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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1-30 10:32:17
수정 : 2016-06-01 09:01:53

2015년 화제의 판례 10선

2015-11-30 10:32:17

2015년 화제의 판례 10선

[2015년 12월호 vol.295]

사이닝보너스가 전속계약금이 아니라 이직사례금 명목으로 지급됐다면, 근로자가 약정 근무기간을 준수하지 않더라도 이를 반환할 의무가 없다.

* 사건 : 대법원 2015.6.11.선고
2012다55518 전속계약금 등 반환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2.5.24. 선고 2011나22827 판결

사실관계

(주)삼지전자는 2009년 1월 충-방전기 사업을 추진하면서 삼성SDI에서 4년 3개월 동안 연료전지 분야 경력을 쌓은 장 모씨를 영입했다. 이 영입 과정에서 회사는 장 씨와 연봉 7,000여 만원과 별도로 사이닝보너스 1억을 지급하고 7년간 고용을 보장하는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장 씨가 7년의 근무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1년 2개월만에 개인사유를 이유로 사직하자, 삼지전자는 장 모씨에게 의무 근무기간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이닝보너스 1억원을 반환하라고 청구했다. 이에 대해 장씨는, 삼지전자로 이직을 하고 근로계약을 맺은 것만으로 사이닝보너스 지급에 대한 의무는 다 했다고 항변했다.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사이닝보너스가 '영입, 즉 근로자가 이직해 온 것에 대한 보상이거나 근로계약 체결의 대가'인지, 아니면 '전속계약금'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만약 전자에 해당한다면 이미 기업으로 이직해서 일을 하고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만으로 근로자는 사이닝보너스를 반환할 의무가 없다. 반면, 사이닝보너스가 7년이라는 근무기간 약정에 대한 전속계약금에 해당한다면, 이 근로자는 근무기간을 지키지 못했기에 전속계약금을 반환해야 할 것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의 사이닝보너스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서, 근로계약 체결과 이직에 대한 보상금에 불과하기에 근로자에게는 반환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즉, 사이닝보너스는 약정근무기간 동안 장씨가 근무하리라고 믿고 지출한 비용이 아니며, 장씨가 삼지전자로 이직한 이상 사이닝보너스가 예정하는 대가관계가 이행된 것이라고 판단해 근로자의 손을 들어준 사건이다.

판결 요지

이 사건의 사이닝보너스는 이직에 따라 일회성으로 지급한 위로금 또는 입사계약 즉 근로 약정 체결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격에 그치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고, 나아가 약정근무기간 동안 피고가 근무하리라 믿고 원고가 지출한 비용으로까지 해석되지는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와 이 사건 약정을 체결하고 원고에 이직해 입사한 이상 이 사건 사이닝보너스가 예정하는 대가적 관계에 있는 반대급부는 이행됐다고 할 것이므로, 설령 원고의 주장과 같이 피고가 이 사건 약정이 정하는 약정근무기간 중 1년 2개월 정도만 근무하고 사직한 것이 피고의 이 사건 약정 불이행에 해당하더라도, 피고가 이 사건 약정 불이행으로 배상해야 할 신뢰이익의 범위에 이 사건 사이닝보너스 상당액이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다.

전문가 코멘트

홍 성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 아쉽게도 사이닝보너스 반환약정의 유효성을 정면으로 다루지는 않았지만, 유효성이 인정된다는 전제에서 사이닝보너스의 법적 성격이 무엇인지 판단할 기준을 제시했다. 위 대법원 판결은 사이닝보너스의 법적 성격과 관련한 문서 해석에 관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로서, 일률적으로 사이닝보너스를 이직사례금 혹은 전속계약금 및 임금선급금의 성격으로 본 것은 아니지만, 약정의 체결 동기나 구체적 내용, 사이닝보너스의 지급 경위와 방식 및 액수 등을 종합해, 이직사례금의 성격으로 해석한 것이다. … 이런 판단의 핵심적 이유는 위 사건의 채용합의서에 7년간 전속근무를 조건으로 사이닝보너스를 지급한다거나 피고가 약정근무기간 7년을 채우지 못했을 경우 이를 반환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명시적으로 기재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수 인력을 스카우트해 사이닝보너스를 지급하면서 '약정근무기간 및 반환약정'을 하는 경우, 장래의 분쟁 발생을 대비해 위 대법원 판결에서 '이직사례금'으로 약정을 해석한 근거들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사이닝보너스를 전속계약금으로 하고자 한다면, 채용합의서 상에 일정 기간 동안의 전속 근무를 조건으로 사이닝보너스를 지급한다는 점, 약정된 근무기간을 채우지 못할 경우 이를 반환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해야 하고, 근로자에게 이를 명확히 주지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약정 근무기간을 지나치게 장기간으로 하거나, 반환금액을 과다하게 약정해 구체적 타당성이 고려되기도 전에 이미 그 반환약정의 유효성이 부정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 <노동법률> 2015년 9월호 지상강좌 중

취재노트

사이닝보너스(Signing Bonus)란 회사에서 새로 합류하는 직원에게 주는 1회성 인센티브로, 계약금이라고도 합니다. 1975년 메이저리그의 FA시장에서 처음 고안됐다고 합니다. 회사는 능력 있는 인재들에게 사이닝보너스를 지급하며, 이를 받은 직원은 대체로 몇 년간은 다른 회사로 이직할 수 없습니다.
최근 고용 유연화 경향에 따라 경력직 직원의 이동이 활발해지자 우수한 인력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기업이 사이닝보너스를 지급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넓게 보면 재직 중인 유능한 근로자의 전직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지급하는 연봉 외의 일정금액 역시 '사이닝보너스'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다고 합니다. 대법원은 사이닝보너스의 법적 성격을 구체적 계약 내용에 따라 해석한다고 보는 것이 전문가들 견해입니다.

일정 근무일수의 충족이라는 추가적이고 불확실한 조건을 성취해야 지급되는 상여금은 고정성 요건을 갖추지 못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

* 사건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1.16. 선고
2013가합508519 임금

사실관계

(1) 현대자동차 사측과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은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상여금 세칙상 '지급제외자 규정'을 두어 기준기간 동안 15일 미만을 근무하는 것에 그치는 근로자의 경우 해당 기준기간에 상응하는 상여금 전액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2) 현대자동차 소속 근로자 윤모씨 등 22명은 퇴직금 중간정산과 연장근로수당 및 연차수당 산정 과정에서 '지급제외자 규정'을 근거로 상여금이 공제되자, 상여금 세칙이 ①노동조합의 의견청취 및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취업규칙에 해당하는 내용을 제-개정한 것이어서 무효라는 점, ②상여금세칙의 지급제외자 규정이 근로의 대가인 임금의 성질에 반해 무효라고 주장한다.
반면 현대자동차 사측은 ①상여금세칙이 단체협약 내용을 구체화해 실무에서 적용될 수 있도록 기능하는 것이지 단체협약 내용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고, ②상여금세칙에 따르면 원고들은 일정 일수 이상을 근무해야만 비로소 상여금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되므로 이 사건 상여금은 고정성을 결여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현대자동차 노사 간 단체협약
■ 단체협약
제49조(통상임금 및 평균임금의 범위) ① 통상임금 및 평균임금의 범위는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
② 통상임금과 평균임금 적용항목은 별도 합의서에 따른다.
제53조(상여금) 회사는 다음과 같이 상여금을 지급한다.
1. 지급액 : 통상임금의 750%
2. 지급시기 : 격월 각 100%, 설날-추석 및 하기휴가 각 50%

