 일본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한 법이 존재하는데,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전문직군의 과로에 의한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법과 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보는가.
     
    A. 전문직들은 재량 근로시간제에 따르는 경우가 많아 과로 위험이 높다. 제조업의 경우 근로시간 관리도 가능하고, 시간 규제를 명확하게 지킬 수 있는데 전문직은 이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극단적인 과로에 시달리지만 고연봉을 받다 보니 멈출 수 없기도 하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물론이고 서양에서도 이런 탐욕적 일자리(Greedy Work)로 인한 전문직, 금융권의 과로 문제가 심각하다. 일본에서는 의사들의 과로 문제가 자살로까지 이어지자 근로시간을 제한하는 법을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공의의 근로시간을 제한하는 법이 발의됐는데, 고연봉의 전문직이라는 이유로 근로시간과 높은 노동 강도를 버티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근로시간의 제한을 두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Q.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은 자살률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며 '정신건강 비전 선포대회'를 열고 여러 정책을 발표했다. 근로자들에 대한 심리상담 지원 강화, 직업트라우마 센터 확대 등 산재 자살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도 포함됐는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A. 산재 자살 문제의 핵심을 잘못 짚은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업무상 스트레스로 힘든 근로자에게 심리 상담의 기회를 확대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단순히 심리 상담 기회만을 확대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왜 업무상 스트레스로 자살에 이르게 됐는지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취업 경쟁의 심화, 경쟁적 조직 분위기, 직장 내 괴롭힘 등 근본적 원인이 많다. 이 원인을 그대로 방치한 채 심리 상담 강화만을 말하는 것은 근로자가 마음만 다르게 먹으면 자살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하는 것과 같다.
     
    또한 심리 상담을 진행하려고 한다면 심리 상담계에 난립하는 민간 자격증도 통합해 상담 서비스의 질이 일정 수준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비스의 질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민간 심리 상담 횟수만 늘린다면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
     
    정말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본처럼 과로를 줄이기 위해 전문직 근로시간을 제한하거나 미 공군처럼 정신과 상담 이력으로 진급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말하는 것이 더 용기 있는 행동이라는 인식이 생기도록 캠페인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돼 사례가 쌓여나가는 만큼 이를 분석하고 연구해 나가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상시 5인 미만 사업장은 사업주가 가해자인 사례도 많은데 이렇게 법 사각지대에 위치한 경우에는 어떻게 할지 제도 보완을 계속 검토해나가야 한다.
     
    Q. 외국은 산재 자살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해 나가는지 궁금하다.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는 나라가 있다면 어디인가.
     
    A. 일본을 제외하면 산재 자살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정책을 펴는 나라가 적다. 서양권은 업무 스트레스로 자살을 선택하는 근로자의 비중이 매우 적기 때문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기본적인 자살률이 높았고, 산재 자살의 비중도 높았다. 하지만 과로사 방지법 등 근로시간 제한, 근로자지원프로그램(EAP) 실시 등으로 산재 자살률을 많이 낮췄다. 우리나라도 전문직 등의 근로시간을 제한하는 제도와 EAP 실시가 필요하다고 본다. 근로자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을 만한 업무에 투입됐거나 직장 내 괴롭힘으로 큰 트라우마를 겪는 경우 EAP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EAP는 대기업은 실시 여건이 되지만 중소기업은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적절한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
     
    Q. 산재 자살이 늘어나는 만큼 남은 유가족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가족의 자살을 경험한 유가족들의 정신적 트라우마가 매우 큰데, 유가족들의 회복을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A. 산재 자살 유가족들은 먼저 떠난 가족에 대한 죄책감과 배신감을 함께 느낀다. 내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가도, 왜 말하지 않고 떠났는지에 대해 분노를 느끼는 것이다. 이런 복합적인 감정으로 고통받기 때문에 심리 상담 지원, 지지 모임 등 지원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말하면서 자신의 책임이 아니었음을 받아들이고 지지와 응원을 받는 경험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유가족들의 억울함, 한을 풀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한과 억울함이 풀려야 비로소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다. 회사의 진정한 사과가 필요한 이유다. 회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을 약한 사람으로 몰고 사과하지 않으면 유가족들이 느끼는 죄책감과 분노는 점점 쌓이게 된다. 결국 이것이 유가족의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산재 자살이 회사 내에서 발생했다면 회사는 보상금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사실인정과 진정한 사과를 해야 한다. 사회적으로도 이것이 이루어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가해자에 대한 무분별한 마녀사냥은 지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회사, 국가 차원에서 명확한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재발 방지 대책이야말로 유가족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된다. 내 남편, 내 자녀가 당한 일로 인해 회사와 사회가 경각심을 갖고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바뀌는 것에 유가족들은 큰 위로를 느낀다.
     
    Q. 사회나 조직 차원에서 직장 스트레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과 유가족을 위해 어떤 관점과 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A. 산재 자살을 개인의 나약함이나 예민함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조직과 사회 구조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많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자살론으로 저명한 프랑스 사회학자 뒤르켕이 말한 것처럼 자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사회는 분명히 사회적 원인을 가지고 있다. 산재 자살이 누군가 운이 없어서 하게 되는 것이 아니란 이야기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나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서이초 교사 자살 사건 등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사건을 보면서 '나는 다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직장 상사, 고객, 민원인, 학부모로 누군가에게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더 조심하고 배려할 수 있다.
     
    이재헌 기자 jh59@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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