■ 상여금 지급 시행 세칙
6.4. 지급제외자
1) 기준기간 내 입사해 15일 미만 근무한 자
2) 개인별 실 근무일수가 유-무결, 미승인결근, 조합활동 무급시간, 파업, 휴업, 사직대기, 휴직, 정직, 노조전임기간(무급) 등으로 15일 미만 근무한 자

쟁 점

이 사건 상여금세칙에 따른 지급제외자 규정이 유효한지 여부와 그 지급제외자 규정이 고정성을 부인하는 사유가 될 수 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됐다. 결국 이 판결의 핵심 쟁점은 통상임금의 고정성이다. 고정성이란 '근로자가 제공한 근로에 대해 그 업적, 성과 기타의 추가적인 조건과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확정돼 있는 성질'을 의미한다.
위 시행 세칙의 지급제외자 규정은, 근무만 한다면 그 근무일수에 비례해 상여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기간(15일) 이상 근무하는 경우에만 상여금 전액을 지급하겠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이것은 '추가적 조건'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통상임금의 고정성을 방해하는 요소다. 따라서 이 조건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는 지가 문제된다.

판결 요지

(1) 어떤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고정적으로 지급돼야 한다. 이는 '근로자가 제공한 근로에 대해 그 업적, 성과 기타의 추가적인 조건과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확정돼 있는 성질'을 말하고, '고정적인 임금'은 '임금의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시간을 근무한 근로자가 그 다음 날 퇴직한다 하더라도 그 하루의 근로에 대한 대가로 당연하고도 확정적으로 지급받게 되는 최소한의 임금'을 말한다. 따라서 일정 근무일수를 충족해야만 지급되는 임금은 소정근로를 제공하는 외에 일정 근무일수의 충족이라는 추가적인 조건을 성취해야 비로소 지급되는 것이고, 이러한 조건의 성취 여부는 임의의 날에 연장-야간-휴일 근로를 제공하는 시점에서 확정할 수 없는 불확실한 조건이므로 고정성을 갖춘 것이라 할 수 없다.
(2) 이 사건 상여금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계속적으로 지급돼 왔을 뿐만 아니라 일정한 조건 내지 기준에 달한 모든 근로자들에게 지급됨으로써, 일응 '정기성'과 '일률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 사건 상여금은 지급제외자 규정에 따라 소정근로를 제공하는 외에 일정 근무일수의 충족이라는 추가적이고 불확실한 조건을 성취해야 비로소 지급되므로, 고정성이 인정될 수 없다.

전문가 코멘트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이변은 없었다. 대상판결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제시한 통상임금 판단 공식을 충실히 따랐다. 이번 판결에서 실제로 쟁점이 됐던 부분은 정기상여금의 부가적 조건인 최소근무일 충족 요건이 고정성 결여 사유로 인정되느냐 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최소근무일 충족이라는 부가요건이 유효한가, 실제로 적용례가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대상판결은 정기상여금의 복합적 성격을 인정해 임금은 근로의 대가이지만 정기상여금의 경우 순수한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 포상적 성격 등 다양한 성격을 가진 임금이라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 그러한 점에서 정기상여금에 대해 소정근로의 성격을 강조한 나머지 재직자조건 등 고정성 결여 요건을 부차적인 것으로 판단한 다른 하급심판결과 구별된다. 이번 판결로 인해 그동안 우후죽순 제기됐던 통상임금 소송이 다소 줄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하급심도 대법원의 판단취지를 존중해 일관성있게 판결함으로써 예측가능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일은 정기상여금의 성격을 다시 조정하는 등 비정상적인 임금체계를 개선하는 일이다. 이는 온전히 노사관계의 영역이다.
- <노동법률> 2015년 3월호 판례평석 中

취재노트

이 판결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1심 판결에 불과하지만, 지난 2013년 12월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여론의 관심이 가장 집중된 판결이었습니다. 이 판결 직전까지 하급심들 사이의 통상임금 판결이 기준 없이 들쑥날쑥 하다며 언론과 재계가 사법부를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던 시점이었기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세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이 판결로 인해 대법원 판결의 논지는 강화됐고, 통상임금 소송이 다소 줄어드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입니다.

사용자가 징계결과통보서를 이메일로 발송했다면, 예외적인 경우 해고통지로 유효할 수 있다.

* 사건 : 대법 2015.9.10선고 2015두41401
* 원심판결 : 대전고등법원 2015.4.2. 선고 2014누12695 판결

사실관계

건설현장 관리업체에서 관리부장으로 일하던 민 모씨는 2013년 7월, 과음을 이유로 한 무단퇴근, 잦은 지각과 결근, 업무와 무관한 법인카드 사용, 상사에 대한 폭언 등을 사유로 해고당했다.
해고 과정에서 민씨는 징계위원회에 출석해 그 내용을 통보받고 소명의 기회를 얻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관련 행정절차를 밟기 위해서이니 관련 자료 일체를 본인이 아닌 대리인 담당 노무사에게 보내라고 회사 측에 요구한다. 이에 회사는 일체의 자료와 징계결과통보서를 이메일로 송부했다.
그런데 민씨는 징계결과통보서가 이메일로 통보된 것을 근거로 근로기준법 제27조의 해고 사유와 시기의 서면통지의무 위반과 해고 사유 부존재를 이유로 회사 상대로 부당해고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

기본적으로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기 위해서는,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효력이 발행한다(근로기준법 제27조). 이 '서면'에는 이메일 같은 전자문서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 동안 법원의 해석이었다.
이 사건처럼 예외적 사정이 있는 경우, 이메일에 의한 해고사유와 해고시기 통지가 서면이 아니라도 그 적법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회사가 전자결재 체계를 구축해 전자문서로 모든 업무를 관리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이메일도 '서면'으로 인정해 준 하급심(서울행판 2010.6.18. 2010구합11269), 해외연수 대상자로 선발돼 미국에서 석사 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유학을 떠난 A씨가 유학기간 연장신청을 했다가 인사위원회의 해고결정을 이메일로 통보받은 사건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이메일에 공식문서인 인사위원회 의결통보서가 첨부돼 있고, 사측과 이메일을 주고 받았던 점에 비춰볼 때, 이메일도 서면 통지를 위한 수단'이라고 판결(2010다33279)하자 이를 확정한 (심리불속행) 대법원 판례 참조

판결 요지

(1) 이메일(e-mail)의 형식과 작성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의 해고 의사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고, 이메일에 해고사유와 해고시기에 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으며, 해고에 적절히 대응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등 서면에 의한 해고통지의 역할과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면, 단지 이메일 등 전자문서에 의한 통지라는 이유만으로 서면에 의한 통지가 아니라고 볼 것은 아닌 점 등을 고려하면, 근로자가 이메일을 수신하는 등으로 그 내용을 알고 있는 이상, 이메일에 의한 해고통지도 앞서 본 해고사유 등을 서면 통지하도록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입법취지를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사안에 따라 서면에 의한 해고통지로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할 경우가 있다.
(2) 근로기준법 제27조는 해고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그 효력이 있다고 정하고 있을 뿐 그 서면의 형식을 별도로 정하고 있지 않다. 참가인(회사)이 원고에게 이메일로 보낸 '징계결과통보서'에는 해고사유와 시기가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기재돼 있고, 원고가 이에 적절히 대응할 기회를 부여받은 이상 근로기준법 제27조가 정한 서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그 명칭이 해고통지서가 아닌 징계결과통보서라는 이유만으로 위 서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이메일에 의한 해고통지는 근로기준법 제27조 소정의 서면에 의한 해고통지로서 적법하다.

전문가 코멘트

이광선 법무법인 지평 파트너 변호사 ⇢ 위 대법원 판결은 무조건 이메일에 의한 해고통지를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다. 이메일에 의한 해고통지를 유효하게 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그 내용에 사용자의 해고의사(해고사유, 해고시기)가 구체적으로 기재됐고, 근로자가 이를 수신해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하고,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이메일에 의한 통지가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사노무 담당자들은 위 판결의 취지를 지나치게 확대해 섣불리 해고통지를 이메일로 하기보다는 추후 분쟁 예방을 위해 가능하면 서면으로 해고통지를 하는 것이 좋다. 또, 최근 법개정으로 해고예고를 하면서 해고사유와 시기를 명시해 서면으로 통지했다면, 해고예고 뿐 아니라 해고의 서면통지를 한 것으로도 인정된다(근로기준법 제27조 제3항). 그러므로 해고하기 30일 전에 해고예고를 하면서 사유와 시기도 명시하면 한 번의 통지만으로 해고예고와 해고통지가 가능하다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 <노동법률> 2015년 11월호 기고문 中
차주열 변호사(현대카드사 법무팀) ⇢ 비록 근로자가 회사 측에 자신의 대리인인 노무사에게 이메일로 보내라고 요청한 사건이긴 하지만, 근로기준법 규정만 보면 '서면'이라고 돼 있어서 원칙적으로 이메일 통보는 해고 효력이 없었는데 법원이 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해 근로자의 소명기회가 충분히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해석의 범위를 넓혀준 것이다. 법문언의 엄격한 해석이나 해고통보의 형식적 측면보다는 해고절차 중에 근로자의 권리가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해고 통지의 효력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유연성이 더해진 판결이다.

취재노트

인사-노무업계 종사자들에 의하면, 해고통지의 엄격한 절차 요건 때문에 어렵게 내려진 해고 결정이 위법을 이유로 무효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 판결은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불필요한 절차적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정리해고요건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는 법인 일부 사업부가 아닌 법인 전체의 경영사정을 기준으로 결정한다.

* 사건 : 2015.05.28. 선고 2012두25873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2.10.17. 선고 2012누3042 판결

사실관계

산하에 서울호텔사업부와 부산호텔사업부를 두고 있는 법인 '조선호텔'은 2008년 8월, 경영합리화를 위해 서울호텔사업부에서 객실정비-기물세척-미화-a린넨-운전 등 고객과 대면하지 않으면서 비교적 단순한 업무로 구분된 5대 부문을 도급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한다. 이 일환으로 도급회사와 도급계약을 체결, 기존 직원들을 고용 승계와 정년 보장을 조건으로 도급회사로 전환 배치하지만, 직원들은 이를 거부하고 회사에 잔류한다. 이에 조선호텔 측은 도급화를 거부하는 직원들을 상대로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정리해고)에 들어간다. 또 조선호텔은 정리해고의 근거 사유로 조선호텔법인의 사업부 중 하나인 서울호텔사업부의 경영상태가 좋지 않아, 긴박한 경영상 위기에 처했다는 점을 주장한다.

쟁점 및 경과

해당 사안의 핵심 쟁점은 하나의 법인을 수개의 사업부로 구분해 그 중 한 사업부만을 기준으로 '긴박한 경영상 필요'를 판단하고 정리해고를 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다. 사업부를 구분해 판단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일부 사업부의 경영상 사정을 근거로 일부 사업부만의 정리해고가 가능해진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특정 사업부가 분리 독립돼 있는 등 예외적인 사정이 존재하는지가 밝혀져야 하는 바, 원심은 서울사업부만을 기준으로 보아 경영상 위기를 판단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봤다. 원심 재판부는 서울사업부가 부산사업부와 재무 회계는 물론 인적-물적-장소적으로 분리돼 있으며, 조선호텔 노동조합도 서울과 부산 사업부가 별개로 조직돼 있는 점 등을 그 근거로 삼았다. 또 서울사업부가 2008년에는 8억, 2009년에는 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을 볼 때, 정리해고를 할 만한 경영상 위기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굳이 서울과 부산 호텔사업부를 분리해서 '긴박한 경영상 필요'를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실제로 두 사업부의 공식적인 재무제표는 두 개로 구분되지 않고 (법인)전체를 기준으로 작성된 사실, 서울과 부산 사업부 전체를 관장하는 지원담당 부서가 있었던 사실, 더군다나 서울사업부 역시 2010년에는 15억원의 흑자를 기록했고, 정리해고 직전에는 200% 성과급을 지급하고 신규인력을 채용한 점 등을 들어 급박한 경영상 위기가 존재한다고 보지 않았다.

판결 요지

(1) 정리해고의 요건 중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법인의 어느 사업부문이 다른 사업부문과 인적-물적-장소적으로 분리-독립돼 있고 재무 및 회계가 분리돼 있으며 경영여건도 서로 달리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법인의 일부 사업부문 내지 사업소의 수지만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법인 전체의 경영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해야 한다.
(2) 참가인(조선호텔)의 공식적인 재무제표는 서울호텔사업부와 부산호텔사업부를 포함한 법인 전체를 기준으로 작성돼 있고, 참가인이 서울호텔사업부와 부산호텔사업부가 재무적으로 분리돼 있다는 근거로 제출한 회계자료는 참가인이 회계의 편의를 위해 내부적으로 작성한 자료에 불과한 점, 참가인 내부에는 서울호텔사업부와 부산호텔사업부 외에도 외식사업부가 있는데 참가인의 본사에는 이를 사업부 전체의 인사와 재무를 관장하는 지원담당부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참가인은 서울호텔사업부와 부산호텔사업부 소속 직원들에게 일률적으로 성과급을 지급하기도 했던 점 등에 비춰 보면, 참가인의 서울호텔사업부와 부산호텔사업부의 재무와 회계가 분리돼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원심 판시와 같이 참가인의 서울호텔사업부와 부산호텔사업부가 인적-물적-장소적으로 분리돼 있고 노동조합이 별도로 조직돼 있더라도, 서울호텔사업부만을 분리해 '긴박한 경영상 필요'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전문가 코멘트

김성수 법무법인 지평 파트너 변호사 ⇢ 이 판례는, 수개 사업부로 구성된 법인의 경영상 긴박성을 사업부 단위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정리해고 요건이 전부 구비돼야 할 뿐만 아니라 재무와 회계의 분리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공식적 재무자료가 돼야한다는 점을 명백히 하고 있다. 원심은 참가인(조선호텔)이 제출한 재무와 회계 자료를 토대로 참가인이 각 사업부별로 사업자등록도 따로 했고, 각자 수입-지출-자산-부채를 별도로 관리하고 재무제표를 작성한 것을 기초로 재무와 회계가 분리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참가인의 '공식적 재무제표'는 각 사업부를 포함한 법인 전체를 기준으로 작성됐고 참가인이 제출한 회계자료는 참가인이 회계의 편의를 위해 내부적으로 작성한 자료에 불과하다고 판단해 재무와 회계의 분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원심에서는 참가인의 사업부단위로 서로 다른 노동조합과 교섭단위가 구성된 점을 강조해 두 사업부의 분리가 가능한 지표로 보았으나 복수노조가 가능한 현행 법 하에서 이런 사정만으로 두 사업부의 분리 판단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즉 다양한 사업부문을 운영하는 법인은 일부 사업부문에 초래된 경영상 위험을 분산하거나 전가할 여지가 있을 것이다.
결국 이 판결은 수개 사업부로 구성된 법인에서 경영상 해고가 허용되기 위해서는 특정 사업부만의 경영사정 악화만으로는 부족하고 법인 전체의 경영사정이 긴박한 위험에 직면하고 있음이 입증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런 판단의 예외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식적 재무자료나 회계자료에 근거해서 사실상 각 사업부문이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영된다는 사정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한편, 대법원(2006.9.22. 선고 2005다30580) 판결에 의하면 이런 판단에서 각 사업부별 경영의 긴박성과 경영상 해고가 인정되는 예외 상황은 다음과 같다.
①각 사업부문이 인적-물적-장소적으로 분리-독립돼 있을 것, ②재무와 회계도 분리돼 있을 것, ③노동조합도 각 사업부문별로 조직돼 있을 것, ④경영여건도 서로 달리하고 있을 것
- <노동법률> 2015년 11월호 판례평석 中.

방송의 공정성 실현을 목적으로 쟁의행위로 나아간 것은 근로조건에 관한 분쟁에 해당하며 그 목적에 있어 정당하고, 이를 이유로 한 해고는 부당하다.

* 사건 : 서울고등법원 2014나11910
해고무효확인 등
* 제1심판결 : 서울남부지방법원 2014.1.17. 선고 2012가합16200 판결

사실관계

언론노조 MBC방송본부 서울지부는 김재철 사장의 제작자율권 침해, 부당인사조치 등으로 인해 방송의 공정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이유로 사장의 퇴진과 방송 공정성 보장을 주장하며 파업을 벌였다. 이 파업은 2012년 1월부터 7월까지 사상 최장기인 170일간 이어진다.
파업 종료 후 MBC 사측은 대규모 인사에 나서 정영하 본부장 등 조합원들에 대해 불법 파업 참가를 이유로 해고 또는 정직의 징계를 내린다. 이에 정 본부장과 조합원 44명은 근로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공정방송의 실현을 위해 파업을 한 것이기에 목적과 수단이 정당한 적법한 쟁의행위에 해당하므로 이 파업 참가를 이유로 내려진 징계처분은 무효라고 주장하며 회사를 상대로 징계무효와 징계처분으로 인해 지급받지 못한 임금의 지급을 구한다.
이에 대해 사측은 노조의 파업이 사장 해임 등을 요구한 정치파업으로 불법이며, 이에 가담한 조합원에 대한 징계처분은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쟁점 및 경과

이 사건에서는 조합원들이 파업의 명분으로 내세운 '방송의 공정성 보장'이 근로조건에 관한 분쟁에 해당하느냐가 문제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제2조 5호는 노동쟁의(파업 등)가 '근로조건'에 관해 발생할 것을 요구하는 바, '방송의 공정성 보장'이 '근로조건'의 문제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인 것이다. 만일 근로조건의 문제에 해당한다면 MBC방송본부의 파업은 노동조합법이 인정하는 적법한 쟁의행위가 되며, 이 파업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이유로 징계를 할 수 없고 이를 이유로 한 사측의 해고 등 징계처분은 징계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월 '자유로운 환경 아래 방송제작이 가능한지 여부는 방송사업 종사자들의 근로조건을 결정짓는 중요 요소'라며 노조인 MBC본부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 요지

(1) 방송의 공정성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개념으로서 주관적 가치에 따라 그 판단을 달리할 수도 있는 것이므로, 단순히 추상적으로 방송의 공정성이 의심된다는 사정에 기초해 또는 공정한 방송의 실현이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쟁의행위에 나아가는 것은 사용자가 처분할 수 없는 사항에 대한 것으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그러나 방송의 제작, 편성, 보도 등 구체적인 업무수행 과정에 있어서 방송의 공정성을 실현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해 실제적으로 근로환경 내지 근로조건 등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면,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고 쟁의행위에 나아가는 것은 노동조합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조건에 관한 분쟁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파업은 그 목적에 있어 정당하다 할 것이다.
(2) 공정방송 의무는 방송법 등 관계법규 및 피고 단체협약에 의해 노사 양측에 요구되는 의무임과 동시에 근로관계의 기초를 형성하는 원칙이라 할 것이어서, 방송의 공정성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의 마련과 그 준수 또한 교섭 여부가 근로관계의 자율성에 맡겨진 사항이 아니라 사용자가 노동조합법 제30조에 따라 단체교섭의 의무를 지는 사항(이른바 의무적 교섭사항)이라 할 것이다.

전문가 코멘트

노동조합 측 소송대리인: 신인수 법무법인 소헌 변호사 ⇢ 방송의 공정성이란 소수의 사측 간부들이 임의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언론사와 구성원 모두가 같이 추구해야 할 가치라는 것이 재판부의 핵심 취지다. 결국 방송의 공정성이란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걸 쓸 수 있느냐'의 문제로 기자들에게 당연히 보장돼야 할 근로조건이다. 언론자유 보장과 확대를 직업적 소명으로 가진 사람들에게 '공정방송'은 가장 중요한 정체성이다.
MBC 사측 소송대리인 ⇢ 이번 파업의 목적은 근본적으로 사장 퇴진이다. 방송 공정성이라는 말은 흔히 장식품처럼, 배경화면처럼 쓰이는 구호며, 이 파업은 진보정치 세력과 연대한 정치적 목적이 뚜렷했다. MBC노조는 정치파업에서 방송 공정성을 내세우지 않은 적이 없다.
노동계 관계자 ⇢ 방송법 제4조 제1항은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있고, 제4항에서 '종합편성 또는 보도에 관한 전문편성을 행하는 방송사업자는 방송프로그램 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취재 및 제작 종사자의 의견을 들어 방송편성규약을 제정하고 이를 공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법뿐만 아니라 노사 내부의 관계를 살펴봐도, MBC 단체협약은 '회사와 조합은 공정방송을 저해하는 내-외의 어떠한 압력이나 간섭을 배제하고 방송의 독립을 지킨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법원이 이번 판례를 통해 다소 추상적으로 보일 수 있는 방송의 공정성을 단순히 훈시적 성격이 아니라, 노사가 실질적으로 지켜야 될 의무라고 확인해 준 것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취재노트

재판부는 단체교섭의 대상에 대해 '반드시 임금 등 근로자의 경제적 지위의 유지-향상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제작-편성-보도 업무수행에 있어서 방송의 공정성을 실현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해, 근로환경 내지 근로조건 등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면,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고 쟁의행위를 하는 것은 노동조합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조건에 관한 분쟁이다.'고 판단하며 노조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방송의 공정성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목적을 파업의 정당한 사유로 인정해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하지만 MBC 사측은 이번 고등법원 판례에 대해서도 '회사는 2012년 파업이 불법이라는 판단에 변함이 없으며 민사소송 2건(해고무효-손해배상)을 상고해 대법원의 최종적인 판단을 받고자 한다'며 상고의지를 밝혀, MBC 내부 갈등은 올해도 넘어 계속될 예정으로 보입니다.

업무상재해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을 특별 채용하도록 한 단체협약 규정은 무효다.
* 사건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10.29. 선고2014가합17034 손해배상 등

사실관계

1985년에 기아자동차에 입사한 이씨는 2008년 2월 현대자동차로 전출되기 전까지 금형세척작업을 하면서 유독물질인 벤젠에 노출됐다. 이씨는 전출 반년 만인 같은 해 8월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3년간 투병 끝에 결국 사망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씨의 죽음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배우자와 자녀 등에게 총 1억8,000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유족들은 채용대물림을 규정한 단체협약을 근거로 회사에 이씨의 아들을 채용할 것을 요구하지만, 회사는 이를 거부한다. 이에 유족들은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지급청구와 채용의무이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단체협약의 내용
단체협약 제27조와 E 단체협약 제97조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에 대해 결격사유가 없는 한 요청일로부터 6월 이내 특별 채용하도록 한다.

쟁점 및 경과

이 사건 주요 쟁점은 노사 간 고용대물림을 규정한 노사 간 단체협약의 유효성 여부다. 이는 두 가지 세부 쟁점으로 나눠진다.
(1) 먼저 고용대물림 규정이 단체협약의 내용이 될 수 있는 것인지 문제된다. 단체교섭의 대상이 되는 사항은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 및 그 밖에 근로조건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기타 노동관계에 관한 사항에 한정되고, 기업경영과 인사에 관한 사항은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에 비춰볼 때 고용대물림 규정을 통한 인사권 제약이 가능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2) 위 단체협약이 강행법규나 사회질서에 위배되지 않는지 여부도 쟁점이 된다. 단체협약의 체결이 사적 자치의 영역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민법 제103조 소정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판결 요지

(1) 이 사건 각 단체협약은 근로자의 채용 자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근로자의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 그 밖에 근로조건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기타 노동관계에 관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각 단체협약은 업무능력과 관련 없는 요건 충족에 의해 불특정인을 근로자로 채용할 것을 강요하는 규정으로 사용자의 고용계약 체결의 자유를 완전히 박탈하는 내용의 규정이다. 따라서 이 사건 각 단체협약은 단체협약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을 약정한 것으로 무효라고 할 것이다.
(2) 이 단체협약의 취지는 산업재해로 사망한 유족의 생계보장을 위한 것으로 일응 그 타당성이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조합원의 유가족들에게 생계보장이 필요한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따지지 아니하고, 일률적으로 사용자에게 직계가족 1인에 대한 채용의무를 부과할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능력적 측면에서 어떠한 요건도 요구하지 않고 과도한 혜택을 부여한다. 재능과 노력 이외의 것으로 취업할 수 있는 길은 사회 구성원의 충분한 합의 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요건 설정을 통해 예외적으로 마련돼야 할 것이며, 단 한 개의 단체협약 조문에 의해서 무제한적으로 인정돼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내용의 이 사건 각 취업규칙은 민법 제103조에 반해 무효라고 할 것이다.

전문가 코멘트

이원희 중앙경제HR교육원 원장 ⇢ 일자리 대물림은 고용계약의 체결, 즉 근로계약 체결 이전의 문제로서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조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제 15조가 적용될 수 없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단체협약으로 정한 근로조건 이외의 사항, 그러니까 채무적 부분에 대해서는 법률 또는 법리에 의해서 무효로 할 수 있고, 대상 판례가 그 무효의 논거로서 민법 제 103조를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다.
최근 일부이긴 하지만 대기업 노조의 채용대물림 요구에 따라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사용자가 전략적 차원에서 노조원 자녀를 채용한다면, 예컨대 비정규직 노조 등은 자신들의 정규직 채용기회를 상대적으로 박탈당했으므로 이미 채용된 노조원자녀의 채용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것은 우리 헌법상 기본권의 대사인적 효력을 감안해 볼 때 형평성 침해 차원에서 가능할 수 있고, (가처분 청구 등) 청구를 할 수 있는 여지도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취재노트

최근 고용노동부가 100대 대기업을 상대로 조사를 한 결과, 11개 기업에 노동조합 조합원 자녀의 우선채용과 같은 고용대물림 조항이 단체협약에 포함돼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재판부가 언급한 것처럼 최근 경기상황과 맞물려 취업 준비 청년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재판부 역시 이런 여론을 어느 정도 판결에 반영한 듯, 판결문 안에 청년들의 좌절감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최근 청년실업이 큰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20~30대 청년들의 기회의 불공정성에 대한 좌절감과 분노가 유례없이 커져가고 있는 지금의 상황 속에서, 취업 기회 제공 평등의 기준은 종전보다 엄격한 잣대에 의해 평가돼야 할 필요가 있다. 사건처럼 결격사유가 없는 한 유족의 채용을 확정하도록 하는 단체협약은 사실상 일자리를 물려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나아가 귀족 노동자 계급의 출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우리 사회 정의관념에 반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판결이 추후 고용대물림 규정이 존재하는 사업장의 단체협약 존치와 협약이행에 관해 어떤 영향을 끼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한국철도공사와 철도유통 소속 KTX 여승무원 사이에 직접 근로관계가 성립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 사건 :
대법원 2015.2.26. 선고 2011다78316 판결 (근로자지위 확인 등)
대법원 2015.2.26. 선고 2012다96922 판결

사실관계

이 사건의 원고들은, 한국철도유통(이하 '철도유통'. 한국철도공사의 자회사) 소속 근로자지만 한국철도유통과 한국철도공사(이하 '철도공사')와의 업무위탁협약에 의해 철도공사 사업장에서 주로 KTX 승객에 대한 서비스업에 종사해오던 KTX 여승무원(이하 '승무원')들이다.
고용기간 만료가 다가오면서 철도유통이 승무원들과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기 시작하자, 이에 고용불안을 느낀 승무원들은 사측이 채용계약 시 '2년후에는 철도공사 소속의 정규직으로 전환해줄 것'을 약속했다면서 철도공사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철도유통은 철도공사와의 위탁협약을 해지한 후, 승무원들에게 새 위탁사인 KTX 관광레저 소속으로 이적해 근무하라고 통보했다. 그리고 이에 응하지 않는 승무원들과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해고한 사건이다. 그러자 승무원들은 철도공사를 상대로 근로자지위 확인의 소를 제기한다. 당시 가처분소송과 (대법원2011다78316의 하급심인) 1심, 2심은 모두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쟁 점

(1)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먼저 여승무원과 철도공사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는지 여부다. 즉, 철도공사와 철도유통과의 업무위탁협약이 위장 도급계약이고, 그에 따라 승무원과 철도공사 사이에 묵시적으로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된다고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이 판단을 위해서는 철도유통의 실체가 우선 검토돼야 한다. 원고용주(철도유통)에게 고용돼 제3자(철도공사)의 사업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승무원)을 제3자의 근로자라고 하기 위해서는, 원고용주의 존재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2) 원청회사가 사내하청근로자들에 대해 업무상 직-간접적 지휘-명령권을 행사해 실질적으로 그들을 지배했는지 여부, 즉 파견근로계약관계의 성립 여부도 쟁점이 됐다. 도급이 아니라 파견관계가 인정될 경우 파견법 위반을 이유로 불법파견이 문제될 수 있다. 이 때 도급과 파견을 구별하기 위한 판단기준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원청회사가 하청근로자들에 대해 직접 노무지휘권을 행사했는지 여부다. 즉, 철도공사가 승무원들이 KTX 승객서비스 업무를 수행함에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는지가 문제됐다.

판결 요지

※지면관계상 두 사건 판결요지를 요약해 함께 싣습니다.
(1) 승무원을 감독하는 피고측(한국철도공사) 소속 열차팀장 업무와 철도유통 소속 KTX 여승무원의 업무가 구분돼 있었고, 철도유통 등이 피고 측과 체결한 각 위탁협약에 따라 독립적으로 KTX 승객서비스업을 경영했으며, KTX 여승무원을 직접 고용해 관리-감독하면서 업무에 투입하고 그에 대한 인사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했던 점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각 위탁협약은 단지 도급계약의 형식만 갖춘 것이라거나, 철도유통 등이 KTX 여승무원과 맺은 근로계약도 명목적인 것에 불과할 뿐 KTX 여승무원은 사실상 피고 측과 종속적인 관계에 있고 실질적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주체가 피고 측이며 KTX 여승무원이 근로를 제공하는 상대방도 피고 측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철도유통 등의 존재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않아 원고들과 피고 측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2) 철도유통 등이 KTX 여승무원을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KTX 여승무원으로 하여금 피고(철도공사) 측의 지휘-명령을 받아 피고 측을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KTX 여승무원의 업무와 열차팀장의 업무가 구분돼 있었으며 KTX 여승무원에 대한 피고 측의 구속력 있는 지휘-명령이 없었고 KTX 여승무원의 구체적인 업무수행 방식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철도유통 등이 행사했다는 취지에서 근로자파견 관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전문가 코멘트

홍성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 그동안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인정된 사례는 많지 않았다. 인정되면 사실상 사내하도급 관계는 부정될 수밖에 없어 매우 엄격한 조건 하에 예외적으로 인정됐다. 원심에서 직접적 근로계약관계를 인정해, 대법원에서도 인정될 것을 예상했으나 파기환송됨으로써, 다시금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는 매우 예외적이고 엄격한 사정이 있어야 인정된다는 점이 확인됐다. … (이 판례는) 실무상으로는 위장도급 중 묵시적 근로관계가 인정되는 구체적 구별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기존의 묵시적 근로계약관계 인정 판결은 수급업체의 '사업주로서의 실체성'에 중점을 두고 판단했으나, 이 판결은 담당업무가 어떻게 다른지, 근무평가 등을 누가 담당하는지 등 구체적 사항까지 고려했다. 결론적으로는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부정됐으나, 그 판단기준은 실무상 참고할 필요가 있다. - <노동법률> 2015년 4월호 지상강좌 中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대상판결은 파견과 도급을 구별하는 판단지표로 원-하청근로자 사이에 업무가 구분돼 있는지 여부와 하청업체가 경영권 및 인사권을 독립적으로 행사한 점 등의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했는데, 이는 향후 유사한 분쟁해결에 있어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리라 생각된다. 또 파견과 도급에 관한 지금까지 판례를 보면, 주로 조선이나 자동차와 같은 제조업 분야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비해, 대상판결은 서비스업에 대한 파견-도급 여부를 판단한 최초 대법원 판결이라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즉, '여승무원 업무와 열차팀장 업무를 분리해 도급형식으로 위탁하는 것은 도급인과 수급인 업무 영역이 상호 혼재돼 도급계약의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원심과는 달리, 서비스업에 있어 노무도급을 인정했다. 이 대법원판결로 도급과 파견의 구별에 대한 판단기준이 어느 정도 확립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①도급과 파견의 구별 판단이 보는 시각에 따라 매우 주관적일 수 있다는 점, ②대상판결이 노무도급을 인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평가할 만하나, 노무도급에 따른 지휘권을 어느 정도까지 인정할 것인지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점은 의문스럽다. 또 대상판결에서는 '도급인의 위탁업무 이행확인과 감수를 위한 확인절차' 및 '서비스의 균질적 수행을 위한 매뉴얼 제공' 등에 대해서 위탁협약에 따른 도급인의 고유 권리로 인정한 반면, '현대자동차사건'에서는 반대로 노무도급에 따른 지휘권을 전혀 인정하지 않은 점이 특이하다. 원-하청이 서로 혼재돼 유기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사건'에서만 불법파견을 인정한 것은 '컨베이어시스템'이라는 자동차제조업의 특수한 공정에 기인한 듯하다. - <노동법률> 2015년 4월호 판례평석 中

사용자가 특정 집단 근로자들에게 인사고과상 불이익을 주는 집단적 차별정책을 시행한 것은 위법하다.

* 사 건 : 대법원 2015.6.24.선고
2013다22195 임금등
* 원심판결 : 수원지방법원 2013.1.29. 선고 2012나6377 판결

사실관계

KT는 2005년, 명예퇴직을 거부한 직원들과 노조 안의 '민주동지회' 회원, 114 전화번호 안내업무 외주화 당시 전출을 거부한 직원 등 1,002여명을 '부진인력 대상자'(C-player)로 선정한다. 이어 2009년에는 A에서 F까지 등급을 나누는 고과연봉제를 시행하면서, '부진인력 대상자' 가운데 퇴직하지 않은 401명 중 35.7%는 C등급, 24.2%는 D등급, 32.7%는 F등급을 부여했다.
KT의 근로자 강씨 등 KT 전-현직 직원 6명은 F등급을 받고 연봉을 1% 삭감당하자, 고과연봉제가 부진인력 대상자 제재를 위한 목적이며 이는 집단적 차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삭감임금의 지급을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2심 재판부(대법원은 별다른 판단 없이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함)는 부진인력 대상자들과 일반 직원들 간의 인사고과 등급 비율의 격차는 피고의 2005년 부진인력 대상자들에 대한 차별적 의도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판단했고, 대법원도 2심 판단을 받아들여 올해 6월 24일, 근로자에게 미지급 임금 53만~62만원을 지급하라며 원심을 확정했다.

쟁 점

이 사안의 가장 큰 쟁점은 특정집단에 대한 집단적 차별행위가 존재했는지 여부다. 즉 사측의 집단적 차별이 재량권을 남용한 부당한 인사고과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①부진인력 대상자 집단과 이들을 제외한 일반 직원 사이의 인사고과에 특정집단 퇴출을 위한 집단적 차별이 존재한다는 객관적인 근거, 즉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격차가 있는지, 그리고 ②사용자에게 집단적 차별에 대한 의도가 있었는지가 밝혀져야 한다.

판결 요지

(1) ①부진인력 대상자들의 인사고과를 일반 직원들의 것과 비교해보면, A등급을 받은 비율은 1/10에 그치고, B-C등급 비율도 1/2에 그치며 특히 F등급은 6배가 더 많은 점, ②인사규정 시행세칙상의 인사고과 평균 등급은 C등급이나, 2005년 부진인력 대상자들의 인사고과 평균 등급은 D등급에 가까운 점, ③인사규정 시행세칙상의 인사고과 등급의 중간값 역시 C등급이나, 2005년 부진인력 대상자들의 중간값은 D등급인 점 등을 고려한다면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격차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통계적으로 볼 때 2005년 부진인력 대상자들의 인사고과가 그 외의 일반직원의 인사고과보다 더욱 불이익한 것으로 보이는 유의미한 외형상 격차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2) ①본사 인력기획부는 인건비 지출비율을 19% 이하로 낮추는 방안모색 중 매년 5%(1,800명)의 부진인력을 관리하면서 약 1,470명을 퇴출시키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따른 부진인력 대상자 리스트를 만들기로 한 점, ②본사 인사팀 차장은 2005년경 부진인력 대상자 명단 1,002명을 선정해 보고했는데, 2009년 위 1,002명 중 601명이 퇴사한 점, ③충주지사가 작성한 '부진인력 퇴출 및 관리방안'에는 지사 퇴출목표인원수 외에도 회사 전체의 각 퇴출목표인원수까지 명시돼 있고 소외감 유발 등 구체적인 수행방법까지 담긴 점, ④인재경영실이 부진인력 등 251명의 퇴직 과정을 수시로 확인하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춰보면 부진인력 대상자들과 일반 직원들 간의 인사고과 등급 비율의 격차는 피고 회사의 2005년 부진인력 대상자들에 대한 차별적 의도에서 기인한 것이고, 이러한 차별은 피고 회사에게 부진인력들을 퇴출하거나 퇴직시켜야 하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없는 이상 그러한 차별처우가 피고 회사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것으로서 필요한 한도 내의 조치로 보기 어려우므로, 인사평가자의 재량권을 남용한 부당한 인사고과라 할 것이다.

전문가 코멘트

특정 집단과 일반 집단 간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격차가 있을 경우 그 위법성과 부당성이 일단 추정되고, 그 추정을 복멸(해소)하기 위해서는 근로자가 아니라 회사가 인사고과의 평가 결과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정의 기준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는 대량관찰방식(민사소송법상 일종의 일응추정, 간접반증)이 사용됐다. 이 판결은 인사평가 정당성 판단기준과 관련해서도 '대량관찰방식'을 적용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또 사용자의 인사고과라고해도, 헌법-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현저하게 위반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를 벗어난 때에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다.

취재노트

최근 정부의 저성과자 해고 가이드라인 추진과 맞물려 금융권을 중심으로 저성과자 인사평가 분류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인사노무 담당자라면 반드시 주목해야 할 판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판결에도 불구하고 KT의 갈등이 잠잠해질 분위기가 보이지 않습니다. 또 KT는 신규 노조와 기존 노조 간 갈등으로도 홍역을 앓고 있습니다. 지난 10월에는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한국노총 산하의 'KT노조'(기존 노조)가 회사에 단체교섭 요구안을 제시했는데요, 여기에 현행법보다 완화된 정리해고 요건이 규정돼 있어 논란이 일어났습니다. 노조가 단체협약에 정리해고를 규정해서 사측에 제시한 것인데, 'KT노조' 조합원들 내부에서도 이것은 사실상 '정리해고 요구안'이라며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이에 올해 10월 26일부터 시작된 KT의 임단협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시점에는 간부 사원만 불이익을 받더라도, 장차 변경 취업규칙의 적용이 예상되는 사원도 변경 동의의 주체가 된다.

* 사건 : 대법원 2015.08.13. 선고
2012다43522 보직변경발령무효확인등
*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2.4.13. 선고
2010나87995 판결

사실관계

2006년경 롯데월드에서 수차례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재정상태도 악화되자, 롯데월드 측은 경영상 위기 극복을 위해 '보직부여기준'을 변경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일반직 3 내지 5급과 특수직 사원이 맡는 '팀원' 직위에 일반직 1 내지 5급과 특수직이 부임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보직부여기준안'이 마련된다(이에 따르면 1급 간부사원이 팀원이 될 수 있음). 또 회사는 간부사원에게 인사고과에 관계없이 상여금으로 지급하던 급여를 2008년부터는 성과상여금으로 전환해 인사고과에 따라 차등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간부사원 급여체계 변경안'을 마련한다.
사측은 간부사원을 대상으로 위 변경내용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하고, 간부사원 총 74명 중 64명으로부터 동의서를 제출받는다. 곧 사측은 위 기준에 따라 급여를 지급했고, 간부급 사원들을 팀원으로 전보하는 인사발령을 했다. 이에 간부사원인 원고들은 이 인사발령이 간부사원을 강등시켜 모욕감을 주고 자진 사직하게 하려는 것이므로, 인사권을 남용한 것으로서 무효라며 그 확인을 구하는 한편, 변경된 상여금규정도 원고들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것이기에 기존 상여금규정과의 차액을 지급할 것 등을 청구한다.
이에 맞서 회사는 이미 동의서를 제출받았기 때문에 근로자의 동의를 받은 유효한 취업규칙 변경이며,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라 할지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쟁 점

(1) 회사가 취업규칙을 근로자 측에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94조에 따라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바, 사안에서는 그 동의 주체가 문제가 된다(근로자 과반수 이상으로 이뤄진 노조가 없는 경우임). 즉 불이익하게 변경되는 취업규칙은 그 적용을 받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동의에 의해서만 변경이 가능한데, 사안에서는 그 '적용을 받는 근로자'를 당장 불이익을 받는 간부급 사원만으로만 볼 것인지, 아니면 승급을 통해 장차 규정의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하위직 직원들까지도 포함시킬 수 있는지가 주요 쟁점이 됐다.
(2) 취업규칙의 변경이 그로 인해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적용을 부정할 수는 없는 바, 사안의 변경내용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지도 문제된다.

판결 요지

(1)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려면 실질적으로는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아니하는 등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근로기준법의 입법취지에 어긋나지 않아야 하므로, 여기에서 말하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유무는 취업규칙의 변경 전후를 비교해 취업규칙의 변경 내용 자체로 인해 근로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용자 측의 변경 필요성의 내용과 정도, 변경 후의 취업규칙 내용의 상당성, 대상 조치 등을 포함한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상황, 취업규칙 변경에 따라 발생할 경쟁력 강화 등 사용자 측의 이익 증대 또는 손실 감소를 장기적으로 근로자들도 함께 향유할 수 있는지에 관한 해당 기업의 경영행태, 노동조합 등과 교섭 경위 노동조합이나 다른 근로자의 대응,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의 일반적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 그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변경 전후의 문언을 기준으로 해 취업규칙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됐음이 명백하다면, 취업규칙의 내용 이외의 사정이나 상황을 근거로 해 그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이를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한다.
(2) 간부사원이 팀원 직책을 부여받을 수도 있게 규정된 '보직 부여 기준안' 및 일부 간부사원에게는 상여금 중 일부가 감소되는 '간부사원 급여체계 변경안'이 간부사원에 대한 근로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이며, ①피고의 변경된 '보직 부여 기준안'에 따라 1-2급 간부사원들이 종전에 3 내지 5급 직원들이 담당하던 업무를 맡을 수도 있게 됐으므로 실질적으로는 징계의 일종인 강등과 유사한 결과를 초래해 그 적용을 받게 되는 근로자들의 불이익이 결코 작지 않은 점, ②취업규칙 개정의 필요성과 정도가 긴박하거나 중대했다고 인정할만한 객관적인 자료도 부족하다고 보이는 점, ③여러 근로자 집단이 하나의 근로조건 체계 내에 있어 비록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 시점에는 일부 근로자 집단만이 직접적인 불이익을 받더라도 그 나머지 다른 근로자 집단에게도 장차 직급의 승급 등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용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일부 근로자 집단은 물론 장래 변경된 취업규칙 규정의 적용이 예상되는 근로자 집단을 포함한 전체 근로자 집단이 동의주체가 될 수 있는데도 피고는 간부사원들 및 일부 3급 사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고 일부 사원들로부터만 동의를 받은 점 등을 함께 고려할 때, 원고들에 대해 아무런 대상조치나 경과조치를 두지 않은 채 일방적인 불이익만을 감수하도록 한 이 사건 취업규칙 개정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취재노트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의 동의 주체에 대해서는 '변경 당시에는 일부 근로자집단만 직접 불이익을 받더라도 장차 그 취업규칙이 다른 근로자집단에도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그 적용이 예상되는 다른 근로자집단을 포함한 근로자집단이 동의의 주체가 되고, 그런 근로자집단이 없으면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용으로 불이익을 받는 근로자집단이 동의의 주체가 된다'는 것이 기존 대법원(2007다85997, 2009두2238)의 견해입니다. 이번 판례는 이것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은 최근 임금피크제와 엮여 노동개혁의 주요 이슈입니다. 근로자에게는 불이익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 위한 취업규칙 변경을 위해서는 근로자나 노동조합의 동의가 필수지만, 그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사회통념상 합리성 이론을 적용해, 변경이 종합적으로 봐 합리적인 경우에는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경우에도 그 효력을 인정하자는 견해가 나오고 있습니다만, 어떤 경우에 사회통념상 합리성 이론을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요건 정립이 완결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신뢰관계가 형성돼 정당한 갱신기대권 인정되는 경우, 합리적이고 공정하지 않은 사용자의 갱신거절은 효력이 없다.

* 사건 : 대법원 2015.1.15.선고
2012두18868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2.7.18. 선고 2011누27799 판결

사실관계

케이비생명보험은 120명의 근로자들을 1년 기간의 계약직으로 채용했고, 2004년부터 2009년까지 5회에 걸쳐 매년 근로계약을 갱신했다. 그러던 중 2007년 기간제법이 시행됨에 따라, 회사는 계약직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근로계약을 해지하기 위한 '정규직 전환을 위한 기준'을 마련했다.
사측은 1차적으로 평가를 수행해 156명의 비정규직 사원 가운데 132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하위 성적 24명을 정규직 전한 유예자로 분류했고, 이어서 유예자로 분류된 근로자 24명을 대상으로 2차 평가를 실시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 사건 근로자들의 경우에는 담당임원의 평가가 누락되는 등의 사정이 있었다.
사측은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해 근로계약을 갱신하면 기간제법에 따라 2년을 초과하는 계약기간이 되므로 계약직 근로자 신분을 유지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근로계약기간 만료일에 계약해지를 했고, 이 사건 근로자들은 부당해고를 이유로 중노위에 구제를 신청해 인용됐으나, 사측은 이에 대해 불복하고 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정규직 전환 위한 기준
* 평가절차
- 부서원: 3단계(부서장-담당임원-대표이사)
- 부서장: 2단계(담당임원-대표이사)  신인사제도 도입 일부내용
5. 신분전환 및 신규채용
가. 만 2년 근무자 : 계약만료 전 평가를 통해 정규직 전환 및 계약종료
나. 만 1년 근무자 : 계약만료 전 평가를 통해 정규직 전환, 계약직유지 및 계약종료

쟁점 및 판례 경과

(1) 우선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 시행 '이전'부터 채용돼 매년 근로계약을 갱신해온 근로자의 경우, 기간제법의 제정 이후에도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존재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2)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 마련된 평가기준에 따라 계약해지를 한 경우 그 평가기준이 합리적이고 공정한 것인지 그 효력 여부도 쟁점이다. 즉 사측이 갱신을 거절한 것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도 문제된다.
1심은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에 재계약 의무나 절차 규정이 존재하지 않고, 계약기간 만료에 따른 근로계약 해지사례가 극히 적었다는 사정만으로는 갱신기대권이 형성됐다고 보기 어려우며, 설사 정당한 기대권이 있다고 해도 이 사건의 계약해지는 기간제법 시행에 따라 마련된 기준에 의한 정당한 평가에 따른 정당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명시적인 갱신조항은 없더라도 기간제법 시행 이전부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기간제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고, 정규직전환기준을 적용함에 있어서도 근무평가에 있어서 담당임원의 평가가 없고 평가 의견결과를 맘대로 해석할 수 있게 돼 있어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상실해, 갱신거절의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참조: 최초로 기간제보호법 이후 체결한 근로계약의 갱신기대권을 인정했다고 여겨지는 판례(서울고법 2013누53679)는 '기간제법의 시행으로 사용자가 2년의 기간 내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고, 기간제 근로자의 총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할 경우 그 기간제 근로자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되더라도, 위 규정들의 입법 취지가 기본적으로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하려는 데에 있는 점을 고려하면, 기간제법의 시행이 곧 재계약의 정당한 기대권의 형성을 막는다거나 이미 형성된 재계약의 기대권을 소멸시키는 사유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

판결 요지

(1)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어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를 위반해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
(2) 원고가 계약직 근로자를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시키기 위해 마련한 기준에 따라 참가인들에 대한 합리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거쳐 참가인들에 대한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가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는 참가인들에 대해 갱신을 거절한 것은 정당한 이유가 없어 아무런 효력이 없다.

전문가 코멘트

중앙노동위원회 발간 <소송과 판례동향> 4월호 ⇢ 이 판결은 계약갱신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더라도 기간제법 시행 이전부터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계약이 갱신되는 등 계약갱신에 대한 신뢰관계가 형성된 경우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이러한 갱신 기대권은 인정된다는 종래 판례의 태도를 확인시켜 주었으며,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 취업규칙이나 별도의 규정 등을 마련해 그러한 갱신 기대권을 제한할 수는 있으나 이 경우에도 갱신 거절의 합리적 사유가 없다면 계약해지의 효력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원희 중앙경제HR교육원 원장 ⇢ 2007년 기간제법 시행 이전에는 대법원(2007두1729)도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갱신기대권이 형성된다면, 사용자가 이에 위반해 부당하게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기간제법 시행 이후 일부 판례(2011누9821)는 '기간제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기간제법 제4조 2항(사용자가 제1항 단서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됐음에도 불구하고 2년을 초과해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편집자주)은 강행규정이며, 기간제법 제정 이후 새로이 체결되는 기간제 근로계약은 법에 따라 2년 내 종료가 예정됐기 때문에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기간제법 시행이후에도 갱신기대권이 성립된다는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며 기간제법 제4조는 강행규정으로 볼 수 없어 기간만료의 법리보다 갱신기대권의 법리가 우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정-감수: 이원희 중앙경제HR교육원 원장
정리-취재노트: 곽용희 기자 kyh@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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